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효원인 감동공유

2021.12.01

내용 우리 대학교 학생이 자신이 직접 읽어 본 책을 추천함으로써 책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구, 선·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
추천 대상 도서 만화, 판타지, 선정적 도서, 무협지 등을 제외한 모든 도서
참여대상 부산대학교 학부생(휴학생 포함), 대학원생, 부산 지역주민(성인)
참여방법 온라인 응모(http://onestop.pusan.ac.kr)
– ‘스마트학생지원시스템’ 로그인 > 비교과 > ‘효원인감동공유’ 응모
선정내용 학생들이 응모한 추천서 중 우수 추천서 100건 선정
2021년도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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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로 살기 위한 고투
학과: 미술학과, 이름: 윤*현,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우리는 입시 제도에서, 취업 시장에서,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마저도 자기소개를 주문받는다. “온화한 어머니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학창 시절 지각은 해본 적이 없고...”와 같은 문장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고, 면접관의 눈에 띄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를 이해시킨단 말인가.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취업 준비생의 약 93.8%가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답했고, 증상은 우울증이 가장 두드러졌다. 필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존감을 높일 방법이라 생각한다. 타인에 의해 부정당하지 않고 자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은 자아의 속성을 소개함으로써 ‘자아를 제대로 알자’고 주장한다.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사진 자료를 적절히 섞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총 6장에 걸쳐있는데, 1장에서는 자아와 관련된 기본적인 키워드의 정의를 내린다. 이때, 나는 곧 타자이고 타자는 곧 나라는 이론이 등장한다. 나는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낯선 나의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2장에서 ‘낯선 자아’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낯선 자아 또한 내 모습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둘의 경계를 나누고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예를 들면, 우울하고 자신감 없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 그것 또한 내 모습이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자신을 자책하고 부정할 것이다. 물론,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3장에서는 자기기만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속이는 모습이야말로 자아실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4장에서는 상상하는 자아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로,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것을 생각의 형태로 형상화할 수 있다. 상상은 곧 걱정으로까지 이어져 자아를 병들게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게는 사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힘이 필요하다. 5장에서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자아에 대해 소개한다. 자아를 변하게 만드는 것은 외모, 활동성, 성격 등이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예, 돈, 쾌락이 행복과 상관없는 것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아와 육신의 관계에 관해 설명한다. 우리는 건강한 신체는 물론이고 우리의 혼(인격, 성품, 소질, 지식, 지혜) 또한 잘 돌보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가 내 욕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한때 MBTI 성격유형 검사가 유행이었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간단한 심리 테스트의 형태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를 몇 가지의 큰 특성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의 자질을 찾아 실전에 적용해볼 차례이다.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제목: 잊지 않도록, 기억하도록
학과: 제약학과, 이름: 나*경,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최근부터 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의 이야기’, 줄여서 꼬꼬무라고 많이 불리는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데 조금은 다른 점은 영상 자료들이나 해설보다는 동시에 마치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구성해 묘하게 몰입도를 높인다. 이야기를 듣는 친구의 반응이 내 반응과 비슷해서 재미있기도 하고, 더럭 화를 내주는 장면에서 속이 시원해질 때도 있었다. 얼마 전 1995년 서울 강남에 있었던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었고 너무 흥미롭게 봤다. 지금으로 치면 더 현대 서울이나 갤러리아 백화점 정도였으리라 추측한다. 그곳이 단 10초 만에 무너졌다. 한순간에 수백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대한민국 온 국민에게 자잘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람들은 특히 그런 사고에 더 반응하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기술이 발전한 문명사회에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오지나 인적이 드문 곳도 아니고 사람이 넘치고 온갖 기술자들만 있어서 가장 발전돼있다고 여겨지는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끔찍한 일이 생겼다는 것에. 이 책은 끔찍했던 그 날, 그 장소에 있었던 생존자가 우리에게 말하는 책이다. 호기심도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알게 될 점들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군가에게나 불행이나 힘든 점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꺼낼 수도 비교해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유치원생도 고민이 있어서 잠 못 이루던 밤이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난 모두가 작은 불행이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며 남들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 작가가 불행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뭔가 가슴이 저리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계속해서 스스로 말한다.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해할 수 없었던 거다, 앞뒤 맥락 없이 닥쳐온 불행을 보며 할 수 있는 생각은 정말 저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뭔가 무력감을 느꼈다. 나도 가끔은 유명인들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나, 재해로 인한 대형 인명 피해 사고 뉴스를 보면 참 인생이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그들의 성별과 나이, 사연들을 들어보면서 사고 날 그들의 하루에 대해 상상해본다. 