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반올림 1) 작가 이경혜 출판 바람의아이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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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책이라 그런가 사용된 언어가 상당히 올드한 편이다. ‘골 빈 놈’이라든가 ‘버터대왕’이라든가 같은 말은 과연 이 책이 청소년을 상대로 써진 것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판타스틱 소녀 백서’나 ‘사랑과 영혼’ 등의 영화들 역시 시대 배경을 짐작하게끔 한다. 나는 말이 오글거리는 걸 못 견뎌 하는 사람이라 처음 읽을 때는 도무지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명색이 청소년 소설인데 좀 사실성 있게 욕도 섞어 쓰고 그래야 현장감이 살지. 감수성을 자극하는 데가 있는 우정 이야기로 스토리 자체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친한 친구 재준이를 하루 아침에 교통사고로 떠나 보낸 유미의 감정이 절절히 다가왔던 터라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읽으면서 미운 정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계속 보다 보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던 그 말들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지금보다 그 시절 썼던 말들이 덜 날카로우면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대왕이라니. 우리 같으면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욕부터 하고 볼 텐데 말이다. 조금 더 책장이 넘어가고 나서는 작가를 그렇게 원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이니까 2004년 청소년들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뿐이니까,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들었다. 2039년이 되면 2019년의 우리 모습 역시 똑같이 촌스러울 테니 말이다. 생각이 바뀌게 된 데에 재준이의 순박한 이미지와 유미의 틱틱대면서 마음 여린 츤데레적 면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건 안 비밀이다. 그냥 둘의 성격이 갈수록 그 말과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감상에 절어 있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낭만적이었던 2000년대 초에 그 두 사람은 잘 들어맞는 캐릭터였다.
    사실 내가 청소년 문학에 있어서 현장감을 민감하게 따지는 사람이라서 그렇지 그런 거 신경 안 쓰면 처음부터 감동적으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만약에 신경을 쓰더라도 재준이랑 유미의 매력에 곧 빠져들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슬프지만 중간중간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매력적인 소설이니까 많이들 읽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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