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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실격(세계문학전집 103) 작가 다자이 오사무 출판 민음사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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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처럼 이 소설은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위에 주인공 요조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정말 자격 미달의 인간이라고 손가락질 당했을 것이다. 그는 부유하고 권세 있는 집안에서 자라났고 머리도 똑똑하여 공부를 하지 않고도 상위권을 유지한다. 그렇지만 일이나 학업은 소홀히 하고 술과 여자, 급기어는 마약까지 중독되어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인간 관계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우울한 청년의 모습이 있다. 이 소설은 철저하게 요조의 관점에서 쓴 3부의 수필로 구성되어 있고 독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책을 읽게 된다.
    요조는 극도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을 싫더라도 거부하지 못한다. 뒷담화를 하다가도 당사자 앞에서는 웃고, 잘 지내다가도 때로는 화를 내는 인간의 모습에 불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철저히 "도깨비 같은 자화상"을 숨긴 채 우스꽝스러운 실수와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을 웃긴다. 공산주의 모임의 행동대장으로 행동하지만 그것도 사상 때문이 아닌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행복하지 못하다. 약혼자와 동반자살을 시도하였으나 혼자 살아남은 후 믿었던 집안으로부터도 배척당한다. 그가 돌파구로 찾은 것은 공산주의 일과 사창가와 술이었다. 창녀와 있을 때는 불안감이 없어졌고 위해 술과 약물을 하면 불안감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인간 실격"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무기력한 패전국의 청년이 되어버린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생산적은 일을 할 수 없고 쫓을 건 퇴폐적인 쾌락 밖에 없지만 그조차도 성공하지 못하고, 불안감에 떨기만 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생 각한다.
    최근 뉴스에서 우리나라도 히키코모리로 전락한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가정에서 소외받고 학업에서 뒤쳐진 청년들이 고시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몇 년간 산다는 이야기였다. 그들 스스로도 뭔가를 개척해보려고 검정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려고 하지만 한 번 흐트러진 생활이 쉽게 돌아올리 없었다. 결국 10년 가까이 게임이나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건강을 해치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들도 마음속의 작은 어둠으로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는 구렁텅이로 떨어진 것이 아닐까.
    책을 읽다 가끔 이성이 깨어나면 요조가 자기 중심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중간에 박자를 놓치면 공감을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거절에 대한 불안과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불신은 느낀다고 우리는 요조와 같은 행동은 안 하지 않는가. 그래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어떠한지 보고 싶다면 인간 실격을 읽어볼 만하다. 150페이지 내외의 짧은 소설에서 의외로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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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한 소설이라 항상 읽어보고 싶다 생각만 했었는데 오렌지님의 서평을 읽으니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들어요. 소설을 읽고나서 자신의 모습에 반영하는 것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좋은 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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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한글판+영문판)(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13) 작가 오스카 와일드 출판 더클래식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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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항상 젊은 채로 있고 이 그림이 나 대신 늙어 가면 좋을 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줄 수 있는데!”
    화가 폴워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도리언 그레이에게 초상화를 그려준다. 초상화를 본 도리언은 자신은 늙고 추한 모습으로 변할 것이지만 초상화는 계속 젊음을 간직할 것이라며 슬퍼하며 위와 같이 말한다.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된다. 탐욕을 행할 때마다 그의 초상화에는 위선자와 악인의 주름이 생기지만 도리언 자신은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다. 도리언은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단순히 초상화를 감추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장막을 치고, 천으로 덮어서 골방에 두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자신이 선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악행의 도구로 삼기까지 한다. 친구 헨리의 영향으로 쾌락의 세계에 빠져든 도리언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초상화가 들키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주위 사람들을 불행으로 빠뜨렸으며,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던 친구 폴워드도 살해한다. 후에 도리언은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다짐하며 초상화를 파괴하지만 결국 죽어 있는 것은 도리언 자신이었다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작품은 ‘퇴폐적 미학주의’, ‘유미주의적 쾌락’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유미주의와 쾌락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추구하고 있다. 세상에 불행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하루 종일 이들을 슬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 사람들은 모두 위선자라고 말하는 도리언의 말은 어느 정도까지는 일리는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못 본 척 하며 어디까지 쾌락을 추구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도리언은 연극 배우 시빌에게 크나큰 상처를 줘 자살에 이르게 한다. 시빌이 도리언을 사랑하기 때문에 줄리엇과 오필리어의 배역을 할 수 없었던 것임에도 도리언은 이를 무시한다. 오히려 자신을 모욕하였다고 생각하고 시빌은 자신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연기’함으로써 아름답게 삶을 끝냈다고 합리화한다.
