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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보, 내인생 작가 Ollivier, Mikael 출판 바람의아이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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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이었다. 책을 봤던 게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 외모 컴플렉스가 약간 있었던 터라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는 벵자민처럼 고도비만도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라 벵이 엄마한테 대들 때 통쾌함을 느끼고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고백을 거절당할 때 슬퍼하며 일희일비했었다. 적당히 중간만 유지하자는 인생 모토로 대충대충 사는 것도 비슷해서 마치 그와 한 몸이 된 것마냥 이입했었다. 책의 막바지에 가면 벵이 부모님과도 원만했던 사이가 어긋나고 친구에게도 만족을 못하고 짝사랑하던 클레르와도 잘 안 되면서 방황을 하게 되는데 제발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라고 거의 빌면서 봤다. 인간극장을 보는 심정으로 책을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 벵은 끝에 가서 그 방황을 끝내고 다시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데 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클레르한테 말을 거는 걸 보면서 나도 이렇게 변하는 날이 올 거다, 하는 희망을 품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다. 나도 대학생이 된 지금 읽으면 똑같은 감상을 느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내 중학교 시절을 지배했었던 책인지라 아직도 의미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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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외로 어렸을 때 읽은 청소년 추천도서가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중학교 시절을 지배했던 책이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반올림 1) 작가 이경혜 출판 바람의아이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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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책이라 그런가 사용된 언어가 상당히 올드한 편이다. ‘골 빈 놈’이라든가 ‘버터대왕’이라든가 같은 말은 과연 이 책이 청소년을 상대로 써진 것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판타스틱 소녀 백서’나 ‘사랑과 영혼’ 등의 영화들 역시 시대 배경을 짐작하게끔 한다. 나는 말이 오글거리는 걸 못 견뎌 하는 사람이라 처음 읽을 때는 도무지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명색이 청소년 소설인데 좀 사실성 있게 욕도 섞어 쓰고 그래야 현장감이 살지. 감수성을 자극하는 데가 있는 우정 이야기로 스토리 자체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친한 친구 재준이를 하루 아침에 교통사고로 떠나 보낸 유미의 감정이 절절히 다가왔던 터라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읽으면서 미운 정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계속 보다 보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던 그 말들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지금보다 그 시절 썼던 말들이 덜 날카로우면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대왕이라니. 우리 같으면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욕부터 하고 볼 텐데 말이다. 조금 더 책장이 넘어가고 나서는 작가를 그렇게 원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이니까 2004년 청소년들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뿐이니까,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다. 2039년이 되면 2019년의 우리 모습 역시 똑같이 촌스러울 테니 말이다. 생각이 바뀌게 된 데에 재준이의 순박한 이미지와 유미의 틱틱대면서 마음 여린 츤데레적 면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건 안 비밀이다. 그냥 둘의 성격이 갈수록 그 말과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감상에 절어 있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낭만적이었던 2000년대 초에 그 두 사람은 잘 들어맞는 캐릭터였다.
    사실 내가 청소년 문학에 있어서 현장감을 민감하게 따지는 사람이라서 그렇지 그런 거 신경 안 쓰면 처음부터 감동적으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만약에 신경을 쓰더라도 재준이랑 유미의 매력에 곧 빠져들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슬프지만 중간중간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매력적인 소설이니까 많이들 읽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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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시집)(양장본 HardCover) 작가 백석 출판 문학동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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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나왔을 때부터 백석의 시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분명히 시인데도 소설처럼 서사가 있고 이미지가 저절로 상상이 된다는 점이 정말 멋졌다. 짧고 임팩트 있는 언어로 어떻게 자신을 감정을 타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을 할까, 참 신기했었다. 자칫하면 투박하고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방언을 가지고 시를 쓴다는 생각도 독창적이었다. 물론 일제강점 하에서 민족의 얼을 드러낸다는 어쩌면 독립투사적인 마인드로 백석은 시를 쓴 것이었지만 나로서는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천재적이라는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에 드러나는 쓸쓸하고도 쥐죽은듯이 고요한 정서가 이상하게 끌렸다. 시에 원래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래서 시집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데 생일 때 부모님께 이 책을 사달라고 했을 정도로 말이다. 시집에는 대략 8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날 백석 시에 끌리게 만든 이유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시라고 생각한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이 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자 방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다운구신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뜨막에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통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굴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안으로 가면 뒤울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 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삐쳐나 바깥으로 나와서
    밭 마당귀 연자간 앞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망구신
