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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 죽이기 작가 Lee, Harper 출판 문예출판사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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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권 이상 서평을 달아서 이제 그만하고 일지작성하던 중 갑자기 떠오른 책입니다. 이 책을 왜 이제서야 기억해냈는지 내심 놀랄 정도로 이 책은 저에게 굉장히 뜻깊은 책이었습니다.
    재밌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일상적인 내용조차 재밌게 풀어가는데 아마 그건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환상이 약간 가미되어 그런듯도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내세워지고 진행이 되는데, 전혀 부담스럽거나 유치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를 주인공으로 함으로써 재미를 부여했습니다. 책 속에는 여러 사건들이 나오지만, 또 여러 인물이 나오지만, 아무래도 저는 마지막 흑인에 관한 에피소드가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떠오르네요.
    서양 소설 특유의 흥미진진한 사건 중심 소설의 대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심심할 때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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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포트리스 작가 Brown, Dan 출판 대교베텔스만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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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약간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의 거장 댄브라운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저는 이 책을 중학교에 들어가며 누나 책장에 있던 걸 몰래 보았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그 전까지 책이라고는 문제집 아니면 교과서 빼고는 안 봤는데 이 책을 계기로 소설 속 긴박함을 처음 느껴본 것 같습니다.
    댄브라운은 아마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로 대부분 들어보셨겠지만, 누군가 댄브라운의 책 중 추천해달라고 제게 부탁한다면 저는 이 책을 추천할 겁니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도 읽어본 입장에서 솔직히 댄브라운의 소설 몇 권 읽어보면 그가 줄거리를 어떻게 이끄는지가 대충 감이 잡힙니다. 그러나 (제 기억상) 이 책 말고는 주인공이 모두 같은 주인공으로 아마 교수였지 싶습니다. 게다가 항상 만나는 여성들이 있는데 책마다 다르고요. 그래서 뭔가 정들려면 헤어지고 정들면 헤어지고 그래서 슬펐는데 이 책은 딱 깔끔하게 끝납니다. 솔직히 느낌만 남고 내용은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디지털 포트리스라니 제목부터 감도 안 잡히는 게 저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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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종헌 님이 그룹에 가입하셨습니다. 2019.11.27

    모두에게
  •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 박상영 출판 창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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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재밌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외국 소설, 그러니까 명작 소설들만 읽고 한국 소설이라고는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것들까지만 대충 일부만 읽어왔다. 그리고 한국 문학계에 미안하게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특히 옛날 남성 작품들은 눈이 찌푸려지는 작품도 몇몇 있기도 하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느낄 사람만 느낄 그런 책들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국 소설은 읽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얼마전 우리 학교에서 작가님이 강연을 온다며 플랜카드까지 붙여놓았었는데 흥미로워서 한 번 사서 읽어보았다.
    이 책은 꽤 정밀하게 짜여져있다. 연작소설로 한 주인공이 겪는 일들의 주요 사건들로 몇몇 단편들이 이어져 있는데 특히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정말 똑똑한 짜임새였다. 12살 차이 나는 아저씨와 20대 중반의 남성의 로맨스, 그 와중에 20대 중반의 남성이 겪는 어머니의 암투병 간호. 그 와중에 주인공인 20대 중반 남자가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들은 1인칭 시점으로 잘 풀어져있다. 딱히 뒤에서 누가 추격해오지는 않지만 흥미진진하고 다음내용이 궁금할 정도였다.

    (여기부터 스포 있음)

    특히 이 부분에서 어머니와 주인공의 관계가 눈에 띠었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증오한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주인공의 성정체성을 정신병으로 알고 정신병원에 처넣기도 하는 등 주인공을 굉장히 압박하고 가뒀고 그로인해 주인공은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마음이 건강치 않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어머니의 죽음이 다가오는 시기에, 주인공은 열심히 어머니를 간호한다. 어머니를 증오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어머니를 증오하는 걸 자신이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건 마치 영화 몬스터 콜에 나온 아이가 투병 중인 어머니의 죽음을 사실 바라고 있었다는 속내를 훔쳐봤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무서웠고 끔찍했지만 이해가 갔다. 어쩌면 짜릿한 느낌마저 나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았고 감동했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나는 이런 끔찍한 내용들에 감동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문학은 현실에서 무시당하는 소수자들, 감정들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누군가 내가 느낀 감정들을 비난하더라도 나는 이 말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주인공의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묘사한다.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역설적이고 이해가 안 가는지 자연스럽고 재밌게 풀어나간다.
    호모포비아는 괜히 읽고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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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로운 소설이네요!! 제목만 보고 전혀 이런 내용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 문학은 소수자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깊이 공감합니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책에서 어떻게 되어있을지 궁금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이 책 강연을 하는 것 보고 처음엔 건축학 관련 도서인줄 알았는데, 소설책이군요. 소재도 독특하고, 작성자분께서도 이 책을 호평하시니까 저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저 또한 고등학생때 근대 소설을 배우며 인상적인 순간이 없었던 탓인지 한국소설은 잘 눈이 가지 않게 되긴 했습니다. 누군가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어쩌면 받아들여지지 않을수도 있는 여러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어쩌면 모두가 느끼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지조차 알지 못할 때의 감정들과 그것이 타인에게 드러났을 때의 감정들,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의 감정 등 꽤 다양한 것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 부모에 대한 애증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없지요. 묘사하신 내용만 봐서는 어떤 스토리의 단편인지 알기는 힘들지만 동성애와 부모에 대한 애증이라는 소재와 소설에 대한 호평을 보니 한번 읽어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

  • 카네기 인간관계론 작가 Carnegie, Dale 출판 씨앗을뿌리는사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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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겠다.
    이 책은 최악이었다. 올해 내가 읽은 최악의 책 중에 단연 1위를 거침없이 주고 싶을 정도다. 내게 그런 자격이 있냐고 묻는다면, 물론 없다. 그러나 내가 무작정 이 책이 싫거나 저자 생김새가 맘에 안 든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읽어보고 생각하게 되었으므로 나름 이런 의견을 적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꼰대책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론'이라는 거창한, 마치 대학 서적 같은 이름을 해놓고 별 논리적이지도 않고 논거도 없이 그저 개인 경험적으로 이랬으니까 이래라 라는 주장을 한다. 가령, 사람과 사귀려면 먼저 다가가라, 웃어라, 즐거워 해라 , 어쩌고 어쩌고...
    솔직히 미안한데 사람과 사귀는 게 좋은 것이라고 전제가 확실히 잡혀 있는 이런 책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 인간이고 지금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심리테스트 MBTI 같은 것들도 많은 의심을 받는데 저런 내용의 책 정도가 한때 사람들을 휩쓸었다는 게 분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 나는 치사한 짓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이 책이 나온 지는 상당히 오래전으로 그 시대에는 이 책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오히려 다른 경영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경기 활성화를 가져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 올해 학교에서 추천된 책으로 내 손에 쥐어줬다는 건, 솔직히 썩 기분 좋지 않았다.
    내용이 정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무방하나, 굳이 살 필요는 없고 대형 서점에 가서 이 책에 있는 10개의 규칙이었나, 그걸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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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생 때 과제로 읽었던 책입니다. 저도 읽으면서 지금껏 명작이라 회자되기에는 상당히 오래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00년대 초 경영학에 혁신을 일으킨 후 지금은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이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이 책에 대한 색다른 생각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하고 뻔한 소리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꼰대 책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인간 관계라는 것은 늘상 우리 곁에 있기에 모든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이고,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 여기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자신만의 인간관계론이 있고, 그것을 적용하며 생활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자 데일 카네기가 쓴 인간 관계론, 이것은 이론에 불과합니다. 이론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그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이 책에는 어떻게 실려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 관계’론’과 인간 관계’상’의…[더 보기]

      • 사람마다 느끼는 점은 다를 테니까요. 저는 최악이란 단어를 붙였지만 누군가에겐 분명 좋은 책일 겁니다.

