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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분과 전체 작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출판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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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작은 것을 들여다 보고, 가장 먼 곳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지금. 오늘날의 문명은 과학 혁명이 일으킨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한 척의 돛단배와 같다. 과학 교과서들은 알려준다. 누가 최초의 바람을, 또 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람을 이어왔는지를. 하지만 교과서가 말해주지 않는 맥락을 이 책은 보여준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는지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양자역학의 선구자이다. 그가 풀어놓는 수십 년 간의 이야기뭉치들은 집단지성의 위대함, 혹은 비범한 천재의 업적으로만 평가되는 데에 그칠 수 있는 '끊임없는 탐구와 고찰이 빚어낸 역작'에 얼개를 달아주고, 과학사에서 인간이 남긴 족적을 커다란 연관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가 동료 학자들과 나눈 뜨거운 논쟁을 보면 깨닫는 바가 많다. 발견은 확실함 속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불확실함 속에서 모호함을 조금씩이나마 덜어내고, 마침내 자명함을 얻고 나서 도달하는 지평이라는 것. 과학자의 태도로 그가 남긴 유산과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이로움은 물론이고, 놀라움까지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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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젠베르크를 여기서 만나니 매우 반갑네요. 부분과 전체는 고등학교 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마 집안 한 켠에 세월의 때가 묻은 채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텐데,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필히 즐겁게 읽을 듯 합니다.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열린책들 세계문학 152)(양장본 HardCover) 작가 오스카 와일드 출판 열린책들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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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간을 탈부착할 수 있는 능력자다. 간을 빼내서 외딴 장소에 숨겨 놓으면, 천적을 만났을 때 적어도 간을 빼먹힐 위험은 없다. 숨겨놓은 간이 도난당할 염려만 하면 될 뿐, '침묵하는 장기'인 간이 저절로 상해서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는 일은 없다.

    도리언 그레이 씨는 자신의 존재를 구성하는 '무언가'를 자신의 초상화에 심어 놓고, 그 초상화를 외딴 방에 넣고는 문을 잠가 놓았다. 그때부터 그는 '늙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다른 인물들이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주름살을 늘려 가는 동안, 그는 한결같이 청춘을 살게 된다.

