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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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
자료유형
국내단행본
서명/책임사항
수녀원 스캔들 :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 / 주디스 브라운 지음 ; 임병철 옮김
원서명
Immodest acts : the life of a lesbian nun in Renaissance Italy
개인저자
발행사항
서울 : 푸른역사 , 2011
형태사항
329 p. : 삽화 ; 23 cm
일반주기
원저자명: Judith C. Brown
색인: p. 326-329
부록: 주해 목록과 증언들
색인: p. 326-329
부록: 주해 목록과 증언들
서지주기
주석: p. [273]-325
주제(개인명)
ISBN
9788994079547
청구기호
306.76630924 B878i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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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등 관련정보
효원인 감동공유 추천글
제목: 사회적 금기와 성적 정체성 사이의 개인, 베네데타 까를리니
학과: 사학과, 이름: 황*봉, 선정연도: 2015
추천내용: 어떤 부분에 있어서나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더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금기와 규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구성원들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깨뜨리려는 욕망을 더 크게 갖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금기와 규제를 깨는 일, 숨겨진 비사를 들추어내는 일,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아는 일 등 이러한 것들이 위험한 것임을 알고도 행하는 것은 그 자체가 흥미진진하며 박진감 넘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도서관에 있는 많은 책 중 이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내용을 담은 이 책을 뽑아 들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표면적인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었다. 내 관심을 이끈 가장 흥미로운 단어는 부제에 쓰인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였다. 여성의 동성애를 뜻하는 단어로 보아 중세의 여성 동성애를 다룰 내용임을 짐작할 수는 있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였다. 지금도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그리 좋은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며, 나 또한 이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레즈비언 수녀 이야기라니. 성서의 내용에 가장 충실해야하고 규율이 엄한 중세 수녀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이었다. 단순히 동성애적 내용만 담긴 것이 아닐 것 같다는 혼자만의 조심스러운 짐작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인 주디스 브라운은 자신이 레즈비언 수녀와 관련된 기록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가지게 된 의문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는 것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그녀는 단순한 의문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 노력으로 베네데타 사건기록을 찾았고, 그 속에서 중세 유럽 여성의 성적인 삶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를 찾아내었다.
16-17세기는 섹슈얼리티에 있어서까지 남성주의적 관점과 인식 때문에 여성의 동성애나 섹슈얼리티는 아예 무시되거나 입에 담을 수 없던 시기였다. 저자인 브라운은 많은 기록과 사례를 근거로 하여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논하고 있다. 성서 상으로 똑같이 금기시되었던 동성애가 어째서 남성의 경우가 여성에 비해 비교적 잘 수용되고, 여성의 경우는 아주 불결하고 천박한 것으로 취급받는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중 잣대로 보이기에 충분한 당시 인식은 자연스럽게 여성 동성애에 대한 기록의 부재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베네데타에 관한 기록은 그 가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베네데타 이야기는 그녀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한다. 1590년 줄리아노와 미데아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순간부터 중세 여성의 삶을 그대로 밟을 운명에 있었다. 당시의 여성들은 정체성과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을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누구도 이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1599년 페샤의 테아티노회 수녀원에 입회하여 수녀가 되었다. 새로운 환경은 그녀에게 심리적 불안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고, 이를 신앙으로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현상과 기적 같은 환영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환영은 대중적 지침서나 수녀원에서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2차적 경험이었지, 실제로 나타난 환영이 아니었다.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녀가 경험한 환영이 실제였든 아니든 그 의미는 그녀 스스로 부여하기에 달려있는 것이었다.
환영이 계속될수록 그녀는 육체적 고통을 얻게 되었고, 이에 따라 수녀원 측은 그녀에게 룸메이트를 배정하게 된다.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한 신비주의자 수녀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교회 당국은 그녀의 신비적인 환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여성인 베네데타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존경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해 교회가 이를 통제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교회 당국은 베네데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2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1차 조사는 1619년 6월과 7월 사이에 총 14번 이루어졌다. 주로 베네데타의 성흔과 반지, 이에 대한 여러 증언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사단은 베네데타가 겪은 환영이 어느 정도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 때문에 2차 조사가 시행되었다. 2차 조사는 1622년 8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에 행해졌고, 교황 대사의 파견단에 의해 진행되었다. 그녀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조사단은 그녀의 환영에 대해 1차 조사보다 더욱 철저하게 조사했으며, 그녀의 환영이 거짓이었다는 여러 정황과 증언을 포착했다.
