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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공모전 우수작
제목: 인생은 체크 메이트 없는 체스게임
학과: 제약학과, 이름: 나*경, 선정연도: 2021
내용: “체스는 쉬운 게임이지. 하지만 잘하기는 어려워. 네가 수를 둘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의 세상이 열리거든.”.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마주한 도서관에서 노라가 엘름 부인을 처음 만나 긴 여정을 함께 할 대 항상 부인의 곁에는 체스가 있었다. 초반에는 지루할 때 으레 하는 가벼운 손장난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지만, 오른손에 남은 페이지들이 얇아질 즈음에는 체스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자체를 나타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스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을 통해 곁가지들로 뻗어 나가는 가능성을 가장 쉽게 느끼는 방법이었다. 노라 스스로조차 인지하지 못한 삶에 대한 내면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펼치면 겪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노라의 삶뿐만 아니라 체스판 위의 폰의 이야기도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을 한다.
사르트르의 명언, “인생은 B(Birth)와 D(Dead) 사이의 C(Choice)이다.”라는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 또,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인생을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택 장애’를 겪고 있는 나는 꽤 오래전부터 최선의 선택을 할 수만은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해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따른 결과들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갈 때면 후회의 글들이 겹겹이 쌓여서 내 머릿속을 깜지 마냥 가득 채워버렸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털어버리는 게 맞다.
노라가 자정의 도서관에서 마주한 가장 두꺼운 책은 ‘후회의 책’이었다, 마지막 순간 가장 먼저 재가 되어버린 것도. 노라가 죽기로 결심하기 세 시간 전, 그녀는 온몸이 후회로 욱신거린다고 한다. 그녀에게 한꺼번에 닥쳤다고 느껴지는 악재들이 자책과 후회로 얼룩져서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은 그때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른 선택을 한 노라의 삶에 들어갔고 원래의 삶에 없었던 것이 있기도 했지만 있었던 것이 없기도 했다. 선택은 또 다른 선택지들을 만들기 때문에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후회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나의 선택은 다시 그 상황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 전의 대화들, 당시 나의 경험과 기분을 생각해보면 다시금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 안의 내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하나였다는 결론으로 모이게 된다. 그때의 내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생기고 나니 더는 그 선택이 후회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노라는 후회들을 되돌리기 위해 선택한 삶들이 다른 이들의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노라가 빙하학자가 되지 않고, 작곡을 멈추고 수영을 그만둘 때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 꿈들은 노라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들이 아니었고, 설령 이룬다고 해도 또 다른 무언가를 잃을 것이란 것을 조금은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노라가 가진 후회의 민낯들을 하나씩 벗기니 날 집요하게 괴롭히던 모습과는 달리 정말 초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더 잘 지워내는 방법들은 배운 것 같다.
노라는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자신이 진정 바랐던 이상적인 삶을 찾게 되지만 자꾸만 이 삶에 속해서 자연스럽게 살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을 느낀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전의 기억은 없는 채 왔기에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서투른 자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속은 빈 채로 껍데기만 같은 또 다른 노라의 삶을 빼앗은 것 같다는 생각과 공허함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혼란스러워하던 노라는 도서관으로 돌아와 마침내 자기가 원하는 삶은 원래의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때 그녀는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 관점의 변화이다. 노라가 가장 바라고 가고 싶었던 곳이 그녀 스스로가 끝낸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나에게도 꽤 충격이었다. 죽기로 마음먹은 몇 시간 전의 행적을 함께 한 나에게도 노라의 삶은 희망도 기대도 찾을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다른 삶을 탐색하는 여정을 함께 한 후에 나에게도 이 삶이 가장 희망차고 기대되는 삶으로 바뀌었다.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는 숱한 연설들이나 조언들을 듣는 것보다도 훨씬 진한 여운과 영향을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전개와 내용의 다채로움에서 소설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에 함께하면서 성장하는 노라의 모습을 통해 나의 경험을 반추할 수 있어서 자기계발서만큼이나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자정의 도서관을 묘사할 때에 책에서는 이런 설명을 한다. 인간은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매사에 간단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로 단순화해버린다고. 늘 일반화하며 마음속 구부러진 길을 억지로 펴기 때문에 길을 잃는다고. 도서관은 인간이 이런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삶과 죽음 어느 것도 아닌 무언가, 시계의 숫자 사이 초침이 스쳐 가는 그런 영역이라고 말해준다. 이 구절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6~7살 정도의 아이들이 자연을, 또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들이 나한테는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관점인 것 같아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도 보고 느낀 그대로 툭 내뱉은 말들을 엄마가 듣고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자랑이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있다.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들이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다는 게 이제는 내심 부럽기도 하다.