    그가 꽁꽁 숨긴 초상화에는 '무엇'이 깃들어져 있었을까? 왜 그에게 영원한 젊음을 선사했을까? 그 '무엇'은 과연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탈부착한 간과 똑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얻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을 진정으로 늙게 하는 것은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 양심의 회초리를 맞는 일이다. 동시에 그것은 사람을 진정으로 성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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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적이네요. 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무엇가를 초상화에 심어놓고 문을 잠가놓았더니 늙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니. 그것이 무엇일지 심히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내가 주인공이라면 무엇을 심었을지 생각해봐야겠네요.
  • 상실의 시대 작가 촌상, 춘수 출판 文學思想社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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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연인'이라는 말이 있다. 인연이 오고 간다는 사실이 시원섭섭함을 남기는 데 그친다면, 연인이 있다가 없다는 사실이 아픔으로 남는 이유는 뭘까? 가수 헤이즈가 '젠가'라는 노래로 부르기도 한, 삶에서 연인이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를, 이 책은 무덤덤히 털어놓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연인'은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당연한 사이이기 때문에, 삶에서 특별하면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작가는 사랑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한다.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 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사랑에 관한 이같은 일리를 바탕에 두고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혹자는 사랑을 앞에 둔 이들의 행동을 두고 '암 걸린다'고 말하지만, 작가의 전제를 떠올려 보면, 이들의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 질곡 속에서 행해진 것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들 마음 속에는 어떤 형태로든 빈 공간이 있고, 그곳의 황량함이 생생하게 와 닿을 때 우리는 생각한다. "왜 이렇게 공허할까?" 결국 이런 의문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 얼마 못 가 새롭고 익숙한 의문이 머릿속을 점거한다. "사랑, 왜 이렇게 어려울까?" 어떤 이는 답을 찾아 문제를 극복할 것이고, 다른 이는 또 다시 '공허'에 관한 의문을 마주할 것이다. 이 책은 이같은 상실과 사랑의 순환 속에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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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을 읽은 분들의 다양한 서평을 보며 참 다양한 멋진 생각들을 하시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우울감과 충격적인 사건들에 집중했는데 이렇게 사랑에 대한 관점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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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하다는 착각 작가 마이클 샌델 출판 와이즈베리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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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화두 '공정'을 당신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기회의 평등, 아니면 절차적 평등? 오늘날 정치, 입시, 채용에서 지배적인 '능력주의 패러다임'은 약속합니다. 열심히 능력을 쌓는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능력이 중시되고 마땅히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그런데 과연 이런 사회를 두고, 공정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 패러다임'의 어두운 사각지대를 조명합니다. 예컨대 능력주의가 나눈 '공정한 경쟁에서의 승자와 패자' 그리고 '우월감과 열등감'. 이것은 부지불식 간에 현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쪽집게 과외를 받은 학생, 그리고 형편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독학을 한 학생의 수능 성적에는, 분명히 '개인의 고유한 능력' 이외의 변수가 존재합니다. 기울어진 경주로에서 벌어지는 경쟁, 그 속에 '완전한 승자와 완전한 패자'라는 구분이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분명히 우리들의 인식 속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불공정하게 배분되는 지위'임이 누구에게나 분명했던 중세 봉건 사회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증상과 고통이지요. 그때보다 우리 사회가 더욱 공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에 없던 구석에 불공정한 요소가 자리매김한 셈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를 바꿔 가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 '능력주의'.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모르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만 믿어야 할까요? 답을 얻기 위한 힌트를, 이 책은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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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버보이 작가 팀 보울러 출판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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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품. 해리포터가 마법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이 작품은 현실적인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순간들을 마법적인 색채로 그려낸다. 해리포터가 '대놓고 마법'이라면, 이 작품은 '은근히 마법스러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하나 꼽자면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오직 순환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강의 흐름을 좇아 가는 동안, 독자는 어느 순간부터 '영원함'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순환 과정 속의 찰나'가 주는 감각에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과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해리포터와 이 작품 둘 다 '시작에서 끝으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다. 두 작품 다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해리포터가 마법이라는 비현실적 수단을 동원한다면, 이 작품은 삶의 순환을 지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순간이 마법처럼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리포터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면, '리버보이'는 삶의 감각을 키워준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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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이 책이 꽂혀있는 걸로 아는데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아직도 판타지 장르의 영상이나 책을 좋아하고 마법을 좋아하는데 현실 속의 순간들을 마법적으로 그려낸다니 흥미가 가네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집에서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어디에서든 자주 보았던 책인데, 서평을 읽으니까 꼭 읽어보고 싶네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오직 순환한다. 저는 이 구절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영원에 대해 기대하게 되고 불안하게 되는데,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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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 레플리카 작가 윤이형 출판 문학동네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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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사람마다 내리는 정의도 다르고, 쉽사리 정의 내릴 엄두도 나지 않는 두 글자. 그럼에도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가 늘 '절반은 먹고 가는 장르'에 들어가는 이유는, 그만큼 대중에게 강렬하고 광범하게 와 닿는 소재가 없기 때문일 테다.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몸과 마음에 새겨진 추억이 우리를 납득시키고 작품의 풍미를 더해주는게 아닐까.

    이 책도 사랑을 소재로 쓰여졌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사랑은 멜로, 로맨스 같은 장르의 작품들과 달리 매끄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직접 경험해 본 사랑의 순간들과 닮은 구석도 더러는 있다. 다만 익숙한 프레임에 구겨넣기엔 툭 튀어나온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 낯설음과 특이함은 일반적인 문학과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곱씹어 보게 한다. "그래 이게 사랑이지!"가 아니라 "그래? 이게 사랑이라고?"