몰랐겠지,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렇게 될 줄은. 하면서 나도 적어도 사흘간은 마음속에 돌덩이 하나를 안고 살게 되는 것 같다. 분명 그들은 내 존재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내 나름대로 추모 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생전 모습들을 추적하면서 아쉬워한다. 작가는 사고 이후로 무감정 상태에 빠졌었다고 한다. 무얼 봐도 공감되지 않고 덧없이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보육원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고 삶을 조금씩 살아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이나 학창시절이면 어른들이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모습이나 학생들이 서로 떠들며 웃는 모습을 보면서 너희의 에너지가 참 좋다고 하시던 말을 들을 땐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분명 각자의 사정이나 어려움은 있겠지만 아이들이 주는 밝고 알찬 에너지나 아우라 같은 것들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수필들보다도 작가의 필력이 좋다는 것을 크게 느꼈던 것 같다. 뭔가 날 것의 감정이 잘 드러나면서도 글 전체는 잘 다듬어져 있어서 공감하기도, 짐작하기도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칼럼을 기재할 때에도 늘 하고 싶은 말들이었기에 큰 고민 없이 글을 단숨에 써 내려갈 수 있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와 같은 느낌이려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그녀의 칼럼 연재는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이어졌다. 그녀가 더 침묵하지 않기로 한 데에는 세월호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대중 심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늘 한 발짝 물러서 보고 있는 나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상하리만치 신기하다. 이런 말이 적절하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실제로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는 타입이다. 살아오면서 그냥 나한테 관심이 더 많고 남이 좀 덜 보이는 유형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가끔은, 특히 최근에는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우주먼지 같은 한 사람의 생각들이 바뀌는 것이 결국 전체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다. 책은 그런 면에서 좋은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우리가 계속해서 이 비극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Достоевский,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2012

제목: 세상과 ‘나’를 이해하려는 질문
학과: 중어중문학과, 이름: 진*정,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누구나 한 권쯤 깊은 인상을 받아 두고두고 읽는 책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죄와 벌>이 그 중 한 작품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네 번을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성찰할 주제가 매번 새롭게 생기는 작품이어서, 누군가 꼭 고전문학을 한 권 읽어야 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죄와 벌>은 방대한 양에 비해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작품으로, 자신의 사상에 사로잡힌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벌’을 받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제목에서 ‘죄’는 러시아어로‘overstep’, 선을 넘는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세상을 범인과 비범(非凡)인, 다시 말해 인신(神)과 일반인으로 나누어 생각했고 자신을 비범인이라 생각해 직접 정의를 실현하려는, 마치 신과 같은 행위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는’행위를 한 것에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목의 의미와 더불어 라스콜리니코프의 사상과 행동에서, 삶을 살아가며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과연 정의는 무엇이며, 나는 특별한가? 라스콜리니코프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여 그 돈을 쟁취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은 비범인이기 때문에, 마땅히 그러한 정의를 스스로 집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각자 학습된 신념을 토대로 정의를 ‘정의’하고 이를 실천한다. 현재에도 라스콜리니코프가 주장한 공리주의적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각자 옳다고 믿는 정의를 실천함에도, 세상은 그렇게 평화롭고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각자의 정의는 무엇을 위한 것이고, 그 정의는 맞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 <죄와 벌>을 읽으며, 매번 라스콜리니코프의 신념과 논쟁하며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각자의 정의들로 만들어진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죄와 벌>을 읽고 이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한편 첫 번째 질문은 비록 결론을 내릴 수 없었지만, ‘나는 특별한가?’에 대한 질문은 나름의 결론을 내렸는데, 나는 고유할 뿐, 특별하지는 않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특별하다는 단어는 많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이러한 특별함의 착각에 빠져 살인을 저질렀고, 벌을 받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그 착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과정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특별함의 착각의 빠지지 않고 단지 고유한 존재로서 개성을 가꾸어나가고 선명해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이렇듯 내가 한 질문과 고민 이외에도, <죄와 벌>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틀 속에서 많은 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는 불후의 고전인 <죄와 벌>을 읽고, 삶의 여러 요소에 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제목: 숨을 돌리게 하는 글들이 적힌 책, 지지 않는다는 말
학과: 건축학과, 이름: 정*진,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최근까지 어떤 마음의 불안감을 지니고 산 적이 많았다. 그런 불안감이 없어진 것이 비단 이 책 때문만은 아니지만, 짧은 글들로 구성된 글들을 읽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졌다. 각 챕터들이 이어지는 글이 아니어서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가며 읽었다. 그러다 읽는 글들마다 행복감과 때로는 교훈을 주니, 처음부터 차례로 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인 것만 같은 사회 속에서, 이 세상은 내가 바라보기에 달려있다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많은 글들 중 몇 가지 내용은 나와 하나가 되어 나에게 영향을 준 말들이 되었다. 이를테면, 계획 세우는 것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계획세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 계획이 실행되는 것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계획을 세우며 그것을 달성한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재밌었던 것이다.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로는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나를 마주할 때 지칠 때도 많았다. 김연수 작가는 비유를 하며 글을 썼다. 계획을 세우는 현재의 나는 '갑', 계획을 실행할 미래의 나는 '을'이라고 말이다. 계획을 실행해가는 '을'의 입장이 된 나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결국 더욱 갑질을 할수록 미래의 나를 더 힘들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 작가의 글들은 이런 식이다. 내게 너무 좋은 방식들을 알려주곤 했다.
