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효원인 감동공유

2021.12.01

내용 우리 대학교 학생이 자신이 직접 읽어 본 책을 추천함으로써 책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구, 선·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
추천 대상 도서 만화, 판타지, 선정적 도서, 무협지 등을 제외한 모든 도서
참여대상 부산대학교 학부생(휴학생 포함), 대학원생, 부산 지역주민(성인)
참여방법 온라인 응모(http://onestop.pusan.ac.kr)
– ‘스마트학생지원시스템’ 로그인 > 비교과 > ‘효원인감동공유’ 응모
선정내용 학생들이 응모한 추천서 중 우수 추천서 100건 선정
2021년도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천도서
도서 위에 마우스를 올리시면 해당 도서의 추천글 바로가기 버튼을 통해 추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목: 나를 만드는 소비
학과: 미생물학과, 이름: 고*정,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나에게 투표적 소비는 '때우기적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급하다는 이유로 아무거나 사들인 물건은 언제나 끝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 소비에 있어서 고민이란 애정과 연결된다. 고민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간다는 것일 테다.”
‘소비’를 단순히 내가 필요해서 구입하는, 글자 말 그대로 단순한 구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소비는 어떤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지만 그 물건을 내것으로 만들어와 내 분위기를 만들고 더 커져 나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내가 선택한 물건이, 다시 나를 만들어주는 것.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취향과 소신을 구매하는 것. 이 책에는 그런 소신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12가지 브랜드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있다.
12개의 브랜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는 수집품 소품샵‘오르에르’이다. 오르에르가 가진 브랜드 가치나 대표님의 신념이 이 책을 대표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하고 싶다. 요즈음에는 소품샵이나 편집샵을 어디서나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 공산품을 전시하기 때문에 소품샵마다 물건이나 분위기가 겹치기도 쉽다. 사람들은 이런 천편일률적인 공산품이나 합리만 따지는 제품들에서 피로를 느끼기 쉽고 오르에르는 이런 갈증을 캐치했다. 길을 걷다 주운 돌멩이들, 나뭇가지를 그대로 연출하고 공간이 건조하지 않게 배치했다.
‘수집’과 ‘취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대단한 걸 모으고 멋있게 전시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좋고 나쁨의 우위가 없는 것.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그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책 취향집은 이런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 또한 사람들의 시선에 맞는 예쁜 물건, 옷, 소품을 사고 내 취향이 아닌 다른 지인들의 취향을 고려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남들의 취향을 이렇게 관심갖는 것처럼 내 취향, 내 소비를 존중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소비 하나를 하더라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내가’좋아하는 소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역사에 가려진 인물을 조명하는 미시사
학과: 사학과, 이름:김*영,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대표적인 1세대 미시사가 진즈부르그가 저술한 치즈와 구더기는 메노키오라는 한 인물을 통해 사료를 정황 증거로 삼아 역사의 진실을 규명해나가는, ‘실마리 찾기’의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메노키오가 그리스도에 대해 “이단적이고 불경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종교 재판소에 고발되면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6장 권력자들에게 일침을’에선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라틴어를 사용하는 소송을 비판하기도 하고 하느님은 기독교인부터 하물며 이단자까지 모든 사람에게 성령을 주시고 사랑하신다고도 하였다. 또 성직자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같다는 삼위일체 정통을 부인하는 발언도 하였는데 성령은 성자보다 위대하다고도 하였고, 그 밖에 성령이 우리 모두에게 있고 성령이 성체로 변한다고도 하였다. 당시엔 꽤나 충격적인 발언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메노키오의 생각에 재판관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메노키오는 권력자들에 대항하여 그들의 사악한 행위를 폭로하고 싶어 했다. 그는 교회가 올바르게 나아가지 못하고 많은 허식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폭탄발언을 하였다. 당대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으로 인해 결국 이단으로 내몰려 처형당하였다. 치즈와 구더기는 이 메노키오란 인물에 대해서 미시적으로 연구한 책이라 할 수 있고, 미시사 특유의 이야기식의 서술로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고, 메노키오를 집중하여 서술된 책이라 주로 메노키오의 시선에서 그 상황을 해석하게 되었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 마을에 사는 한 사람을 대상으로 또 그와 얽힌 아들, 친구, 주교, 심문관 등의 다양한 인물들도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여 다각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메노키오라는 인물은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 즉 성직자들을 배척하였고 삼위일체를 부정하였고 하느님이 성서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기극이라고도, 예수를 신이 아닌 인간이라고도 하였다. 