    도리언은 유미주의를 통해 쾌락 속에서 욕망을 추구하지만 양심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초상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봐 늘 전전긍긍한다. 유미주의가 쾌락을 선사해 주긴 해도 겉보기처럼 마음 편하고 행복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른의 세계에서 책임과 욕망 사이의 갈등은 사라질 수 없다. 그 가운데에서 유미주의도 하나의 삶의 태도임에는 분명하다. 유미주의는 오스카 와일드가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삶의 태도이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 자신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는 남들이 보는 자신이고, 폴워드는 스스로가 보는 자신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유미주의를 추구할 것인가, 책임과 욕망 사이의 균형은 어디가 적절한가는 독자가 결정할 몫이다. 책은 유미주의는 어떤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쾌락은 어떤 것인지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소설 전반에 걸쳐 폴워드의 동성애적 사랑에 대한 찬양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칫 불편감을 느낄 수 있다. 서문에 나타난 작가의 말처럼 좋은 도덕적인 책이나 부도덕적인 책은 없으며 잘 쓴 책, 잘 쓰지 못한 책 두 가지로 나눌 뿐인 것인가? 이 질문 또한 유미주의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의 이중성과 욕망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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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환자 작가 DeWitt, Jasper 출판 시월이일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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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병원에 부임한 의사 파커는 30년 째 정신병동에 갖혀 있는 '그 환자'를 치료하고자 한다. '그 환자'를 치료하려고 했던 모든 의료진과 룸메이트가 자살하거나 정신 이상자가 되었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 환자'와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누군가가 호기심에 의무기록을 열어보지 못하게 하려고 '그 환자' 실명조차 숨기고 있다. 그러나 파커가 환자를 만났을 때 그는 환자가 병원 측 음모에 빠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건을 알면 알수록 옳은 말을 하는 것은 파커인가, 환자인가, 병원 측인가 헛갈리게 된다.

    이야기는 추리소설과 공포소설을 겸비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 환자'에게 엮인 의료진이나 환자들의 성격이나 말이 매우 현실감 있다. 정신병동이라는 배경을 과장된 공포로 왜곡하지 않아 마치 정신과 의사의 수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추리소설 답게 인간의 생각을 유추할 때 조그마한 시각의 변화가 완전히 다른 해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작가는 정신병동 배경이 적절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임을 놓치지 않닸다. "그 환자"는 기존에 정신병동을 다룬 소설이 흔히 나타내는 '정신과 의사의 추리 과정을 다룬 이야기'의 단순한 틀을 벗어났다. 환자가 의사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때로는 환자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기대가 어떠한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지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다만 초반부에 비해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작가는 극적인 효과를 주려 한 것처럼 보이나, 갑작스런 비현실적 내용으로의 전환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공포 소설이라고 하나 책 속에 심한 공포를 불러일으킬만한 장면은 없다. 굳이 공포가 있다면 독자의 상상력이 빚어난 산물일 것이다. 추리나 공포계열 소설을 읽고 싶으나 잔인한 장면은 보기 싫은 사람에게 이 책은 안성맞춤이다. 전체적으로 완결성은 조금 떨어지나 가볍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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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작가 Klebold, Sue 출판 반비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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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악 범죄가 터지면 보통 가해자의 비인간적인 면모와 피해자들의 불우해진 삶에 시선이 집중한다. 특히 가해자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잔혹했던 성격, 불우한 가정환경, 정신과적 병력과 같이 일반인과는 다른 면모에 초점을 맞춰진다. 가해자는 철저히 타자화 되고 분노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저자는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방하는데 그러한 접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다만 가해자인 아들이 사건을 저지르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둠 속으로 접어들면서 어떠한 변화를 보였는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러한 점을 어떻게 여겼는지에 대해 회고한다.
    제목에서 말하는 '가해'는 결코 조그마한 사건이 아니다. 무려 학생 12명과 교사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다. 그리고 저자는 2명의 가해자 중 하나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이다. 그렇기에 아들을 잃은 슬픔과 아들이 가해자였다는데서 오는 충격, 이후 쏟아지는 가족을 향한 세간의 비난에 대한 심리적 어려움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딜런은 '범죄자가 태어날 것 같은 집안과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 아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도 그런대로 성적을 받는 모범생이었다. 심지어 사건이 터지기 바로 직전에도 대학 진학에 대해 논의하며 숙소를 알아보았다. 부모님은 한 집에서 함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무서운 사건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 한 명과 어울리고 있다는 점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정도였다.
    사실의 진상을 알게 되면서 저자는 이미 오랜 기간 아들이 어둠 속에서 살아 왔음을 깨닫는다. 누구보다 아들을 이해하는 엄마였다고 생각하였지만, 사실은 아들이 자살과 살인을 동시에 저지르는 일을 공모할 때까지 아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조차 일기장을 보면 갈등하고, 힘들어하고, 결국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채워져 있었다.
    돌이켜서 생각하여 볼 때, 흔히 사춘기 아이들이 그러려니 하고 놓칠만한 아들의 행동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당시의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소소한 부부 갈등도 딜런의 성격을 고려해보았을 때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콜롬바인 총기사건으로 ‘가해자의 엄마’라는 낙인과 떠나버린 아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으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저자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책을 쓰기로 한다. 욕설 가득한 편지를 다시 읽고, 만나기조차 고통스러운 아들 주위 인물들과 인터뷰도 한다. 그렇게 사건 전 17년, 사건 후 17년을 돌이켜보며 쓴 책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다.
