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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누구에게나 추락의 순간은 있다
학과: 지구과학교육과, 이름: 정*석, 선정연도: 2012
내용: 인생을 살다보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상황이 흘러갈 때가 있다. 그 대부분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기 마련이며,우리는 이런 상황을 현명하고 단호한 의지로 극복하는 이야기를 원한다.그렇다. ‘영웅’의 등장이다. 이러한 영웅들은 13척의 전선으로 수백 척의 적을 맞아 대승을 거두기도 하고,귀가 멀어 들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후의 명곡을 남기기도 한다.하지만 이런 초인적인 영웅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그들이 이런 ‘추락의 순간’을 극복해냈기에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나는 이렇게 조그마한 시련 앞에서도 벌벌 떠는데,그들은 굳은 의지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은 ‘조선의 위대한 실학 사상가이자,유배라는 혹독한 시련조차 ‘목민심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저를 쓰는 기회로 삼았던 위대한 사상가‘를 ’변해버린 처지에 한탄하고 어린 자식과 아내를 그리워했던 한 인간‘의 위치로 내려놓았다.
나에게도 추락의 순간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영재로 꼽히던 우수한 학생. 부모님께는 항상 자랑거리가 되는 공부 잘하고 착한 아들.친구들에게는 똑똑하고 항상 웃는 모범생....학창시절의 세상은 기회의 땅으로 보였고,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지던 그런 순간이 있었다.하지만 추락의 순간은 너무나도 갑자기 찾아왔다.생각지도 않았던 입시 실패에 연이은 경제적 어려움과 복잡해진 가정사 앞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게 몇 년에 걸친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상상도 가지 않는다.단지 일개 모범생에 불과했던 나조차도 이러한 상실감에 몸서리 쳤을진대 지금으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의 관리였다가 가족,친구,재산, 사회적 지위까지 모두 잃어버린 다산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그도 절망했다.하지만 그 절망 속에서 망가지지 않고,현실을 곱씹으며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지혜로운 글들을 남겼다.지금 나는 그가 남긴 글귀들 중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두고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카르페 디엠(CarpeDiem)!
벗이여 달빛 아래 술 마시려면
오늘 밤 저 달을 놓치지 말게
만약 다시 내일을 기다린다면
뜬구름이 바다에서 일어날 걸세
만약 다시 내일을 기다린다면
둥근 달빛 하마 이미 어지러지리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외쳤던 한마디가 기억나는가?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인생의 대부분을 학생으로서 지냈던 나에게는 이 말 한마디가 가장 와 닿았었다.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면 미래의 무언가가 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현재를 즐겨라!’ 라는 말이 ‘현재 하는 공부를 즐기면서 해라!’ 정도의 의미로서만 받아들여졌었지만,몇 번의 큰 실패 후 이 말은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인간은 항상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해내야만 하는 것이 있다.그렇기에 항상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고, 대학생은 직장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또 직장인은 결혼을 위해,결혼은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그렇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하지만 정작 본인은 현재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일쑤다.항상 미래의 무언가를 준비하면서 현재를 희생한다.그리고는 스스로 자신은 성실하게 살아오고 있다고,지금은 내가 바쁘고 힘들지만 미래의 나는 다를 것 이라고 위안한다.
하지만 다산은 아니라고 말한다.‘오늘을 놓치면 바다에서는 구름이 일어나 앞이 보이지 않을 것이고,아름다운 달은 이미 이지러져 내일은 볼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한다.그리고 문득 확신이 들었다.내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그의 조언인 만큼 믿어도 되지 않을까?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려와서 인생을 관조하며 남긴 말인 만큼 정말 솔직한 그의 심정이지 않았을까? 아직까지도 긴가민가하며 이리저리 흔들리던 나에게 그의 한마디는 밀물처럼 시원하게 다가왔다.그의 말이 현재만을 즐기라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외로워야 한다며,선의로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려 했던 나에게 다산은 ‘그러지 말아라.지금이 지나면 또 보지 못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보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다.오늘이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다’이렇게 충고하고 있었다.오늘은 한손에는 따뜻한 커피를, 눈에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담으며 친구와 함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본다. 아름다운 오늘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간격
더러운 것 쏟으려면 솥을 엎는 법
자벌레 굽히는 건 펴려 함일세
....(중략)
칭찬은 만 사람 입 필요하지만
훼방은 한 입에서 말미암는 법
근심 기쁨 경솔하게 바꾸지 말라
잠깐 만에 티끌과 재가 되나니
‘진정한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는 같이 배낭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던가?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그 사람이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그만큼 진정한 인간관계에 관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본인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봐야 하는 것 같다.좋을 때에야 웃으며 아첨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는가?
다산도 정작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야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었던 것 같다.어찌 보면 인간관계만큼 이해타산적인 것이 또 있을까?모두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사람을 사귄다.그리고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떠난다.다산도 그 자신이 잘나갈 때에야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했을 것이다.그리고 그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몰락했을 때에는 또한 악평이 자자했을 것이다.다산이라는 사람은 분명 하나이고,그때의 그나 몰락한 후의 그는 분명 변함이 없을진대 어찌 이렇게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도 주위에서 이런 경우를 숱하게 보고 있다.분명 나는 억울한데 주위에서 믿어주지 않을 때.그리고 그 후로 나를 다른 사람 대하듯이 대할 때.우리는 인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실망하고 있는가?이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속박의 굴레와도 같은지도 모른다. 다산은 이에 대해 해답을 내 놓는다.‘사람은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소문을 듣고 사람을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라.
왜냐하면 사람이 칭찬을 듣기는 어렵지만 훼방을 받는건 한사람의 입이면 족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언제나 사람을 한결 같이 대하라’정말 문제의 핵심을 잘 꿰뚫고 있는 통찰이다.인간관계의 모든 어긋남은 이런 편견에서 시작하는 지도 모른다.내가 말을 하는데도 상대방은 귀를 닫고 있는 건 그 사람이 나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편견은 모든 오해의 근원이 된다. 사람이기에 나의 마음을 다른 사람이 모두 알아줄 수는 없다.하지만 그 간격을 메우려는 노력이 없다면 평생을 사람에게 실망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이러한 노력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기만에 대한 풍자
소인배들 교묘하게 벼슬 차지해
이런저런 궁리로 밤낮 보낸다
한 차례 동작조차 이유 있지만
백 가지 일 한 가지도 맞지 않누나
잘나가는 벗을 따라 꽃구경 가고
채식하며 평소 지킴 과시한다네
오황한 선비라 생각 부족해
비바람에 쓸데없이 분주하구나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야만 그 자리의 허망함을 알 수 있다고 하던가?우리는 조직 안에서는 서로 물들어 누가 검은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다산은 벼슬이라 표현했지만 저러한 사람들이 어찌 높은 자리에만 있겠는가?저러한 세태는 더욱 더 심해져 이제 우리는 저러한 태도를 ‘처세술’내지는 ‘인간 관계론’ 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여 흉내내기도 한다.다산이 아마도 이러한 세태를 보았다면 혀를 차며 뒤돌아 섰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지 관리’라는 말이 중학생에게조차 낯설지 않은 세상에 사는 우리는 더욱 더 기만적이 되어간다.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사회가 ‘올바른’모습이라고 정해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그리고 이런 눈가림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것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인지 헛갈리기도 한다.항상 가면을 쓰고 살다보니 이제는 그 가면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게 된 형국이다.
