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글을 쓴다. 삶을 기록한다. 미래의 계획을,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나는 그냥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내게 물었다.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 따로 있냐고. 어느 정도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아주 단순하게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을 기록하라고. 지나온 날들을 곱씹고, 성찰하라고. 그 흐름을 읽어야 비로소 나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이 책의 저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미래에 닥칠 일들을 예방하고자 지나온 날들을 되새김질했다. 그 안에서 흐름을 읽어낸 후 ‘시간’을 창조했다. 인간에게 ‘시간’은 앞으로 닥칠 일을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성찰해야 가늠할 수 있다. 시간이 기록인 까닭이다. 흘러간 시간에 앞서 산 이들의 삶이 들어있다. (139쪽)
시간은 기록이다. 기록은 곧 역사다. 다이어리는 나의 이야기니까, 앞서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활용되지 않는 기록은 가치가 없다’(157쪽), 저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고개를 주억댔다. 다시 보지 않을 기록이라면 기록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될 사건에 기록관이 세워지는 이유는 뭘까? 잊지 않겠다는 하나의 약속? 이렇게 우리가 공들여 기억하고 있다는 자부심? 다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저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생존본능 외에 문화전승의 본성이 있다.’(24쪽) ‘인간의 의지가 ‘지워져서는 안 될 기억’을 선택한다.’(41쪽)
기록을 다룰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선택과 분류, 또 폐기이다. 그 종류를 구분하고 선택하여 미래에 전승하지 않아도 될만한 것들은 폐기한다. 폐기 작업 또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폐기되지 않은 것들은 더더욱 보존하여 전승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지워져서는 안 될 기억’ 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는 곧 기억이고, 기록이며, 과거의 인류가 미래를 위해 발버둥친 흔적이다.
그 흔적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 그러니까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기록하는 인류는 미래를 꿈꾼다.’(17쪽) 뒤집어 말하면 기록하지 않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누군가가 기록해 온 역사 위에 발을 딛고 서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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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출판 이야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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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을 되새김질 해서 시간을 창조한다는 표현이 인상깊네요. 인용하신 문장에서 말하는 \'역사\'의 관점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기록라는 행위가 갖는 중요성이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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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상 속에서 있었던 일이나 감정,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요. 종류에 관계없이 무언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삶을 기록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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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이어리를 쓰지만 한 번에 몰아서 쓰거나, 며칠을 비우고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몇 년간 꾸준히 쓰는 이유는 일정을 관리하기에 편해서 입니다. 그럼에도 감정을 기록하는 일은 많이 해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매력적이고,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