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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작가 마크 포사이스 출판 윌북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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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소개받아 천천히 읽고 있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어원 사전이라고 해서 재미없어 보일 수 있는데,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인 저자 마크 포사이스의 입담이 그런 걱정 따위는 싹 씻겨 내려가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만큼 한국어 번역도 깔끔하고 그 위트를 잘 살리고 있다.

    저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마크 포사이스라는 사람은 꼬장꼬장하고 과묵한 사람이다. 평소라면 말 한 번 붙이기도 어렵다고. 그런데 단어의 기원이나 유래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거리고(!) 과묵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가끔 정말 자신의 전공에 미쳐있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이 사람이 딱 그런 사람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이 이어지는 단어의 이야기… 곁에서 매일같이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주변인들은 고통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이런 이야기가 알고 싶어 책을 꺼내든 독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이었다. 서문에서 그가 이야기하듯이 단어에서 단어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쏙쏙 잡아다 이끌어주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이어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꼬리에서 꼬리를 무는 어원의 강물에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어원이라는 단어는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어디에서 출발하여 왜 이렇게 쓰여 졌는지 알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 꽤 재미가 있다. -물론 이 책은 영어의 어원을 말하지만- 상식처럼 쌓여가는 어원들이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이렇게 올려두면 누군가는 나처럼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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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이라는 제목의 첫인상은 굉장히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데 백도님의 서평을 읽고보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 평소에도 한글, 한자, 영어 안가리고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꼬리의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어원에 대해 설명하는 저자의 문장들이 궁금해 지는 책이네요!
    •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어법, 문법은 따분하기 그지 없는데, 어떤 단어가 어디서 기원했고 어디서 파생되었고 또 어떤 또 다른 단어를 파생시켰는지를 아는 것은 꽤 흥미롭더라구요. 일전에 tv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 성균관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님 한 분이 나오셔서 우리가 자주 쓰는 한자어에 얽힌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그거 보느라 시간이 후딱 갔어요. 순수한 재미로 시간을 채우고 싶을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제 기억력이 뒷받쳐준다면, 제가 영어로 말하면서 그 단어를 사용하게 될 때, 더 깊은 충만감을 느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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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도 단어의 어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문득 내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단어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라는 호기심이 드네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출발한 단어도 있을 것 같고,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같은 어원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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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edit)(반양장) 작가 서윤영 출판 다른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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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인가구의 모던시크 주거라이프’. 1인가구가 많아진 만큼 1인가구의 형태나 살림에 대한 팁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또한 1인가구의 동네 정하기, 집의 종류, 방의 개수에 따른 공간 구성의 차이 등등. 1인가구의 구매부터 꾸미기까지의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만큼이나 과감한 인테리어 이야기였다. 저자는 남는 방을 홈카페나 홈바로 만들거나, 혹은 홈트레이닝룸, 반려동물의 방으로 만들거나, 제목처럼 거실에 침대를 두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언젠가 1인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 집과 작업실이 같은 곳일 사람들에게 적격인 책이다. 투룸이나 쓰리룸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갈 날은 조금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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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제게 1인 가구로 독립해서 살아갈 날은 아직 먼 이야기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인 것 같아요. 또한 1인 가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이 나오다니 정말 1인 가구 세대가 떠오르고 있는 대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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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인테리어, 건축과 관련된 동영상을 많이 보고 있는데 책으로는 1인가구를 중점으로 한 책은 처음 알게 되었네요! 제가 살게 될 집을 어떻게 꾸밀지 영감을 얻기 위해 읽어봐야겠어요.
    • 현재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집이 더 넓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언제나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23평 아파트를 가질 꿈을 꾸지만 그 집에 다른 사람은 아직 없어요.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 1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인 지금에 맞는 도서네요. 그 중에서 저자의 과감한 인테리어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미래에 내가 살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에 이 책으로 하여금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인 가구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삶, 제 공간을 마음껏 꾸며보는 삶에 대한 로망만 있는 저에게, 장래에 여행을 앞두고 기대하는 잠재적 여행자에게 여행가이드 같은 책이 되어줄 것 같네요. 인테리어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파편적으로 얻는 게 전부인데, 좀 체계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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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서가명강 시리즈 1) 작가 유성호 출판 21세기북스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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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서울대 의과대학의 법의학교수, 유성호 교수의 저작이다. 나는어릴 적부터 법의학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셜록 시리즈를 보면서 법의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기도 했고, 이제는 10년 전의 추억이 된 싸인이나 신의 퀴즈, 언내추럴 같은 법의학 드라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법의학자들의 인터뷰가 담긴 매체는 모조리 찾아보기도 했으며 그 중 유성호 선생님의 인터뷰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은 나를 매력적으로 이끌었다.