이러한 사람은 불행하다.항상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남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이런 것들이 심해지면 나중에는 나의 겉모습을 바꾸기 위해 성형도 해야 하고,거짓말도 해야 한다.나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하고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이란 얼마나 불행한가?
시험에 매몰되는 삶
과거 시험 수 양제 때 시작됐는데
그 독이 이 땅까지 이르렀구나
찬연하다 한 편의 생원론이여
무릎 치며 쾌재 한 번 외칠 만하다
구름과 노을 같은 재주 갖고도
죄다 과거 향했다가 실패하였지
꾀죄죄 흰머리가 되어서까지
새겨 꾸미는 버릇 못 버린다네
나는 사범대에 재학중인 학생이다.곧 임용시험을 볼 생각이고,이미 입시라는 관문을 지나쳐 왔다.그러다 보니 이 구절이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았다.이 땅의 학생들에게 이미 적성이란 중요한 것이 아니다.그저 시험.시험.시험.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것이 기다리고 있다.공부란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는데,이 땅의 학생들에게 공부란 이미 시험을 위한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공부를 하더라도 ‘시험에 나오는 방향대로 공부하는 것’이 옳은 공부가 되고,스스로 찾아서 하는 탐구는 뒷전이다.당연히 이런 공부는 재미가 없으니 시험을 보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나는 이것이 최근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이백년 전 조선에서도 마찬 가지였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다.다산의 말대로 ‘구름과 노을과 같은 재주’를 갖고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학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다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교사가 되기 위하여 공부를 하는 처지에 이러한 현실이 통탄스럽다.영재교육이니,발견학습이니 하지만 결국 이러한 현실에 파뭍혀 이과의 뛰어난 학생은 시험 성적에 맞추어 의대로 달려가고,문과의 뛰어난 학생은 법대나 경영대로 달려가는 대한민국이지 않던가?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문제이다 보니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다산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였던가 보다.그저 탄식만 하 있을 뿐이니....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과 ‘인간의로서의 다산’.이 책에서는 이 두 면모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우리 모두는 실패를 한다.하지만 모두 다 실패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삭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다산은 이를 훌륭하게 해낸다.이 숙고의 기간 동안 그는 좌절하지 않고 ‘목민심서’라는 빛나는 명작을 이루어 냈다.이 책을 관통하는 ‘삶의 추락’을 대하는 다산의 태도에서 우리는 가장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 다산의 시에 내 마음을 비추어….
학과: 영어영문학과, 이름: 정*영, 선정연도: 2012
내용: <고통과 마주했던 인간,다산을 만나다>
한밤중에 잠깨어 불 꺼진 빈방에 홀로 있으면,고통과 외로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다.짙은 어둠에 근심과 고통이 녹아들어 마음을 어지러이 괴롭힌다. 말로만 듣고 생각했던 것,내 문제로 깊이 고민했다고 착각했던 일들이 실제로 내 눈앞에 나타나 내 삶을 정신없이 흔들어놓을 때,무너져 내림을 경험한다.내려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가 않은 일이다.욕심과 근심은 떨쳐내려 할수록 더 지독하게 따라붙어 나를 떠나려하지 않는다.인간이기에,약한 인간이기에 나는 괴롭다.한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글을 쓰면서 내 안의 아픔과 마주하고,솔직해 지는 것이 두려웠다.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두려워 생각에서 도망을 쳤다.
내가 한시로 만난 다산 역시 고통에 몸부림치는 한 인간이었다.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그의 인생에도 굴곡과 아픔이 있었고,고통과 시련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큰 시련 없이,낙오 없이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유배생활은 부정하고 싶을 만큼 가혹한 현실이었을 것이다.그의 시 속에는 자신의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구절이 많이 보인다.임금의 총애를 받고,요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포부를 펼쳐 보일 수 있는 힘을 가졌던 시절을 자주 떠올렸다.모두가 내편 같았고,크게 부족함이 없었고,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시절.그러나 그는 정적에 의해 중앙정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그 일로 형제를 잃고,사랑하는 가족들과도 생이별을 한 채 유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첫 유배지였던 장기에서의 시 구절 속에서는 절망과 분노에 찬 인간 다산의 얼굴이 보인다.억울함과 답답함을 함부로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글을 읽고 쓰면서 자신과 마주하고,자신의 현 상황을 직시하려고 했다.그의 시가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나 역시 시련과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이 현재진행 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따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어지러운 세상살이,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 속에서 그는 절망과 분노만 하고 있지 않았다.그렇다고 체념하지도 않았다.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고,이해하려고 했고,자연과 사물 속에서 인생의 이치를 발견했다.나비와 꽃,구름과 바람,산과 강 어느 것 하나 그가 음미하고 노래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피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것,그리고 절망과 고통을 자신의 존재를 성숙하게 하는 시간으로 가꿔나갔던 것이 결국에는 다산이 스스로를 붙잡을 힘을 주게 된 요인이 아닐까.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나와 마주했다.똑바로 쳐다보기 싫어서 항상 울면서 달아나기만 했던 나는 다산의 시를 읽으면서 조금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실패와 고통 속에서도 초연할 것만 같았던 다산 역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괴로운 밤들을 보냈던,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아니면 나도 다 산처럼 언젠가는 마음의 평정을 찾고 욕심과 고통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여기가 아닌,다른 곳에서 안식을 구하려 하다>
어린 시절 나는 사람들의 사랑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모범생이었다.못하는 것이 없었고,무엇이든 도전 했다 하면 큰 시련 없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사람들의 관심과 칭찬이 마냥 행복했다.주변사람들은 내가 크면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나 역시 항상 자신감에 차서는 나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칭찬이 대단한 것인 양 믿고 살았다.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으나,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무엇이든 야무지게 해내는 나는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책을 많이 읽고,글을 많이 써서 별명은 문학소녀였다.하나하나 새롭게 알아가고,깨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내가 한 마디를 하면 사람들이 나를 그 말의 값어치만큼 대우해주는 것이 좋았다.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인생과 이상,정치와 사랑을 이야기했으나,그것은 어른들의 책에서 읽은 구절을 별다른 고민 없이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마음으로 아파보지 않고,직접 겪어 보지 않고,마치 내 것인 양 이야기했다.그렇게 이야기하다보니,스스로도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줄 알았고,별다른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반이던 가을의 어느 날,병마가 나를 찾아왔다.허약하여 잔병치레를 하긴 했으나 그렇게 크게 앓기는 난생처음이었다.게다가 세상의 온갖 소리가 싫어졌다.자동차의 경적도,학교 종소리도 전화벨 소리도.소리만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고,정신이 혼미해져 외출을 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원인도 알 수 없었고,뾰족한 치료방법도 없었다.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고,불안하고, 우울해졌다.이유를 알 수 없이 시름시름 말라간다는 것,어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고통이었다.별다른 시련을 모르고 자란 터라 눈물과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것은 나의 작은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이었다.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세상이 허물어지고,내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뒷자리로 밀려났다.공부를 잘하는 것,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것,친구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중요한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시련이었고,어쩌면 말로만 떠들었던 인생과 죽음,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나의 문제로 끌어안고 고민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그러나 나는 많이 두려웠고,다산처럼 두려움과 고통을 내면적 성숙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나는 다산이 아니기에 다산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다산 역시 자신의 세계가 허물어지는 고통 그 이상을 느꼈으리라고 짐작해본다.누구에게나 자신의 고통은 더 아프고,쓰리질 않는가.
