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출판 창비 나무팽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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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이 이 소설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순한 맛을 즐기는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싯적 그토록 먹기 싫던 콩자반을 억지로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이 책의 탓은 아니다. 겨우 목으로 넘긴 콩자반이 그랬듯, 이 책도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유익한 경험이었다.

    표현이 껍질이고, 내용이 그 속의 알맹이라면, 이 책의 진면모는 알맹이에서 드러난다. 채식주의, 인간 본성에 내재한 폭력을 혐오하고 기피하는 인물의 행동이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모순. 심미주의, 자기 안에 있는 예술혼을 발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욕망이 역겨움을 유발하는 모순. 이같은 모순들은 채식주의나 심미주의의 보편적인 특징은 아닐 테다. 책 속의 인물들이 극단적으로 그런 사조에 매몰되고 집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극단적) 채식주의자'라고 읽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스스로 극단적이라고 말하는 인물은 이 책에 없다는 것이 '**주의'의 위험성 아닐까.

    아침드라마의 김치싸대기 저리 가라 할 극단적인 전개가 이 소설의 끝인상이다. 드라마와 소설에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화면을 통해 직접 장면이 전달되는 반면, 소설은 저자의 문체를 거쳐 간접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곱씹어 보면 이 책의 알맹이가 껍질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하지만 껍질의 매운 맛에 혀가 마비된 탓인지, 알맹이가 덜 맵게 느껴졌 것 같다. 말 그대로 '진창'까지 가버리는 삶의 이야기. 씹을 때는 몰랐지만, 삼키고 나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알싸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콩자반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땡초였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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