    내가 이끌린 부분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꽤나 자극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색과 기묘한 도형으로 구성된 표지도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매력적이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면 저자의 사진이 나온다. 이상하게 익숙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문이 필요할 때에 자주 나오는 얼굴이다. 그의 얼굴이 익숙한 만큼 책 속에 등장하는 죽음의 사례들도 익숙한 것이 많았다. 그것이 1부의 이야기이다.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 그 안에는 법의학의 길을 밟게 된 저자의 이야기와 법의학자로 마주하게 된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2부와 3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왜 죽는가’ 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비켜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는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고도 한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죽음’이란 너무나도 생경한 존재. 하지만 한 번 쯤은 진지하게 고찰해보아야 한다.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서평에 담는다고 전달될 것이 아니라서, 가장 좋아하는 저자의 문장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틔우고 싶은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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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프로그램을 통해서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내신지는 몰랐네요. 마지막 문장이 정말 인상 깊어요. 꼭 한번 읽어 봐야겠어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티비 프로그램에서 법의학자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죽음과 친숙한 삶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고,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작가 박성규 출판 엠아이디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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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는 그런 약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제는 위험성을 알게 되어서, 혹은 더 좋은 약이 나와서, 또는 더 이상 약이 아니라서 약국에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약들. 또는 현대에 이르러 좋은 이미지 뒤에 숨겨진 속사정들을 말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약’이란 인간의 욕망을 굉장히 솔직하게 보여주는 물건으로 등장한다. 인간의 병을 낫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쥐약, 모기약처럼 생명을 죽이는 약이라도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약’이라고 한다.
    여기서 내가 기억에 남았던 책 속의 이야기들을 몇 가지 적어두고 가겠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부터, 눈으로 보았지만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 위해 두 가지 정도 적어볼까 한다.

    첫 번째는 만병통치약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불로불사나 만병통치약에 대한 바람이 있어왔다. 이슬람 문명권에서는 과거 역청을 치료제로 사용했는데, 소독약으로 사용된 역청을 ‘mummiya’라고 불렀다. 그런데 12세기 아랍에서 유럽의 의학 서적들을 번역하면서 ‘mummiya’가 미라의 ‘mumia’로 오역되는 일이 생겨난다. 오역이 담긴 아랍 서적이 중세 유럽으로 역수출되자, 유럽에서는 미라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게 되어 미라 가루를 ‘고농축 약제’라고 주장하기까지 이른다. 시체의 체액이 증발되어 영혼과 생명력이 농축된 물질이라고 여긴 것이다.

    두 번째는 코카콜라에 대한 이야기다.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었는데, 당시의 코카콜라는 미국의 모르핀 중독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품이었다고 한다. 코카콜라의 ‘코카’가 암시하듯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코카인이 함유되어 있었다고.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마약을 마약으로 치료하는 이상한 모습이지만, 당시로써는 코카인의 각성 효과가 질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획기적인 신약으로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흥미롭지만 무서운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가득 차 있다. 책장을 한 번 넘기면 멈출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가끔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할 때에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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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새롭네요! 특히 코카콜라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ㅎㅎ 흥미로운 주제와 내용을 담은 이 책이 궁금해지네요
    • \'약\'을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물건으로 이야기한 저자의 시각이 새롭네요. 소개해주신 두 이야기도 정말 흥미로운데 ,책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더 있을지 궁금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코카콜라가 약이었다는 점이 너무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서평을 읽으며 모기약도 \'약\'이라는 것을 깨닫고 먹는 약만 생각했던 제 사고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 짐 크노프(개정판)(양장본 HardCover) 작가 미하엘 엔데 출판 동서문화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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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크노프 시리즈>는 <모모>로 널리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첫 번째 작품이다. 나는 어릴 때 처음 이 시리즈를 읽게 되었는데, 제법 두꺼운 동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어서 어머니께 짐 크노프 이야기를 다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이 책은 나의 책장 한 구석에 남아있다. 그만큼 애정하는 책이다.