    일반적인 드라마 속 이야기가 사랑에 관한 기존의틀을 강화하는 반면, 이 책의 이야기는 그것을 초월한다. 우리에게 생소한 땅에서 싹 트고 있는 갖가지 사랑을 보고 있자면, 어설프게 흉내내다가 실패한 사랑으로 볼 지, 그 세계 속에서는 또 하나의 사랑으로 볼 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익숙한 사고방식을 지키면 이들을 '레플리카'가 되고, 이들을 고유한 사랑으로 인정하려면 한 발 물러서서 넓게 바라봐야 하는, '사랑이 뭐냐'고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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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사랑과는 달리 낯설고 특이한 사랑을 다뤘다니 정말 궁금한 책이네요. 사랑을 다룬 책들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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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작가 세라 스튜어트 존슨 출판 을유문화사 나무팽이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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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들 중에 한 곳이라도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어렸을 적 밤하늘을 볼 때 떠오르곤 하던 궁금증이었다. 풀리지 못한 채, 그러려는 시도로 이어지지도 않은 채, 어느 순간부터 소멸해버린 물음. 그 의문을 해소하는 일에 진지하고 집요하게 임하는 사람이 있다. 답을 찾기 위해 지구 밖으로 시선과 정신을, 그리고 탐사선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쓴 이야기다.

    '화성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 만큼,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은 지난 날의 과학자들과 그들이 공유한 지식을 향유하는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는 상당했었다. 꾸준함으로 얻은 관측 데이터와 정교함으로 얻은 탐사 기술의 역사는, 화성 연구의 역사와 결을 함께 했고, 이는 과학자들에게 있어서 기각과 가능성의 순환, 좌절과 설렘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세대를 거듭해오며 먼지구름으로 뒤덮인 행성에 대한 선명한 정보를 쌓아올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은 넌지시 보여준다. 그들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돌덩이에서 무엇을 떠올리는지, 아직 베일 너머의 실체가 묘연한 행성과 최대한 닮았을 법한 장소에서 어떤 실험을 하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항해를 성공시키기 위해 얼마나 최적화를 하는지를 볼 수 있다.

    SF소설, SF영화할 때의 그 'SF'가 의미하는 '공상'이라는 특징은,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놀라움을 주다가도, 그 내용 자체가 허구라는 사실 때문에 김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마션>에서 묘사되는 구체적인 과학적 배경 역시 지금처럼 사실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한낱 '공상'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 책이 다루는 역사가 계속 이어지는 한, 영원한 공상은 없을 것이다. 공상에서 실재로, 미지에서 기지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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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 출판 열린책들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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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는데, 버스 정류소 앞 벤치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아 있다. 그 새가 비둘기일 때보다, 앵무새일 때 당신의 시선은 더 오래 그곳에 머무를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눈에 띄는 존재들이 있다. 앵무새는 그런 존재의 상징이다. 1930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다룬 이 책은 앵무새에 관한 사뭇 익숙한 이야기이다.

    앵무새는 듣기 좋은 소리를 낼 뿐, 농작물이나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부지불식 간에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50년대 중국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는 독재자의 말에서 시작된 참새 죽이기 운동과 닮아 있다. '해로운 새 판별'의 주체가 개인이냐 다수냐 하는 여부만 다를 뿐이다. 저자는 한 변호사의 입을 빌려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이 책 속 앵무새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시선과 어떤 태도를, 그들을 눈앞에 두고 선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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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 죽이기\'가 인종차별에 관한 소설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저는 읽어보지 않았고 제목의 앵무새가 그런 의미를 가진 줄 몰랐네요. 차별과 혐오는 현재 사회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차별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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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운 천국 작가 유지혜 출판 어떤책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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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국. 얼굴을 절반 이상 감싼 마스크 너머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만 보게 되는 요즘. '해도 될까?'는 줄어들고, '해야 할까?'만 늘어나는 것 같은 시국. 온갖 종류의 제약만 눈에 들어오는 이때에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

    작가는 유럽, 미주를 비롯한 해외 여행을 가고 싶을 때마다 가는 여행 작가다. 얼핏 보기에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뒷받침된 상황에서 남긴 이 여행기가 '쉬운 천국'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일 지도 모른다. 이런 선입견을 갖고 책을 접한 필자의 오해는 어느 순간부터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집필이 일이 되었고, 여행지가 제2의 집이 되어버린 작가에게 '그녀에게만 쉬운 조건'이라는 잣대를 씌우는 것은 불공정하지 싶다. 제한된 동선으로 삶을 영위하는 요즘의 우리들과 책 속의 작가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활동 범위가 아니라 오히려 활동 방식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일상에서 일탈의 재미를 발견하려는 사람, 홀로 떠난 여행에서 자신을 발견하든 타인과 교감하든 충만함을 안고 돌아오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잠들기 전 이 책을 집어들면 그때부터 그곳은, 이미 쉬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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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출판 창비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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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이 이 소설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순한 맛을 즐기는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싯적 그토록 먹기 싫던 콩자반을 억지로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의 탓은 아니다. 겨우 목으로 넘긴 콩자반이 그랬듯, 이 책도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유익한 경험이었다.

