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션(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신영 출판 비전과리더십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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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생 최대의 게으름은, 자신에게 반응을 선택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데도 상황이 자신을 몰아가도록 방치하는 태도입니다.’ 이 말은 「쿠션」에서 주인공 ‘한바로’가 강의한 내용 중 일부이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장면으로 ‘한바로’가 수많은 일을 겪고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는 말이자 나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최근에 나는 소위 말하는 ‘방황’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를 몰아가도록 방치하고 있었다. 쿠션은 그런 나를 바꿔놓았다. 정말 10년은 더 살아봐야 깨달았을 것을 쿠션을 읽고 깨달은 것 같다. ‘자극에 대한 반응하는 방법’,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통해 우선 나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고, 그럼으로 남을 바라보는 태도 또한 변했다. 평생토록 이런 마음을 유지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잊어버리면 그때 다시 ‘쿠션’을 펼쳐보고 싶다.

    ‘쿠션‘은 존재조차 몰랐던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한바로’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유산을 가지고 싶다면 할아버지가 낸 문제의 정답을 맞춰야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너무 신선했다. 게다가 라이벌 형식으로 배다른 형제까지 등장하며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우선 결말부터 말하자면, 주인공 ‘한바로’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바로’가 문제를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지정된 장소에서 문제의 답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장소에 있지 못한 것 뿐이었다. 미국의 시간과 한국의 시간을 잘못 계산한 나머지 자신이 유산을 받지 못할 것을 알게 된 바로는 차안에서 펑펑 울었다.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히 재생되는데 책을 읽던 당시에는 정말 안쓰러운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갔다. 처음에는 정말 안타까웠고 마치 내 돈을 잃은 것 마냥 탄식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건 ‘한바로’가 돈보다 갚진 것을 유산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방법’, ‘쿠션’의 가장 갚진 선물은 할아버지가 주신 마음의 재산을 ‘한바로’만 받은 것이 아니라 독자인 나 또한 받았다는 것이다.

    ‘쿠션’에서 할아버지가 내신 문제는 ‘바로’만 푸는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독자인 우리도 같이 풀어가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단지 책을 읽으며 바로가 답을 찾거나 들을 때 살며시 끼어들어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끄덕 한 뒤 나는 꼭 앞 장으로 돌아가 문제와 힌트와 답을 번갈아 보았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마음 쿠션’의 뜻도 헤맸다. ‘마음에 무슨 쿠션이 있어.’같이 1차원적으로만 생각을 하다가 ‘바로’가 문제를 풀어가는 장면들을 보며 내용의 중반부가 넘어가서야 의미를 알아차렸다. ‘마음 쿠션’이란 나의 외부와 나의 내부의 사이에 있는 것으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충격을 내부보다 먼저 받아서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자극에 바로바로 반응을 하지 않으며 더 차분하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공간인 것이다. 여기서 또 이 책의 주제가 나오게 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것’, 이 문장을 ‘마음 쿠션’이라는 귀여운 단어로 함축시켜놓은 것이 너무 신기하고 친근감이 든다. 참 신기한 것이 처음부터 책은 답을 말하고 있었는데 눈치를 못 채다가 ‘바로’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며 문제를 해결했을 즈음에 머릿속으로 이 책의 메시지가 전송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생의 치열한 전쟁은 영혼이란 고요한 방에서 매일매일 이루어진다.’ 할아버지의 두 번째 힌트에 적힌 문구다. 세 개 의 문구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이 문구가 가장 다가오는 말이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실들을 스스로 곱씹으며 어쩔 때는 희열에 가득차지만, 대부분의 날들을 분노와 좌절로 보냈다. 어떤 날에는 내 영혼에서 정말 치열한 전쟁을 벌여서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고 대화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한심했던 그 행동들이 저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 보니 왠지 여태 스스로와 전쟁을 치른 기분이고 어쩌면 혹시 ‘그 전쟁들은 내 마음 쿠션에 있는 불순물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고 난 뒤, 차분해진 마음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대학에 오기 전에 대학에 오면 하고 싶은 걸 적던 내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아직도 젊고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여태 왜 그렇게 방황을 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 조금 껄끄럽지만 책 한권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것 같다. 마음같아선 ‘쿠션’ 읽고 난 나의 모습과 그 전의 나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은 심정인데 그럴 수는 없고 단지 ‘요즘 읽을 만한 책 없나?’란 질문을 들으면 ‘쿠션 읽어봐.’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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