    저자는 학대가정에서 자란 사이코패스만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딜런의 범죄는 살인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자살이다.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잘 숨길 수 있다. 그리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모범생’이 사이코패스와 한 페어가 되었을 때 끔찍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사건을 막으려면 ‘모범생’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주위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늦기 전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범죄의 예방을 넘어 평범한 가정의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도 올바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딜런의 사례를 알게 된 저지의 지인이 딸이 이웃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 나온다. 딸의 행동이 평소와 조금 달랐지만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였지만, 딸에게 캐물었더니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부모들로부터 위안을 얻었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해자로 밝혀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도 지인의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을 헤아리고자 하는 사람도 이 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한 발짝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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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에 나오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들은 항상 클리셰같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에 성격장애가 생겨 살인을 저지른다 라고 알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서평을 읽고 보니 가정환경에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인을 한 살인자는 도데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자식이 어둠에 길에 드는것을 미쳐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들을 그 컴컴한 구덩이에서 꺼내지 못한 그 상실감과 죄책감은 더욱 크겠지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꼭 한번 빌려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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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상황을 겪고도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해서 펜을 든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성실할수록 더 숨기기 쉽다는 말이 와닿네요. 주변에도 힘든 내색 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은데 사소한 변화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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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이 힘들 때 가장 좋은 치료 약은 \'옆에서 들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주 조그마한 관심도 누군가에겐 큰 기쁨과 구원이 될 수 있듯이, 제 주변 사람들에게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17년을 보냈을 지 감 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른 부모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수십년간의 죄책감을 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쓰셨다는 것에 존경을 표하게 만드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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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모던 클래식 60) 작가 모신 하미드 출판 민음사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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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 테러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 찬게즈는 필리핀에 출장을 가 있던 어느 날, 911테러를 TV를 통해서 알게 된다. 뜻밖에도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즐거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문명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무릎을 꿇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찬게즈는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한 삶을 살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인인데다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파트타임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린스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명문 대학 학생 중에서도 엘리트들만 갈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한다. 그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높은 급여를 받고 사장으로부터 일등 사원으로 인정받는다. 정식 연인관계까지는 아니지만 부유층의 미국 여자와 사랑도 한다.
    이렇게 ‘미국다움’이라는 가치관에 굉장히 동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파키스탄인이라는 정체성도 뚜렷이 가지고 있다.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파키스탄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였을 때 속으로 격분한다. 종업원-손님의 관계와 같이 연령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에 따라 존칭과 서열이 결정되는 미국식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이질감을 느낀다. 두 세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찬게즈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에게 힘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고 서서히 갈등을 시작한다. 자신의 친구, 연인 직장, 성공과 부와 같은 미국적 가치관과 가족과 조국, 인종, 종교와 같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뿌리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의 감정이 어느 한 편을 옹호할 때마다 반대편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스스로가 기독교인이었지만 오스만 제국의 소속되어 기독교 국가를 공격했던 ‘예니체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촉망받는 회사 일을 저버리고 파키스탄으로 돌아와 청년들을 일깨우는 교수가 된다.
    소설 상에서 ‘근본적’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찬게즈가 취직한 회사의 업무 방침에서이다. 찬게즈가 일하는 언더우드샘슨은 다른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회사이기에 어떻게 하면 의뢰인이 경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요건을 파악해야 한다. 의뢰인이 고용한 사람이 해고되면 어떡할까 걱정하여 의뢰 회사의 가치를 감정적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금 의미를 넓혀 보면 찬게즈가 다니는 회사의 인사과도 채용이나 직원 관리 방식에서도 ‘근본적’인 것이 강조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인종이나 출신, 집안에 관계없이 현재 능력이 있고 노력한다면 출세와 높은 보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미에서 ‘근본적’이라는 단어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날 때에도 사용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말이 있듯이 특정 종교의 교리가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줘서 생활 구석구석에서 실천하는 사람도 근본주의자라고 부른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근본적인 뿌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다만 미국식 성공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근본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911 테러는 전자의 근본을 쫓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던 사람들에게 있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는 나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라’라는 미국의 이미지는 손상 받았다. 이후 미국은 애국심과 배타성을 강조하며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택하였고 이슬람 국가에 대한 차별과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강행한다. 이를 계기로 변화와 성공을 기대하며 빈곤하고 낙후된 고향을 등졌던 사람들은 굳게 믿었던 가치관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과연 미국식 근본이 근본일까 고민한다.
    미국인을 대표하는 찬게즈의 친구는 911 테러 직후 ”사람들 대부분은 변화에 저항하지. 힘은 변화되는 데서 나오는 법이야.“라고 말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찬게즈는 불쾌감을 느끼지만 이내 911 테러와 관련된 일은 자신과 관련 없는 ‘근본적이지 않은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그 시기부터 고민의 씨앗은 시작되었다. 미국의 침공 뉴스와 무장을 하는 자신의 동네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되며 원래 믿었던 ‘근본’에 대해 주저하게 된다.