병세는 호전되었으나 청각과민만큼은 나아지질 않았고,병원에 가 봐도 원인도약도 없었다.대학생활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수업을 듣는 것도,버스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남몰래 학교 화장실에서 많이 울면서,하필 왜 나에게 이런 병을 앓게 하냐고,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원망을 마음속으로 쏟아내고는 했다.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나만 아는 고통.증상을 설명하는 것도,병명도 명확하지 않아 친구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행여 놀라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여줄까 사람들과의 만남도 두려워졌고,교통수단을 타는 것도 두려웠다.나는 취업도 해야 하고,결혼도 해야 하고,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은 평범한 20대 일 뿐인데. 어쩌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나에게는 수많은 고민과 결심을 요하는 일이 되어버렸을까.아무리 혼자 울부짖어도 변하는 건 없었고 나는 점점 작은 내 방안에 갇혀 스스로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시련이 계속될 때 사람은 절망의 나락에 빠지게 된다.사람들을 원망하고,세상을 증오하고 결국에는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그래서 나는 내 영혼의 안식을 다른 이에게서 구하고자했다.무섭고 힘들 때,스스로가 싫어질 때 남자친구에게 나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면서 그를 괴롭혔다.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고통의무게를 타인에게 함께 지워 그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했다.하지만 되 돌아오는 것은 더 큰 공허함과 고통뿐이었다.원망과 고통이 그릇된 방식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될 때,그것은 본인과 주변사람들 모두에게 상처가 된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다산의 글 중에서 가장 맘에 와 닿았던 시는 달구경.‘벗이여 오늘 밤 저 달을 놓치지 말게.만약 다시 내일을 기다린다면 둥근 달빛 하마 이미 이지러지리.’마치 다산이 젊은 날을 눈물로 보내고 있는 나에게 안타까워하며,오늘의 행복을 내일에서 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나는 창살 없는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자유로이 날아가는 다른 새들을 바라보며 젊은 날을 눈물로만 보내고 있었다.내가 오늘 불행한 까닭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밀어내려고만 하기 때문이고,그래서 나 자신을 그리고 지금 여기를 오롯이 사랑하고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나는 멀리 멀리 날아가는 다른 새들을 부러워했다.그들처럼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내 신세를 비교하고 한심해하니,늘 불안하고,행복하지 않았다.빛바랜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면서 ‘난 지금 이런 모습으로 힘없이 있을 사람이 아니었는데,내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하며 나의 마음은 온통 과거에 머물러있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절대적으로 올바른 삶의 길,행복으로 가는 길은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우리는 늘 불안해한다.혹시 낙오되지 않을까,실패하여 비틀거리게 되지 않을까.사회구조적인 문제,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불행과 고통을 그대로 감내하자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분노와 절망은 결국 인생을 나락으로 더 깊이 떨어뜨릴 뿐이다.당장은 겪을 수밖에 없는 시련이라면,내 문제로 안고 사랑해내야 한다.어차피 영원이 안정된 삶도,영원이 불안한 삶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그런 사랑 속에서 만이 나도 행복해지고,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도 나오는 것이다.지금껏,인생에 대한 소신도, 용기도,결단도 없었다.‘내려놓음’의 용기가 생길 때,‘지금,여기’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다산에게서 나는 그 희망을 보았다.