  •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작가 마이클 샌델 출판 와이즈베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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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란 무엇인가 는 아마 한국의 20 30대라면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본 책일 것이다.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언급되는 이 책은 여러 다양한 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장르를 어떻게 파악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철학책이었다. 물론 철학책 중에서도 입문의 입문책으로 그렇게 깊은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단지 여러 예시들을 들어가며 그 예시에 맞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철학들을 열거한다. 특히 한 부분으로 쏠고가는 느낌 없이 최대한 찬성 반대 등 여러 입장을 다 들려한다. (물론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한 부분으로 쏠리는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독서소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고 함께 토의를 진행하며 읽었는데 이 책은 그런 방면에서 정말 최고의 책이었다. 사람들이 한 예시를 꺼내어 다들 자신의 입장들을 말하는데 자연스럽게 찬반이 갈리며 서로 토론까지 가게 되었는데 나름 재밌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마냥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너무 얕다. 이 책은 특정 예시에 대한 답을 독자에게 생각하게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독자 스스로가 철학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특히 모임을 이루어 함께 책의 예시 상황들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늘어놓는다면 책에 나오는 애기를 벗어나 각자의 입장을 다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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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창 유행하고 있을 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많은 걸 다루려다 보니 가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헷갈릴 때도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내용은 서평에서 언급하신것 처럼 평이하고 특히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것들이 많아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책의 두께로 인해 앞부분만을 보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던 책입니다. 이 책이 한국에서 워낙 유명했기에 책을 사보기도 하고, 유투브로 강연을 들어보기도 하고 했는데, 저에게는 어렵게 다가오는 책이라 느껴져 아직 책을 다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책이 얕은 책이었다니, 한 번 책을 끝까지 읽어보고, 저도 이 책이 어떠한 책인지 정의를 내려보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정말 한동안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아주 깊은 내용을 다룰까봐 무서워서 피했는데요, 막상 읽으니까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더라구요. 토론할 거리 정도를 던져주고, 비전공자에게 철학을 입문하게 해주는 용도로 좋은 거 같습니다.

  • 맑스 자본 강의(데이비드 하비의)(양장본 HardCover) 작가 데이비드 하비 출판 창비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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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현재 우리 학교에서 경제학과에서 개설하는 '정치경제학'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이 책을 사보신다면 이게 교재라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평범한 책 형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유물론자로 유명한 마르크스, 여태까지 핍박받아왔던 마르크스가 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어떤 논리로 푸는지 궁금했어서 강의를 들었었습니다.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이 책은 교수님의 설명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친절하게 잘 설명해줍니다. 마르크스의 자본 원서의 글들을 인용하여 그 인용한 문구를 다시 현대에 맞게 작가가 예시나 설명으로 풀어갑니다. 그래서 사실 한 번 자세히 읽어보면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강의를 들은 입장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약간의 오타와 잘못 번역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책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이라면 좀 의심을 가지며 책을 읽기를 추천합니다. 혹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문맥이나 단어가 있다면 책의 잘못일 수도 있으니까요.
    마르크스 뿐 아니라, 자본주의, 현대 사회의 흐름을 여러방면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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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슷한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이 어렵고 딱딱해서 이해를 완전히 못했었어요. 이 책은 예시가 잘 제시되어 있고 이해가 쉽나봅니다. 읽어볼게요!

    • 말만 들어도 어려운 경제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라니 관심이 가네요. 마르크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은데 읽어보면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교수님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매우 흥미로워요.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문구입니다. 경제 분야에 관심은 가지만 비전공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 제가 너무 쉽다는 인상을 드린 것 같아 약간 걱정되는 마음에 덧붙이자면, 잘 설명해주는 책이긴 하지만 엄청 쉽고 술술 읽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때 다시 천천히 읽어본다면 분명 책이 전하는 내용을 다 습득할 수 있을 거에요.

  • 죄와벌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출판 지경사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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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와벌은 제가 노어노문학과를 입학해 처음으로 접한 러시아문학입니다. 사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나라 별 문학의 특징이 있더라도 개개인마다 달라 그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제게 처음 읽힌 이 책은 저에게 러시아문학에 대한 느낌을 새겨주었습니다. 그 느낌은 상당히 어둡고, 음침하고, 병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내용과 섬세한 묘사 따위 였는데 누군가 제게 러시아문학에 대해 물어본다면 저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말해줄 것 같습니다. 물론 러시아문학이라고 추천한다기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으로 추천하며 부언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너무 유명해서 어쩌면 다들 읽지 않았더라도 내용정도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내용은 간추리면 정말 짧게 아마 10분 발표로 줄거리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알기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특징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은 사건의 진행보다도 사건의 진행이 어떻게 풀어지는지 그 풀어지는 과정에서의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즉, 흥미롭지 않습니다. 어렵고 무겁고 어쩌면 끔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을 통해 느꼈습니다. 중학생 때 즐겨 읽던 댄브라운의 추리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책이 주는 재미도 좋지만, 이런 무겁고 어쩌면 남에게 밝히기 싫은 개인들의 속내를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도스토예프스키는 우연을 자주 사용하는 작가라고 배웠지만, 대문호라 불리는 만큼 우연을 필연처럼 자연스럽게 이끄는 능력이 있는듯합니다.) 풀어갑니다. 개인적으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보다도 한 개인의 심리묘사에 대해서는 이 책이 더 세밀하고 날카롭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만약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긴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죄와벌을 먼저 읽고 그 느낌을 음미하시고 취향에 맞으신다면 파고들기를 추천합니다. 아마 진중히 탐독을 하신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매력을 분명 느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문학은, 사실 역사적으로 한국에서는 읽기가 힘들어왔고 노어노문학과의 역사도 다른 인문학과보다 생소하고 역사가 짧은 그런 시대를 겪어왔기 때문에 번역본을 고르실 때 여러 옮긴이들의 책들을 살펴보고 출판사도 좀 신중히 고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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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읽어보셨나 보네요. 두께 때문에 엄두도 못 냈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죄와 벌을 읽어보고 맞으면 그것도 읽어봐야겠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 어느 기사에서 러시아문학으로 ai를 학습시켰는데 ai가 이후에 뱉어낸 내용이 다들 너무 슬프고 우중충했다고(..) 하던 게 생각이 나네요. 제가 죄와 벌을 읽었을 땐 끝나지 않는 장마를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서평을 읽으니 다른 러시아 문학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러시아 문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어둡고, 음침하고, 병적이면서 역동적인 것이었군요. 러시아 문학을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제게 마음의 준비가 되게 해주는 말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죄와 벌, 정말 많이 들어본 이름과 제목인데, 손이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항상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인데, 이 글을 읽고서는 우연을 필연처럼 이끌어내는 것을 느껴보고 싶을 때 읽을 책으로 이 것을 선정해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해 주신 책 고르는 요령도 감사합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었는데, 죄와 벌을 비롯한 러시아 문학 번역본을 고를 때 참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더 보기]