    표현이 껍질이고, 내용이 그 속의 알맹이라면, 이 책의 진면모는 알맹이에서 드러난다. 채식주의, 인간 본성에 내재한 폭력을 혐오하고 기피하는 인물의 행동이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모순. 심미주의, 자기 안에 있는 예술혼을 발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욕망이 역겨움을 유발하는 모순. 이같은 모순들은 채식주의나 심미주의의 보편적인 특징은 아닐 테다. 책 속의 인물들이 극단적으로 그런 사조에 매몰되고 집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극단적) 채식주의자'라고 읽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스스로 극단적이라고 말하는 인물은 이 책에 없다는 것이 '**주의'의 위험성 아닐까.

    아침드라마의 김치싸대기 저리 가라 할 극단적인 전개가 이 소설의 끝인상이다. 드라마와 소설에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화면을 통해 직접 장면이 전달되는 반면, 소설은 저자의 문체를 거쳐 간접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곱씹어 보면 이 책의 알맹이가 껍질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하지만 껍질의 매운 맛에 혀가 마비된 탓인지, 알맹이가 덜 맵게 느껴졌 것 같다. 말 그대로 '진창'까지 가버리는 삶의 이야기. 씹을 때는 몰랐지만, 삼키고 나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알싸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콩자반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땡초였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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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포터: 불의 잔. 4 작가 조앤 K. 롤링 출판 문학수첩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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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 불의 잔"은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몰입해서 읽은 에피소드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난 후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방식으로 작가가 묘사를 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이 훨씬 먼저 나왔으므로 그녀가 그것을 의도했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눈에 담은 장면들이 일종의 밑그림이라면,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풍부한 묘사는 채색과 장식이라 할 수 있었고, 일말의 과함도 없었다. 내가 발견한 모든 문학적 장치들이 다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한 가지 굵직한 얼개로 이어져 있었다.

