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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법을 따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
학과: 역사교육학과, 이름: 박*우, 선정연도: 2015
추천내용: 바로 그 허균(1569~1618)입니다. 본 책의 <나의 운명> 부분에 점쟁이가 점지한 대로,‘묘금(묘금은 허균이 태어난 시를 십이지에 대응한 것을 일컫습니다.)이 울리므로 이름이 천하 후세에 퍼질 것이오’가 정확히 들어맞은 현대 한국인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본 익숙한 인물입니다. 제가 허균이라는 인물과 처음 조우한 것은 초등학교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계기는 드라마 <천둥소리>입니다.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최재성 씨의 열연에 힘입어 그 당시 저는 허균이라는 인물에 온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천둥소리>의 배경이 된 김탁환의 소설 <허균, 최후의 19일>도 찾아보았고, 나름대로 호(號)를 짓는답시고 허균의 호 교산(蛟山)을 따라해 교암(蛟巖)이라고 지은 적도 있습니다. <천둥소리> 속에서 양반이나 서자와 같은 중인 계층, 일반 기층민, 노예라는 계급의 구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고, 기이한 일을 일삼으나 그 품은 뜻을 기필코 성취하려고 혁명을 꿈꾸는 정열의 남자! 허균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 많았던 어린 시절,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 봤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허균이라는 인물은 저에게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과 같이 갑작스레 다가왔습니다.
허균이라는 인물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글을 봐야 합니다. 그의 시문집인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와 시집 『을병조천록(乙丙朝天錄)』입니다. 『성소부부고』는 대략 허균이 죽기 5~6년(1612~13) 전 쯤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그 동안 현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강현 홍익대 교수에 의해 발굴(2006년 발표되었습니다.)된『을병조천록』은 대략 허균이 명나라에 사절로 간 1615~16년경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두 책을 원전으로, 편역자인 정길수 조선대 교수가 주제의식에 따라 시문을 분류하여 『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라는 멋진 표제의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제목은 시 <내 삶을 살아가리니>에 언급되어 있는 문장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예교(禮敎)로 어찌 자유를 구속하리 부침을 오직 정(情)에 맡길 뿐.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을 따르라 나는 내 삶을 살아가리니’에서 근거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길수 교수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역사학도로서 제가 아는 허균, 그리고 그의 사상과 인생이 고스란히 이 한 문장에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을 살겠다는 집요한 고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 저절로 느껴집니다.
허균의 글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잉어회 한입>이나 <비 오는 날의 낮잠> 등에서는 그의 일상적인 삶이 재치와 함께 잘 드러납니다. <백상루>나 <압록강을 건너며>는 그의 기행과 여정에서의 감상을 잘 보여줍니다. <호민이 두렵다>, <버려진 인재들> 등에서는 그의 정치관이나 경세관이 잘 나타납니다. 소위 ‘호민론’으로 널리 알려진 문장이 바로 여기에 나옵니다. 이 밖에 주위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나 평가, 문학이나 학문에 대한 생각 등은 허균의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 피어난 사고(思考)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재치와 해학, 그리고 그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난 문장. 허균의 문장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듯합니다. 조선 후기에 박지원이 있다면, 조선 전기에는 허균이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갖고 독서한 부분은 허균의 인생관 부분입니다. 제가 애초에 허균에 매료되었던 이유가 바로 그의 태도 때문 아니었겠습니까. 누구와도 격식 없이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이야기하는 그야말로 자유인으로서의 허균!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나에 대한 찬미> 라는 시에서는 성옹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지극히 어리석고 무식하며 비루하고 용렬하지만, 조급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기운이 온전하고, 슬픔이 없으며 언제나 희희낙락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탐내는 것에서 이탈함으로써 무아(無我)나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 입니다. 근데 문제는, 이 성옹이 바로 허균 자기 자신이라는 겁니다. ‘성옹은 누구인가 바로 나 허균이지’라는 그의 이 시 마지막 문장은 바야흐로 스스로의 건강한 삶을 긍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주나 재물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과 성정을 뽐내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자기 자신 그대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의 발현으로 보입니다. 허균이 어떤 사람인지 눈에 선하지 않습니까?
허균의 삶은 고작 반백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자기 자신을 향유하고, 세상을 자기감정대로 느낀 사람이 과연 또 있을까요? 풍류와 해학,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자기 긍정, 저는 이것이 바로 허균의 정신이라고 감히 정의하고 싶습니다. 또한 유교가 사회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조선에서 유·불·도를 모두 아우르며 공부하고 그에 따라 생활했던 그의 박람강기함도 이 책을 전반을 엮는 놓칠 수는 없는 부분일 겁니다. 당대 사람들은 역모로 죽임을 당한 허균을 ‘천지 사이의 한 괴물(天地間一怪物)’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과연 허균이라면 이러한 평가도 즐기며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마 이렇게 당대 사람들을 조롱할 겁니다. “천지 사이의 괴물이면 어떠하리, 나는 나의 삶을 사는데. 그러니 나는 나의 법을 따르며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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