처음 책 제목인 '지지 않는다는 말'을 봤을 때, 지지 않는다는 말이 뭘까?
남들에게 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아무도 지지 않는 달리기를 비유로 하는 말이었다. 달리기는 누구나가 열심히 달린다. 그 행위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그저 달리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지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응원해줄 수 있다. 매일 달리기를 하면 어제보다 달리기가 더 쉬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 삶 속에서도, 각자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못하고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달리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미래가 불분명하더라도, 오늘을 달리는 나는 여전히 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걸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할까, 덜 힘든 일을 선택해야 할까 많은 고민이 들었던 요즘이다. 덜 후회할 선택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계속 달리기를 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얻으며 위안을 받고 조금씩 꾸준히 오늘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제목: 정상적으로 살아보아요, 우리
학과: 제약학과, 이름: 나*경,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작가의 공황장애 경험을 글과 작은 컷 만화들로 잘 담아내어서 정신 건강 의학 도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입문서로써 추천하고픈 책이다. 공황장애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개 TV 속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가 '연예인 병'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것을 보는 것이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내게 비밀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많이 놀랐었고 간혹 그 사람이 예상치 못한 행동이나 언행을 해서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내게 오히려 털어놓아서 홀가분하다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까지 이해해주는 나에게 고마움을 나타냈었다. 나 또한 각자가 가진 성향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증상들을 보면서 생각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안쓰러움과 동시에 도움을 주고픈 마음에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따금 내 마음이 못나질 때면 그들의 행동을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는 스스로에 놀라기도 했다. 이런 나를 보면서 공황장애를 덤덤하게 고백한 사람들의 용기과 노력을 높이 평가해야 함을 상기해볼 수 있었다. 마음의 병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거나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작가는 마음의 병을 겪을 때 누군가 “나도 그런 적 있어.”,“사실 나도 너랑 같은 일을 겪었었어.”라고 말해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나만 겪을 수는 없지!’라는 비뚤어진 마음이나 나만 힘든 게 아니라서 안도하는 태도가 아니라 마음의 병은 계절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것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주는 안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겪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봐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었다. 국내의 유명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나 배우들은 각자의 소속사가 추구하는 분위기나 느낌들이 비슷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JYP의 아이돌들은 인성이 좋고 과거에 일으킨 말썽이 적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JYP 소속 걸그룹 ITZY가 나와서 회사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해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지 못했던 연습생들에게 필요한 여러 교양 및 역사, 언어 과목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주기적으로 심리 상담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릴 적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과 외모에 대한 집착, 무리한 다이어트와 사람들의 질투 어린 시선들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잘 고려하고 이해한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사람들은 기분이 처지고 집중이 되지 않을 때면 스스럼없이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치과나 내과를 찾는 것만큼 정신과의 문턱이 낮은 것은 아니기에보다 열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심리 상담이나 정신 건강에 대해 돌보지 않는 것이 더 정상적이지 않은 것임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나는 약학대학 6학년에 재학 중이며, 올해는 실습생으로서 약국, 병원에서 실습을 진행했다. 내가 앞으로 대할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하나가 약해지면 다른 하나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인성, 스트레스성 질환이 많은 만큼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힐 수는 없어도 나는 환자들에게 적어도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위로가 되며 치료에 도움이 되는 말을 건네고 할 수 있는 약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온 저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그녀의 일상생활로의 회복과 치료에 관해 관심을 두고 함께 한 주치의의 태도의 중요성과 적절한 자세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데에 있어서 작가는 고통에서 회피하지 않고 벗어나려고 애쓰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연습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슬픔과 눈물, 우울의 과정들 모두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것이라고 해서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을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공황이 나의 인생을 더 행복하게 바꿔주었다는 작가의 말을 이해하고, 나아가 자연스럽게 주변인들과 함께 마음을 들여다보고 챙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제목: 자기만의 ‘추천의 글 제목’을 정해주세요.