    그 얼개는 바로 안전과 위험의 대비, 아직 어린 해리와 거대한 도전의 대비로 요약할 수 있다. 호그와트와 트리위저드 시합, 해리 포터와 그에게 주어진 여러 과제들, 그리고 그를 위협하는 어두운 그림자들. 그의 나이에서 그의 나이만큼을 더 살아온 내가 봐도 심장이 쫄리고 다 놓아버리고 싶을 법한 일들을 앞두고, 그가 마음의 부담을 느낄 때 마다, 그의 심장 박동과 팔 저림이 내게 전해지는 듯했다. 해리가 비범한 이유는 단지 그가 용과 싸워 이기는 마법사라서가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생물을 결국에는 몸소 맞닥뜨리고 이겨내고자 하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의 용기를 비범하다고 말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를 오해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용감한 주인공의 면모가 가장 부각되는 에피소드였고, 가장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사물, 사건의 성격이 전혀 모호하지 않고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는 점에서 쉽게 읽히고, 등장인물과 그 상황에 몰입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너무 짜지는 않고 자극적인 매콤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영화를 먼저 보고 읽는다면 더욱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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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포터를 영화만 봤지 책으로 읽지는 않았는데 이 서평을 보니 책으로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에 시간되면 전집 다 읽어봐야겠습니다.
    • 저도 4권 불의 잔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책 해리포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입체적인 주인공들과 세밀한 묘사, 그리고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재밌는 사건들의 전개 인 것 같아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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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양장본 HardCover) 작가 파울로 코엘료 출판 문학동네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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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륜. 참 입에 담기 곤란한 말이다. 중세 기독교 사회 단테의 저작 "신곡"에서는 이를 저지른 자를 지옥에 넣어버리고, 십여 년 전 방영된 tv시리즈 "사랑과 전쟁"에서는 말미에 조정 위원회를 열어 불륜남녀들로 하여금 두 볼이 뜨겁게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은 불륜 행위에 대해 통설적으로 부여하는 도덕적 책망을 덜어내고, 인물의 상황과 감정 묘사에 집중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연금술사"를 읽을 때 인물의 심리 상태가 곧 배경이 되고, 배경이 곧 인물의 심리를 나타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도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자상한 남편과 어여쁜 두 아이들이 있고,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스위스의 한 여성. 그는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끌려 불건전한 만남을 계속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녀가 왜 그랬을까?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이 물음처럼 '왜?'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가능한가?'의 문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생생한 묘사를 듣고 있자면 혹시라도 그녀가 누군가에게 돌을 맞을 때 한 마디 변호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반듯하고 정갈해 보이는 그녀의 하루 속의 회색 단면,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온 새빨간 욕망, 그런 인상이 너무 강력했다. 그녀에게도,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전혀 모자랄 것 없이 잘 사는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확 이상한 말과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너 갑자기 왜 그래?"라며 추궁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기다려 주는 게 어떨까? 그 사람이 평소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속에 살아오고 또한 일, 주변 사람에게 사랑을 행해 온 사람이라면, 다시 그 존재의 따뜻함을 깨닫고 일어서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이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경험하며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게 된 일을, 나도 큰맘 먹고 따라해 본 적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내 세상이 잿빛으로 물든다면 다시 한 번 펼쳐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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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작가 삼, 박사 출판 작은씨앗 나무팽이 님의 별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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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tv시리즈 "스타트업"에 나와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를 연기한 배우 남주혁 분 같은 사람을 보고 너드(Nerd)를 이상형으로 꼽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수많은 너드들 중에서 그런 훈훈한 외모를 가진 분들 물론 많겠지만, 지나친 일반화와 환상은 독이 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너드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전형적으로 이르는 말'로 다소 경멸적이고 고정관념에 가까운 말이지만, 일부에서는 자긍심과 단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로 재정의하기도 한다. 주변에 이러한 사람이 없어서 너드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기시마 선생도 굳이 분류하자면 너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사회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 해서가 아니라, 흔히 너드가 그렇듯 자기가 몸담은 분야에,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하게 몰입한다는 그 점 하나 때문이다. 물론 책의 중후반부에 기시마 선생의 아쉬운 사회성이 드러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니 제쳐두기로 하자.

    이 책은 컴퓨터 관련 회사에 우선 취직이나 하고자 했던 주인공이 기시마 선생을 만나 공학 대학원생으로서 지도 받으며 자신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기시마 선생이 연구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 자신이 선택한 길을 올곶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학문을 대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면모를 발견한다. 그런 대목은 대학원을 지망하지 않는 나조차도 감화될 정도로 멋진 장면으로 다가왔다. 그 왜, 어떤 사람이든 열심히 일할 때 가장 멋있다고들 하지 않던가?

    학문에 대한 기시마 선생의 소신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학문에는 왕도가 있다. 여기서 왕도는 로열 로드(royal road)처럼 걷기 쉬운 지름길이 아니라, 용자가 걸어야 할 깨끗하고 옳은 길이다.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는 결국 그가 학문이라는, 다소 특수하고 전문적인 세계를 탐험하며 경험하는 일들, 요컨대 기시마 선생과 학문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인접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은 서로 일정 부분은 그 세계를 공유하면서도 나머지 부분은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세계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사회로부터 간섭받지도 않으므로, 오직 정직한 이들의 발자취만 있는 조용한 세계라 부를 수 있다.

    너드라는 표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이 표현을 비아냥대는 식으로 쓸 수도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은 그 표현에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독자적이고 특별한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모두가 사는 세계 전반의 변화는 주로 기시마 선생과 같은 너드들이 개척한 새로운 세계를 그 기원으로 한다.