    이 소설은 외적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찬게즈의 마음이 달리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911 테러 후 일정 기간동안 찬게즈는 매우 높은 성과를 냈고, 파키스탄인이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상당한 보너스와 예우를 받는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가 회사에서 비난을 받았을 때 그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세계 정세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 업무를 제 시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 생활에서 얻는 불이익은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911 테러이후 상황도 다루지만 동시에 찬게즈의 비극으로 끝난 연애 이야기도 함께 전개된다. 그러나 연애 이야기는 찬게즈의 가치관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찬게즈의 연인은 부유한 집안의 미국인이지만 사별한 남자친구 크리스와의 관계를 잊지 못하고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다. 찬게즈와 만나는 동안도 그와 연애를 하는 것인지 크리스와의 관계를 생각하는지 애매하다. 결국 그녀는 우울증이 심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하였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연락이 어려워진 후 찬게즈는 여러 생각을 하지만 결국은 그녀와 크리스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와 찬게즈의 사랑은 근본적인 것일까. 그녀의 문제와 가치관 때문에 고민하는 찬게즈는 근본을 무시한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와 크리스 사이에 찬게즈가 낄 틈이 없었던 것처럼 미국식 근본주의에 대해 찬게즈는 겉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은 찬게즈가 한 미국인에게 자신의 과거와 고향에 대해 식사를 하면서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의 말은 매우 도발적이며, 스스로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그는 911 테러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렇게 말한다. ”자기 나라의 불행에 다른 사람이 흡족해하는 걸 보는 건 가증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당신도 그런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거에요. 당신은 미국 무기가 적의 건축물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최근에 상당히 유행하는 비디오클립을 보면 즐겁지 않나요?“ 이미 그는 주저하기만 하는 근본주의자를 넘어서서 주저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우리 한국인은 미국인도 이슬람 문화권 내의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 먼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선과 사회가 강요하는 선이 충돌하는 오늘날 스스로에게 근본이 무엇인지 이 소설은 문제를 던지고 있다. 사회가 말하는 근본을 추구하면서 살 것인가, 시야를 넓어 그 외의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갈 것인가, 더 나아가 사회 변혁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현대 사회의 구성원 그 누구도 이 질문에서 지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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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렸을 때의 911에 대한 기억이 아직 뚜렷한데, 책으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좋은 책 꼭 한번 읽어 봐야겠습니다.
  • 기억 전달자(블루픽션 20) 작가 로이스 로리 출판 비룡소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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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을 정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재능, 흥미, 경험, 가치관, 가족과 친구, 안정성, 돈, 명예, 여가 시간 등 사람마다 중시하는 목표가 다를 것이다. 그 중에서 어떤 요소를 우선시할지 고민하면서 진로를 설정하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외적 요인에 따라 원하는 진로가 바뀌기도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기억 전달자’의 사회에서 아이들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 12세가 되면 마을의 어르신들이 직업을 선정해준다. 이후는 정해진 진로 안에서 자신의 직업적인 능력을 갈고 닦기 위해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집을 구해주고, 정년도 보장되고, 신체적 질환과 성욕까지 약으로 해결된다.
    책을 읽었을 당시 대학 입시제도의 모순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실제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충돌할 때 주위에서 3번째 선택지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일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문과라면 경영학, 이과라면 의학이나 공학 계열로 진로가 집중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자유로운 진로 선택방식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억 전달자'의 직업선정 방식은 사회 전체적인 면만 본다면 효율적일지 모른다. '산모'와 같이 천대받는 직업도 있으며 12살이 되기 전의 아이들도 이를 알고 있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해서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어필할 기회도 있다. 어른들이 객관적인 눈으로 성장과정을 보면 보다 재능이 있는 분야의 진로를 선택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모두 무색하게 만드는 문제점은 채 사춘기가 되지 않은 나이에서 진로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12세라는 나이는 자아 정체성을 확보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나이이다. 타고난 재능은 보여줄 수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체계적인 과정을 설계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중고등학교 시절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원동력으로 삼아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기억 전달자’의 사회는 싹부터 잘라버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점이 없을 만큼 진로 선택 과정에서 자유로운가. 한국 사회에서 진로 선정은 많은 경우 대학 합격과 직결되어 있다. 특히 부모님, 선생님 말을 그대로 듣는 학생이 되기를 강요하고, 그래야 대학 합격을 위한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여 목표를 잡는 것은 어렵다. 또한 ‘기억 전달자’의 사회처럼 의도적으로 역사적, 사회적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생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사실 상 ‘스펙 만들기’를 위한 외부 활동 이외에는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어 희망 전공 이외 분야의 활동은 경험뿐만 아니라 독서나 봉사활동까지 마음껏 할 수 없는 생황이다.
    어쩌면 ‘기억 전달자’의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직업을 경험해보는 것 보다 진로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을 선택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충돌할 때 실제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일이 적성이 맞는 것인지 주위의 반대를 이기고까지 진학할 필요성이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제한된 정보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수동적으로 외부의 의견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추후에 직장을 구하고 나서 후회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 청년들이 많다.