학과: 영어영문학과, 이름: 박*영,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사전에 의하면 ‘늙은이’를 뜻하는 은어인‘꼰대’, 이 단어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노인들의 시선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해줄 책이 있다. 거기에다가 국내, 해외 여행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이다.
이 책은 부산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그리스, 러시아, 라투아니아, 일본,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다양한 유럽국가들을 비롯한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배낭여행하고 쓴 책이다. 할머니께서는 친구들,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있었던 재미있었던 사건, 예를 들면 리투아니아 터미널에서 있었던 피자와 맥주사건, 어느 호텔에서 있었던 체크아웃 사건, 미니바 사건 등과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정말 우리들의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해주시는 느낌으로 이야기 해준다. 특히, 할머니들만의 특유의 친화력으로 외국 사람들과 친해지는 모습, 그리고 어떤 청년이 아줌마가 아닌 할머니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 지나온 세월들 되돌아보는 할머니의 모습 등은 우리로 하여금 할머니들이 느끼는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자인 할머니께서는 여행을 가는 이유가 마냥 새로움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가서 집에 돌아왔을 때 평화로운 일상을 보며 내가 사는 이곳이 주는 행복감을 깨달을 수 있기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 구절이 제일 인상 깊었다. 나도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하신 이 말씀은 정말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진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류성룡 2020

제목: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학과: 물리학과, 이름: 조*현,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당시 조선의 재상으로서 국가의 위기 극복에 큰 기여를 한 류성룡은 전란 중에 임금을 따라 피난길에 나섰고 방어책을 세우고 군무를 담당했다. 전쟁 시기의 조정과 군무, 백성과 전쟁터의 상황 등 몸소 체험한 것들을 기록하여 징비록을 남겼다. 그는 지난 일을 경계하여 앞으로 후환이 생기지 않게 대비하도록 징비록을 지어 후대에 반성의 거울로 삼고자 하였다. ‘징비록’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시경》 소비편에 적혀 있는 “내가 지난 잘못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징(懲)이라는 글자는 “아픈 적이 있어서 경계할 줄 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왜란으로 인한 상처를 되새기며 류성룡은 다시는 조선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대비하고자 이 글을 쓴 것이다. 또한 징비록의 자서에 “난중의 일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적었는데, 스스로 반성한다는 의미도 책에 포함되어있다. 임진왜란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임금은 도성을 버리고 피난을 갔고 7년 동안이나 이어진 전쟁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으며 옥토였던 강산은 황무지로 변했다. 징비록은 전쟁의 배경, 전투 당시의 상황, 조선·일본과 명나라간의 외교 관계, 주요 맹장에 대한 묘사와 전투성과, 이후의 백성들의 생활상 등 임진왜란에 대한 총체적인 기록이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주요 직책을 역임한 덕분에 당시 보고된 문서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징비록의 집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류성룡 개인이 경험하고 느낀 바에 다양한 자료를 추가하여 비교적 객관적이지만 역해자들의 풀이가 더해져 보다 더 쉽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징비록은 역사의 통절한 실패를 경험한 옛사람이 그 실패를 후손들이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책이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실패에 노출되어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 400여 년 전 징비록에 새겨놓은 뼈저린 반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가 직면하게 되는 위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문제에 대한 해답은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징비록에는 전쟁뿐만 아니라 천재지변이나 인재를 수습하고 극복하는 지혜, 위정자들의 올바른 위기 극복의 태도, 사회구성원들의 책임지는 자세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담겨 있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삶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 분명히 전쟁의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정치인들은 이를 자신들의 정치 집권 수단으로 소모할 뿐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전쟁 중에도 목숨을 부지하기위해 도망치기 바빴다. 그리고 전쟁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장기화된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서민경제가 힘들어지고 미중갈등 같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이런 민생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당리당략만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임진왜란 때의 위정자들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징비록을 보면서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다. 그 과거의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징비록을 통해 아무리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더라도 명확한 주관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제목: 착한 펭귄도 사나운 펭귄도 이상한 펭귄도 모두 용감한 펭귄이었다.