또 그 예수의 아버지는 하느님이 아니라 성 요셉이라고 하며 동정녀 마리아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등 당시로선 받아들이기 힘들고 매우 충격적인 인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단자로 낙인찍혀 제거된 것도 16세기 사회배경을 생각해보면 마땅했을 지도 모른다. 당시의 시각으로 볼 때 메노키오가 미련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자신의 발언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종교가 최우선되는 중세사회에서 용납이 불가능한 것임을 뻔히 아는데도 굳이 여러 차례 언급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종의 트러블메이커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는 메노키오는 그저 다수와 달랐을 뿐이다. 자신의 생각이 확고했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물론 자신의 발언에 용서를 구하기도 하였고 번복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처벌에 대한 심리적인 두려움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노키오는 모두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아니라고 하였다.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서 역사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메노키오라는 인물 개인의 특수한 일이었지만 메노키오와 같은 힘없는 개인들의 미미한 날개 짓이 후에 거대한 나비효과가 되어서 중세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연구된 메노키오는 진즈부르그의 역사서술 대상이 되었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한 획을 남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보여 진다. 대부분의 메노키오와 같은 소수의 힘없는 사람들은 역사 밖에 존재하고,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심지어 존재조차도 알려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목: 21세기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블룸을 생각하며
학과: 식품자원경제학과, 이름: 장*우,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이 책은 독일의 노벨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뵐이 쓴 작품으로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통해 개인의 삶을 얼마나 짓밟을 수 있는 지 볼 수 있다. 주인공인 블룸은 대단하진 않지만 자신의 원칙 아래 바른 삶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어쩌다 파티에 가게 되었고 괴텐이라는 매력적인 남자를 만났다. 그와 처음 본 사이지만 하룻밤을 보냈다. 알고 보니 괴텐은 범죄자였고 그를 만났다는 이유로 블룸을 그의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언론이 나타났다. 해당 언론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블룸의 사생활을 캐내서 부정적인 평판을 이끌어 낼만한 이야기를 기사화시켰다. 더해서 블룸을 옹호하는 이들의 사생활마저 캐내 그들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공작을 벌인다. 결국 며칠 뒤 블룸에 대한 기사를 낸 기자가 블룸에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이 작품은 평범하게 살아온 블룸의 삶이 언론의 황색보도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허구이지만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답게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주체들의 권력은 상당하다. 언론의 기사가 퍼지고 해당 사건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그 이슈는 불타오른다. 범죄, 연예인들에 대한 가십거리, 일반인들의 사생활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이제 표적이 된 이들에게는 융단폭격이 가해진다. 전국민들의 관심도 부담스러운데 최근에는 SNS나 댓글 등을 통한 언어폭력도 가해진다. 익명성에 기대어 가면이 벗겨진 사람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어도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만약 이후에 사실관계가 드러나더라도 결과는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본업으로 바쁜 사람들에게는 지나가는 일일 뿐이고 그 이슈를 잠재우고 다시금 불타오를만한 사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이들에게 폭력을 당한 누군가가 진실을 밝혔을 때 위로 하나 없고 그들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구름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일임을 알았을 때 얼마나 허망하고 괴로울지 차마 나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언론의 주 수입원이 광고가 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에 따라 언론의 수입이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자극적인 보도를 시작했다. 팩트와 교묘한 서술과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통해 조회수를 끌어 올린다. 본업에 지친 이들은 팩트를 확인하는 것은 뒤로 한 채 그 기사를 클릭한다. 언론은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회수를 위한 기사를 생성할 것이다. 펜대로 사람을 죽인다는 섬뜩한 말이 실현되는 순간일 것이다.
언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변화하던 시기 목숨을 걸고 폭압적인 정부를 규탄한 이들도 언론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국가의 빚을 갚아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고 주창한 이들도 언론이다. 언론이 없었다면 길거리에서 불평이나 한마디 할 수나 있지 거국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안정되고 광고가 주 수입원이 된 신문이나 대중매체가 상업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국민의 알 권리가 오용되고 있는 작금의 세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기사를 보도하기 전 자신들의 기사 한 줄이 작은 개인의 생명줄을 끊어 나가는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도 나처럼 언론에 의한 기사만 보고 무작정 비난한 적은 없는지 생각하고 반성했으면 하는 바이다.