    <짐 크노프 시리즈>는 작은 섬, 룸머란트에서 시작한다. 소포로 배달된 작은 흑인 아이 짐 크노프와 기관차 엠마를 모는 기관사 루카스. 너무나 작은 섬이라 커다란 기관차 엠마를 없애려 하는 임금님을 피해 둘, 아니 셋은 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은 굉장히 다양하다. 독특한 모습을 한 인어공주와 반쪽짜리 혼혈이라 배척받는 용 네포무크. 멀리서 볼 때만 커다란 겉보기 거인 등. 그들은 다양한 만큼 각각의 상처를 갖고 있고, 이를 용서와 화해로 해결하는 짐과 루카스의 이야기는 출간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의 작가 미하엘 엔데는 과거 독일 폴카흐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아카데미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아이들을 위한 문학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자체가 내게는 우려할 만한 현상으로 보인다.” “만약 어른들을 위한 세계가 바람직하다면, 아이들에게 일종의 보호구역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 만큼 엔데의 작품은 아이가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로 가득차있다. 이해와 배려를 기저에 깔고 흐르는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짐 크노프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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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만 봐도 따뜻한 소설 속 이야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저도 어릴 때 모모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돌이켜보니 지금의 독서습관을 다지게 해준 첫 책이었던 것 같네요. 서평을 공유해주신 덕분에 잠시 추억에 잠겼습니다. 짐 크노프 시리즈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모모와 비슷하게 따뜻하고 재미있는 소설들이 많이 수록되어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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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둥의 계절(양장본 HardCover)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 출판 노블마인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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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둥의 계절>의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를 알게 된 것은 <야시>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요괴나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 작품의 표지에 이끌렸던 듯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며 내가 빠져들었던 것은 작가의 흡입력 좋은 문체였다. 문장을 길게 쓰는 것도 아니고 묘사가 화려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 사이사이의 공백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천둥의 계절>은 <야시>의 환상적인 세계관을 이어받는 작품이기도 해서 다시금 쓰네카와 고타로의 글을 읽어볼 겸 손을 대게 된 작품이다.

    <천둥의 계절> 속 주인공 겐야와 아카네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겐야는 ‘온’이라는 환상의 마을에, 아카네는 현실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바람와이와이’라는 환상 속의 새다. ‘바람와이와이’는 현실 세계에서는 ‘풍령조’라고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깃들어 그 사람에게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는 존재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운명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고아로 자라 괴롭힘을 당하다 ‘바람와이와이’가 깃든 후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해치고 온을 벗어나게 된 겐야. 친구에게 ‘풍령조’ 전설을 듣고 풍령조가 자신에게도 내려오기를 바라던 아카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초인 적인 힘의 악인까지. 흘러가는 이야기는 심상치 않고 그 공기조차 기묘함이 가득하다. 외로운 느낌이 들면서도 가득 차 있다. 이후의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쓰지 않았지만, 작가의 문장은 매력적이고 독자를 끌어당기기에 신선한 충격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 속의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 그렇다. 시간은 흘러서 사라진다. 전에 나를 덮쳤던 커다란 파도는 나를 물가로 번쩍 밀어 올리고 나의 소년 시절을 앗아서는 끝없는 대양으로 데려갔다. … 그 옛날 누나의 말처럼 마침내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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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작가 박윤선 출판 빌리버튼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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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을 보면 책장을 넘기기에 앞서 부제목을 먼저 보는 편이다. 제목과 이어지는 흐름이 그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의 부제목은 ‘짐 싸고 풀기를 열다섯 번, 정착이라는 고도를 기다리며 쓴 세입자 수필’ 이었다. 정착이라는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 그 말이 꼭 우리나라의 청년들을 대변하는 듯해서 심장이 쿡쿡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취업부터 시작해 내 집 마련까지의 길이 얼마나 먼지, 그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 속 저자의 말처럼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월세집을 ‘임시 거처’로 여기며 변변한 가구조차 들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임시’로. 하지만 저자 박윤선은 이렇게 말한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이곳은 내가 사는 내 집이고, 비록 임대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풀어가는 내 삶은 결코 임시가 아니다.”