  • 피로사회 작가 Han, Byung Chul 출판 문학과지성사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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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사회는 신기하게도 한국인이 쓴 철학책인데 독일에서 출간되었다. 심지어 작가가 독일어로 적어 출판을 해서 한국의 다른 독일어 번역가가 다시 번역을 하고 난 뒤에 한국에 출판되었는데 우선 이 배경 자체가 독특해서 눈에 띄었다.
    피로사회는 읽어보면 굉장히 공감되는 내용들이다. 굉장히 짧은 책이고 그만큼 말하는 주제도 넓지 않다. 대부분 다른 철학자나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그 사람들의 말에 대해 반박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책이 진행이 되어 약간 난해한 느낌은 있으나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읽기에는 그렇게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다. 간추리자면 이 책은 현대인들이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다는 내용의 책인데 아직까지 여전히 유용하고 있는 주제이지만 출간될 당시에는 대부분 의식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대부분 인식은 하지만 해결할 방도 없이 그저 살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짧은 책이 말하는 주제는 그렇게 새롭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이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의 방향이 드러나 있어 그 점에 있어 타인에게 새로울 부분은 있기는 하다. 또한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를 착취하며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는 존재하기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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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이 쓴 철학책인데 독일에서 출간되었다니 정말 흥미롭네요. 요즘 한국이 피로사회 그 자체인 것같은데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진화한 마음 작가 전중환 출판 휴머니스트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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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펼치기 전부터 눈에 확 튀는 단어들로 무장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사이비 과학인가?’, ‘우생학 혹은 성차별주의인가’ 같은 문장이 표지에 나타나 이미 읽기도 전에 독자의 시선을 끌어버린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펼치고 분노하지는 않을까, 이미 등을 돌렸지 않았을까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이런 것들로 추측하건대 저자는 독자들이 어떠한 기울어진 관점 없이 그저 학문으로서 이 책을 바라봐주길 바랐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는 초반에 굉장히 분노했었다. 정말이지 혼자 격노해서는 책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이 부분은 굉장히 일반화를 시킨 건 아닌가, 이 부분은 이미 전제를 깔고 연구를 했기에 편향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들과 반론들을 여백에다가 빼곡히 적어가며 읽었다. 그러나 며칠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진화심리학을 이토록 부정하며 분노까지 하는 나의 태도를, 다행히 나는 늦지 않게 눈치 챘다. 내가 편향된 인간인 것을 눈치 챘다. 이 세상에는 다른 전제에서 시작된 학문들이 각자 서로 상충하며 존재하고 있는데 나는 고작 한 개인으로 나의 철학에 상충하는 학문들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마치 타인은 내 앞에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나는 열심히 말해주는 그 사람을 향해 이미 전제가 틀렸다며 부정하고서 귀를 막고 있던 꼴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책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 진화한 마음의 가장 근본이 되는 사상을 꿰뚫고 이러한 전제에서 어쩌다가 이런 결과물까지 도출할 수 있게 되었을까, 모든 과정들과 결과들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다시 바라본 이 책은 꽤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나의 철학에 상충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내가 쌓아온 사상에 모순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해주었다. 이제부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사상에 대해, 또 내가 이 책을 읽고 이전에는 풀어내지 못했던 질문들의 답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을 적고, 마지막에는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찾은 내 사상의 모순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나의 모순을 해결했는지 적으며 끝맺으려 한다.
    왜 길고양이는 귀엽고, 길비둘기는 더럽게 느껴지는 걸까. 쓸모없지만 내가 최근에 꽤 자주, 그리고 불필요할 정도로 깊게 고민하던 것이다. 길고양이와 길비둘기는 사는 곳이 비슷하며, 사실 몸에 스치는 것들이나 먹는 것들의 오염정도도 꽤 비슷할 텐데 왜 우리는 길고양이는 귀여워하지만 비둘기는 역겨워하는 걸까. 더 나아가 사람들은 왜 하수구 옆을 지나가는 바퀴벌레에는 기겁을 하지만, 하수구 옆을 총총 뛰어다니는 참새들에는 기겁하지 않는 걸까. 나는 이것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는데, 이러한 행태는 사람들의 편견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같은 추상의 유물화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 편견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설명해내지 못했다. 여기에서 오래전에 멈춰버린 나를 ‘마음의 진화’는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진화심리학은 편견에 관하여 쉽게 정의 내린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진화심리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할 필요가 있기에 진화심리학에 대해 설명하고 다시 편견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진화심리학은 인간들이 진화해온 방향을,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끔 진화했다고 바라보는데 단지 몸의 구조나 외형에만 국한되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심리 역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끔 알맞게 진화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편견은 인간들이 생존하며 번식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작용하는 보호심리들이 역사적으로 쌓여 만들어진 심리라고 그들은 확고히 말할 것이다. 실제로 먼 과거의 인간은 자연 속에서 수많은 적들에게 위협을 받았기에 낯선 것에 대해 먼저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생존을 도왔다고 진화심리학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충 앞서 내가 했던 질문의 답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해왔기에 고양이와 참새는 귀엽고, 비둘기와 바퀴벌레는 더럽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답이 영 시원치 않다. 아직 찜찜한 구석이 있다. 바로 이 찜찜함을 ‘진화한 마음’은 깔끔히 해결해주었고 나는 이 책에서 새로움을 발견했다.
    앞의 찜찜함을 해결하기 수월하도록, 먼저 책 속에 나오는 진화심리학의 연구예시들을 살펴보자.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심리들에 관한 유물론적이며 진화론적인 해석들이 나온다. 가령, 단맛이 황홀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식량들 중 열량이 높은 식량들이 그런 맛을 냈고 우리 몸은 자연스레 열량이 높은 것을 더 많이 얻고자 이러한 맛의 감각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귀여움에 관해서도 책은 설명한다. 귀여움은 인간이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아기들을 잘 보살피던 역사가, 넓게 확장되어 다른 인간의 아기, 혹은 아기의 생김새와 비슷한 것들에 관해서도 몸이 반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고양이와 참새는 왜 더럽게 느껴지지 않고 귀엽다고 느끼는지 좀 더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바퀴벌레와 비둘기와는 달리, 인간의 아기와 유사한 생김새를 지녔기에 우연히 우리의 심리가 그들에게서 귀여움을 찾게 되어 비둘기와 바퀴벌레와는 다르게 여겨지는 것이다. 즉,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앞의 질문은 인간 심리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부차적으로 나타난 양상인 것이다. 이렇듯 진화심리학은 결코 일차원적이지 않다. 단지 남자는 번식을 위해 무작정 섹스만 하려하고, 여성은 가장 멋진 남성의 아이를 얻기 위해 치장한다는 명제는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명제인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유물론적이며 진화론적으로 얽히고설킨 심리들이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파헤치는 학문으로 결코 한 명제에서 곧장 결론을 내리지 않는, 내릴 수 없는 학문인 것이다. 단지 그냥 인간은 살다보니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런 심리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비약적인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심리를 조금 더 세밀하게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생겨나는 심리들까지 살펴야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통해 연구를 진행한다. 나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진화한 마음’에서 읽어내었고, 내가 편견에 휩싸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위와 같이 세밀한 연구를 통한다 하더라도 진화심리학은 피할 수 없는 비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차별주의자들에게 차별에 대한 근거를 어쩌면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더라도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단지 어떠하다는 사실을 폭력의 원인으로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들은 단지 폭력을 위한 근거를 찾는 것일 뿐이고 진화심리학은 차별주의자들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진화심리학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문장을 비약적이라 느낄 여지가 없지 않아 덧붙이는데, 진화심리학은 현대 인간이라면 대부분 따르고 믿고 있는 명제를 전제로 두고 진행되는 학문이다. 이 전제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진화심리학이 결코 차별주의자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진화심리학 속의 전제는 다양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 진화심리학에서 전제 중에 반드시 알아야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왜 하필 두 가지냐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 두 가지를 뜻 깊게 살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진화심리학이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명제이다. ‘인간과 동물은 다르지 않다’가 그것이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둔다는 것에서 이미 두 번째 전제가 설명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곧잘 진화론은 시인하되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두 번째 전제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진화론을 시인하면서도 인간과 동물이 다르다고 주장한 사람이었고, 바로 이 지점이 내가 발견한 나의 사상 속 모순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할 것이 있는데 진화심리학은 미래를 연구한다기보다는(미래 또한 복합적으로 예측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다윈의 진화론에 따라 인간을 동물로서 역사적인 심리기제를 파헤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화심리학의 결과를 폭력의 원인으로 삼는 인간들은 과거 속에 살며 마치 과거로 회귀하려는 존재와 같은 것이다. 인간이 사실 비합리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결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재를 살며, 미래를 살아가는 존재들로 설령 과거의 심리를 지녔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행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책의 저자도 책의 마지막에 이러한 말을 남긴다.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얼마든지 본성을 거역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진화심리학이 차별주의자들의 희생양이라는 까닭이다.