제목: 이 시대의 새로운 희망: 분노와 혐오를 넘어 사랑과 연민으로
학과: 일반인, 이름: 김*빈,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고전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현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철학자 중 마사 누스바움은 감정 철학자로서, 또 여성 철학자로서, 여러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윤리적 실천 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누스바움이 트럼프가 당선된 날 밤에 느낀 무력감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약자에 대한 혐오와 인종 차별이 만연한 이 시대에 누스바움은 두려움이나 분노가 변화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직 사랑과 연민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칫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랑과 연민이라는 감정을 누스바움은 철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촘촘히 풀어내고 있다.
누스바움은 혐오의 시대에 사랑이 증오보다 강하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마틴 루터 킹의 태도를 제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꼭 어떤 사람을 낭만적으로 대하거나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말이다. 우리가 견지해야 할 믿음은 선한 의지와 희망, 그리고 인류에 대한 일말의 존중이다. 나와 상대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거나 혐오할 것이 아니라 우선은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결국은 나와 뜻을 같이하고 함께 걸어나가야 할 사람들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법자들을 무조건적으로 포용하라거나, 부당함을 묵인하라는 뜻도 아니다. 보복에 대한 환상 없이도 그들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고, 저항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음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나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꼭 내가 겪은 것만큼의 고통을 상대방도 겪고자 하는 보복성 분노를 느끼곤 한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보복으로 내가 받은 피해가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는 후련함 보다는 상실감이 더 컸다. 둘 모두의 가슴에는 폐허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누스바움 또한 인정하듯이 두려움과 사랑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감정들은 통제할 수 없는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을 향한 강한 애착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별개로 생각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사태를 차분하고 침착하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감정이다.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은 사태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보복성 분노로 눈이 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경우에도 이성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이며, 그 이해는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어쩌면 나도 상대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인지에서 시작된다. 누스바움은 말한다. “희망은 사랑에 의해 유지되고, 타인에게서 최악보다 최선을 기대하는 영혼의 관대함이 사랑을 지탱한다.(p.266)”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가 완벽한 사람이라서, 혹은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 줄 사람이라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통해 그와 나 모두가 ‘더 나은’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기에 사랑한다. 한 쪽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포기하는 관계는 현실에 대한 막연한 안주이거나, 혹은 발전이 없는 관계로 건강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이러한 희망을 바탕으로, 최악의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서도 일말의 최선을 기대하자고 권유한다. “악한 행동을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행동 이상으로 성장과 변화가 가능한 존재(p.266)”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확진자들을 향한 ‘코로나 낙인’이 만연했다. 마치 확진자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코로나에 감염되었으며,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에, 배제와 차별을 받아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공공연히 배척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은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죄 없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타인에 대하여 연민의 감정을 가지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가 사람이기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누스바움은 말한다.
제목: 슬퍼하는 것은 우리, 멈추지마라 우드스탁!
학과: 해양학과, 이름: 정*영,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2021년, 과거의 사람들은 어떤 미래를 꿈꿨을까? 코로나 시국의 나는 락 페스티벌이 가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나에게서 벗어나고 자유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1969년, 자유를 꿈꾸던 인물들이 펼친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1935년 뉴욕에서 태어난 아주 평범한 청년인 타이버가 있다. 이때의 미국은 냉전체제였다. 2차 전쟁을 겪은 유태인 어머니는 돈에 집착했으며 폭력적인 아버지는 아들을 본인이 생각하는 틀 안에 넣기를 바란다. 그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다. 그의 가족은 모텔을 운영했다. 그는 예술가를 꿈꿨다. 그는 세상에 수긍하며 현재에 머무르고 변하지 못했다. 원하지 않는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 암울한 청년으로 남는다. 그는 모텔 일을 돕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또한 그에게는 다른 비밀이 있었다. 시기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차 있었고 타이버는 게이였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본인과 자신의 정체성을 ‘반대쪽 삶’ 이라고 명명하고 가족에게 숨기기 바쁘다. 불행은 한꺼번에 닥쳐온다.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가족들, 망해가는 모텔. 들춰지는 주위 인물들의 상처. 이때의 세상은 재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사건, 즉 인종차별과 존 F 케네디의 암살. 베트남 전쟁과 반전운동 또한 이어지는 이데올로기.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부모를 둔 젊은이들의 눈에는 슬픔에 그득하다. 현실조차 불행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생각을 탈피하기 위해 히피 문화가 유행을 한다. 락, 개성, 자유. 그리고 기득권층은 그런 젊은이들을 억압하기 바쁘다. 장소를 잃어버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그랬다. 모텔의 재건과 반대쪽 삶을 펼치기 위해 그는 작은 모텔과 근처 농장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삶을 바꾸는, 나아가 20세기 히피문화의 절정이라고 명명되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다.