    학문에 그다지 관심을 주기 싫은 날이라도, 고요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고 싶을 때면, 이 책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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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일이든 몰두하고 집중해서 완성해내는 사람의 모습은 참 멋있는 것 같습니다. 너드를 긍정적으로 정의한 작가와 나무팽이님에 공감합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저는 그런 너드들을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가시마 선생도 좋아하게될 것 같아요. 좋은 책 공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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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123 영어 공부 작가 이성주 출판 차이정원 나무팽이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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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손절한 지긋지긋한 영어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 토익, 오픽 등 어학 자격증 획득을 위해 전문 강사와 기본서가 추천하는 '효율적인 공부법'을 따라가 겨우 자격을 취득해도 내 '영어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 외국인을 접할 일이 더 많아질 텐데, 회사 면접에서 "저는 번역기가 조만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좋아질 거라 봅니다."는 대답으로 내 빈약한 영어 실력을 변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123 영어공부"의 저자는 영국 외무성이 수여하는 쉐브닝 장학금을 받고 석사 유학을 떠났다. 먼가 발음부터 느낌이 확 다른 엘리트의 영어 공부법인 것 같아 기가 팍 죽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북한에서 온 새터민으로 중학생이 될 때까지 알파벳 한 글자 몰랐다고 한다. 해볼 만 한데?

    이 사람이 추천하는 공부법은 1차적으로 외국 영화를 통한 영어공부로 시작한다. 읽고 있자면 추천 공부법이 막 따분하고 고되게 여겨지는 게 아니라, 따라하면 재미있을 뿐더러 효과도 좋을 것 같은 설렘이 생긴다. 그 세부 내용은 작가의 영업비밀이므로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대출해서 한 번 보기를 권한다.

    나도 유창하게 영어로 외국인과 자연스러운 대화 나누고 싶은데, 막상 미드 영드로 공부를 시작하려 해도 결국 자막 켜놓고 정주행만 실컷 하게 되는, 그렇다고 단어장을 우직하게 외워나가기엔 조금 미련해 보여서 꺼려지는, 영어 실력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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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법강의(2018)(16판)(반양장) 작가 이창희 출판 박영사 나무팽이 님의 별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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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은 법학 전공도 아니고 그다지 법에 호기심을 느끼는 타입도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한 사람의 유튜브 라이브를 본 경험이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동대 로스쿨, 변호사 인턴 tv프로그램과 미스터트롯 등 출연, 음원과 특허권 보유 같이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사람이라 관심이 가는데, 한 번은 그가 '자기계발서 좀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세법강의" 책을 보여주었다. 거기서 무언가 느낌이 꽂혀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법, 그 안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세법이라는 분야를 다루는데, 글쓴이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며 쌓아온 철학적 담론이 주를 이룬다. 세법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크게 효율과 공평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굳이 측정하자면 각각은 어떤 척도를 바탕으로 판단될 수 있을까?

    법 조항을 구성하는 몇몇 한자어조차 낯선 비전공자의 눈에 이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런 건 역시 법을 전공해서 법을 집행하고 평가할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사람들이 가장 큰 가치를 쳐 줄 이야기지만, 이 책이 다루는 세법의 범위 아래에서 남은 인생을 살게 될 한 사람의 입장에서도 유용한 책이다. 무전여행도 아닌 무전인생을 살 것이 아니라면 조세는 불가피한 의무가 될 것이고, 그것을 듬성듬성 이해해서 손해보는 것보다는 책에서 제시하는 물음에 집중하며 유기적 연관을 갖는 것이 장기 기억과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는 데 더욱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용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흥밋거리를 준다. 내 경우 경제, 정치 등을 법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신선한 깨달음을 주었고, 때로는 어떻게 이렇게 추상적이고 복잡한 내용을 결코 넓지 않은 지면에 충분히 담아내어서, 배경지식이 거의 전무한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지 놀랍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맨 처음에 소개한 그 다재다능한 사람이 이 책을 자신이 추천하는 '자기계발서'로 꼽은 나름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를 둘러싼 세상을 '법'이라는, 실질과 형식 측면 모두에서 강력한 줄기로 재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에 담긴 심도 있는 물음을 던지고 자신의 해답을 공유하는 작가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이 책은 물론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서적이지만, 여기서도 인문학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인정이 가득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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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손해 보지 않으려면 미리 공부하고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법전이 나오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용어들과 많은 조항들은 머리를 싸매게 하지요. 서평을 읽다 보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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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학강의를 들으며 정말로 법을 알아야 하는구나, 공부는 힘들어도 법학 강의를 수강신청해서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어렵고 복잡해보여도 결국은 우리 생활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법이니까요. 자기개발서로 세법교재를 추천하시다니, 엉뚱해보이면서도 실은 전혀 엉뚱하지 않은 진지한 추천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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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very Falling Star 작가 Lee Sungju 출판 Amulet Books 나무팽이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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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외무성으로부터 쉐브닝 장학금을 지원 받고 석사 유학을 간 한국인 이성주 씨. 그가 통한 것은 남한의 공항이지만, 유년시절의 그는 북한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았다. 쉐브닝이 어떻고 석사 유학이 어떻고 하는 얘기는 이 책과 별 관련이 없지만, 작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이 이야기에 내 흥미를 더욱 북돋워주었다.