    나름대로 흥미로운 책이며 우리가 쉽게 놓치는 현실의 부분들을 이 책으로 인해 다시 마주할 수도 있다. 진화론으로 기반된 현대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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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도 깊은 독서의 내용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관련 전공자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데요, 진화심리학이 흥미롭고, 그 개연성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개로 진화 심리학에서 주장하는 이론들이 충분히 검증된 것인지, 혹은 검증될 여지가 있는 (다른 말로 하면, 반박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많습니다. 글쓴님께서도 처음에 그런 의문을 품으셨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단지 글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편견’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이 출판되었던 당시 이한빈씨와 이 책의 저자 간에 격렬한 논쟁이 온라인 상에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관련 게시글들이 여전히 남아있는지는 확…[더 보기]

      • 처음에 상당히 불편했지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현재의 머릿속읨 여제들과 잘 어우러져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진화심리학에 심취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단지 새로운 시각을 선보여줬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관련 게시글이 어느 홈페이지에 있을지 모르겠어서, 혹시 기억나시고 달아주신다면 살펴보겠습니다.

  • 인간은 필요 없다 작가 Kaplan, Jerry 출판 한스미디어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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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필요없다는 인공지능에 관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독서토론대회에서 받아서 읽게 된 책으로 이전에 읽던 책과는 결이 다른 책이었다. 사실 초반에는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았다. 약간 이미 성공한 나이 좀 있는 전문가가 자신의 시선으로 좁게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사라지고 읽다보니 점차 저자의 생각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이런 문제보다는 책이 다루고 있는 인공지능에 광심이 가게 되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사례들이 들어있다. 어떻게 지금 시대가 되었는지, 지금 시대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까지도 언급하는 범위가 넓은 책인데 이 책의 주제는 이런 사례들로 현재의 상황을 독자들에게 쉽게 알려준다음 그 다음 일어나게 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4차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자본주의 시대에 겹쳐 과연 어떤 시대가 펼쳐질까. 저자는 긍정적으로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물론 저자는 돈도 많고 이미 기성세대이지만, 그의 말은 일리있다. 언제나 기술의 발전은 효율을 높여왔고, 효율이 높아짐에 따라 적은 인원만이 필요한데 인구수는 그에 맞춰 줄어들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또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게 되는 미래에, 계속 변화할 미래에 돈을 벌기 위한 개개인의 상황까지도 예측하며 저자가 자신만의 해답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만약 이 책과 특정한 인연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지만 읽고 나니 좋았다. 실제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나의 삶의 일부를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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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또한 독서토론대회에서 이 책을 읽고서 상당히 낙관적이고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베이스로 하는 논제를 토론하다보니 한 편으론 이해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러니 다른 분들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 저도 독서토론 때문에 받아서 억지로 읽은 책인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워낙 몇 년사이에 인공지능에 대한 이슈가 많아서 인공지능 소재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저도 모르게 있었나봐요. 공대든 인문대생이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서적 같아요.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양장본 HardCover) 작가 밀란 쿤데라 출판 민음사 허종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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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누군가에게 사랑고민을 얘기하다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추천받은 기억이 난다. 그는 아마, 나의 사랑고민이 이 책의 철학을 통해 해소되리라 생각했었나보다. 그러나 나는 추천받은 직후에 바로 읽지 않고, 이 수업의 과제를 위해서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부터 나는, 내게 책을 추천해줬던 사람이 나를 꿰뚫어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추천받은 뒤에 진작 읽을 걸’이라고도 생각했다)
    이 책은 1인칭 시점이면서 관찰자 시점이고, 전지적 시점이다. 여기에서 이 1인칭의 주인공을 나는 작가 본인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작가가 생각하는 인생에 대한 철학(인생은 완성작 없는 초안)에 대해 설명을 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철학은 ‘토마스’라는 인물의 주된 행동이유로서 작용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누군가에게 ‘사랑에 대한 책’으로 소개를 받아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단어에 중점을 두고 감상을 했다. 물론 이 책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내가 여태 글자로써 정리하지 못한 ‘사랑’이란 것을, ‘사랑 없는 섹스’와 ‘타인에 대한 책임’이란 것을 정리시켜 줬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은 내게 사랑과는 관련 없는(어쩌면 관련이 있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질문들은 내가 이전 과제(성장에 대한 작품)를 하면서 느낀 것들에 반해 질문했다. ‘그게 맞는거냐’고. 그리고 느꼈다. 이 책은 읽으며, 인물들의 스토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가 책 속의 인물이라는 도구로써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 그 철학이 대체 뭔지, 나는 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작가는 책 밖에 존재하고 있는 자신을 굳이 나에게 계속 상기시켜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책을 다 보고 나는 ‘소설’이란 것을 다시 생각했고, 그 ‘소설’이란 것을 직접 적어보고 싶어졌다, 나의 철학을 담아내서.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 ‘사랑’이라는 것을 직접 접할 환경이 안 되었던 나는 작년에서야 이론상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직접, 감정이란 것을 통해 느끼고 배웠다. 