학과: 일반인, 이름: 허*연,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결국 인간이나 펭귄이나 자식을 지키려는 마음,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이었다. 살아내기 위해서 현재 나에게 닥친 두려움을 이기고 문제를 해결해서 살아남는 것이고, 위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또 한없이 약한 생명들인 것이었다.
남극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펭귄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알게 되고 또 작가의 SNS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남극에 있을 두려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살아있는 눈동자를 가진 펭귄들을 상상하다가 문득 아쿠아리움에 있는 펭귄들이 보고 싶어졌다. 남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펭귄들과 달리 수족관의 펭귄들은 그저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식사시간이 되면 사육사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좁지만 안전한 공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땅 끝에서 미끄러지면서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을 즐기고 또 종종 걸음으로 의미 없이 오고 가기를 반복하는 생활들...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무섭고 위험한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도 않았고 무료하게 반복되는 안정된 생활 속에서 그냥 그렇게 살아온 거였다. 나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는 중이다. 40 대가 되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고민하며 자라는 모습을 보며 함께 나도 지난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날들을 위해 내가 무얼 해야 하나, 무얼 할 수 있을까 하는 구상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해빙(海冰)의 끝에서 퍼스트 펭귄이 되어서 바다로 입수하는 행동이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는 몰랐었다. 그저 바다수영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해빙의 끝에서 퍼스트 펭귄이 되면 망설이다 슬그머니 뒤로 가고 누군가 용기를 내어 입수를 하면 다함께 무리지어 들어가서 먹이를 구해오는 일이 참으로 대단하고 놀라웠다. 나도 작가처럼 “나는 얼마나 펭귄들만큼 용기를 내며 살고 있나” 문득 생각해 보았다. 날마다 자신들을 노리는 포식자가 기다리는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우리도 매일 아침마다 새롭게 또 치열한 일상을 살고 있는 거라고.... 남극에 방문하는 연구자의 수도 늘어나고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펭귄의생태와 개체군 유지에 대한 연구들이 이들을 지킬 수 있는 일이 되는 거라 믿으면서도 어쩌면 오히려 사람들의 방해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단 작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동물들의 터전에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낯선 동물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들을 즐거운 경험이라고 하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러니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동물들에게 감사하고 최대한 흔적없이 지내고 돌아와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 만약 남극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으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끔찍한 냄새와 강한 바람과 추위를 알게 되었지만 착하고 사납고 이상한 펭귄들을 직접 눈앞에 마주 한다면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에 박수를 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더욱 잘 해 나갈 것이다.
남극의 자연 앞에서 늘 겸손하며 “Nobody knows.”를 외친 것처럼 나의 앞날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제목: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학과: 언어정보학과, 이름: 정*리,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자신의 전공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져본 적이 있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의 제목인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곰곰이 살펴보면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 않으면 무엇을 보는가? 라는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천문학자라고 한다면 한밤중에 거대한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별이나 행성, 위성 등 우주를 관찰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묘사하는 천문학자는 일반적인 상상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전공을 대입하여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나의 상황을 적용하여 ‘언어학자는 글자를 보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과연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 것인가 하며 한 번 쯤 고개를 기울여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반드시 취업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사회, 혹은 전공과는 무관한 일터로 떠나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과 같이 정답이 없는 사회에서 각자만의 답을 찾아가는 우리들을 위로해준다.