    미국에서는 ‘기억전달자’가 어린이 필독서로 지정된 학교가 많다고 한다. 주인공이 기억전달자가 되고 나서 사물의 색깔과 진짜 모습, 기억, 감정, 선택의 자유에 대해 알게 된 것처럼 현 세계의 어린이들도 다방면의 지식과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고 자신과 진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이 책은 총 4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억전달자는 그 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외국에서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하였을 정도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신의 옳은 길로 들어섰는지 고민하는 청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진로에 대한 고민 그 자체로도 자유로운 삶에 한 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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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학교 필독서라서 읽었었는데 당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해주고, 가정과 친구마저 완벽히 통제당하는 사회가 어느정도 편할거라고 느꼈지만 그래도 자유를 향한 갈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성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도 소설 속의 사회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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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 신세계 작가 Huxley, Aldous 출판 문예출판사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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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신세계 소설의 소재 자체는 현재 유사한 배경의 SF 영화가 많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 사람들은 부모를 모르고 배양기에서 자라나며, 어머니라는 단어는 치욕스럽게 여겨진다. 태어난 아이들은 계급으로 나누어지며 하위 계급은 일부러 바보로 만들어 복종하게 만든다. 그리고 낮잠 시간에 테이프를 들려주어 다른 계급의 사람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한다. 사람들은 우울할 때마다 소마라는 마약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고 한 사람에 대한 애정, 죽음에 대한 슬픔 등 사회적으로 동요를 일으킬만한 감정은 금기시된다. 멋진 신세계인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야만인이라고 부르면서 멸시한다.

    ‘만인은 만인의 소유물이다.’ 멋진 신세계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에게 주입시켜오는 관념이다. 감정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이성적이고 판단을 숭상하는 문화에서는 이 문구가 타당하다고 여길 것이다. 사랑이나 애정과 같은 개념을 이해하기 전 어린 시절에 신파극 분위기의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 주인공이 이해가 안 되었다. 외적 조건만 본다면 다 잊어버리고 새 출발 하는 것이 좋을 텐데 왜 슬퍼하는지, 자녀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불합리해 보였다. 그러나 성인은 사랑이 있기에 슬픔과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멋진 신세계의 사람들은 감정을 소중히 여겨본 경험을 해 본적이 없는 감정적으로는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인 것이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다소 불합리하게 보일지라도 인간다운 감정을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행복에 취해 사는 삶 보다는 고통과 슬픔이 있지만 나로서 살아가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힘든 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멋진 신세계’는 세뇌와 통제가 만연한 사회의 대명사로 쓰인다. 세뇌를 기반으로 한 통제 사회는 자신도 모르게 그 사회를 찬양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 책은 사회의 지도자에 의해 우리의 생각까지 통제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우연히 길을 잃어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살게 된 멋진 신세계인 여자는 소마가 없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자의 생활을 한다. 자신의 몸이 망가져 가는데도 돌봐주는 사람들은 야만인이라고 무시하고, 아들에게는 화학약품을 조합하여 병 속의 아이를 만드는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멸시 당하는데도 오로지 멋진 신세계로 돌아가서 통제사회의 일원으로 살 생각만 한다. 말년을 소마에 완벽하게 취해 비참하게 맞는 것은 통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본 경험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 가를 가르쳐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도 어쩌면 언론과 정부의 말에 놀아나며 삶을 왜곡된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주위의 정보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항상 되돌아보고 세뇌당하고 있다면 탈세뇌가 불편해지기 전에 빨리 돌아보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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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풀니스. 2(큰글자책) 작가 한스 로슬링 출판 김영사 오렌지 님의 별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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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얻는 지식이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면 근거 없는 정보에 사람들이 휘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지성인의 집단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 관한 13개의 3지선다 문제를 맞추게 하였다. 그렇지만 결과는 정답률이 채 1/3도 되지 않았다. 랜덤으로 답을 찍는 것보다 지식을 바탕으로 선택한 답의 정답률이 오히려 낮았던 것이다.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에서 오히려 정답율이 낮은 경우도 많았다. 그 이유를 저자는 우리의 10가지 본능에서 찾았다.
    그 중 하나로 단일관점 본능이 있다. 문제가 생긴 원인을 하나의 탓으로 돌려 그것만 바뀌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자유 시장의 실패는 항상 정부의 개입 때문이기 때문에 해결책은 규제를 폐지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경우 자신의 분야를 기본 틀로 놓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망치와 못 대신 연장통을 놓고 보라고 말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라는 점이다.