<나와 마주할 용기를 얻으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랑이 타인에게 미칠 때,그것을 ‘인(仁)’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이 때 사랑은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서 나오는 갈망이 아니라,충일한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이라고 한다.다산은 유배생활을 통해서 결국은 진정으로 많은 번뇌와 욕심을 내려놓았다.낮은 곳을 살피고,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그렇게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갔다.낙오와 시련을 인문학적 수양을 통해 ‘공부’의 기회로 삼으면서,그의 세계가 한 층 더 풍부해졌다.결국 그의 글과 말들이 후대에 이렇게 전해져 많은 이들에게 읽힘으로서 위로와 깨달음을 주니,이것이 바로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 힘들고,고통스러운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번뇌하지 않고,눈물 없는 인생은 없다.그래서 다산의 글을 보면,마치 울고있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내게도 가슴을 쥐어뜯으며 밤잠을 못 이루던 많은 밤들이 있었다.그리고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그런 시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르겠다.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이 더 이상 분노와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차게 그냥 내버려두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운명의 문을 두드려,그것을 열어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도망 갈수도,외면 할 수도 없는 나의 인생이기 때문이다.나는 이번 해 말,오래토록 생각만 해오던 인도여행을 떠날까 한다.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힘들고,불편하겠지만 용기를 내 보련다. 나와 마주해보련다.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 정약용의 삶을 보며 배우다
학과: 통계학과, 이름: 장*린, 선정연도: 2012
내용: 정약용.그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조선시대의 실학자로 거중기의 발명,목민심서의 제작 등 훌륭한 업적을 세웠다.한편 신유박해로 오랜 기간동안 유배를 가기도 했다.지금까지 나는 위인전을 보며 정약용을 마냥 훌륭한 인물로만 생각했다.그러나 그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나는 그냥 그를 훌륭한 실학자라는 단어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위인전과 다르다면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정약용,그는 위인이다
책 ‘한밤중에 잠깨어’에서는 위인인 아닌 살아있는 정약용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장장 18여 년간 장기와 강진에 유배되어 있었던 정약용은 어떻게 생각했을까.그는 맨 처음에 분노했다.정약용은 권력을 쫓는 아첨쟁이들과 큰 뜻을 품고 있었던 젊은 날의 자신을 비웃으며 허탈해 했다.때로는 담담하게 또는 격렬하게 한자 한자 쓰며 표현했다.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받으며 얼마나 허탈했을까.여기에서만 그쳤다면 그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점차 정약용의 심경에 변화가 온다.내일의 계획은 잊고 술만을 마시겠다고 하던 그가 과거의 허물을 벗어던지며 마음을 다잡아 묵묵히 책을 읽기 시작한다.이런 모습이 진정한 위인이 아닐까 싶다.그도 인간이라 어느 순간에는 작심삼일처럼 무너지기도 했다.보고 싶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은 쌓여가고 병든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커져가기만 한다.정약용은 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보내준 밤톨에 눈물 짓고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덕담을 하는 그런 사람이다.그러나 책의 마지막 부분인 유배당한지 10년 후에도 결코 그의 뜻을 꺾지 않겠다고 다짐한다.실제로 정약용은 유배당한 후 독서와 저술에 힘을 써 학문체계를 완성했다.이처럼 정약용은 단순히 거중기를 발명하고 수원의 화성을 지어서 위인이 된 것은 아니다.자신을 극복했기 때문에 위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모두가 정약용처럼 행동한 것은 아니다.역모의 누명을 써 화병으로 죽은 사람도 많으며 병들어 죽은 사람도 많다.이에 비하면 정약용은 극복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켰으니 위인이라고 불려 마땅한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가
‘한밤중에 잠깨어’를 읽으며 인간이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인류가 지성을 가진 이래 사람의 본성은 몇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비록 시간이 지나 인간복제를 연구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고,학문은 더욱 깊어져 갔지만 인간의 본성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았다.인간은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하며 험담하기를 즐긴다.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도 현대와 다를 바 없다.정약용은 유배일기 중 ‘유언비어가 생겨 순식간에 퍼져 두렵다’고 서술했다.그 당시 또한 유언비어라는 말이 있을 만큼 터무니없는 소문이지만 사람들은 진위는 파악하지 않고 소문에 대해 말하기에 바빴다.이와 같은 사태를 보며 현재의 마녀사냥이 생각났다.한 임산부가 인터넷에 ‘종업원이 임산부의 배를 발로 찼다’는 글을 올려 한 때 크게 이슈가 됐다.그 때 네티즌들은 종업원을 맹렬하게 비난하며 분노했다.그러나 사실은 이와 달랐다.오히려 임산부가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그러나 네티즌들은 첫 번째 루머에만 관심을 뒀을 뿐 진실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이런 마녀 사냥은 아이에게 국물을 엎은 여자 등 그 후에도 계속 됐다.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소문을 즐겼다.다만 정약용의 시대와 다른 점은 기술의 발달로 소문의 전달이 빨라진 것뿐이다.
정치의 형태도 변하지 않았다.정약용이 말하기를 ‘당파싸움은 권력을 위해 서로 헐뜯고 있다.이제 그만 두고 화평의 길을 나아가자’고 비판했다.이런 구절을보며 나는 현재의 정치세태가 생각했다.국회에서는 나라를 위한 정치가 아닌 권력유지를 위한 정치를 일삼고 있다.또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몸싸움을 하며 서로를 인신공격한다.가장 엄중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대통령 후보 검증도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서로의 후보를 까 내리기에 바쁘다.민주주의의 꽃이 피었다, 더 평화로운 세상이 왔다고 말하지만 사람 사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결국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하며 치켜세웠으나 지식만 늘어났을 뿐 본성은 멈춰있는 것이다.
정약용이라면 이에 대해 어떻게 말을 했을까.나는 이제 지식위주의 교육보다 감성교육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인간의 지식은 늘어났지만 가치관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그러나 감성교육이 좀 더 시행된다면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이 자리 잡게 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하다고 흔히들 말한다. 예를 들어 삼성의 핸드폰 제작 기술은 세계제일이지만 쓰고 있는 운영체제는 국의 것,안드로이드다.또한 우리나라의 하드웨어 제작은 세계최고지만 현실은 애플에 밀리고 있다.어떤 이들은 애플을 ‘감성팔이’라며 비하하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감성팔이를 배울 때이다. 정약용의 삶을 보며 배우다
나는 21살로 이제 막 사회에 나가려고 한다.반면 다산 정약용이 유배 중 일기를 쓸 때는 임금의 애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다 한순간에 역모로 몰려 20여년간 유배를 당했다.정약용의 유배읽기를 읽고 정약용을 위인이 아닌 인생선배로서 배우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일기에는 가족에 대한 내용이 굉장히 많다.18년이라는 기나긴 세원에서 정약용이 쓴 일기를 읽다보면 내 자식이 쑥쑥 큰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일기 중 아들과 딸을 애틋하게 그려내 이게 아버지의 마음을 사뭇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 딸아이 단옷날이면 옥 같은 살결 씻고 새 단장 했지/(중략)/오늘은 쑥 인형
매다는 저녁 손바닥 속/구슬을 누가 놀리리’ 단옷날이 되니 딸아이가 생각나고 부재에 아픔을 느끼는 정약용의 마음이 우리 부모님을 닮았다.나는 현재 여수에서 3시간 떨어진 부산으로 와서 자취를 하는데 2달에 한번 정도 집에 가곤 한다.가끔 뵙는 것이지만 집에서는 사실 그리 잘 지내지 않곤 한다.그러나 내가 부산으로 가고난 후 동생이 말하길 어머니는 늘 우신다고 했다.아!이런 게 어머니의 마음일까.어머니는 내가 선물해 드린 립스틱을 바를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고 말씀하신다.세월이 흘러도 부모의 마음은 변치 않는가 보다.정약용이 장장 18여 년간 가족들을 쉽게 보지 못했을 때의 그 기분은 내가 쉽게 짐작할 수 없다.유배일기 중 거의 대부분이 부귀영화나 사라져버린 권력이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것을 보면 그만큼 가족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나에게 알려준다.