분명히 이론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내 가슴이 쿵쾅거리고 볼을 붉어지며 행복감에 도취되어, 적어도 3년은 호르몬을 통해 지속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분명 행복이란 감정을 느꼈으나, 3년은커녕 한 달도 채 가지 못했다. ‘사귀자’라는 말을 통해 이전까지의 관계와 앞으로의 관계에 선을 긋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머리론 이해를 해도 몸은 전혀 따라주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짊어져야한다는 것은 사형선고 같았다. 나는 그 끔찍한 기분을 견뎌내지 못해서 항상 결별을 고했고, 나만을 짊어지면 되는 삶의 자유에 대한 행복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나는 작품 속에서의 순수함과 미덕이란 것을 중시했던 인물, ‘테레자’와 닮았다. 가벼움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았던 ‘토마시’와도 또한 닮았다. 나는 미덕이란 것을 믿고 살아왔으며 그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평가기준 삼았는데, 막상 나를 그 평가기준에 올려놓으면 나는 토마시와 같은 점수를 받는다. 나는 테레자가 되고 싶은 토마시다. 나는 ‘책’이란 지적의 표상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며 육체를 통해 영혼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가벼움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인물의 속사정들이 다 이해가 되고 공감되었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가지고 싶어 하면서도, 그 삶의 무거움을 견디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작품이 말하는 ‘사랑’ 중 인상 깊었던 표현으로 ‘자신의 바람기가 상대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축구경기관람을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결정’,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난다’, ‘사랑은 우연이다’, ‘공개적 사랑의 책임과 무게’, ‘멍청한 일부일처제‘, ‘100만분의 1의 상이한 점’, ‘한 사람이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된다’, ‘동물에 대한 사랑, 이해관계 없는 사랑’ 이 있다. 소설을 읽으며 중요하다고 생각돼서 적은 부분들로, 아마 소설에 순차적으로 나오는 표현들일 것이다. 이 표현들은 사랑에 대해 가벼움을 대변하기도, 무거움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 수많은 표현 중 나는 ‘공개적 사랑의 책임과 무게’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 표현은 사비나를 위해(정말 사비나를 위한 것인지는 의문) 자신의 부인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고 집을 나온 프란츠를, 사비나가 배신하고 도망친 장면에서 나온다. 이러한 프란츠의 행위는 사비나에게 감격보다는 사생활에 무단침입한 것으로 다가왔고, 공개적 사랑의 책임과 무게에 대해 버틸 자신이 없고 버틸 생각이 없었기에 그녀는 도망친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사비나란 인물은 대체?’ 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의 초반부부터 요상한 분위기를 뿜어내던 그녀는, 이 장면을 통해 내게 가장 이해 못할 인물이자, 나와 비슷한 인물(토마시와도 역시 비슷한 인물)로 각인됐다. 사비나라면 남자보다 강아지를 좋아했을 것이다. 강아지는 이해관계 없는 사랑이니까. 그녀는 강아지와 사랑에 빠져 모든 남자를 하찮은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삶의 무거움을 상상하던 테레자도 강아지와의 사랑을 고귀하게 생각했으니까. 사비나야말로 작품 제목인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인 것이다.
    사랑이란 것을 생각하면(어쩌면 모든 단어들의 최종 도착지로서) 사회적 역할이란 것이 연상된다. 이것은 곧 사비나와 토마시가 그토록 피하려했던 무게감 있는 짐이었고, 테레자가 이상적인 기준이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사회적 역할’은 이름 그대로 ‘사회’가 지정해준 ‘역할’이다. 마치 조선시대에 여자들은 밥 짓고 빨래하고, 남자들은 밭일 같은 바깥일을 하는 성역할과 같은, 사회가 만든 역할이다. 그렇기에 결국 (내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단어는 사회라는 단어에 종착한다. 이 작품 역시 사랑에 대한 철학을 다루다 사회에 대한 철학으로 넘어가고 곧 타인에 대한 철학, 나 자신에 대한 철학으로 확장, 혹은 축소한다. 특히나 여기서 내가 집중했던 부분은, ‘키치’이다. 키치란 아름다움의 가면으로, 모든 신념은 키치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한마디로 우리는 키치라는 각자의 종교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종교는 각자가 옳아서 혹은 옳지 않아서 우리는 어떤 것이 낫다 저울질 할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불행하게 하는 소련의 비밀경찰과, 토마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계기인 기자의 폭력성이 대체 무엇이 다르냐고 책은 질문한다. 작가는 또한 말한다, ‘소위 전체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사람은 질문과 의심을 가지고 투쟁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되어야만 하고 집단적인 눈물샘을 자극해야만 하는 확신과 단순화된 진리가 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이 말은 이전 과제를 통해 느꼈던 나의 신념 확고화에 대한 욕망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신념에 대한 불확실함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느꼈다. 나는 질문과 의심을 하는 단계까지가 즐거운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아까까지 다루던 ‘공개적 사랑의 무게와 책임’과도 일맥상통한다. 나뿐이 아니라 토마시 역시도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보였고, 어느 것을 옳다 평가하기 조심스러워 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토마시가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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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참 좋아해 여러번 읽은 책입니다. 사랑이 끝나고 읽으면 매번 사랑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달라지는 신기한 책이기도 하고, 꼭 그런 때가 아니었더라도 읽고 날 때마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책이기도 하죠. 저는 오히려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랑을 보기보다는, 인물들이 사랑과 이별을 하며 느끼는 감정들의 서술, 그러니까 구절의 맥락에서 이 주제를 더 많이 읽어냈고 공감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쓰신분은 사랑이라는 문제를 더욱 의식하고 읽어 잘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꽤 신선한 관점의 글이었어요. 잘 읽고 갑니다.

  • 쿠션(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신영 출판 비전과리더십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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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생 최대의 게으름은, 자신에게 반응을 선택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데도 상황이 자신을 몰아가도록 방치하는 태도입니다.’ 이 말은 「쿠션」에서 주인공 ‘한바로’가 강의한 내용 중 일부이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장면으로 ‘한바로’가 수많은 일을 겪고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는 말이자 나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최근에 나는 소위 말하는 ‘방황’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를 몰아가도록 방치하고 있었다. 쿠션은 그런 나를 바꿔놓았다. 정말 10년은 더 살아봐야 깨달았을 것을 쿠션을 읽고 깨달은 것 같다. ‘자극에 대한 반응하는 방법’,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통해 우선 나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고, 그럼으로 남을 바라보는 태도 또한 변했다. 평생토록 이런 마음을 유지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잊어버리면 그때 다시 ‘쿠션’을 펼쳐보고 싶다.