    그리고 비난 본능으로 사건이 터지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어떻게라도 찾아내어서 희생양으로 만드려고 한다. 실제로는 여러 제도적, 사회적, 환경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진 문제임에도 말이다. 희생양 한 명을 만들어 강력한 처벌을 하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문제 발생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직선 본능이 있어서 모든 수치는 직선으로만 변화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래프는 항상 직선으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계속 직선으로 늘어나기만 한다면 지구는 이미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감소부터 변화가 점점 작아지는 그래프까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세상은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로 나뉘어 있다는 간극본능, 세계는 계속 나빠진다는 부정본능을 비롯하여 공포본능, 크기본능, 일반화본능, 운명 본능, 다급한 본능 등을 예시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통계학자이며 강연자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중 보건을 공부한 의사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한 개발도상국에서 이유 불명의 질환(실제로는 전염병이 아니라 영양에 의한 문제)이 돌았을 때 맹목적인 차단과 봉쇄를 외치는 정책가들과는 달리 냉철한 판단으로 근본적인 결론을 내놓는다.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코로나 확산이 어떻게 될지 이야기가 분분한 지금, 이 책은 스스로 미래를 예측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깨우쳐준다. 많은 정보들이 부정 본능, 공포 본능, 간극 본능에 기반하여 앞으로 미래가 무조건적으로 어둡다고 주장하거나 나라들을 억지로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한 시기일수록 스스로 맹목적으로 두려워하기 보다는 원 자료를 찾아보고 자신이 어떤 본능을 사용하고 있는지 분석하여 합리적으로 사태를 대처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느 날 부터인가 정확한 정보 보다는 눈에 잘 띄는 자극적인 정보가 더 잘 살아남는 세상이 되었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정보는 많아지기 때문에 정보를 선별할만한 지식과 판단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이 제시한 자료에 현혹되기 쉽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표나 그래프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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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이 책을 읽었었는데 10가지 본능을 다시 복습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코로나 시대에 더욱 우리가 견지해야할 태도라는 것에 동감합니다. 암울하기만 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도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기억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만을 신뢰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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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기술(5판) 작가 에리히 프롬 출판 문예출판사 오렌지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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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기술인가?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거부감을 느낀다. 기술과 감정은 상반되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일반인 이 사랑, 기술을 단순히 서로를 유혹하는 과정에 한정지어 생각하는데 비해 프롬은 일시적인 유혹의 기술이 아닌 아닌 장기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기술"은 상당히 고전적인 책이다. 에리히 프롬이 자신의 4번의 연애경험을 통해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의 경험과 정신분석학자로서의 통찰을 바탕으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그는 어머니가 자녀를 돌봐주는 방식인 무조건 적인 사랑과, 아버지가 자녀를 사랑하는 방식인 조건적인 사랑이, 즉 잘했을 때 칭친해주는 방식의 사랑이 있다고 말한다. 그 두가지가 적절하게 조화된 사람이야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롬 자신은 성장배경 때문에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바랐고 처음에는 10살 이상 연상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이후 파국에 이르렀고 2번째 3번째 사랑도 강도는 떨어지지만 비슷한 사랑을 했다. 3번째 사랑을 죽음으로 떠나보내고 이후 마지막 사랑을 하면서 쓴 책이 이 책이다.


    그는 사랑을 형재애, 모성애, 성애, 자기애의 4가지로 나눈다. 모성애는 어머니와 아이와 같은 일방적인 관계이고, 형재애는 동등한자들 간의 사랑, 약자에 대한 사랑이고, 성애는 남녀간의 배타적인 사랑이다.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관념과 다르게 자기애를 굉장히 중요시 말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프롬의 관점을 잘 대변해 주는 문장인 듯하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 사랑을 하고 있더라도 스스로와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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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잘 가지 않네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스스로를 아직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서 사랑에 대해 배울 수 있을까요?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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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워보이지만 진짜 어려운 것이 사랑이네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세계문학전집 171) 작가 치누아 아체베 출판 민음사 오렌지 님의 별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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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제목부터가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소설은 제 3세계의 한 부족이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부족이 어떠한 풍습을 가지고 있는지를 묘사하였다. 2부와 3부는는 서구 세력이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편가르기를 하여 부족이 몰락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소설에서 서구 열강은 부족이 기피하는 땅에 교회를 짓고 부족 내에서 천대받는 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다. 쌍둥이를 낳으면 갖다 버려야 하기 때문에 부족 내의 약자가 된 그 어머니나 불가촉천민과 취급을 받는 오수와 같은 사람들이 그 예시이다. 이렇게 편을 가른 다음 무력을 사용하여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판을 하고, 부족의 법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탄압한다. 부족민이 하나로 뭉쳐있을 때는 지배가 어려웠지만 분열이 시작되니 부족 내에서 가장 하층민으로 존재했던 사람이 백인 및에서 힘 있는 사람이 되고, 질서가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모두가 백인의 지배하에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현 정치 상황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편가르기'가 나타나는 상황과 상당히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부자와 서민, 특정 전문직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과 이외의 사람들 등 여러 집단으로 서로 분열되어 혐오가 조장된것이 현 실정이다. 정치권에서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것도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편이 갈리는 것도 우리 사회의 약자를 그만큼 돌보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오콩고의 부족이 쌍둥이를 낳은 여자를 억압하는데 그것을 성찰할 능력은 없었던 것처럼 현재의 편가르기도 기득권이나, 괴거 약자였지만 현재는 정치적인 강자가 된 사람 모두 사회가 혼란스러워 지기 전까지 보살피지 못했다는 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식민지배 시대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사회 구조에 대해 전반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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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양장본 HardCover) 작가 김초엽 출판 허블 오렌지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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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SF 소설 단편집이다. 그러나 담고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주제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김초엽 작가는 포항공과대학교 생화학 석사 출신으로 과학에 대해 깊게 공부한 적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인지 SF소설임에도 특이하게 미래에는 과학기술로 인해 세상이 좋아지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설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 멀리 떨어져서 만나지 못하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갈 수 있는 티켓을 구하려고 한없시 기다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에서 거리가 우리나라와 아메리카 대륙 정도의 거리라면 SF 소설속에서는 은하간, 냉동기술을 사용해야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만 다르다.