이 책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집중하지 않는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코로나 시국에 취업, 유학, 여행 등 20대에 꿈꾸는 것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진 우리는 평범하다. 과거의 젊은이들도 불행했다. 60년대의 냉전체제 젊은이들의 불행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에 나선다. 본 책에서는 퀴어의 이야기 또한 나온다. 묘사가 아주 어둡고 외부인들은 이에 극심하게 반대한다. 주인공인 타이버도 그런 세상에 움츠려드는가 싶었더니 결국 퍼레이드까지 하고 경찰의 등장에도 사람들은 나아간다. 타이버의 작은 불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세상을 관통하는 것이었고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우리도 개인의 불행에 휩쓸려 홀로 앉아있을 필요는 없다. 모두가 불안하다. 내 옆의 과탑도 내 앞의 타학과생도 같은 고민을 끌어안고 있다. 불안에 잠겨 홀로 손가락만 물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한다면 모두 같은 불행을 끌어안고 있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불안이 모여 터트린 폭죽이 우드스탁 같은 전설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그들은 이야기 했는가? 개인의 불행이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것은 아닐까?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었을까? 테이킹 우드스탁을 통해 알아보는 것은 어떤가? 우리는 이 시대를 이겨낼 수 있다. 젊은이의 불행은 언제나 있어왔고 인류는 이겨내었다. 슬퍼하는 것은 우리이다. 멈추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우드스탁처럼.
제목: 60대 여성 살인청부업자가 주인공인 소설 ‘파과’
학과: 정치외교학과, 이름: 김*하,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나는 구병모 작가의 책을 정말 좋아한다. 눈앞에 그려지는 생생한 묘사와 흥미진진한 설정이 일품이라, 그가 나에게 선사하는 세상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내가 소개하려는 ‘파과’또한 그렇다. 구병모 작가의 책 중 위저드 베이커리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고 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하는 책인 듯하다. 벼르고 벼르다 읽었는데 역시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이 책이 없다니 믿을 수 없어서 당장 글을 쓴다. 책 속 주인공인 ‘조각’은 60대 할머니인데, 직업은 살인청부업자이다. 살인청부는 방역이라고 표현되며, 그러므로 방역업자인 조각은 어느덧 40년이 넘게 방역을 이어오고 있으나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업계에서 은근한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심지어 몇 달 전 어느 방역대상자에 의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조각은 방역업자들과 교류가 잦은 병원 앞을 흐릿한 정신으로 지나가다가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갔다. 있어야 할 장 박사 대신 초면인 강 박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강 박사는 눈치도 빠르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기에 그날의 일을 비밀에 부치기로 약속받지만 조각은 자신의 정체를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뒷조사를 통해 강 박사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과일 가게로 향한다. 강 박사는 어린 딸이 있었고, 그날 조각이 들고 다니는 무기들을 봤기에 자기 가족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조각의 정체를 발설하지 않을 인물이었다. 한편 또 다른 방역업자인 ‘투우’는 30대의 남자로, 조각에게 다분히 시비를 걸어와 주변 공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특기였다. 그런 그도 나름대로 자신의 비밀이 있었다. 초등학생일 때 자신의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임시로 온 가정부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그 가정부는 알약을 먹지 못해 까다로운 자신의 약을 매 끼니마다 챙겨주었으며, 그 가정부가 조각이라는 사실이다. 투우가 조각을 따라 방역업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자신도 과거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재회했을 때 조각을 알아본 투우는, 그에게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질문을 풀어내기 위해서 그의 일을 방해하며 눈에 밟히는 행동을 반복한다. 결국 투우는 조각이 강 박사에게 애정 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딸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조각은 투우의 짓임을 짐작하고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아직 조각은 투우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저 퇴물 취급 받는 노인이 눈에 거슬려서 일을 꾸민 것이라 생각한다. 투우는 조각이 자신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길 원했고, 결국 몇 차례의 칼싸움 끝에 투우가 피를 토해낸다. 조각도 만만찮게 상처를 입은 상태라 멍하니 있다 네가 그 애구나, 내뱉는다. 아무런 생각의 연결고리를 타지 않고 툭 튀어나온 말이라 어떻게 알았냐는 투우의 질문에 조각은 둘러댄다. 투우는 조각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조각이 방역을 하면서 만났을 수많은 아이들 중 조각을 발견하고 그의 옆에서 죽는 이는 자신뿐이라 생각하며 숨을 거둔다. 조각은 투우의 눈을 감기며 말한다.