1차 조사와 2차 조사가 그녀의 신비주의적인 환영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였으나, 많은 점에서 달랐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1차 조사에서 수녀들이 베네데타의 성흔과 환영에 대해 적극적이고 옹호적으로 증언한 것과는 다르게 2차 조사에서는 그녀가 거짓으로 성흔을 조작하고, 환영 등을 꾸몄다는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많은 증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증언은 바로 이 이야기의 새로운 문제였던 여성 동성애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증언이었다. 그 수녀는 바로 베네데타가 환영으로 고통 받자 수녀원 측에서 붙여준 룸메이트, 바르톨로메아 크리벨리였다. 바르톨로메아의 증언은 지금 듣기에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여성 간의 동성애는 그렇다 해도, 여성 간의 성관계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록된 내용은 상당히 자세했고 이 때문에 중세 여성의 동성애와 섹슈얼리티가 기록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결국 그녀에 대한 조사는 1623년 11월 끝이 났다. 조사내용은 베네데타의 성흔과 반지는 모두 사라졌고, 악마에게 속았다는 것은 본인이 인정하였다는 것, 그리고 현재는 순종적인 수녀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로 산다고 결심했다하더라도 그녀의 죄질은 당대에는 어떤 것으로도 씻을 수 나쁜 것이었다. 브라운이 찾은 기록 어디에도 판결문이나 교황 대사의 포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목숨만은 부지하여 감옥에서 35년을 복역하고,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베네데타의 죽음은 속인들에게 큰 화젯거리가 되었고, 수 백 년 동안 잊혀오다가 지금에 와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중세 유럽의 사회적·종교적 규율과 금기에 의해 개인, 특히 여성은 그 정체성과 성적 결정권을 완전히 무시당하였다. 당시에는 인권, 성적 결정권과 같은 근대적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베네데타는 물론이고, 당대 여성들에게 이런 관점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시대에 의해 매몰된 베네데타라는 개인의 삶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중세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베네데타가 바르톨로메아에게 있어서는 동성 간의 성관계와 성행위를 강제한 가해자라고 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남성중심적인 시대의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없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그녀는 신비주의적인 환영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역으로 그녀를 어느 것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악이 되어 돌아왔다. 성적 결정권을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신비적인 환영을 통해서 인간적 욕망을 해소하려던 것이다.
이 책 『수녀원 스캔들』은 중세 유럽 여성들의 삶, 그리고 시대적·사회적 상황에서 고뇌하고 저항하였으나, 결국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시대도 중세 유럽 사회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규율과 금기에 맞서는 한 개인으로서의 모습이 우리 안에서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라도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현재를 조망해보는 데에 의미를 주고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학과: 사학과, 이름: 황*봉, 선정연도: 2015
추천내용: 어떤 부분에 있어서나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더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금기와 규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구성원들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깨뜨리려는 욕망을 더 크게 갖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금기와 규제를 깨는 일, 숨겨진 비사를 들추어내는 일,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아는 일 등 이러한 것들이 위험한 것임을 알고도 행하는 것은 그 자체가 흥미진진하며 박진감 넘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도서관에 있는 많은 책 중 이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내용을 담은 이 책을 뽑아 들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표면적인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었다. 내 관심을 이끈 가장 흥미로운 단어는 부제에 쓰인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였다. 여성의 동성애를 뜻하는 단어로 보아 중세의 여성 동성애를 다룰 내용임을 짐작할 수는 있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였다. 지금도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그리 좋은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며, 나 또한 이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레즈비언 수녀 이야기라니. 성서의 내용에 가장 충실해야하고 규율이 엄한 중세 수녀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이었다. 단순히 동성애적 내용만 담긴 것이 아닐 것 같다는 혼자만의 조심스러운 짐작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인 주디스 브라운은 자신이 레즈비언 수녀와 관련된 기록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가지게 된 의문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는 것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그녀는 단순한 의문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 노력으로 베네데타 사건기록을 찾았고, 그 속에서 중세 유럽 여성의 성적인 삶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를 찾아내었다.