복잡한 낮보다 한적한 밤의 연구실을 좋아하는 저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래밍을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고요한 시간 속에서 우주을 떠올리기도 하고 과거와 미래를 그려보며 고민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유의 시간 속에서 정리된 천문학적 현상과 관련 사건들은 저자만의 언어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흥미롭게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인문학도가 읽기에는 어려웠던 과학 서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천문학적 지식을 인간의 삶에 비유하여 이해하기가 쉽고, 그러한 공통점을 찾아보면서 상상의 폭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프로젝트와의 끝없는 전쟁을 치르는 현실적인 연구책임자이자 순수 학문에 몰입하는 학자이며, 누군가의 부모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자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저자가 말해주는 경험담은 책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의 접근은 때로 신선함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고 해답을 함께 찾아 나가려 한다. 그리고 젊은 청춘들이 시간과 열정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을 비롯하여 독자들에게까지 대학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특히, 제1부 제6장‘Re)교수님께’는 교양 수업의 교수로 있었던 저자가 성적 정정 문의나 출결 관련 메일을 받고 그 답장을 보낸 내용을 묶어놓은 부분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교수님께 여러 사정으로 메일을 써 본 대학생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을 넘어 하나의 인간으로 보고 그를 이해하며 써 내려간 답장은 그동안 메일로 받아보지 못했던 인간 존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나아가 교수자의 입장이 되어서 학생을 생각해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여 준다.
태양의 중력을 받을 수 있는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는 정반대의 어떤 곳으로 향하고 있는 보이저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향하여 한 번 돌아보고는 우주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망망대해 우주로의 여정을 떠나는 보이저호의 모습이 마치 우리들의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게 느껴진다. 우리는 천문학을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인생에 대한 고찰을 수행하는 동시에 보이저호의 이야기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노래의 한 소절처럼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따라서 그 의미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언급해보고 싶은 것은 신념에 대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려 나가 마침내 꿈을 달성해내는 영웅담을 선호한다. 서점과 도서관에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만 보아도 계획을 세워 밤낮으로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저자는 처음부터 천문학자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천문학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박사 학위라는 연구 면허를 따게 되었고, 본인이 할 일은 연구 면허가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하며 누구나와 같은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뿐이라 말하는 것도 그동안 봐왔던 저자들과는 다른 점이다. 그래서 더 시선이 머물게 되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아사다 지로 2000

제목: 철도원의 일 그리고 우리의 일
학과: 국어교육과, 이름: 김*수,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누구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은 있다. 자부심 또는 책임감이 없다면 그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원>이라는 책에서는 한 남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철도원’이다. 철도원은 기차가 들어올 때 깃발을 올리고 정확한 시간에 기차를 출발시킨다. 1초도 늦지 않도록 항상 시간을 엄수 하는 일이 바로 철도원이다. 그는 한 가정의 아버지인데 아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결국 가지 않는다. 우리라면 바로 아이가 아프다고 회사를 빠져나올 텐데 그는 깃발을 들고 내린다. 아이의 엄마이자 부인은 그에게 아이가 아플 때도 당신은 깃발을 들고 마중해야 하냐며 화낸다. 자신의 딸을 잃고 가정을 잃었어도 그는 계속 철도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는 걸 보았다. 처음에는 옆집 손녀인 줄 알았는데 그 아이가 점점 커서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로 환상이다. 어렸을 때 죽은 딸이 점점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환상으로 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을 먹으며 그 환상을 끝난다. 다음 날 아침, 새하얀 눈이 내리는 곳에 그는 깃발을 손에 쥔 채 죽어있었다.
이 이야기를 보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된다. 사실 현대에서는 이제 볼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가족을 넘어선 그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히 맡은 바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내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있겠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철도원이라고 본다. 오래된 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이제야 더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일에 대한 무력감,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는 딸이 죽었을 때, 화목한 가정이 붕괴됐을 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항상 있는 그 자리에 서서 또 기차가 들어오면 깃발을 내리고 기차가 출발하면 깃발을 올렸다.
우린 워라밸, 주4일제 등을 많이 말하고 논의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당연히 효율적인 일의 방법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하면 안 되는 점은 있다고 본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 내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철도원’이라는 책은 내가 책에 나오는 철도원처럼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우리도 일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을 갖자는 이야기로 끝낸다고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각자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가 우리 일을 사랑할 때 결국 나 자신도 존재하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의 이런 마음을 공유하고자 이 책을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2021 효원인 감동공유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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