일반화와 단순화는 얽혀있는 일들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무언가를 강렬하게 느낄 때 그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할 때에는 방해가 된다. 배너지 씨가 더 약국에서 약 받아와달라는 부탁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했을 때 좋은 소식인 듯 알려주는 그의 상기된 모습에 반해 노라는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느끼며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은데도 단순히 누군가 나를 덜 찾게 된다고 해서 그 뿌리가 흔들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는 빠르게 흑백 논리처럼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인간관계들을 돌이켜 보았을 때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 관계라면 필요성을 따지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관계를 맺는 데에는 큰 이유가 없고 상대방에게 바라는 별도의 목적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그렇게 여긴다면 상대방도 분명 그러리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내 존재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는 조급함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단순화 과정들이 인간이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내는 어리석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가 정돈해놓은 체스판을 보렴. 게임이 시작되기 전인 지금은 얼마나 질서 있고 안전하고 평화로워 보이니. 아주 아름답지. 하지만 동시에 지루하고 죽어있어. 그러다 네가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는 순간 상황은 변하지. 좀 더 무질서해져. 네가 말을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그 무질서는 점점 쌓이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말처럼 통제할 수 없는 무질서에 대한 두려움에 걱정만 하고 있다면 평화로워 보이지만 죽어있는 것과는 다름없는 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무질서들이 무수히 많은 곁가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나에 대해 확신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그 삶이 주체적인 내가 원하고 향유하는 삶이 될 수 있다. 정답이 없으니까 체크 메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책이 한 사람에게 주는 울림이 얼마나 깊고 큰 원을 그리는지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도 더 많은 울림을 얻게 된 책이라 더욱 뜻깊었다. 가벼운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생에서의 선택’이라는 주제가 각자가 놓인 환경과 가치관에 따라서 자유자재의 해석을 낳을 수 있기에 되도록 많은 이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지금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불현듯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의 시기에 빠진 이들이 읽어보았으면 한다.
효원인 감동공유 추천글
제목: 인생을 리셋하고 싶나요?
학과: 약학과 , 이름: 송*지, 선정연도: 2023
마음에 드는 글귀 또는 문장:"자신이 살지 못하는 삶을 아쉬워하기란 쉽다. 사귀지 않은 친구들, 하지 않은 일, 결혼하지 않은 배우자, 낳지 않은 자녀를 그리워하는 데는 아무 노력도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날 보고, 그들이 원하는 온갖 다른 모습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어렵지 않다. 후회하고 계속 후회하고 시간이 바닥날 때까지 한도 끝도 없이 후회하기는 쉽다." (p. 390)
추천하고 싶은 대상: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사람, 후회되는 과거가 많은 사람
추천이유:인생을 살면서 후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 시드'도 마찬가지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말 걸, 밴드를 그만두지 말 걸, 친구를 따라 호주로 갈 걸 등. 수많은 후회로 점철된 노라의 인생은 우리들의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행운이 있다면, 감회했던 모든 선택을 뒤바꾸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볼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수영 금메달리스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 가수, 저명한 빙하학자…….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도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항상 꿈꿔왔던 '완벽'한 삶이 아니다. 그녀가 최종적으로 택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로써 생을 마감하고자 했던 본래의 삶이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 길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므로. 그곳에서는 슬픔도 괴로움도 없으니 당연히 언제나 현실보다 눈부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상상 속의 삶을 좇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나는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을 뿐. 과거의 내 결정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현재의 나는 그런 과거의 나를 조금 더 믿어주고 의심하지 말자. 노라처럼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진 못하더라도 그 과거를 발판 삼아 더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 나가자.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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