    그는 원래 평양에 집과 직장을 갖고 있는 부모님을 둔 선택받은 아이들 중 한 아이였다. 그러나 김일성 위원장 사망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계기로 아버지가 물갈이 대상이 되고, 그의 가족은 러시아와 인접한 도시 경성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은 풍요와 번영의 도시 평양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평양이 낙원이라면 경성은 분명 지옥이라 말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기근에 허덕이다 부모님들은 모두 식량과 돈을 찾아 돌아오겠다 말 한 마디와 함께 주인공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그는 이제 혼자서 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시린 밤을 견뎌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에서는 주인공과 같이 부모 없이 길을 배회하는 아이들을 '꽃제비'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생전 처음 들어본 그 타이틀을 부여받은 직후 자살하기 직전까지 무너지지만, 이내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다. 물론 혼자서 그 모든 걸 해내는 위인은 못 된다. 그와 함께 리얼 동고동락하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그는 비행기 한 번 못 타보고 도로 변에서 몸져 누워 생을 마감해갔을 지도 모른다.

    특별한 인재들에게만 주는 유명 장학금 수상자, 북한 변방에서 12살 때부터 부모님의 손길 없이 살아남은 생존자. 다소 편견에 찬 생각이지만 두 이미지를 매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혼자 남기 전에는 초등학교 앞에서 피카츄를 사 먹던 그 시절의 우리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순진한 아이였다. 저자는 역경과 고난에서 그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경험했고, 어떻게 친구들과 함께 극복했는지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원어로 된 책이라 본인도 네이버 영어사전과 파파고의 도움으로 80%의 내용만 해석하고 넘어가지만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쉬운 단어들이 사용된다. 그리고 한 번 찾아둔 단어들이 6~7번(several하게) 더 반복되는 일이 많으니 맥락 속에서 단어의 뜻을 추론, 연상해보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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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기원(양장본 HardCover) 작가 서은국 출판 21세기북스 나무팽이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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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행복은 최고 선이다." 내게 이 말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파고들어갈 능력은 없지만 의문을 던져본다. 이 행복이 바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우리가 추구하는 그 행복을 의미할까?

    서은국 작가의 "행복의 기원"은 우리가 굳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소 관념적인 행복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암시한다. 보통의 자기계발서를 보면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적어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는 부적절한 진술이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특수한 목적을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수단 또는 매개체다.

    '저는 행복하기 위해 친구를 사겨요'와 '친구를 사귈 때의 행복감 때문에 친구를 사귀게 된다'는 진술 중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행복은 일종의 쾌락이고, 그 쾌락이 인간을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강화물이 되며, 유전자가 인류의 조상을 탄생시킨 이후 줄곧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향한 신호등의 역할을 해 왔다. 신호등은 길을 안전하게 건너게 해 주는 수단이지, 방향이나 목표가 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은지 꽤 되었지만, 책의 목차가 인상적인 제목과 함께 기억하기 편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그 중 한 챕터의 내용을 떠올려 서평에 쓰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작가가 소개하는 여러 연구를 거쳐 얻은 인간과 행복에 대한 사실을 읽어 나가자면, 그간 행복에 대해 통설적으로 가졌던 오해를 바로잡고, 모두가 중요하다 말하는 그놈의 행복에 대해 더 설득력 있고 직관적으로 바로 와 닿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과정 자체로도 행복을 주었다.

