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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대한민국 혐오사회의 현주소
학과: 한문학과, 이름: 이*수, 선정연도: 2020
내용: 사람에겐 저마다의 고유한 색이 있다.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에겐 유채꽃과 같은 노란색이 떠오르고, 우수에 젖은 눈빛과 쓸쓸한 낙엽이 연상되는 사람을 보면 가을을 상징하는 갈색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그 사람만의 색을 두고 개성이라 표현하며 각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사람이 고유한 색깔을 지닌 것처럼 그림 역시 ‘색’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 물감과 무채색의 물감, 종이의 질감과 물과 기름의 농도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킨다. 이렇듯 그림은 색의 ‘조화로움’을 통해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는 조화롭지 않은 모습을 종종 띤다. 개인이 지닌 색이 강렬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과 조화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색을 더 강하게 채색할 뿐이 다. 즉 빨간색을 지닌 사람은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의 사람과 장벽을 쌓곤 더 붉어지 기만 하는 것이다. 하나의 색을 지닌 사람이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그 예로 빨간색의 사람이 한 사회의 주류 집단이라면, 그 외의 색을 지닌 사람은 사회에 동조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소외와 외로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소수자의 소외와 외로움은 주류집단의 ‘혐오’와 ‘차별’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다르게 말하자 면 서로의 색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는 혐오를 낳고 혐오는 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하는 데 이르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애써 외 면해 온 듯하다. 책 『질문하는 미술관』 은 우리가 외면한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직시 하게 함과 동시에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한다. 이 책만의 차별 성이라고 한다면 사회문제를 다룬 시중의 서적과 달리 세계적인 명화를 소개하고 재해 석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나아가야 좋을지를 이야기한다는 점에 있다. 그 예로 밀레의 <이삭줍기>를 빈부의 노동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으며, 반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가족의 도란도란한 모습을 통해 식사의 경건함을 잃 어버린‘먹방(폭식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처럼 『 질문하는 미술관 』 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차별, 혐오, 불평등, 위선, 중독, 환경오염 등의 8가지 갈래로 나누고 그 분류를 토대로 명화 속의 함의를 낱낱이 파헤친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에 만 연한 차별과 혐오의 모습을 작품과 결부시킨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돌아봤다.
우선 필자는‘혐오’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가 떠오른 다. 특히 여성 혐오는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개념이었던 것 같다. 책의 첫 작품으로 소개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메두사>가 그 예시다. 오비디우스의 《 변신 이야기 》 에 는 메두사라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는 아름답다는 이유로 포세이돈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흉측한 얼굴을 가진 괴물로 변하고 만다.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괴물’이 되는 순간이다.
이는 비단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대한민국에는 미투 운동이 사 회적으로 큰 물결을 일으켰다. 정치, 사회, 문화계를 막론하고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아픈 경험을 꺼내며 세상에 울분을 토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억압과 차별의 성적 문제 를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용기는 ‘꽃뱀’이란 단어로 치부되어버리기도 했다.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가 남성을 유도한 것이라며 피해자에게‘꽃뱀’이라는 이름을 달 았던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펜스 룰’을 만들어 여성-남성의 경계를 가시적으 로 확인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한남’, ‘꼴페미’등으로 부를 정도로 혐오가 극에 달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공감은 온데 간데 없고 모두에게 상처만이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이 현상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남 성이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는 모습과 여성이 그간‘김치녀’등으로 불렸단 이유로 똑같이 ‘김치남’이라 부르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 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장면은 2020년의 오늘까지 연출되고 있다. 언론마저도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긴다. 과연 남성과 여성 혐오는 멈추어질 수 있을까. 이미 곪아버릴 대로 곪아버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순간에 봉착해 있는 듯하다.
성별에 대한 혐오만큼 기득권의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모습은 성소수자에게도 나타 난다. 성소수자는 흔히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로 ‘에이즈의 원흉’이라 뭇매 맞는 것 이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동성애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으로 여겨졌다.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은 소년 히아킨토스를 사랑했으며 <정원의 사포와 에리나>에 나 오는 여성들은 레스보스섬에 모여 여자들끼리의 사랑을 만끽했다. 남성 또는 여성의 동성애가 아주 자연스러운 ‘사랑’의 한 형태였던 것이다.
반면 2020년의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남기는 매우 힘들다. 이는 최근에 코로 나19로 일어난 이태원발 집단감염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한 확진자가 이태원의 게이클 럽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는 문란하다’며 비난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언론 역시 여기에 가담해 ‘게이클럽 다녀온 확진자’등으로 헤드라인을 뽑으며 확진자의 성적지향을 비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대부분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인권이 ‘보통으로 여겨지는’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러나 우리나라는 퀴어퍼레이드조차 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허가 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뿐더러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조항에 속해있다는 이 유로 제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 속 성소수자는 자신의 성적지향을 존중받지 못한 채 벽장 속에서 자신의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의 시선 속에서 이들이 존립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속히 우리의 고정관념이 깨질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성애자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성소수자의 사랑이 아주 자 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주목해 볼 혐오의 형태는 ‘노인 혐오’다. 이는 청년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매해 그림으 로써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 그의 마지막 <자화상>은 피부색을 잃어버릴 만큼 자글자글한 주름이 얼굴을 뒤덮고 있긴 하지만 담담한 모습이 느껴진 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처럼 인간이라면 이미 노인이 되어 있거나 앞으로 노인이 될 것이다. 즉 모두가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으로 ‘노화’라는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노인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틀딱충’, ‘꼰대’등 이 대표적인 단어다. 이는 결국 세대 간의 갈등을 양산하고 혐오를 부른다.
특히 코로나19로 취업시장에 한파가 불어오면서 청년들의 마음은 더 팍팍해진 듯하 다. 최근 감염지로 꼽혔던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집회 등의 감염자 중 노인이 많다는 이유로 ‘노인 포비아’가 더 횡행해진 것이다. 노인이 자신의 옆자리에 오는 것을 꺼 리고 무서워하는 현상이 그 예다.
통계청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에 대한민국은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모든 연령 의 사람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마련되길 바랄 뿐이다.

혐오의 세 형태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성별 혐오, 성소수자 혐오, 노인 혐오 외에도 혐오의 장면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난민, 다문화 가정, 장애인, 어린 아이(노키즈존)에 대한 시선까지. 혐오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혐오는 차별을 낳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혐오는 개인의 감정에 그치지 않 고 사회의 날선 행동양식으로 어쩌면 또 하나의 반문화적 형태로 남게 된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은 공동존재로 ‘공동 사회’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 홀로 살 수 있는 사회는 지구의 탄생 이래로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서로에 대한 격렬한 미움 대신 고유의 자 아와 개성을, 그 사람의 색을 존중해주는 것이 어떨까.
다가오는 2021년의 대한민국은 혐오사회가 아닐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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