    가장 기억에 남은 챕터는 "감정의 물성"이다. 어느날 물건을 만지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물들이 열풍을 끌게 된다. '침착의 비누'는 만지는 것 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설렘 초콜렛'을 먹는 것 만으로 마음이 설레게 된다. 그렇지만 우울, 분노, 공포, 증오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물성도 팔리게 된다. 인간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순간만을 겪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외로움, 슬픔, 고독과 같은 감정도 향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 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슬픈 영화, 분노를 끌어오르게 하는 아침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는 통찰인 듯했다.
    짧은 단편집을 읽다보면 어려운 철학자에게 대해 공부하지 않고서도 만남, 이별, 그리움과 같은 사소한 감정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다. 번쩍거리는 기술과 광고에 지쳐있는 사람, 과학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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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세계문학전집 266) 작가 알베르 카뮈 출판 민음사 오렌지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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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은 실존과 본질의 문제를 다룬 어려운 책으로 알려져 있다. 한없이 철학적인 개념도 적용시켜볼 수 있겠지만, 철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방인, 아웃사이더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원래 하고 싶은 것과 부모님이나 직장, 국가가 원하는 것 사이에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사회는 "우리"가 되어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지만, 현대 사회는 자신만의 색채와 개성을 보존하는 것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더욱 갈등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단과 동화되는 것과 나 자신의 존재를 지키면서 혼자 지내는 것 사이에서, 스스로를 희생하더라도 집단에서 소속감을 얻을 것인가 다른 사람이 어떤 시선을 가지더라도 내 색깔을 유지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이방인>>에서 뫼르소라는 이방인이 등장한다. 이방인이 특이한 외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에 따라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타인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행위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비난받거나 불리한 위치에 섰을 때 상대방을 납득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때로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진실과는 다른 근거를 대기도 한다. 그러나 뫼르소는 자신을 변호하려는 의도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살인을 저지른 이유를 오로지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라고 말한다. 소설 정황상 레옹 옛 애인의 오빠를 포함한 아랍인들과 싸웠기 때문에, 다시 만난 아랍인의 칼에 비친 햇빛이 너무 위협적이었다 정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양이 뜨거워서’는 일반 대중에게는 전혀 납득 할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일반인이 듣기에는 태양과 살인을 연결시키는 미치광이 또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 정도로 들렸을 것이다.
    비이방인이라면 별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표현방법을 달리했을 것이다. 집단에 속하려면 집단이 요구하는 ‘실존’의 방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일반인은 살인의 원인을 보통 원한 관계, 인종 차별, 사소한 시비, 실수 등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비이방인이었다면 실제로 자신이 그런 의도를 가졌는지 자세하게 말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방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특이한 가치관에 가진 타자화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왜 저 사람은 주위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만 살려고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기도 한다. 이방인은 집단에 동화되기 까지 그 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 기준에서는 비합리적인)조롱과 조소를 받게 되기 때문에 비이방인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도 책에서 엿볼 수 있다. 뫼르소는 사형선고 이전에 벌써 2번이나 이방인의 행동패턴을 보였다. 첫 번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고 해수욕을 나간 것이고, 두 번째는 아랍인을 죽인 이유로 태양이 뜨겁다는 이유를 댄 것이다. 분명 장례식 전에도 비슷한 행동패턴이 여러 번 나타났을 것이다. 만약 사형 직전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퍼붓는 것이 가장 바라는 것’ 이라고 말하는 대신에 일반적으로 납득할만한 말로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면 비이방인들은 뫼르소를 믿어주었을까? 아마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니까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만큼 이방인으로 쌓아온 이미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방인이 비이방인이 되려면 일부분 ‘존재’의 추구를 버리고 ‘실존’적인 삶으로 변화하고 나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체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방인이나 비이방인으로 지낼 수도 없고 이방인과 함께 생활하기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실존과 존재의 의미에서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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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을 똑같이 읽었지만 실존과 존재의 관점에서 책을 읽지는 못했던거 같은데요.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이상문학상 작품집 작가 정미경 출판 문학사상사 오렌지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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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여러 단편 작품들의 모음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큰 제목이기도 한 <<밤이여 나뉘어라>>는 인생책 1호라고 할 꼽는 책이다.