내가 정약용에 대해 조사하며 감탄했던 것은 18년이라는 긴 유배기간 동안 그냥 시간을 버린 것이 아닌 연구를 하여 자신만의 학문체계를 만들었던 것이다.그는 누명으로 인한 분노와 한탄을 가라앉히고 연구를 시작했던 것이다.이 기간 중 역사에 이름이 남을만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귀양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정약용은 스스로 노력하여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 그 정신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한밤중에 잠깨어
학과: 행정학과, 이름: 이*정, 선정연도: 2012
내용: 현대인들은 바쁘다.초등학생들은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대학생들은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직장인들은 더 편안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저마다 앞으로의 목표를 갖고 전진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그런데 정작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다.우리는 너무도 바쁘기 때문에 사색의 여유를 가질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그런데 조선시대 위정자들의 삶에서도 생각만큼 사색과 반성의 기회는 많지 않았던 듯싶다.드라마나 영화 등의 매체에서 접하기에 관직에 종사하는 높으신 분들은,일을 다 하고 난 뒤에는 으레 정자 같은 곳에 모여 앉아 달빛을 벗 삼고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고는 했다.그렇지만 다산 선생의 한시에서 드러나던 모습을 보면 조금은 다른 듯하다.유배지에 온 후 많은 시간 생각을 하고서야,옛 시절에는 미처 본질에 대해 깨닫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불 편한 현실에 대한 우려,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잘 나타나 있다.유배기는 다산 선생이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고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이러한 성찰의 시간이 없었다면,한 때의 그물을 잠시 피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가 더 큰 좌절,위험을 겪게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도 해왔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선설과 성악설 등의 주장을 펼쳤고,그들의 이념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의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서 작용했다.이와 유사하게 책 속의 많은 시들은 그러한 고찰을 새로운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내게 있어서는 역사 속 이념들보다 실학자였던 정약용의 방식이 좀 더 깊이 와 닿았다.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 반성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다산 선생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큼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고 800리 떨어진 곳에 유배가 건강마저 해치게 되었다.그 과정에서 탐욕스런 인간들을 겪었고 믿었던 동료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야했다.또한 이익이 되면 의로움을 거들떠보지 않고 결과를 합리화 하려 했다는 철저한 자기반성도 있었다.특히 나만은 나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었다는 구절에서는 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이렇듯 다산 선생의 시들은 경험을 가지고 치열한 숙고를 거쳐 나온 것으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침으로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약용의 글이 오늘날 우리들에게까지 남겨져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로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시대를 초월한 ‘현실 적용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특정한 시기에 한정되지 않고 긴 시간적 흐름의 안목을 갖고 현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그 예로서,이 책을 읽으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한데 당시의 과거제도에 관한 것이다.‘과거’라 이름이 붙여진 시에는 당시의 과거제도에 대한 다산 선생의 비판적인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과거제도는 숱한 인재를 망치는 일로써,많은 사람들이 쓰레기 같은 공부에 힘쓰도록 한다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다 생원이 되어서야 끝날 일이라는 구절 등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과거 급제라는 맹목적이고 획일화된 목표를 수행하려는 현실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이 부분은 오늘날 수능,국가고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실과 대응시켜볼 만하다. 근대 사회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직업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서 개성을 좇기 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현실은 장기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인재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함에 따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다산 선생은 인간들이 기본적으로 희소한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특성을 놓치지 않았고 시를 남김으로서 유의의 뜻을 전한 것이다.이처럼 후대의 자손들에게까지 적용 가능한 교훈을 남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유력 인물들이 후보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유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각각 가진 이념에 따라 정치 공약을 내세우고 상대방에 대한 검증도 한다.그러나 경쟁이라는 속성 때문인지 종종 도를 넘어 ‘반대를 위한 반대’,‘제로섬 게임’과 같은 양상을 띠기도 한다.그런데 다산 선생이 바라보았던 옛 조선 정치사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소모적인 당파싸움,권력 다툼으로 어지러운 세상사에 대한 시대 비판적인 모습이 시에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의 속성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예나 지금이나 그 형태만 달라졌을 뿐 기득권자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갈등은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듯하다.선생이 말했던,한 번 맛보면 중독되어 파멸에 이른다는 복어의 독처럼 말이다.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시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다산 선생의 조언은 새겨둘 만하다고 생각된다.‘권력,부귀와 같은 가치는 한바탕 꿈이니,인생의 꿈을 깨어 참 삶을 살아야 한다.’사실,이전까지는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어 본인의 삶을 합리화 하려는 은둔자들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었다.그러나 선생의 사고의 흐름을 따르다 보니 이런 희소가치의 무상함,덧없음이 한껏 다가왔다.같은 시대상을 가진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이러한 다산 선생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사한 주제를 가진 시들을 읽으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다산 선생이 자기반성,현실 비판 등에 그치지 않고 희망적인 단계로의 발전에까지 나아갔다는 점에 있다.나 역시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판하는 과정에 있어서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며 자책하고,괴로워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이제 막 21년의 삶을 살아온 나의 모습을 뒤돌아보아도 긍정적인 마음 보다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에 사로잡혀 더 나아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정약용 역시 초기의 유배 시기에는 본인의 날개를 꺾어버린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많이 나타났다.그러나 사유의 시간을 가진 후에는 본인보다 상황이 더 좋지 못한 사람 혹은 본인이 더 나은 점을 생각해내며 위안을 삼았고 새로운 날로의 원동력으로 이용했다.