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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살리는 말들
학과: 일반인, 이름: 김*혁, 선정연도: 2021
추천내용: 너는 돌아올거야.

어떤 말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여남은 인생을 다할 때까지 잊히지 않는다. 평범한 모양새를 갖춘 이들을 시공간에서 떼어내면 암만 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의 힘은 외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할머니는 숨그네의 화자 ‘나’에게 수용소로 가기 직전 나무복도에서 “너는 돌아올거야”라고 말하는데, 그 말은 노동 수용소에 있는 내내 화자와 동행하였다. 어떤 말들은 사람을 살릴 만큼 강력하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노동만이 반복된다. 느낄 수 있는 것은 동물적인 갈증과 허기, 고통 등으로 제한되어있다. 이러한 경험은 인간성을 짓밟는다. 또한 수용소에서 나가기 전까지 생존해야한다는 목적을 망각시키고, 강제 노동이라는 수단만이 남게 된다.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생존과 직결된 신체적 신호인 배고픔마저도 망각해야 살 수 있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자아를 대체가능한 것,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useless)한 것으로 만든다. 한편 수용소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해방되더라도 정신적 수용소, 트라우마는 지속되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한다.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타인이 공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괴롭고, 내 고통을 상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고, 있는 그대로 서술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랭 레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파트릭 모디아노, 프리모 레비, 그리고 이 책의 저자 헤르타 뮐러 등은 놀라운 것들을 보여주었다.) 수용소의 경험을 다룬 이 소설은 특별히 기억해야 할 사건과 기억이 서술된 것이 아니고, 기-승-전-결 구조를 가지지도 않았다. 숨그네의 화자(혹은 작가)는 수용소에서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건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수용소에서 느꼈던 짧은 인상에 대해 서술한다.
일찍이 프리모 레비는 기억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얘기한 적 있다. 기억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사건을 선택적으로 추출하여 재구성하기 때문에 진실성이 약화되고 서사의 오류가능성이 드러난다. 레비의 표현을 빌리면 ‘결정화’는 사건 자체를 희생한 대가로 구매된다. 이야기가 거듭날수록 기억의 고통스러움은 훼손된다. 그럼에도 ‘이야기하기’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도덕적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외상이 실재함을 지시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즉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fact이 아닌 내가 수용소에서 경험과 느꼈던 것(참됨truth)에 가치에 토대를 둬야 한다.

​저자 헤르타 뮐러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태어났다. 책을 읽다 보면 심장삽, 배고픈천사, 볼빵, 숨그네 등 독특한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루마니아인들이 독일어를 들리는 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오해로 탄생된 이 단어들은 의미보다는 소리에 주력한다. 뮐러는 의도적으로 언어를 표음적으로 사용하여 소리와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를 불일치시킨다. 이를테면 ‘숨그네’는 오랫동안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어 심한 착란 상태에 빠져 숨을 헐떡이는 것을 지시한다.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과 그 안에 깃든 착란상태는 괴리를 자아낸다. 언어와 형식의 불일치, 미학적이며 정치적인 장치... 뮐러는 의도적으로 아름다운 표현으로 독자를 미학적으로 현혹하는 동시에 폭력적인 장면을 반복하여 제시하는 것 같다. 폭력은 아름다움을 짓이기고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손수건과 쥐]였는데, ‘나’는 수용소에서 할당된 일을 끝내고 무연탄을 방문판매 하기 위해 러시아 마을로 나선다. 거기서 어느 늙은 여인의 집에 방문한다. 그녀는 시베리아 수용소로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새하얀 아마포 손수건을 선물한다. 수용소로 돌아온 ‘나’는 하얀 손수건의 아름다움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 ‘나’는 손수건이야말로 수용소에서 나를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하며 “너는 돌아올거야”라는 할머니의 작별인사가 손수건으로 모습을 바꿨음을 확신한다. 할머니의 말은 숨그네의 화자 '나'를 살렸고, 손수건은 수용소에서 나를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 ... 이 지상에 내가 있을 자리가 있다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보증은 강력한 힘을 발휘해서 나를 살아있도록 했다,

이제서야 숨그네를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을 무렵 한동안 내가 뮐러의 책에 감길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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