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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학과: 정치외교학과, 이름: 김*지, 선정연도: 2017
내용: 어쩌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걸까. 늘 생각해 봤다. 국가에 대한 개념조차 흐리던 어린 시절에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주제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과 대한민국 이외에 다른 많은 국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묶여 있어야 했던 시절에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청소년을 괴롭히지 않는다기에,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한국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었다. 나는 어쩌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가. 한국인의 모습은, 그리고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책의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한국인의 문화심리학적 특성들을 정말 잘 짚어내고 있었다. 주체성, 가족확장성, 심정중심주의, 관계성, 복합유연성, 불확실성 회피가 그것이다. 단어가 조금 생소할 뿐, 그 안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또 공감하는 것들이었다. 한국인은 한국인만의 독특한 심리들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움직여가며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것이다. 책 속의 사례들이 다 비교적 최근의 일들이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겸손한 민족이라기에 그러려니 하고 살았었다. 그 판단이 서양 사람들을 기준으로, 일본을 표본으로 한 것을 알고 나서야 일본인과는 다른 한국인과 중국인만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확실히 중국은 놀라울 만큼 국민 개개인에게 중화사상이라는 자국민 중심주의가 내재해 있고, 한국에는 어디서든 자신의 모습을 담는 셀카 열풍이 분 지 오래다. 한국과 중국은 주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한국인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사법부의 본질인데, 우리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상에서만 봐도 사법부의 판단에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으며 사법부와 정부, 의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나와 남에게 다르게 작용하는 이중 잣대 역시 한국인의 특성이었다. 자신이 법을 어기면 그것이 범법적인 것이라 생각하기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더 나은 결정이라고 느낀다. 또한 자신과 다른 판단은, 아무리 공적으로 타당한 것임에도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느 한 사람을 매장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사람들은 댓글 하나, 말 한마디를 거들며 자신이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길 바란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뭔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들을 가진 한국인에게 군대는 힘든 곳이다. 책에서 군대 사례를 언급할 때, 학교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보았다. 군인이든 학생이든 그들의 개별적인 정체성을 억누르고 한 공간에서 똑같은 일을 하기를 강요받기 때문이다. 군대는 국가 안보를 위한 막중한 공적 임무를 위한 것이지만 우리에게 그러한 임무가 자랑스러운 개념으로 다가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 처우는 범죄자보다도 못한 것만 같다. 때문에 그 역할에 대한 거리낌이 생기는 것이다. 군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지만 요즘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것도,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의 폐해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군대와 학교에서의 공통점은 그 속에서도 한국인은 사적관계를 찾는다는 것이고, 자신만의 가족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군대 내부 문제와 관련해 군대라는 곳의 집단적 정체감 정립이 어느 정도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 말한다. 군인이라는 대상 자체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학생이라는 신분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단계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시켜 그 기간이 쓸데없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꿈이 없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며, 공부만이 그 수단이 되는 것 역시 잔인하다. 이 과정에서 공부는 어떻게 하든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개별적인 주체성을 더욱 존중해 줄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건전한 갑을관계라는 단어가 신선했다. 어떤 사회에서든 완전히 평등한 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로 이행하면서 분명 이론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그렸겠지만,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아래에서도 우리는 평등하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발견한 것도 생산력의 경제적인 소유관계로부터 나오는 생산관계이다. 생산력을 어떤 형태로 소유하느냐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것이다.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모순되어 새로운 생산양식으로 변모하더라도,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생산관계가 생겨날 뿐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전한 갑을관계라는 말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듯하다. 한국사회를 막연한 유토피아로 그려내지 않았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작가는 냉정하게, 부정적이지 않게, 게다가 근거 없이 긍정적이지도 않게 우리 사회를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야 미래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술이 발전한 세상이다. 그렇게 빨라진 세상 속에서 우리의 삶은 더 여유를 되찾았을까. 아니면 그렇게 생겨난 시간을 또 다른 일들에 쏟아 붓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인은 후자일 것이다. 나 역시도 쉬지 않는다. 이건 사람들이 느려져야 해결될 문제이다. 한편, 미국의 중산층의 기준은 물질이 아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진정한 중산층이다. 물질적인 부가 아닌 정신적인 가치를 좇는다는 것이 와닿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다. 물질적인 부가 어느 정도는 충족되고 나서야 정신적인 가치를 좇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일 것만 같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물질에 집착하는 첫 단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버리고 세속적인 성공을 넘은 그 무언가를 꼭 찾았으면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살아가면서 무엇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공모전이며 대외활동이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야 직성이 풀렸기에 대학교에 와서도 그렇게 살아왔다. ‘피로사회’의 진단은 무엇보다도 한국인에게서 심하게 나타난다. 성과를 위한 끊임없는 자기 착취. 한국인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휴일이 되어도 마음 편하게 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해야 하는가. 처음 자기 착취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그래도 이 삶을 온 힘을 다해 즐기겠다는 입장이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종의 합리화일진 모르겠지만 사회의 주어진 범위 내에서 나는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제어장치 하나 없이 이대로 계속 달리게 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희생의 연속이 될 것만 같다. 어쩌면 이제는 잠깐 쉬어서 조금 더 진지하게 먼 미래와 최종적인 목표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도 하다.
실은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의 무력감을 느꼈다. 나를 본질적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들 앞에서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항상 난감할 뿐이다. 처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여서 더욱 우울함을 느꼈었다. 유전자에 의해 모든 것은 결정된다고 보고, 열심히 살아가던 내가 이기적인 유전자의 숙주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부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유전자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다 한국인’은 조금 다르게 그때의 기분을 떠오르게 하였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나에게 전형적인 한국인의 특성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숨기고 싶었던 부분까지 다 파헤쳐진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것조차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정말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은 이미 다 들통이 난 터였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는 한국인이었고, 한국에서 자랐으며, 앞으로도 한국인일 것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그 속의 개개인, 우리 한국인들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춘기에 있다. 그리고 그 혼란의 공간에서 나는 사춘기를 겪었고 아직 완전한 어른이 되지는 못하였다. 이왕 한국인으로 태어난 거, 씩씩하게 살아보겠다. 서구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짓은 더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은 한국인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내가 전형적인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인 게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든 싫든 이 나라에 태어난 이상 혼란과 좌절의 사춘기를 이겨내는 멋진 한국인으로 한번 살아볼 생각이다. 청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좀 더 건강한 모습이기를, 그리고 나의 사춘기도 멋지게 타오르며 계속해서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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