    ‘쿠션‘은 존재조차 몰랐던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한바로’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유산을 가지고 싶다면 할아버지가 낸 문제의 정답을 맞춰야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신선했다. 게다가 라이벌 형식으로 배다른 형제까지 등장하며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우선 결말부터 말하자면, 주인공 ‘한바로’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바로’가 문제를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지정된 장소에서 문제의 답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장소에 있지 못한 것 뿐이었다. 미국의 시간과 한국의 시간을 잘못 계산한 나머지 자신이 유산을 받지 못할 것을 알게 된 바로는 차안에서 펑펑 울었다.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히 재생되는데 책을 읽던 당시에는 정말 안쓰러운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갔다. 처음에는 정말 안타까웠고 마치 내 돈을 잃은 것 마냥 탄식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건 ‘한바로’가 돈보다 갚진 것을 유산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방법’, ‘쿠션’의 가장 갚진 선물은 할아버지가 주신 마음의 재산을 ‘한바로’만 받은 것이 아니라 독자인 나 또한 받았다는 것이다.

    ‘쿠션’에서 할아버지가 내신 문제는 ‘바로’만 푸는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독자인 우리도 같이 풀어가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단지 책을 읽으며 바로가 답을 찾거나 들을 때 살며시 끼어들어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끄덕 한 뒤 나는 꼭 앞 장으로 돌아가 문제와 힌트와 답을 번갈아 보았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마음 쿠션’의 뜻도 헤맸다. ‘마음에 무슨 쿠션이 있어.’같이 1차원적으로만 생각을 하다가 ‘바로’가 문제를 풀어가는 장면들을 보며 내용의 중반부가 넘어가서야 의미를 알아차렸다. ‘마음 쿠션’이란 나의 외부와 나의 내부의 사이에 있는 것으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충격을 내부보다 먼저 받아서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자극에 바로바로 반응을 하지 않으며 더 차분하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공간인 것이다. 여기서 또 이 책의 주제가 나오게 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것’, 이 문장을 ‘마음 쿠션’이라는 귀여운 단어로 함축시켜놓은 것이 너무 신기하고 친근감이 든다. 참 신기한 것이 처음부터 책은 답을 말하고 있었는데 눈치를 못 채다가 ‘바로’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며 문제를 해결했을 즈음에 머릿속으로 이 책의 메시지가 전송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생의 치열한 전쟁은 영혼이란 고요한 방에서 매일매일 이루어진다.’ 할아버지의 두 번째 힌트에 적힌 문구다. 세 개 의 문구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이 문구가 가장 다가오는 말이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실들을 스스로 곱씹으며 어쩔 때는 희열에 가득차지만, 대부분의 날들을 분노와 좌절로 보냈다. 어떤 날에는 내 영혼에서 정말 치열한 전쟁을 벌여서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고 대화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한심했던 그 행동들이 저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 보니 왠지 여태 스스로와 전쟁을 치른 기분이고 어쩌면 혹시 ‘그 전쟁들은 내 마음 쿠션에 있는 불순물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고 난 뒤, 차분해진 마음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대학에 오기 전에 대학에 오면 하고 싶은 걸 적던 내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아직도 젊고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여태 왜 그렇게 방황을 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 조금 껄끄럽지만 책 한권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것 같다. 마음같아선 ‘쿠션’ 읽고 난 나의 모습과 그 전의 나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은 심정인데 그럴 수는 없고 단지 ‘요즘 읽을 만한 책 없나?’란 질문을 들으면 ‘쿠션 읽어봐.’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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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퐁 작가 박민규 출판 창비 허종헌 님의 별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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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소설을 ‘이상하고 잔인한 판타지’로 정의하고 싶다. 비교적 내용이 간단할 거라는 나의 예상을 뒤엎은 채 하나하나에 상징성이 들어가 있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 ‘쥐와 새, 파충류의 뇌’, ‘괴생물체’, ‘초능력’ 등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는 것들이, 폭력의 중심에 있는 중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나온다. 우선 제목부터 따 당하는 중학생 소년과 어울리지 않은 ‘핑퐁’이다. ‘핑퐁’은 한글로 ‘탁구’인데 이 소설은 제목에 걸맞게 탁구로 시작해서 탁구로 끝난다, 하지만 끝까지 왜 하필 ‘탁구’였는지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 얄궂은 책이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볼 수 있다. 왕따를 당하며 일진패거리들의 갖은 폭력들을 당하는 못이 또 다른 왕따를 당하는 모아이라는 인물과 탁구로써 가까워지며 ‘자신의 의견’의 존재를 눈치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은 못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상을 시사한다. 학교 내의 불평등한 관계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함까지 확장해서 바라보게끔 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민사회에 대한 절대적 신뢰, 기성세대, 위인만을 기억하는 세상, 끝없이 반복되는 잘못들을 비판한다. 버스에서 에어컨을 트는 것 또한 민주주의이고, 다수로 인해 쉽게 말 꺼내지 못하는 추위로 떨며 피해를 입는 못같은 사람들은 소수자이다. 항상 잘나서 자신 밖의 세상의 존재조차 모르는, 똑똑하지만 무지한 상류층을 상징하는 학생회장은 ‘이번 학기도 잘 이끌었고 큰 사고 없었다’며 모아이와 못의 존재를 삭제한다. 말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이상적인 세계에 머물며 현실의 소수자는 이상 저편에 치우쳐 두는, 이러한 인물을 등장은 잔인한 상류층을 비판으로 해석된다. 소설 속에는 학생회장 말고도 수많은 잔혹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러한 잔인한 인물들을 소설 속에서 마주치며 든 생각이 있다. ‘인류가 쌓아온 명성과 업적이, 누군가가 그 인류가 되고 말고, 내가 되고 말고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는 거다’
    ‘핑퐁’은 알고 보면 지구에서 인간이란 존재를 ‘못’이라는 중학생 인물로써 심판하는 책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못과 모아이에게 ‘인류의 지속과 삭제’라는 선택권을 주게 되는데, 이 선택권을 준 인물은 다름 아닌 판타지적 인물, 세끄라탱이다. 소설을 읽으며 마주한 마지막 부분은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면, 유치하기도 하고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판타지 인물, 세끄라탱에 대해 얘기해보자. 세끄라탱은 처음에 한국에 정착해 탁구 물품을 파는 외국인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는 이상하다. 가끔씩 알 수 없는 소리나 해제끼고, 알고 보니 학교의 ‘조류와 파충류의 뇌를 가진 아이’들이 세끄라탱의 아이라던가, 또 알고 보니 상류층의 편안한 삶만 아는 줄 알았던 학생회장도 세끄라탱의 아이라던가 아무튼 이상한 인물이다. 이 소설에 판타지라는 요소를 첨가해주는 독보적인 인물이고, 모든 것을 아는 특별한 인물이면서, 마지막에는 촉수가 여럿 달린 괴생물체가 본래의 정체이며 마치 지구, 혹은 세계의 관찰자, 관리자 같은 인물로서 나온다. 소설의 마지막에 그는 인류의 대표인 스키너 박스에서 길러진 쥐와 새, 그리고 인류가 깜박해버린 인물인 모아이와 못을 탁구계라는 특이한 공간으로 이끌고 와 인류를 그대로 지구에 둘지 언인스톨(삭제)할지를 전리품으로 걸며 탁구 시합을 시킨다. 