    나는 고만 디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 마라 내 발뒤축에는 오나가나 묻어 다니는 달걀구신
    마을은 온데간데 구신이 돼서 나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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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작가 윤동주 출판 소와다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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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두 번째로 산 시집이다. 윤동주야 김소월과 함께 국민 시인이니까 한국인이라면 거의 사야하는 수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나는 그 때 백석 말고는 시라는 것에 정말 관심이 없었다. 또, ‘서시’나 ‘별 헤는 밤’은 워낙 유명하니 알고 있었지만 하도 옛날부터 많이 들어온 터라 나한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윤동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참회록’과 ‘간’이라는 시를 읽고 난 다음부터였다. 국어 교과서가 입시 위주니 원문을 안 읽히는 발췌 위주니 말이 많지만 나한테는 순기능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시 역시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다. 수업 시간에 ‘참회록’을 배울 때 나는 의미를 그렇게 잘 이해도 못했는데도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워낙 느낌이나 분위기 가지고 문학을 평가하는 편이라 그 때도 분위기를 세게 탔던 것 같다. 그래서 시집을 사서 읽게 됐는데 이게 웬걸 수록된 시들이 준수했다. 전부 마음에 들었다고는 말 못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시들도 어딘가 스산하고 마음 찝찝하게 만드는 데가 있었다. 그와 정 반대로 동시 같은 밝은 시도 있기도 했다. 그리고 백석처럼 스타일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산문시도 있었고 엄청나게 짧은 시도 있었다. 나는 ‘개’라는 시를 인상 깊게 읽었었다. 윤동주의 동심 내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드러나는 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읽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할 것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개>
    눈 위에서
    개가
    꽃을 그리며
    뛰오

    윤동주 시가 알려질 대로 많이 알려져서 식상 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서시’ 같은 유명한 시만 그렇지 수록된 다른 시들은 이렇듯 신선한 맛이 있으니 시간이 난다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내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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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과서에 실린 시나 소설이 대단한 고전이 많은데 예전에 배울 땐 왜 몰랐는지 신기해요. 저도 서점에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 확실히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조금씩 들수록 시가 주는 울림과 그 깊이가 어렴풋이나마 이해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 교과서에 실린 시를 입시를 위해서만 공부해봤지 음미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는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시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는 입시를 위한 시 읽기가 아닌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시 읽기를 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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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라사와 나오키 오피셜 가이드북 작가 Naoki Urasawa 출판 학산문화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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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악은 선천적으로 만들어지는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가. 몬스터는 인간의 본성과 악의 기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전에 읽었던 '종의 기원'과 같은 주제라서 그 둘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몬스터’의 작가는 절대악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상실감 때문에 생겼다고 보았다. “종의 기원”처럼 선천적인 뇌의 문제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세상에 대한 분노, 불신으로 번졌고 악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몬스터의 결말은 상당히 열려있다. 처음에는 좀 어이가 없고 용두사미가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알맞은 결말같기도 하다. 어째보면 사회의 폭력과 냉대의 피해자인 절대악을 죽이거나 처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 작가는 그것을 악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라고 본 것 같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 격언이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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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비안 나이트(900 WORD GRADE 3)(CD1장포함)(YBM READING LIBRARY 20) 작가 RICHARD BURTON 출판 YBM SISA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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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알라딘”을 재밌게 보고 문득 원작 격인 "아라비안 나이트"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궁금해져서 찾아 읽었었다. 엄청 어릴 때 열심히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정확한 내용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영화처럼 이국적이고 매혹적인 배경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어렴풋한 느낌을 떠올리고서 집어든 책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은 딴판이었다. 너무하다 싶지만 이런 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루하고 단순하다. 분명 "아라비안 나이트"는 문학사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일 것이다. 탁월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묻히지 않고 전해진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만드냐, 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내가 정철의 “속미인곡”이나 윤선도의 “어부사시가”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지루함을 여기서도 똑같이 느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곧장 베어죽이고 날마다 새 여자를 부인으로 받아들이는 왕의 심리를 21세기 사람인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알라딘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 굳이 못 미더운 알라딘을 시켜서 램프를 구해오라고 하는 마법사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단 자기가 확보하고 있는 반지의 요정까지 내주면서 말이다!
