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소년(물구나무 세상보기)(양장본 HardCover) 작가 박완서 출판 어린이작가정신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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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옆에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서 동화책을 많이 빌려본다.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달리 그림책 역시 일반 책과 같이 깊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 대상이 많긴 하지만 성인이 읽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도 그랬다. 오히려 그림도 섬뜩한 게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더 좋아할 내용처럼 보였다.
    노인과 소년이 전염병을 피해 원래 살던 마을에서 도망쳐서 정착할 마을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인이 마을을 발견하고 그 안을 둘러보는데 소년은 싫어한다. 노인이 그 이유를 묻자 공장에서 책을 불태우는 게 싫고 독이 든 음식이 지천에 깔려있다고 대답한다. 그래도 마을을 뜨지 않던 노인은 거짓말을 한 죄로 마을에서 쫓겨나는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바꾼다. 이 마을에서 거짓말이란 왕이 사물의 이름을 거꾸로 말하자고 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과 소년은 그 마을을 떠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독재에 관한 내용이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책과 같은 지식 전달 매체를 모조리 파괴해서 민중들을 바보로 만들고 사람들을 서서히 죽여가는 독을 푼다. 그리고 단순히 왕의 취향인 것으로 설명되는 괴상한 법률은 사실 독재자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통제하는 걸 은유하는 듯하다. 비리와 부패를 고발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아첨하고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을 올바른 시민으로 보는 것이다. 소년과 노인이 빠르게 마을을 뜬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독재자의 압제를 당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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