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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역사의 시작은 현재다’를 읽고.
학과: 기계공학부, 이름: 이*재, 선정연도: 2018
내용: 역사라는 과목은 흔히 암기할 내용이 많다,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등등의 평가를 받는 과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왜 배우는가, 즉 역사 공부의 동기가 항상 강조되는데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이것과 비슷한 내용을 나열해보면 과거를 알아야 똑같은 실수를 미래에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옛날 사람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등이 있습니다. 저는 위와 같은 말에 동의는 하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아서 백범 일지, 세계사를 주제로 한 책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찾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대학교 도서관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어 역사를 보는 시각이 크게 변하였습니다.
이 책은 제가 평소에 읽던 책들과 다른 역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세계사, 한국사, 조선시대, 고려 시대 위인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역사 그 자체와 역사학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책에서 묻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사의 정의란 무엇인가? 진정한 역사란 무엇인가? 무엇을 역사라고 할 수 있고 무엇을 역사라고 할 수 없는가? 역사로 포함하거나 배제시키는 기준은 무엇일까? 역사의 정의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역사 기록의 한계는 무엇이고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그런데 책의 앞부분에서는 권태를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생소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만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느리고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중간부터는 여러 가지 예시가 제시되면서 전개되었기 때문에 속도를 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안에는 제가 궁금해하던 진정한 역사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 제시되어 있었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무엇이 역사가 아닌가를 이용한다는 흥미로운 방법도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인간과 관계되는’이었습니다. 그 어떠한 일이라도 인간과 관계가 없다면 역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화산 폭발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도 그 자체로는 역사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인명피해가 생기는 등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면 역사로 인정받습니다.
주관성과 객관성. 저는 이 책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돌이켜본 제 경험의 핵심 두 단어를 선정하라고 한다면 주관성과 객관성을 선택하겠습니다. 제가 항상 고민해왔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 다루어지는 소재들입니다. 언제나 주관성과 객관성의 경계를 찾아왔던 저에게 있어서 그것은 답이 없는 상황에서 답을 찾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를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학창시절 가장 기억나는 것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고민할 겨를도 없이 ‘인간관계’라고 답할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에서 저를 크게 나누어보라고 한다면 21살 전후로 나눌 것입니다.
21살 전의 저는 글자 그래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요즘에 흔히 화두가 되는 그러한 사람. 남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 착하다는 말을 듣고, 칭찬을 들으면 삶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그러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거기에 완벽주의가 더해져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자신을 죽이고 남의 눈치를 보며 남의 평가에 신경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많은 것이 변화했습니다.
그 일을 요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친구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시작하게 되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흘렸습니다. 수능이 끝난 후 그 주말 갈등이 있었던 친구에게 연락을 하였습니다. 화해를 요구하는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저에게 도덕적인 비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일단 알겠다고 하고 그가 한 말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추론하였습니다. 그 후 관련 있는 친구들을 여럿 만났더니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가 그 친구와 갈등이 있은 후 그는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때 저와 가장 가까웠던 다른 친구가 그 친구에게 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저, 그 친구, 다른 친구를 포함한 무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저와의 소통이 끊긴 동안 그 이야기에 살이 붙고 와전되면서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8개월 후 저는 무리 안에서 붙잡을 수없이 구제불능이고 흔히 말하는 ‘쓰레기’라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저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것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그때 제가 들은 이야기와 지금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합해보아도 전체 이야기의 빙산의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뻔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정리하였고 혼자서 견디고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지만 길지 않은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였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부터 제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사실 혹은 진실이란 무엇일까?입니다. 제가 실제로 생각한 것과 행동한 것? 아니면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아니면 남이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는 것? 남이 들은 것? 남이 추측한 것? 저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누군가는 제가 행하였다고 믿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이야기의 일부분만을 듣고 빈 공간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로 채워 넣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 딱히 관심이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신속한 소통을 통해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순간부터는 이른바 ‘진실’이라는 녀석이 늘어나고 또 늘어나서 나중에는 이야기를 아는 사람의 수만큼 많아지게 됩니다. 제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이러한 진리 앞에서 저는 좌절했습니다. 아마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목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절제하고 때로는 잔혹할 정도로 이타적으로 행동했는데 남의 말 한마디에 저의 노력이 와르르 무너지는 광경을 보고 진리를 인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 사건과 대조적인 사건이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사건을 서술하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친구 A와 B를 설정하겠습니다. 저는 A와 친밀한 관계였습니다. 그러던 중 A와 B가 단기간에 깊은 관계로 발전하여 저도 B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와 B가 코드가 잘 맞아 빠른 속도로 친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라는 친구가 저와 B의 관계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큰 착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A는 저와 A가 속한 무리에 저를 모함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위 사건과 비슷한 전개를 보이지만 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큰 변화를 가져올 선택을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었기에 모함한다는 사실을 안 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A와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오해를 풀고 잘 마무리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습니다. 다행히 과거와 비슷한 전개로 흘러갈까 하는 두려움은 작은 두려움으로 끝났습니다. 그 후 뒷말은 나오지 않았고, 남아 있던 오해들도 제3자들과 직접 대화하여 풀어나갔습니다. 물론 제가 오해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인식할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가서 오해를 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깝고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소통을 하였습니다.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하고, 제3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데자뷔를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는 남에게 잘못된 이야기를 들어서 오해하기도 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봐서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이 행동에 대해서 저렇게 오해하고 저 말에 대해서는 또 다르게 오해하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은 바르지 않은 시선으로 만들어진 퍼즐로 채워나갔던 것입니다. 여기에 처음 언급한 사건의 무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 무리의 말 옮기기 좋아하는 친구에 의해 그 사건을 알게 된 친구가 과거 그 사건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제3자들은 하나하나 알고 있는 사실이 달랐습니다. 중간중간에 있는 내용을 빼먹은 채로 알고 있는 친구도 있었고, 아예 다르게 알고 있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전에는 이 두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된 인간관계의 특징이나 중요한 점이 역사와 어렴풋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은 역사와 인간관계를 하나로 보았고,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지만 읽은 후 역사가 인간관계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역사의 특징을 인간관계를 통해 심도 있게 이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합하여 뽑아낸 역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역사에서는 어떤 사실이 일어났는지 보다는 어떤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남겨졌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역사에서는 객관성보다 주관성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역사에 대한 태도가 강조됩니다. 우리는 역사에 대한 객관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주관성을 인정하면서 최대한 객관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역사는 그 내용을 최대한 빨리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이 희미해지고 바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 부분을 애매모호한 방식으로 서술하거나 출처를 밝히는 방법을 사용하여 나타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확실하게 세워진 삶의 태도도 있습니다. 주관성, 객관성과 관련 있는데 바로 ‘내가 아무리 바르고 당당해도 오해는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사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바르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입니다.
역사 책에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어 이 책을 오랜 시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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