    고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주지시켜준 작품이었다. 아랍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하지만 현대판 알라딘에 빠져서 원전을 읽으려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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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실히 지금 다시 접하게 된 아라비안 나이트는 현대 가치관과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서 각색된 게 많은가봐요! 원작이 생각보다 밍밍했다는 솔직한 평가가 새롭네요! 어떤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 꼭 원작 그대로여야 될 필요는 없다는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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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과 소년(물구나무 세상보기)(양장본 HardCover) 작가 박완서 출판 어린이작가정신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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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옆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서 동화책을 많이 빌려본다.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달리 그림책 역시 일반 책과 같이 깊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 대상이 많긴 하지만 성인이 읽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도 그랬다. 오히려 그림도 섬뜩한 게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더 좋아할 내용처럼 보였다.
    노인과 소년이 전염병을 피해 원래 살던 마을에서 도망쳐서 정착할 마을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인이 마을을 발견하고 그 안을 둘러보는데 소년은 싫어한다. 노인이 그 이유를 묻자 공장에서 책을 불태우는 게 싫고 독이 든 음식이 지천에 깔려있다고 대답한다. 그래도 마을을 뜨지 않던 노인은 거짓말을 한 죄로 마을에서 쫓겨나는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바꾼다. 이 마을에서 거짓말이란 왕이 사물의 이름을 거꾸로 말하자고 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과 소년은 그 마을을 떠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독재에 관한 내용이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책과 같은 지식 전달 매체를 모조리 파괴해서 민중들을 바보로 만들고 사람들을 서서히 죽여가는 독을 푼다. 그리고 단순히 왕의 취향인 것으로 설명되는 괴상한 법률은 사실 독재자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통제하는 걸 은유하는 듯하다. 비리와 부패를 고발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아첨하고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을 올바른 시민으로 보는 것이다. 소년과 노인이 빠르게 마을을 뜬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독재자의 압제를 당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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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두꽃. 3 작가 정현민 출판 북로그컴퍼니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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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두꽃이라는 제목으로 짐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동학농민운동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SBS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의 대본집이기도 하다. 드라마 녹두꽃은 전봉준이 고부에서 어떻게 봉기를 일으켜서 무슨 마음으로 열강 일본과 맞서는지를 보여주고 김개남, 손화중, 최경선 등 다른 동학 수뇌부들의 고뇌와 농민봉기에 대한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는 수작이었다. 또, 동학 농민군의 사정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선 정부의 입장이 어땠는지, 양반층은 농민봉기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봤는지를 잘 보여줘서 여러 세력의 입장을 고려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대의니 개혁이니 하는 어려운 말은 모르는 백성들이 소중한 것들을 자기가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나는 과정을 잘 드러내고 있어 민초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작가가 방영 전 ‘팩션사극’을 표방하며 홍보했듯이 ‘녹두꽃’에는 실존인물 외에 많은 가상인물이 등장한다. 구한말 각 계층과 사상을 대변하도록 만들어진 인물들을 행보를 따라가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사실 내가 대본집을 사면서까지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러한 인물들에 빠져서였다. 상인의 입장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송자인과 과거 백성들을 수탈했지만 개심해서 동학정신을 계승하는 백이강,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개화파 백이현. 이 세 사람이 서로 갈등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면서 격동의 근대사 속에서 살아나가는 것을 보는 게 흥미진진했다. 특히 개화파가 차별과 부패가 만연한 조선 양반 사회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 신선했다. 일본에 정말 빌붙기 위해서 친일파가 된 사람도 있었겠지만 급속도로 발전한 일본의 문물, 체제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를 택한 사람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 선택은 옳지 않은 것이었고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자멸했지만 말이다. 마냥 그 사람들을 원망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가 사는 현재와 연계된다고 느꼈던 것 같다. 우리가 정세를 스스로 판단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선택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 적어도 엄청나게 그릇된 길을 가지 않을 수 있는걸까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대본을 모아 만든 책이라서 어쩌다보니 계속 드라마 얘기만 하게 됐다. 책도 실제 드라마와 다른 점은 거의 없고 또, 나는 대본이 배우들이 지문을 가지고 어떻게 연기할까 상상하게 만들어줘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라는 말이 더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지금, 100년 전 이 땅 위를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려 보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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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리의 다이어리. 1: 사자 오스카의 비밀(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리스 샹블랭 출판 길벗어린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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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자주 챙겨 보는 그림 전문 유튜버 분의 영상에서 들은 말이다. 인생을 열심히 살다보면 훌륭한 예술을 하게 될 날은 언젠가 찾아온다고. 책을 보는 내내 체리의 행동을 보면서 자꾸 이 말이 생각났다.