거백옥의 이야기를 시 속에 풀어내었던 부분이 생각난다.거백옥은 50세에 잘못된 삶을 깨달았으나 본인은 40세에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아 더 낫다고 말했다.같은 현실을 어떻게 대하는 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임을 다시 한 번 새겨보았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하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가치 있는 일이다.돌아보면,수업 시간에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주입받고,친구들과 대화하면서도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지만 정작 나만의 생각을 하는 시간은 많이 없다.앞서 말했듯 바쁜 생활에 쫓겨 그럴 수도 있고,오늘날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스마트 폰 등 전자기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내가 오늘 어떤 일을 했고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될 것인지 등을 생각하는 것도 지식들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우리가 대단하다고 여겨 오늘날 읽고있는 다산 선생의 시들도,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오랜 사색의 시간을 거쳐 발견해 낸 것들이다.이렇듯 사색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져다주고 현실상황에 대한 파악을 도와줄 것이다.현대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목표를 정진할 때 진정 가치 있는 자산이 된다.유비무환.세상만사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을 때 외적인 풍랑을 만나더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고,피해를 본다하더라도 그 정도가 덜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사색이 부족한 우리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이 책은 중요한 보완적 자산이 되어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인간 정약용에게 흠뻑 빠지다
학과: 화학공학생명공학 전공, 이름: 이*한, 선정연도: 2012
내용: 한 사람에게 빠진다는 것이 어떤 걸까?그저 매일 매일 생각이 나는 것일까?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걸까?빠진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다산 정약용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전무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 때 배운 것이 다였다고 확언할 수 있다.거중기를 이용하여 화성을 축조하고,목민심서를 지은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이었다.솔직히 얘기하면, 가끔 측우기를 발명한 장영실과 헷갈릴 때도 있었다.어렸을 때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은 탓일까,역사를 좋아했지만 우리 나라 역사보단 중국 역사를 좋아했고 또 그에 대한 책들과 여러 고전에 관심사를 두며 지냈다.한국 사람인대도 한국 것은 뒷전이었다.유비와 제갈량은 알아도 정조와 정약용은 모른다고 해야 할까. 이런 못된(?)나를 벌하기 위함이었을까,이번에 책을 읽게 된 것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방학 때 타학교 도서관에 잠깐 공부하러 갔다 우연찮게 [삶을 바꾼 만남-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이란 책을 알게 되었고,개학 후 제 1 도서관에 갔다가 이 달의 책으로 ‘한 밤중에 잠깨어’가 됨을 알게 되었는데 이 두 책의 저자가 같은 사람인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그리고 ‘삶을 바꾼 만남’을 먼저 읽고 ‘한 밤중에 잠깨어’를 읽게 됨으로써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정약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없이 이 수많은 한시들을 읽었다면,과연 내가 이해할 수는 있었을까,아니 그 감정을 느끼기는커녕 흥미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왜 유배를 갔는지,왜 이런 수많은 한시들을 남겼는지... 한시로 된 책을 보며,사실 많이 당황했었다.아 어떻게 읽어야 하나..정말 기쁘게도 그 답은 정약용선생님께서 직접 나에게 알려주셨다.정약용이 황상에게 내려준 그 가르침,삼근계와 병심확이 그 답이었다.한낮 시골 아전의 아들이었던 그 황상을 최고의 시인으로 만들어 준 그 가르침이 답이었다.황상은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그리고 마음을 확고히 하여 이 것을 간직하라’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품고,스승의 공부법을 지켰다.이백과 두보,왕유의 시를 평생 초서한 그는 여러 시를 남겼으며,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가 칭찬할 만큼 시에 재능을 나타냈다.그의 동생 산천 김명희는 ‘이 사람은 두보와 이백의 시를 배웠으나,오히려 그들과 다른 자기만의 시를 짓는구나!’라고 칭찬하였다.난 이 글을 읽고 아!하며 깨달았다.시를 초서하게 되면,그 시를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시를 넘어서서 자기만의 새로운 시를 쓸 만큼 성장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이었다.그래서 난 바로 행동에 옮겼다.정약용의 이 많은 한시들을 초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시를 쓸 정도는 아니어도,이해는 할 수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초서,정말 감사하게도,너무나 큰 효과가 있었다.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적으면서,글쓴이가 적어 논 시의 해설을 보지 않고 내 나름 해석해보았다.정약용의 감정을 느껴보았다.정약용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놓고 보니 더 잘 느껴졌으며,그 마음이 내 마음이 되어 나를 웃게도,슬프게도 만들었다.
내 그리는 옛 사람 한유를 생각하네
불교 공격했단 죄로 남쪽 땅에 귀양 갔지.
한유는 팔천여 리 멀리 귀양 갔었지만
그의 천 리 나의 백 리 예와 지금 같지 않네
이제부터 떠돌이의 슬픔이랑 말을 말자
내 옛 분을 그리다가 그릇이 커지누나
정약용 -한유
나를 웃음 짓게 한 한 시이다.정약용은 천주교신자라는 이유로 유배를 갔다. 물론 형식적인 이유이고,사실 정조 사후 집권한 세력들이 정조의 심복이었던 정약용을 쫓아내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이었다.위 시의 한유란 사람은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옹호했단 이유로 8000리나 떨어진 곳에 유배를 가게 됬는 데 우연찮게 서울과 장기(정약용의 첫 유배지)와의 거리가 800리,딱 10배였고 이를 생각하며 정약용은 감히 자기가 불평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며,옛 사람을 그리다가 도리어 자신의 그릇이 커진다고 얘기한 것이다.그릇이 커진다고 얘기할때 난 풉 하며 웃음이 나왔다.사실 나도 가끔 힘들고 지칠 때가 있으면,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내 자신을 추스르곤 하기 때문이기도 하였고,그 친구와 서로 그릇이 간장 종지 그릇이라고 놀린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말은 놀렸지,그 친구르 인해 나의 품이 커졌었는데,정약용의 그 마음과 통해서 인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되었고,이 웃음은 내가 시를 읽으며 짓게 된 첫 웃음이었다.
복어 먹는 사람을 그대 보았나
맛과 독을 통째로 배 속에 넣네
그 맛 아예 즐기지 않았더라면
그 독을 토해냄도 없었을 텐데
정약용 -자족
이 시는 또 다른 웃음을 나에게 주었다.바로 풍자의 해학이다.사람이 복어를
먹는다.그 톡쏘는 맛이 매우 일품이다.하지만 독은 쌓이고,결국 그 독이 자신을 잠식한다.나중에 토해내도 어쩔 수 없다.이미 퍼져있으니까.정약용은 억울하게 유배되었다.어찌 원망하지 않았을까?정약용은 장기에서 약7개월 정도,강진에서 약18년 정도 있었다.유배된 지 얼마 안 됬을 때가 가장 힘들었으리라,장기시절 7개월 동안 지은 한시의 양이 18년간의 강진 시절 한시 양과 거의 비슷함을 알게 되었다.또 그 한시의 주제들도 원망과 슬픔,또 그것들을 이기기 위한 의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위 한시의 복어 먹는 사람은 아마 자신을 유배 보낸 조정의 관료들이었으리라.그 주축인 서용보를 향한 시였을까?권력을 맛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오히려 그 마음속엔 교만과 그 탐욕이 쌓이게 되고,쌓이다 쌓이다 보면 결국엔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끔을 정약용은 말하고 싶진 않았을까,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들이 결국 이렇게 될 것이라 얘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난 느꼈다.어찌보면 정약용 그 자신도 한때는 정조의 힘을 입어 승승장구한 인물이었다.1년에 3번이나 승진하는 정말 대단한 행적을 남기기도 하였던 그였기에,아마도 그 자신이 권력의 맛을 느껴본 적이 있으므로 저런 한시를 지을 수 있진 않을까 싶다.남을 향한 풍자이면서도,자신에 대한 자소가 느껴져서 그런가,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연민이 느껴졌다.