16-17세기는 섹슈얼리티에 있어서까지 남성주의적 관점과 인식 때문에 여성의 동성애나 섹슈얼리티는 아예 무시되거나 입에 담을 수 없던 시기였다. 저자인 브라운은 많은 기록과 사례를 근거로 하여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논하고 있다. 성서 상으로 똑같이 금기시되었던 동성애가 어째서 남성의 경우가 여성에 비해 비교적 잘 수용되고, 여성의 경우는 아주 불결하고 천박한 것으로 취급받는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중 잣대로 보이기에 충분한 당시 인식은 자연스럽게 여성 동성애에 대한 기록의 부재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베네데타에 관한 기록은 그 가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베네데타 이야기는 그녀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한다. 1590년 줄리아노와 미데아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순간부터 중세 여성의 삶을 그대로 밟을 운명에 있었다. 당시의 여성들은 정체성과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을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누구도 이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1599년 페샤의 테아티노회 수녀원에 입회하여 수녀가 되었다. 새로운 환경은 그녀에게 심리적 불안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고, 이를 신앙으로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현상과 기적 같은 환영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환영은 대중적 지침서나 수녀원에서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2차적 경험이었지, 실제로 나타난 환영이 아니었다.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녀가 경험한 환영이 실제였든 아니든 그 의미는 그녀 스스로 부여하기에 달려있는 것이었다.
환영이 계속될수록 그녀는 육체적 고통을 얻게 되었고, 이에 따라 수녀원 측은 그녀에게 룸메이트를 배정하게 된다.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한 신비주의자 수녀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교회 당국은 그녀의 신비적인 환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여성인 베네데타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존경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제어하기 위해 교회가 이를 통제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교회 당국은 베네데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2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1차 조사는 1619년 6월과 7월 사이에 총 14번 이루어졌다. 주로 베네데타의 성흔과 반지, 이에 대한 여러 증언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사단은 베네데타가 겪은 환영이 어느 정도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 때문에 2차 조사가 시행되었다. 2차 조사는 1622년 8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에 행해졌고, 교황 대사의 파견단에 의해 진행되었다. 그녀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조사단은 그녀의 환영에 대해 1차 조사보다 더욱 철저하게 조사했으며, 그녀의 환영이 거짓이었다는 여러 정황과 증언을 포착했다.
1차 조사와 2차 조사가 그녀의 신비주의적인 환영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였으나, 많은 점에서 달랐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1차 조사에서 수녀들이 베네데타의 성흔과 환영에 대해 적극적이고 옹호적으로 증언한 것과는 다르게 2차 조사에서는 그녀가 거짓으로 성흔을 조작하고, 환영 등을 꾸몄다는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많은 증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증언은 바로 이 이야기의 새로운 문제였던 여성 동성애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증언이었다. 그 수녀는 바로 베네데타가 환영으로 고통 받자 수녀원 측에서 붙여준 룸메이트, 바르톨로메아 크리벨리였다. 바르톨로메아의 증언은 지금 듣기에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여성 간의 동성애는 그렇다 해도, 여성 간의 성관계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록된 내용은 상당히 자세했고 이 때문에 중세 여성의 동성애와 섹슈얼리티가 기록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결국 그녀에 대한 조사는 1623년 11월 끝이 났다. 조사내용은 베네데타의 성흔과 반지는 모두 사라졌고, 악마에게 속았다는 것은 본인이 인정하였다는 것, 그리고 현재는 순종적인 수녀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로 산다고 결심했다하더라도 그녀의 죄질은 당대에는 어떤 것으로도 씻을 수 나쁜 것이었다. 브라운이 찾은 기록 어디에도 판결문이나 교황 대사의 포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목숨만은 부지하여 감옥에서 35년을 복역하고,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베네데타의 죽음은 속인들에게 큰 화젯거리가 되었고, 수 백 년 동안 잊혀오다가 지금에 와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 중세 유럽의 사회적·종교적 규율과 금기에 의해 개인, 특히 여성은 그 정체성과 성적 결정권을 완전히 무시당하였다. 당시에는 인권, 성적 결정권과 같은 근대적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베네데타는 물론이고, 당대 여성들에게 이런 관점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시대에 의해 매몰된 베네데타라는 개인의 삶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중세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베네데타가 바르톨로메아에게 있어서는 동성 간의 성관계와 성행위를 강제한 가해자라고 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남성중심적인 시대의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없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그녀는 신비주의적인 환영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역으로 그녀를 어느 것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악이 되어 돌아왔다. 성적 결정권을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신비적인 환영을 통해서 인간적 욕망을 해소하려던 것이다.
이 책 『수녀원 스캔들』은 중세 유럽 여성들의 삶, 그리고 시대적·사회적 상황에서 고뇌하고 저항하였으나, 결국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시대도 중세 유럽 사회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규율과 금기에 맞서는 한 개인으로서의 모습이 우리 안에서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라도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현재를 조망해보는 데에 의미를 주고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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