    체리는 소설가가 꿈인 초등학생이다. 옆집에 사는 소설가 데자르댕 할머니의 평소에 관찰을 하라는 말에 감명을 받아서 주변인들을 꼼꼼히 뜯어보고 일기장에다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수상하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조사하기 시작한다. 본래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은 아이인지라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사건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주인공이지만 솔직히 이런 체리의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애가 이렇게 오지랖 아닌 오지랖을 부리는 건 다름아닌 소설 소재와 자신의 내면적 성숙을 위함이다. 진심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훗날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하는 일이다. 오히려 친구인 린이나 에리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체리의 성격이 원래 이렇다는 걸 이해하고 그의 뜻을 대체로 존중하여 따라준다. 체리가 어머니한테 거짓말하는 것도 체리를 위해서 묵인해주고 내키진 않지만 거짓말한다. 이 친구들은 잘 모르는 인물에 대해서 크게 관심 쏟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구나 가족의 사정을 고려하고 곤란하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2권에서 본격적으로 체리의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태도를 지적되긴 하지만 나는 그보다 체리가 지금은 아예 소설에 대한 생각을 접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냥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러다녔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반드시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생길 거고 그 때 자연스레 소설을 쓰게 될 거다. 체리가 꿈에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자세를 높이 사지만 마음을 조금만 편하게 가졌으면 싶다. 어떤 순간들을 보면 이 애가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되었을 뿐이니까 재능을 펼칠 날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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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의 기원 작가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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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코패스는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고 한다. 상어와 물고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종이 갈리는 것처럼 그와 같은 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절대 그 본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못 박는다. 상어가 물고기를 잡아먹게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인공 유진은 상어다. 그는 그가 잡아먹는 물고기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3명이나 사람을 죽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똑똑한 머리를 이용하여 이복형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죽이기까지 한다. 그의 어머니와 이모가 그를 평범하게 키우고자 약을 먹이고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단속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발적으로 벌인 살인이 그의 기폭제가 되었다.
    유진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살인을 하는 장면 때문은 아니다. 과연 유진에게 본인의 의사와 반하여 약을 먹이는 게 옳을까? 그게 애매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조현병처럼 사고능력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공감을 못해서 그렇지 말을 해주면 적당히 알아들을 것 같은데 말이다. 타인에게 해를 가하거나 그에 준하는 위협을 했을 때 격리를 시킬 순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건 단지 가능성에만 그친다. 그런데 예방을 하겠다고 그를 몇 년 동안 속이는 건 옳은 일일까? 이 논리대로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은 직장에 받아주지 않는 게 맞다. 중간에 병 때문에 퇴직하면 회사의 손실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그를 그대로 놔두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그가 사이코패스인 것을 몰랐던 시절의 엄마나 다른 가족들은 유진을 사랑으로 돌봤지만 그는 종종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곤 했다. 범죄를 저지르면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사회로부터 배척받는다, 그럼 너는 살아가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건 한계가 있다. 과연 유진을 믿고 그의 인생을 알아서 살게 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억눌러야 하는걸까?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도 나는 유진을 자유롭게 살게 해야 한다는 쪽인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르고 모든 일반인들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건 아니니까. 확률적으로 사이코패스가 저지를 확률이 높긴 하지만 말이다. 독서모임 같은 데서 다같이 읽고 토론하면 재밌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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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꼽을 만큼 인기있는 책인데 저는 아직 읽어보질 못했네요 ㅠ ㅠ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라니 참 흥미롭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제목을 보고 사이코패스 상어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독서모임에서 토론하면 재미있을 만한 책이라고 하니 생각거리가 될만한 책인가 싶어서 더 궁금해지네요!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 워낙 유명한 책이라 도서관에서 예약도서를 걸어놓고 아직까지 안 읽어봤네요 ㅠㅠ 다음에 독서모임 하면 꼭 선정해보고 싶은 책이네요 ㅎㅎ
  •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