    성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짧게 보았을 때는 시험에서 합격하는 것, 인정받는 논문을 쓰는 것, 안정된 직장에 입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좀 더 길게 본다면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서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 일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좀 더 노력했으면 결과가 더 좋지 않았을 까 후회하기도 한다. 성공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자신과 비교해가며 벤치마킹하려고 하며 자신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성공한 사업가들처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는 것에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받았을 때 부족한 점을 왜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는지 아쉬워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은 열심히 하지만 최상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 중에서도 타인은 해내는 것을 자신은 하지 못하였을 때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지만 모든 일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는 회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그렇지만도 않다.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했을 때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종착지는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적 위치는 달라지겠지만 또 다른 이루어지지 못한 꿈을 가지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대학만 가면,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내집만 마련하면, 빛만 다 갚으면, 애들 장가보내면, 은퇴만 하면, 질병만 다 나으면 하다가 죽을 날이 다가와 있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나도 쉽게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다 풀린다면 어떨까? 이 책은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뭐든지 쉽게 해내는 자신의 친구들 보면서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학창시절 별 노력 없이도 인기를 얻고, 1등을 하고, 자신이 원하던 여자와 연애를 하고, 명문대에 진학하고, 마음대로 사는 것 같으면서도 휼륭한 수술실력을 가진 의사가 된다. 열등감은 주인공이 영화감독으로 성공하지만 그마저도 친구에게 인정받으려고 하고, 친구가 무심하게 보더니 부족한 점을 말하는 것을 보고 역시 아쉬움을 느낀다. 아주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그토록 동경했던 천재 친구는 어떨까? 스스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하며 의미 없는 생활을 보내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인생의 어려움이 없는 백야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개인적인 시간인 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성공한 인생에 대한 수많은 지침서들이 있지만 "왜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대학에 합격해야 하는가?“는 불문율에 붙여졌다. 그러한 말은 노력하지 않으려 하는 나약한 자들의 궤변으로만 들리기 일쑤였다. 역설적으로 최종 목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애초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인생은 가치가 있고, 실패 속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것인데 눈 앞의 목표의 달성여부에 진정한 보석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소설은 가끔 밤을 경험하는 것이 항상 승승장구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삶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간 시험 준비, 또는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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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작가 Lauveng, Arnhild 출판 생각정원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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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그 병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받았고, 회복하고 심리학자가 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책은 작가가 조현병이 발병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이고 무서운 늑대가 돌아다녔다고 한다. 망상 속의 선장이 자신을 괴롭히라고 말해서 자신을 때리고 밥을 먹지 않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조현병 환자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자극적인 자료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입원 후 치료받는 과정에서 저자가 경험하는 감정과 행동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바와 달리 조현병 환자들도 생각과 느낌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입원 후에 벽지를 뜯어먹은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당신이 알고 있는 10대 청소년을 상상해보라. 그 그림에서 이제 전화, 텔레비전, CD 플레이어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 친구, 상점, 학교, 취미활동, 미래의 꿈 등을 모조리 없애보라.”

    일인칭 시점에서 썼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경험하는 주관적인 관점도 드러나 있고, 조현병에서 회복한 후에 썼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적인 관점도 잃지 않을 수 있다. 두 입장 모두에서 바라보면서 외부인이 느끼는 두려움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환자 자신이 느끼는 공허감과 주도권의 박탈을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당시 저자의 관점에서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겼고 질병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 표현하는 방법도 잊어버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벽지 먹기였을 것이다. 반면 벽지를 뜯어먹는 행동을 외부인이 본다면 조금이라도 위험한 물건에서 떼어놓고 감시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일 것이다.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이상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는 병원의 태도가 이해는 간다. 제대로 된 대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환자를 많이 만나는 병원 측에서는 자기 결정권이 없는 존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조현병 환자라고 해도 내적인 감정마저 사라지지는 않는 것은 책 전반에 걸쳐 나타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대하는가가 조현병 환자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드러낸다는 점도 나타나 있다.

    일례를 보면 저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을 때 컵을 보면 깨서 자해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학회에서 다른 의사들에게 조현병 환자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에게 찻잔을 주었을 때 저자는 찻잔을 깨면서도 분노를 느낀다. 의사들이 깨지는 물건을 주면 안 된다고 경고했음에도 어머니가 자신이 가장 아까는 찻잔을 딸을 위해 내주었을 때는 찻잔을 깨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건강한 사람이 될 자신을 그려볼 능력을 빼앗은 치료전략을 비판한다.


    '조현병'이라는 병명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병이 아니다. 뉴스에서 보는 사건 사고을 일으키고 경찰에게 취조당하는 과정에서 환각과 망상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폐쇄 병동에 입원하고 약을 먹고 멍하니 있는 장면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목소리로 '조현병 환자'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신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순한 조현병의 일그러진 사고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사람부터 그들에게 진정으로 공감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정신질환에 관심이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어떤 이유에서 책을 시작하게 되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조현병 환자들도 그들만의 감정과 의사와 주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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