“이제 알약, 삼킬 줄 아니.”
조각은 살아남아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한 가지 해내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순간이 있고,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상실을 살아야 할 때라고. 죽음이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삶을 완전히 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와닿는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조각과 강 박사의 관계, 투우와 조각의 관계, 그리고 여기에 담지 못했지만 조각과 류의 관계들이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읽고 감정의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기를 바란다.
제목: 책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학과: 심리학과, 이름: 김*연,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파리의 심리학자 ‘모드 르안’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심리학 카페를 열며 시작됩니다.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이곳에는 18년간 5만명이 다녀갔고,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책이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던 이들이 그들 자신을 되돌아보고,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기도 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고통스러운 순간도, 혹은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순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스스로를 지킬 권리 또한 있습니다. 힘들 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칠 권리가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가치를 매겨줄 수는 없는 것처럼,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라고 모드 르안은 이야기합니다. 개개인에게는 미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 아픔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아픔들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툭 튀어나와 더욱 스스로를 아프게 하기도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그 아픔들을 미리 찾아 보듬어 주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순간 ‘나도 그랬는데’라고 생각하며 공감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겠죠. 책을 읽다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리면 되고, 웃음이 나오면 웃으며 페이지를 넘기면 됩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희노애락을 느끼며 읽어가다 보면 때로는 감정을 참기보다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나에게 살아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파리의 심리학 카페’를 추천합니다.

Borges, Jorge Luis 2011

제목: 미로 속 시간
학과: 예술문화영상학과, 이름: 추이*원,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으로 얘기해보겠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한 중국인 여준이 독일인을 대신하여 스파이를 맡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국인의 포병 진지가 앨버트에 있는 것을 여준은 베를린의 스파이 두목에게 알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영국 방첩처의 말등대위가 이미 추적해 왔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부 한 권이 그를 도왔다. -위에는 앨버트라는 지인이 있었다. 여준은 기차를 타고 앨버트 집으로 피신했다. 앨버트는 '오솔길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 살면서 여준 증조 추이펜의 미로인 기이한 장편소설을 연구하는 한학자다. 한참 대화를 나눈 뒤 여준이 앨버트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고, 추적해 온 마등 대위는 여준을 체포했다. 여준은 후에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독일 측은 여준의 앨버트 총격을 근거로 이 군사기밀을 알아냈고, 항공기를 보내 영국군 포병 진지를 폭격해 여준이 '가중스럽게도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줄거리만 따지면 한 세대의 명소설이 될 수 없다고나 할까.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그들의 그 대화 한 토막에 있다. 앨버트는 뜻밖에 여준의 증조부 추이펜의 시간미로를 발견하고 중국이 상상하는 구조를 그렸다. 핵심 이미지인 '화원'은 중국 상상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소설에서 화원은 앨버트가 머물렀던 중국 정원이자 추이펜의 '오솔길이 갈라진 화원'을 가리키며 둘 다 '미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미에서 '화원'은 공간과 시간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마든은 일종의 필연적 운명, 즉 인과 논리의 성립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일종의 현재를 의미하고 앨버트는 모든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것으로부터 우리는 소설의 더욱 심오한 일면을 볼 수 있다:지금의 나로서 운명에 반항하려는 필연적인 순간, 나는 이 갈림길의 화원을 찾아 나만의 가능한 모든 길을 보았다. 앨버트를 죽인다는 것은 나의 불명확함이 사라졌음을 의미하고, 이때 '마든'이 "돌입해 나를 체포했다"고 한다. 나는 다시 명확성의 품에 안겼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주인공이 앨버트를 죽인 것은 한없이 후회하고 싫증난다. 그가 무엇을 후회하는가? 회한은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는 무엇을 지겨워하는가? 지겨워하는 것은 운명의 필연이다. 운명 자체는 필연적인데 경과는 다를까. 