인류 대표인 새와 쥐는 스키너 박스에서 탁구공을 정확히 치고 정확한 장소로 보내야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길러져왔다. 그래서 그들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실수 없이 정확히 탁구를 치며 승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합은 못과 모아이의 승리였다. 왜냐면, 그들이 죽었으니까. 쥐와 새는 시합 중 과로로 사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새와 쥐는 인류의 대표로서 자격이 충분히 주어진다고 느껴진다. 그들에게 현대 인간상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어쨌건 얼떨결에 이긴 못과 모아이는 인류를 언인스톨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인류를 언인스톨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 소설이 굉장히 불편했다. 불편한 이유는 별거 없다.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서.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맛이 가있었다(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진인 ‘치수’는 ‘그냥’ 못을 괴롭혔다. 못의 하루 기분은 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그의 조그마한 선택으로 못은 세상의 멸망까지도 바라는데, 그는 단지 ‘그냥’ 많은 학생들 중 하필이면 못을 선택해 그토록 끈질기게 괴롭힌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일진’ 말고도, 못생기고 능력이 없어서 모태솔로로 살다가 자위기구가 사랑에 빠진 남자라던가, 9V의 건전지를 씹으며 온 몸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뚱뚱한 남자, 모든 걸 알고 있는 인간이 아닌 존재 등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인물들까지, 소설은 불편했다. 이 중에 가장 맛이 간 인물로 ‘9V의 뚱뚱한 남자’를 들고 싶다. ‘9V’에 대한 얘기를 마주할 때, 나는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내가 이 소설 속에 존재하는 상징을 제대로 파악해 낸 유일한 인물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는, ‘혤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의 일원으로서 못이 모임에 처음 가는 날 만난 사람이다. 모임에서 자위 기구와 ‘섹스’를 하는 사람, 기도하며 벽에 머리를 찧는 사람 등이 있었지만, 9V짜리 건전지를 입에 물고 전기를 자신의 몸에 흘려보내며 ‘에애에애’거리는 뚱뚱한 남자만큼이나 특이하진 못했다. 그는 모임에 모이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세상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인류의 문명 발달을 근거로 들어 못에게 세상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강력히 피력했다. 산업과 기업이 있기에 인구의 절반은 지금껏 살 수 있고, 그들에게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며 염치없다고 타박하는 남자. ‘전쟁을 하면 어때, 분쟁이니 억압이니, 인간의 이기니, 집단의 폭력이니, 좀 있으면 어떠냐 이거야.’ 따위의 말을 지껄이면서도 ‘뚱뚱해서’ 혤리 혜성이 왔으면 좋겠다는 웃기는 남자이다. 그는 내가 판단하는 전형적인 멍청한 인물상이다. 현대교육에 맞춰서 교과서에서 찬양하는 부분만 쏙 빼서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그 반대편의 어두운 것들은 무시하거나 ‘그래서 뭐?’라고 말하는 뻔뻔한 인간. 여하튼 이러한 개인적 감정을 빼놓고 ‘9V 남자’라는 인물을 살펴보자면, 그는 현대 인간의 문명을 찬양하는 인간으로, 작가는 이러한 부분을 9V 건전지라는 현대문물로써 강조하며 표현했다. 또한 그러면서도 현대의 선진국의 사람들만 주로 걸린다는 비만,에 대해 작가는 또한 그 남자를 통해 표현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 남자는 틀렸어’ 저 남자는 세상이 없어지길 바라는 자신의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저 남자는, 살찐 것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게 아니다. 그는 귀걸이가 파묻힐 정도로 뚱뚱한 자신의 몸을 남들이 폄하하는 것이 ‘정확히는’ 싫었던 거다. 결국은 ‘비만’이라는 인간 집단들을 소수자로 몰아내어 버리는,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본인이 속해있으면서도 남자는 그것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그에게는 세상이 잘못된 것 하나 없이 굴러가고 있고, 세상이 망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발전을 도모한다면, 현재의 좋은 점에만 매달려있으면 안 된다. 소수자 또한 현실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어찌됐건 그는 9V의 건전지들을 입으로 씹다가 감전되어 못이 보는 앞에서 사망한다. 작가는 여기서 9V 건전지를 한명 한명의 인간에 비유한다. 다수인척 병렬로 모여, 모아이와 못 같은 인간들을 감전사시킬 수 있는 하나의 9V짜리 건전지로 비유한다.
    소설 ‘핑퐁’은 내용도 특이하지만, 쓰여진 방식도 굉장히 특이하다. 우선 바로 눈에 띄는 것이 글자의 크기이다. 소설 속에서 강조하는 대사나 짧은 내용은 글자 크기가 이렇게 표현된다. 주로 못의 혼잣말이 이렇게 표현되는데, 마치 못이란 인물이 내게 귓속말로 속삭이는 듯해서 강조하는 기능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낸다. 또한 글자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글자 크기가 작게 표현되는 내용이 슬프고 안타까워서 그런지, 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건 눈에 바로 띄는 기능적인 방식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내용적인 방식도 있다. 흘러가는 듯이 나온 단어들이 자주 뒷부분에 언급이 된다는 거다. 예를 들면, ‘낙지’라는 단어에 상징적 의미를 두어, 그저 순간적으로 흘러갈 줄 알았던 게 뒤에서도 자주 나온다는 거다. 또한 이 소설은 소설 속의 소설들을 꽤 가지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 모아이와의 대화에서 연결되며, 상징들의 집합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앞서 언급한 ‘낙지’라는 것도, 소설 속의 소설(‘방사능 낙지’)에 나온다. ‘그저 낙지는 존재할 뿐인데, 보고 비명을 지른다’ 같은 마치 못, 자신에게 빗대는 방식으로 책에서는 등장한다. 이러한 소설 속의 소설은 지루할 지도 모를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의 내용만 다루기에는 그 내용에서 상징하는 바가 너무 크고, 상징하는 것만 다루기에는 이 소설이 대체 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래서 둘 다 다루려고 위에서 열심히 노력해봤지만, 책 속의 상징들이 너무나도 많아 겉핥기식으로만 진행되고 필력과 판단력도 부족해 내용도 이리저리 순서 없이 적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이 의미하는 바는 확실히 알겠다. 지금 사회가 완벽하기는커녕 잘못됐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근거삼아 소수에게 자연스러운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 현실의 소수자는 잊고 살아가는 속편한 인간들. 분명 사회는 어딘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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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세계문학전집)(반양장)(전3권)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출판 민음사 허종헌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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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대체 뭘 믿으세요?” 교회 동아리의 강사분이 갑작스럽게 내게 던진 질문이다. 내가 교회 동아리의 강연에 참여한 것은 아니고, 단지 길거리에서 사랑스러운 참새 한 마리를 구경하던 중, 그 참새를 놀래켜 날아가게 만든 장본인이 마침 이 강사분이였던 것이다. 그 분은 내게 “미안해요. (참새를)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라며 말문을 텄고, ‘종교가 있냐’는 질문을 부언하셨다. 나는 “신을 믿고 있지는 않습니다.”라고 답했는데, 종교가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는지, 그 분이 당황해하시며 다시 질문하셨던 것이, 바로 앞의 상황이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는 전혀 상관도 없어 보이는 내 일상 중에서도, 아주 소소한 것을 말한 까닭은, 나는 이것이야 말로 이 책의 본질,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고민해야할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과 연결 지어 말하자면, 나는 바로 ‘이반’인 것이다. 신을 믿지 않고 모든 형이상학적 가치들에 물음을 던지는 인신, 굳이 따지자면 이반 카라마조프가 소설인물 중 가장 나와 가까웠다. 최근 들어 내가 남몰래 생각하던 것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생각의 본질이 바로 이 책,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구나! 하며 손뼉을 치고 깨달은 적이 있다. 이 상황을 설명하려면 내가 최근에 남몰래 하던 생각을 먼저 밝혀야 될 필요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이 생각을 드러내기 전에 반드시 지적해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나 스스로 또한 이 생각들이 터무니없고 어쩌면 별 가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선언한다.