    물론 이 책은 행복을 추구하지 말라는 식으로 관념적 행복을 좇는 사람을 훈계하지는 않는다. 단지 행복한 인간이 되기 위해 적절한 사고방식과 행동전략을 소개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도 이 책에 있다. 단지 중요한 점은 그 행복이란 것은 최종 목적지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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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때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행복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행복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이것저것 계획하고 노력던데, 제가 즐겨보는 웹툰을 그리신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자신은 삶의 목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의 삶에 목적이 있다면 자신은 수단이 된다면서요! 아직은 행복이 무엇인지, 제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에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일지 고민하던 차에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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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크호스 작가 Rose, Todd 출판 21세기북스 나무팽이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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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 취준생으로서 겪어온 답답함과 초조함을 벗어던지고 취뽀했다 말 한 마디 하기 위해 열어볼 수 있는 취업의 여러 가지 문턱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경우, 일단 각각의 취업문이 가진 난이도를 비교해보게 된다. 쉽지만 취업 후가 아쉬울 듯한 길과 어렵지만 취업 후가 만족스러울 듯한 길, 두 가지가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예전의 나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판단 하에, 배수의 진을 친다는 마음으로 후자에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겠지만, "다크호스"를 읽고 난 이후 내 생각은 다소 달라졌다.

    우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눈에 자주 보이는 길,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이 뛰어드는 표준적인 길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지 성공을 위해, 그것이 취업 성공이든 성공한 인생이든, 뛰어든 길에 행복과 롱런이 달성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취업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막막함과 불안감은, 대개 사람들이 정석이라고 칭하는 문 손잡이를 움켜잡으면서 어느정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닫는 결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막히고 다리가 떨리는 일이 잦아진다. 문득 생각해보게 되리라. 내가 택한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이미 문 손잡이를 잡은 시점에 놓여있다면 이 질문에 자신의 믿음으로 대답해야겠지만, 아직 손을 올려놓을 문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이 책이 고된 취업의 길 중간에 맞닥뜨릴 수 있는 실존적 질문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가 처음 만드는 길도 있을 수 있다. 유행을 따를 것인가? 내 마음에 드는, 내 마음이 시키는 문을 만들어 그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 책에는 표준이 아닌 길을 걸어가다 보니, 본인이 의도치는 않았지만, 남들이 성공이라 불러주는 위치에 이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이른바 '다크호스'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과 삶을 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크호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색이 다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기가 달리고 싶은 길을 달리면서 결국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다크호스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새로운 길이 어느 정도로 가능한지, 그 길을 걷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표준과 비표준, 어느 쪽에 가까운 길을 가든 그 중간에 찾아올 부정적인 감정과 의심의 막연함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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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쉬 작가 토드 부크홀츠 출판 청림출판 나무팽이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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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 날에도 이것 때문에 몸이 바쁘거나, 마음이 조급할 때가 많다. 미국의 한 대통령이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본받자고 역설했던 적이 있다. 이를 기사로 접할 때는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 대통령의 레퍼런스 목록에는 같은 문화권 사람의 명언이 없는 것인지 의아했다. 자국민의 비극을 원하는 대통령은 없을테니 말이다. 아마도 그날은 내가 시험을 망친 날이었겠지.
    서점의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보면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있는 한편, 경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재충전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마음의 위안을 주는 책들도 있다.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다루는 책은 대개 경쟁을 휘어잡는 방법 또는 경쟁에 휘어잡히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듯 하다. 나는 그런 책들로부터 별다른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독서 후 직면하게 되는 경쟁 상황이 더욱 성가시고 피곤한 환경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쉬'를 읽고 얻은 바는 달랐다. 저자는 경쟁을 향한 일종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니라, 경쟁을 더욱 너그러운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경쟁이 무엇이며,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자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무한경쟁사회라는 말을 쓰며 비판의식과 불만을 애써 표출하거나, 내가 무엇에 의해 주로 휘둘리는지에 관한 어렴풋한 인식조차 없이 표류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진면모는 그냥 들으면 아무런 감흥도 없는 '경쟁의 기능과 역할'을 재치있게 부각한다는 점에 있다. 시험와 취업을 연상하게 하는 칙칙한 경쟁을 두고 저자가 펼치는 신랄한 분석과 언어유희를 보고 있자면, '내가 유토피아에 살아서 경쟁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이 사람의 문체 때문에 이 책을 읽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 중에 독자가 받아들이기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정보를 추구하는 독자에게는 그 점이 실망을 안겨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 인간 행동이나 사회 현상, 구체적으로는 경쟁과 인간의 관계성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잠시 경쟁을 멀리서 볼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기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희극으로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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