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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술 작품의 프리즘을 통해 서양 역사를 읽다
학과: 사학과, 이름: 박*옥, 선정연도: 2015
추천내용: <역사의 미술관>은 이른바 역사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역사화란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을 묘사한 그림을 일컫는다.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그린 그림에 대해 소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술품과 역사를 접목시켜 .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소재로 한 미술품의 시대적 변천을 다룬 책이자, 미술작품 속에서 당대의 역사를 읽어내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화에서는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대중적인 역사관 및 엘리트 계층의 역사관이 반영되어 있기에, 역사화를 통해 시대에 따라 역사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역사관뿐만 아니라 당대 사회의 모습도 읽어내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 회화에서는 역사화가 유난히 각광을 받았다. 역사화는 수많은 회화 소재 가운데에서 가장 고상하고 격조 있는 주제로 여겨졌으며, 당대 최고 화가의 회화적 역량이 총집결된 걸작 역사화가 연이어 탄생했다. <역사의 미술관>은 바로 이 역사화 작품들을 통해서,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후대에 그려진 역사화 중에 실제 역사적 사건을 정확하게 재현한다고 평할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보다 극적이고 웅장한 구도로 그림을 그리려다가 역사적 기록과 다소 상충되는 묘사를 취하는가 하면, 역사 연구가 미비하던 시기에 그려졌기에 의상 등이 고증에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그 그림이 그려진 당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역사화를 통해 그림에서 묘사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알 수 있고, 어떤 주제를 선택했는지를 통해서도 당대의 역사관이나 사회관을 탐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클레오파트라 항목을 예로 들어보자. 클레오파트라는 얄팍한 미모가 아니라 뛰어난 재치와 지성으로 당대의 영웅들을 사로잡은 위인이었으며, 막상 외모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클레오파트라를 관능적이고 요염한 희대의 미인으로 그린 수많은 그림은, 역사적으로 정확한 묘사라고는 할 수 없다. 동시에 이런 미술작품들은 클레오파트라를 단순히 미모만을 내세운 요부로만 묘사하면서,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클레오파트라의 지성적 면모를 간과하는 왜곡을 저지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역사적으로는 증명된 바 없는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실제 역사처럼 묘사한 그림도 많다. 하지만 이런 그림들은 작가 개인이 멋대로 재해석한 것이 아니라,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충실히 반영해 그려진 것이다. 그림이 왜곡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왜곡된 통념을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미술관>은 바로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클레오파트라가 수백 년 동안 그림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통해서, 작게는 클레오파트라가 그림이 그려진 시대에 어떤 역사적 인물로 인식되어왔는지를 연구하고, 크게는 유능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려다가 결국 실패한 여성에게 사람들이 어떤 프레임을 씌워왔는지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당대의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한 역사화도 많은데, 이 중에는 권력과 금력을 가진 당대 지배층이 주문제작한 작품이 많으며, 이런 작품들은 대개 한쪽 입장만을 반영해 편파적인 이미지를 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는 부정확한 사료가 되지만, 동시에 바로 그렇기 때무에 특정 지배층의 공식 입장을 읽어내는 데에는 적절한 사료가 된다. 개인 변명에 치중한 회고록이 역사적 신뢰도는 낮아도 개인의 인생이나 주변 상황을 연구하는 자료로서는 유용한 것과 비슷하다. <역사의 미술관>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수많은 역사화를 넘나들며 역사적 사건 및 인물과 역사관의 시대적 변천을 조망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며, 유명한 장면을 다룬 수많은 역사화가 등장한다. <역사의 미술관>은 특정 주제를 다룬 다양한 역사화를 여럿 보여주면서, 우선 개별 작품을 감상하는 표준적인 접근법에 대해 독자에게 알려준다. 다음 단계로 같은 주제를 다루었어도 시대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와 묘사가 변화하는 대목을 짚어내며, 당대 역사관과 사회관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유추해낸다. 예를 들면, 르네상스 직후에는 고대 로마의 위인을 왕에 빗대 그리다가, 절대왕정이 수립되면서 고대 그리스 신화의 신을 왕족에 비유해 그리는 것이 유행했고, 나폴레옹 이후에는 역사적 현장에 선 당대 군주의 모습을 직접 화폭에 나타내게 되었다는 변화 과정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면서, 이 변화에서 사회적 변화를 읽어낸다. 지배층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 동시에, 군주 스스로 신화의 후광을 업을 필요가 없는 지고한 존재로 격상시킨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듯 왕실이 후원한 역사화만으로도 왕실 이미지 전략의 변천을 읽어낼 수 수 있고, 그외에도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생생하고 뚜렷하게 포착해낸다. 이 책은 역사화로 바라본 역사관의 변천을 유려하게 그려내면서, 역사화의 각종 오류나 왜곡에 대해 설명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비롯해 이런 대목이 종종 나오는데, 다채로운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미술사뿐만 아니라 역사교양서로도 손색없을 정도이다.
한국 저자가 쓴 책이다 보니, 한국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특히 와닿는 표현이나 묘사가 자주 나온다. 특히 이슬람의 하렘을 한국의 궁녀 제도와 비견한 대목은 그야말로 탁견이었다. 하렘이라는 단어는 흔히 방탕한 호색의 동의어로 통용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슬람 궁전에는 단지 남자 신하들이 드나드는 공간과 술탄의 여성 가족이 사는 공간인 하렘이 분리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유럽에서는 '금남의 공간=>여성만의 공간=>술탄을 모시는 여성들이 잔뜩 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로 고착되었다. 조선 궁궐에 수많은 미혼 궁녀가 있고 국왕이 궁녀의 상징적인 신랑이라고 해서, 국왕이 그 많은 궁녀와 여색을 즐기는 것은 아니듯이, 하렘의 여자 노예들도 어디까지나 하렘 귀부인의 시중을 드는 것이지, 술탄에게 성적으로 종속된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오류에도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사회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하렘의 이미지는 서양 회화에 나타나는 갖가지 편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그리고 이 편견의 본질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있을 법해 보이는 가상의 배경을 적당히 내세워 관능적인 여인을 그리고 싶고 보고 싶은 욕망의 소산에 다름아니었다. 이슬람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은 대중에게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말은, 역사화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통용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 모습과는 어긋난 각종 역사적 통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해설하며, 책에 소개된 역사화의 오류를 독자에게 바로잡아 준다. 편파적인 사료만을 제시하면 편견에 빠지기 쉽다는 맹점을 훌륭하게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미술관>은 방대한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문체로 담아내면서도, 흥미와 깊이를 동시에 갖추는 데 성공한, 미술교양서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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