    ‘우리는 왜 천원짜리 화폐를 찢거나 불태우지 않는가?’바보 같은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스꽝스러움을 참고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지갑 속에 있는 지폐, 화폐들은 모두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종이쪼가리, 혹은 전자기기 화면 속의 숫자일 뿐이다. 내가 이것으로 말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것은, 인간은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내어 그 가치가 실재하는 듯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폐 말고도 다양한 형체 없는 가치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랑’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연애적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반려동물, 하다못해 이웃에게 향하는 친근감 같은 것을 모두 아우르는 사랑인데, 나는 현재 이 가치들의 실존자체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꼭 이반이, 아니 내가 이반이 가지고 있던 괴로움을 양도받은 듯이 생각의 근원은 비슷하다. ‘무형의 가치들은 실존하는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는 이 가치들의 근원이 ‘신’으로 나타나는데, 이반은 ‘신’을 부정하고 있기에 사랑보다는 보복을 원하고 모든 죄지은 이들의 처벌을 바라는 것이다.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해보자. 우리들은 모두 형체는 없지만 실재하고 있는 것들을 확고히 믿고 있다. 예를 들면 아까와 같은 화폐, 사랑 말고도, 우정, 정의, 외모, 예술, 권력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의 기준은 정확히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외모가 아름다운가. 어떤 예술이 가치 있는가. 누구의 정의가 가장 선하고 올바른가! 안타깝게도 이것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양성자 속의 전자들이 돌고 있는 가능성의 공간과도 같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들은 분명 실재한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분명히 이 세상에 현존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이것을 확고히 믿기에는 사회 속에서 그 믿음은 너무나도 폭력적으로 작용된다. 외모에서의 아름다움을 확고히 정하면 정할수록 그 반대인 못생긴 외모도 분명히 확고해지며, 가치 있는 예술이 분명해질수록 저질스러운 예술이라 불릴 만한 것들이 늘어나고, 사랑에 대한 자기 기준이 명확하면(특히 이러한 감정들에서 폭력성이 잘 드러난다) 타인의 사랑은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된다. 자기가 받아들일 필요가 없음에도 말이다. 이반 또한 이런 것들을 느낀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유를 택했지만 그 자유 속에서 무엇을 할지도 모르는 존재라고 한 부분에서 특히나 나는 그에게 어떠한 동질감마저 느꼈다. 최근 이런 무의미한 고민들이 너무 심각해져서, 차라리 완벽한 타인이 나를 완전히 사로잡아 명령만을 해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마치 이반이 쓴 작품, 대심문관 얘기처럼 말이다. 이 가치들의 근원을 찾기 위해 밑바닥까지 내려온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바로 이반은 사회 속에서 가치들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신을 부정하기에 나는 그를 인신이라고 보았다. 신이라는 존재야 말로 이 가치들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처음 보는 타인에게 상냥하게 웃어줄 수 있는 근본이 될 수 있는 것인데(특히 종교가 강하게 문화 속에 작용하는 사회 속에서) 이반은 신을 믿지 않는다. 이쯤에서 말해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내가 말하는 신은 러시아 정교회에서의 신뿐 아니라 개인의 ‘신’자체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가 이미 명명한 종교들에 속할 수도 있겠고, 자신이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또 어떤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근원으로써 ‘신’의 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겠다. 그나마 내가 찾은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것이다. 인신이 되지 말자. 무엇이 됐든 확신을 가지고 믿어야 한다. 자기 자신이라도 말이다.(인신에는 자기를 신으로 생각하는 오만한 인간도 포함되겠지만, 신과 같은 존재, 형이상학적 가치를 부정하는 자야 말로 더욱 인신에 가깝다고 보았다) 그것이 누군가의 악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조시마 장로처럼 삶을 사랑하고 모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시마 장로가 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그야말로 가장 확고한 믿음을 가진 존재로서 소설 속에 등장했기에 언급한 것이다. 이렇게나 길게 글을 쓴 까닭은, 바로‘믿음을 가져라’라는 내가 소설 속에서 찾은 주제 중 하나를 말하고 싶어서였다.
    ‘가치들의 근원을 찾기 위해 밑바닥까지 내려온 사람들은 다양하다’고 나는 앞서서 이미 표현했다. 왜 이반만을 지칭하지 않고 굳이 다양하다고 했냐면, 나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속에서 이반도, 알렉세이도, 조시마도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그러나 자신은 모든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없는 것에 좌절하는 등 현재 고난을 겪고 있는 성장하는 주인공이다. 다른 인물들은 각자 자신들의 방향을 확고히 정했다면, 알렉세이는 비교적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감조차 못 잡는 인물인 것이다.(조시마 장로가 대략의 길을 알려주었지만, 이것은 조시마 장로의 조언일 뿐이다) 바로 이 성장하는 인물이, 총명하지만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이반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할 줄 아는 신인인 조시마 장로, 바보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미챠, 미워해야하지만 왠지 사랑하고 싶은 표도르 카라마조프...같은 괴짜 주변인들을 두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알렉세이에 대해서는 크게 감명을 받지 못하였는데, 단지 그가 어떤 곳에서 가방을 내려두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을지 기대될 뿐이다.

    여기까지는 독후감이고 혹시 읽으실 분이 계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먼저 일러둘 것이 있는데 이 책은 쉽지 않다. 번역본인 점도 있지만 우선 고전 자체가 사실 어렵다. 특히 러시아나 우리에게 생소한 문화인 나라의 고전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면 나는 추천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각자 새로운 것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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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그래서 집단적으로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유발하라리는 에서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리뷰네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저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복잡한 인물관계와 기나긴 배경 묘사 같은 것이 너무도 괴롭게 읽히지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도 이제 이 리뷰를 읽고 소설의 테마랄까 중요한 주제를 알았으니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 두번 째 줄에 사라진 도서명은 사피엔스 입니다!

      • 책이 500장 한권씩 3권까지 나와있어 굉장히 방대한 소설입니다. 그래서 아마 각자가 찾는 주제들은 다양할 테니 혹시 읽으신다면 제 감상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읽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알려주신 책도 검색해봤는데 재밌겠네요.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