어떤 때 맘 가누기 어려웁던가
맑은 밤 다듬이질 소리 들릴 때
어떤 때 맘 가누기 힘이 들던가
봄 대낮에 솜옷 빠는 소리 들을 때
어떤 때 맘 가누기 괴로웁던가
갠 아침 수레 끄는 소리 들을 때
정약용 -세 가지 소리
웃음뿐인가....가슴 찡한 한시도 있었다.정약용에겐 가족이 있었다.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유명한 작품도 있지 않은가.그리고 그에겐 풍산 홍 씨도 있었다..위의 시는 정약용의 세 가지 소리 한시 중 일부분만 적은 것이다.다듬이 소리와,빨래하는 소리,수레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해 보았다.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하였는데,이 소리들이 하나의 음악이 되어,금방 터질 듯하지만,겨우 겨우 참고 있던 정약용의 그 그리움의 마음을 터뜨렸던 것이다.청각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승화시켰다느니 하는 고등학교 때 시 공부법을 넘어 화자의 그 마음을 직접 느끼니,이 시가 내 시 같고,이 상황이 내 상황인 마냥 괜히 슬퍼지기도했다.여담이긴 하지만 더 알아보니 정약용이 숨을 거둘 그 날이 바로 금혼식날이었다고 한다.그 날도 병환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미룬 날이었고,지킬 수 있으리라 굳게 약조한 날이었다고 한다.정약용의 생애도 참으로 기구하지만,그 부인도 마찬가지였으리라.학연과 학유는 어떠했을까.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괜한 미안한 마음에 자식들에게 편지로써 가르침을 주려하였다.열심히 학문을닦아 벼슬길에 올랐으나,모함으로 인해 유배를 온 정약용이 자신의 자식에게 학문을 닦아 라고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아...도움은커녕,오히려 짐만 되는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그리고 이 처지를 만들게 한 그 학문을 또 그 후손에게 해라고 말하는 그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금화와 옥서의 티끌 인연 풀고나니
초수와 종산의 흥취만 아련하다.
하늘은 청복에 너무도 인색하니
거친 땅 개간하여 여러 해를 기다려야
정약용 -술이나 마시자
정약용은 사람이 가지는 복을 열복과 청복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첫째,열복이란 쉬이 말해 우리가 말하는 성공이다.명예이며 높은 지위이고 권력 이다.다른 이들이 우러러보며,지나가면 절을 하고 칭송하는 것이 열복이다. 둘째,청복이란 청아함이며,고요함이며 순결함이다.세상을 떠나 하늘을 이불 삼아,땅을 베개 삼아,향긋한 초목과 함께하는 삶,도가의 무위자연과 비슷한 느낌이라할까...
금화와 옥서는 조정의 벼슬,즉 열복을 뜻한다.정약용은 한 때 높은 벼슬을 누렸다.하지만 잠시일뿐 숱한 모함과 음모로 인하여 유배지로 온 지금은 그 것마저도 잃어버린 상태였다.정약용은 얘기했다.청복을 가지고 싶다고...모든 더러움 다 떨쳐내 버리고 청복을 가지고 싶다고 얘기했다.하지만,,그러기엔 이 땅이 너무도 척박하며,또 시간이 걸린다.시간이 한참 흐른 뒤 강진에 유배를 갔을 때 정약용은 다산초당을 만들며,이 청복을 누리게 된다.그리고 유배에 풀린 뒤에는 그 청복을 뒤로한 채 서울로 올라가며,이젠 열복도 청복도 누리지 못하고 남은 생애를 보내게 된다.하아...정약용의 그 마음과 생애를 생각해보니 한숨이 나온다.정약용이 정말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청복일까.열복일까.생각해본다.하지만 그러지 못함은 그가 가진 너무도 위대한 능력 때문이었고,그로 인해 높은 지위도 얻었고,또 그로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기 까지 하였다.읽으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다. 정약용도 높은 지위,열복에 대한 갈망이 있었을까?아니면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흐름 때문이었을까,혹은 격물치지의 마음으로 사물을 알려고 한 정약용의 학문열의 때문이었을까.답은 정약용만이 알겠지...알 수가 없음에 너무나 슬프다.꿈에 정약용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만나게 되면 다 물어보고 싶었다.그만큼 정약용의 마음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많은 시들을 읽으며,또 다른 책을 통하여 정약용의 삶을 알게 되면서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었고,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큰 역사를 이루어나감을 느꼈다.한 사람의 삶이 큰 역사를 이룸을 깨닫게 된 것이다.정약용은 황상을 키워냈고,황상은 정학연과 정학유와 큰 인연을 맺고,또 추사 김정희와 연을 맺었으며,초의와 혜장,당대의 위대한 문인들도 그 연을 맺게 되었다.이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천재와 천재가 만나게 되었다는 경이로운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알면 알수록 신기할 뿐이었다.그 뿐인가,정약용의 그 놀라운 학술 업적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정약용이란 거울로 내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나는 과연 어떤 이들과 연을 맺고 있는 가 반추해보았다.그리고 생각했다.내 주변에 있는 이 모든 이들이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임을 느꼈다.내가 지금 내 모습으로 있는 것은 그들로 인함임을 깨닫게 되었다.여지껏 나는 내가 내 자신을 가꾸어 나간다고 생각했다.아니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접하지 못했으면,정약용을 만나지 못했고,그리고 이런 생각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만약 내가 지금 학교를 오지 않았다면 혹시나 고3담임 선생님이 다른 길로 인도했으면 지금 기회가 왔을까?아니 정말 만약 우리 부모님이 다른 배우자를 만났다면,내가 태어났을까....정말 말도 안되는 가정이긴 하나,내가 살아왔던 행적들을 다시 돌이켜보며 생각해보니,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다른 이들과의 인연의 끈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들이 나를 만들었고,그들이 나를 만들고 있으며,그들이 나를 또 만들어 줄 것임을 확신하게 되니,기쁨과 감격이 내 가슴속에 차올랐다.그리고 결심하게 되었다.내가 또 그런 사람이 되기로,다시 말해 누군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였다.이왕이면 좋은 영향을 끼쳐서 누군가 나를 생각했을 때 ‘아,,유한이라는 사람이 나를 만들어 주었지’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그러기 위해 내 삶을 절제하며,또 준비하고 열심히 나를 가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독후감 맨 처음에 한 사람에게 빠진다는 것이 어떤 걸까?그저 매일 매일 생각이 나는 것일까?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걸까?빠진다는 의미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이제 대답할 수 있다.한 사람에게 빠진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을 느끼고,공감하며,알아가고,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고 쌓이다 보면 이루어진다고 단호히 얘기하고 싶다. 나는 인간 정약용에게 흠뻑 빠졌다.