다른 점은 주인공이 '꽃밭'을 지나갔다는 것-그는 꽃밭을 찾았다가 밖으로 나갔다-운명은 필연적이지만 선택은 '나'에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르헤스의 '오솔길 갈라지는 정원'은 단지 시간만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면 운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운명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이야기 첫 편을 본 주인공의 감탄사는 다른 깊은 의미를 느꼈다:“그런 다음 내 머릿속에는 모든 일이 바로 한 사람에게,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태곳적부터 언제나 일어나는 일들, 그런 일들은 오로지 현재에 일어난다. 하늘과 땅과 바다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정말로 일어나는 모들 일들이 지금 내게 일어나는 것이다...”이런 당장의 필연성에 대한 주인공의 탈출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원의 미로의 의미는 매우 분명하다:추이펜의 미로는 시간의 미로를 상징하는데, 그 오솔길의 교차는 공간이 아닌 시간의 갈림길, 즉 수많은 가능성이 병존해 서로 다른 미래와 결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추이펜의 시간 갈림길에서 시간은 직선 발전의 논리적 서열이 아니라 구조적 복잡한 연관망이며 그 결점 하나하나가 선택의 결말이자 또 다른 선택의 출발점이다. 과거, 현재, 미래와 겹쳐 순환이 끝없이 반복된다. 단일한 선형 시간을 부정하여 이야기의 첫머리에 있는 역사에 대한 논박을 완성하였다. 서로 밀고 당기고, 엇갈리고, 엇갈리거나, 영원히 방해되지 않는 시간으로 짜인 네트워크는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시간에는 네가 있고 나는 없다; 다른 시간에는 내가 있고 너는 없다; 더 많은 시간이 있으면 너와 나는 존재한다. 자신이 화원의 오솔길을 걷는다고 상상하면, 나아가야만 한다. 앞에 세 갈래 길목이 있는데, 나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좋겠지만 선택을 하는 순간 세 개의 자신으로 갈라져 세 개의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택을 할 때마다 다른 선택을 하는 자신이 갈라진다. 모든 가능성은 특수한 자신에 대한 것이다.
추이펜의 이 소설은 13년간 썼지만 그는 영원히 다 쓸 수 없다. 주인공이 하는 모든 선택, 그로 인한 모든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쓴 셈이다. 만약 주인공의 선택이 매번 두 가지 선택지(실제로는 물론 그 이상일 수 없다)만 있다면, 주인공의 모든 선택지는 두 갈래 나무로 표시할 수 있다.이 소설은 어떤 규칙에 따른 두 갈래 나무의 편력이다. 주인공은 무한한 선택이 있기 마련이고, 이 모든 걸 다 겪어도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시간, 공간, 자아, 무수한 가능성에 관한 내용은 다소나마 생각하게 해 줄 수 있겠다.
제목: ‘진짜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
학과: 국어교육학과, 이름: 최*리,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타인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 그 속에서 우리는 산다. 당장 오늘 아침에만 해도 그랬다. 습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로 붐비는 학교 순환버스를 타며 옆 사람과 옷깃만 스쳐도 인상을 쓰는 내 모습에 스스로 흠칫했다. 남을 향한 이러한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얼마 전에 읽은 조영주 작가의 <혐오자살>은, 최근 이러한 내 상태를 간파하기라도 한 듯 섬뜩하게 다가왔다.
소설은 준혁이 1408호 남자에게 살해당하는 게 ‘전부’이지만 우리가 그 ‘진실’에 다다르기까지의 행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가면서도 무엇보다 가해자의 입장까지 헤아리고 있는 것이 신선했다. 가해자는 왜 준혁을 살해한 것인지, 그 혐오의 원인을 작가는 추적하고 있다. 사람들도, 언론도 하나같이 피해자의 편에만 서 있지, 가해자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물론 그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가해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으려고 한다.
사건의 전말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준혁이 괴롭힘을 당하다가 살해당했다는 것이 다일 테지만 우리는 인물들의 말을 통해 ‘진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받아야 했고 그것은 준혁이 서른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도 꼬리표처럼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향한 편견과 혐오의 파편들이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숨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 소설 속 이야기는, 그것이 소설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더욱 소름끼친다. 오늘 아침에도 만원버스에서 날씨 핑계를 대가면서, 옆사람과 부딪혀 인상을 썼다고 고백한 나만 보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비단 내게서만 보이는 것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든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생태계의 약육강식의 체계를 인간계에도 적용하면서 비판해 온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그것이 아니다. 특히‘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사고가 2000년대 초반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나만큼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의 구조가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올바른 댓글문화를 이끌어가자는 공익광고가 늘고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보도되던 때를 떠올려보면 타인에 대한 혐오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향한 증오심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책을 읽는 내내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은 단순 호러 영상물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데 있다. 준혁이 위층 남자에게 살해당한다는 ‘사실’그 뒤편에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편한 ‘진짜 진실’이 숨어 있는데, 효원인들도 그것과 마주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 효원인 감동공유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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