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한밤중에 잠깨어
학과: 국어교육과, 이름: 권*진, 선정연도: 2012
내용:
“고개고개 넘어가도 또 한 고개 남았네.
넘어가도 넘어가도 끝이 없는 고갯길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
할머니는 늘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는 하셨다.아침 준비하면서도 저녁준비하면 서도 대단한 실력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낮추어 부르시곤 했지만 절절히 마음 담아 부르는 노랫소리는 들을 때 마다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듣는 이의 마음을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그 노래가사가 단지 머니의 인생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교과서에 실리는 소설,수필,위인들의 이야기들은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해주는 정의의 이야기들이었다.그 글들을 읽고,느끼고,성장해왔던 나에게 세상살이 고추보다 맵다는 말은 의아할 뿐이었다.모든 주인공들은 역경이 와도 그것을 잘 이겨냈으며 결국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삶을 살았다.어진 마음을 잃지 않고 성실함을 몸에 익힌다면 세상살이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술술 풀리는 거 아니겠냐고 세상을 헤쳐나 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가 있었다.그렇다고 지금 세상살이에 지쳐 모든 희망을 포기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하지만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세상을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인생살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는 때가 잦다.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세상의 이목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때로는 아무리 어진 마음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세상에서 철저히 외면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래서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는 말이 그냥 흥얼거리는 노랫말은 아닌 것이다.오늘 내가 책에서 만난 고난과 역경의 실학자,정약용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많은 한시들 중에서도 장기 그리고 강진으로 유배갔던 시절에 지었던 원망과 분노가 절절한 한시들을 모아놓은 책이다.23살 잠시 보였던 서학에 대한 관심 때문에 훗날 이십녀년이나 가까운 세월을 유배 생활해야 했던 그가 세상에 품었던 원망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왕으로부터의 버림, 동료들의 배반,형제들의 죽음과 유배,가족의 파탄,이 모든 상처와 좌절을 마음 속에 품은 채,먼먼 산골 유배지에 도착한 그에게는 모든 것이 슬프고 애달파 보였을 것이다.머물지 못하고 금세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그 운명을 슬퍼하고,산 속 연못 너무 답답해 큰 바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물고기를 보면서도 그는 그 운명을 불쌍히 여겨 시를 지어 노래하고 있었다.어쩌면 자연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그는 뿌리 없어 여기저기 기웃 댄다고 부평초를 보고 구차하다하고,집 지으며 지지배배 울어대는 제비를 보고도 근심이 가득하다고 말하며, 울타리 만드는 데에나 쓰인다면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대나무를 보며 민망하다 했다.마음 속 한이 얼마나 절절히 쌓였는지 젊고 똑똑했던 지식인의 한풀이는 는 내내 독자 마음을 턱턱 막히게 했다.언젠가는 돌아가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포 부를 다시 펼칠 수만 있다면야 이깟 고통은 달게 받겠지만 그런 희망조차 없이 그저 시간만 갈 뿐이다.옥 구술에 난 흠집이 다시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미 자신의 몸과 마음에 난 흠집은 어찌해도 지울 길이 없다며 슬퍼하는 구절은 참으로 다산을 작아보이게,한없이 불쌍해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한시들은 한탄과 절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끈임 없이 이해와 화해와 시련의 극복으로 나가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동서남북으로 갈려 싸우고,사농공상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사람 잡는 공부 그만하고 이제라도 안 늦었으니 대화합의 잔치를 열어보자며,일천동이의 술을 담그고 일만 마리의 소를 잡아 큰 찬치 한번 열어봄세!하는 그의 목소리는 참 너그럽다.따뜻한 봄은 서늘 한 가을로 변한다.봄날은 꽃을 피우고 가을날엔 열매가 익는다.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역할의 다름의 문제라는 주장은 너그러운 할아버지의 포용의 손길같이 따스하다.공처럼 둥근 지구에서 동서의 구분이 우습다.지구의 좌표 측을 조금만 돌리면 좀 전의 동쪽은 중앙으로 변한다.중국에 사대할 것 없이 우리도 중앙이,중심이 될 수 있다고 외치는 모습에서는 드높은 자주심과 자긍심이 느껴진다.뿔 달린 짐승이 날카로운 윗니로 남의 고기까지 뜯자고 해서야 되겠냐며, 시인의 운치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높은 벼슬아치까지 되는 것은 세상의 공평성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유배를 유머 있게 받아들이려 하는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다산 선생과의 만남이 사실 처음은 아니다.나는 정민선생님의 책을 좋아하고,정민은 다산선생님을 좋아한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40여권이나 되는 저서들 중 10권 넘게 다산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다산을 등장시키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그를 통해서 정약용 선생님의 숨결을 앞서 느껴본 적이 몇 번 있다.대학 입 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세권을 소개하라고 했을 때도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저서가 그 한 칸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으니 선생님과의 만남이 처음은 아니라고 자부하겠다.하지만 이 책에서 나는 앞서서 와는 다른 선생님의 조그맣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모습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작가는 이를 다산의 인간적인 체취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그의 고상한 울부짖음이라고 하고 싶다.탁월한 비유와 생생한 묘사,완벽한 공간적 감각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고상하게 표현해냈지만 그는 사실 속이 찢어지게 울부짖고 소리 지르고 있었을 것이다.읽는 도중 마음이 아파 책을 몇 번이나 놓았다 다시 들어 읽고 하였지만,나는 그가 이런 아픔을 품고도 끝가지 학업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방대한 집필 작업에 전념하였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다.어쩌면 할머니가 노래하시듯이,다산 정약용이 겪었듯이 세상살이는 고추보다 매울지 모른다.하지만 그 어려움을 맞닥뜨리고서도 그것을 퉤!퉤!뱉어버리지 않고 씹고 씹어 가슴 깊숙이 삼키고는,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해나갔던 선조의 채취가 있기에 나는 다시 한 번 이 세상 잘 헤쳐나 갈 자신감을 충전하고 두려움을 씻어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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