    내게는 꿈이 있다. 큰 것은 아니고,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되면 서재를 만들겠다는 꿈. 한 방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바닥에는 푹신한 러그를 깔고. 기대 앉기에 편한 소파를 두겠다는 그런 꿈이다. 완전한 독립을 이루고 ‘내 집’을 가지게 될 때까지 이루어지지 못할 꿈. 취직부터 시작해 안정적인 경제를 꾸리게 되기까지의 갭을 생각하면 정말 꿈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조금 달랐다. 아니, 그도 분명 달라진 것이리라. 저자 또한 이런 생각 때문에 항상 ‘임시’로 살아왔던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제목에 적혀 있는 만큼 그는 열 번도 넘는 이사를 했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집을 옮겨 다니며 지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다. 꿈을 이룰 ‘언젠가’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임시 거처라고 나의 삶조차 임시로 살아서는 안 된다. 한 번에 크게 바꾸지 못하더라도, 작은 부분부터 고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방 전체를 서재로 바꿀 수 없다면 작은 책장이라도 하나 들여보고, 그 책들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자. 기분 전환용으로 책상 위에 둘 무드등을 하나 들여도 좋다. 컴퓨터가 있는 자리를 다른 쪽으로 바꿔보아도 좋겠다. 결국 그 작은 것들이 나의 삶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 집이 아니라도 이것은 내 인생이고, 내가 사는 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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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소유가 아니라도 이곳에서의 내 삶은 임시가 아니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깊네요. 저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해서 제 자취방과 그곳에서의 삶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백도님과 책 저자의 말씀처럼 내가 사는 이 집에서 나의 인생을 소중히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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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기숙사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 후 자취방을 구하고 나서도 여기가 우리집이라는 생각이 잘 안들더라구요. 버릇처럼 여긴 잠깐 지내다 떠날 곳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임시거처라고 나의 삶조차 임시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말이 인상깊어요!!
    • 백도님의 서평을 읽으니, 삶에서 중요한 요소인 주거를 임시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정말 내 삶도 임시라고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을 소중히 여기듯이 나의 공간을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 저는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살고 있는 그 집이 법적으로 내 소유가 아님에도 \'우리 집\'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내가 편안해지는 그야말로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생각이 저와 비슷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작가 김하나 출판 위즈덤하우스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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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이 책의 부제목이다. 그야말로 내가 바라던 미래의 종착점. 부제목을 읽는 순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나는 어릴 적 친구와 함께 미래 계획을 세우곤 했었다. 이런 집에서 우리는 이렇게 살자고. 시간이 흘러 각자의 삶을 살면서 그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단짝 친구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가끔 나를 찾아오곤 한다.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1인 가구의 고단함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내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즐거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들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이런 ‘분자가족’을 소개해줄 것인가?

    ‘분자가족’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인 김하나와 황선우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김하나는 여성 둘, 고양이 네 마리가 함께 사는 자신들의 가족구조를 분자식 ‘W2C4’라고 표현했다. 굉장히 재치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은 4인 가족을 가장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데에 피로함을 자주 느꼈던 나로서는 이들의 가족 형태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고양이가 넷은 아니더라도, ‘W2C2’ 정도의 분자 가족을 이루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최근 1인 가구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떴다. 총 2천309만 3천여 세대 중 39.2%를 차지하는 900만 세대. 말로만 들어도 엄청난 수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상당수가 1인으로 등록만 한 생활동반자 가구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분자가족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자가족의 수만큼 가족의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 분자가족들을 위해 김과 황은 ‘생활동반자법’을 이야기한다. 가족보다 가까이에 있는 동반자가 서로를 돌보는 가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2014년 발의되었으나 많은 반대에 부딪혀 허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1인 가구수가 전체의 40%에 달한 지금, 이 법이 다시 조명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 구조는 급변하고 있으며 정책 또한 이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좀 더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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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한국의 정상가족 체제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곤 해요ㅠㅠ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구체적인 미래를 생각해봐야겠어요ㅎㅎ
    • 저 역시 백도님과 더듬이님처럼 힌국이 정상가족에 집착아닌 집착을 하는게 이상하다 생각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누구와 살건, 어떻게 살건 그건 사람의 자유인데 조금이라도 사회가 허용하는 가족의 유형에서 벗어나면 비난의 시선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버리죠.. 사람들이 살아갈 자유를 보장해 주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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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가족 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정상인가는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숨겨 왔던 분자가족이 이렇기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만으로도 인식의 변화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마냥 모든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기에는 사회적 혼란이 생기겠지만 1인 가구수 40%인 시대에 4인 가구만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가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을 크게 밑돌고 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신생가구들 중 무자녀가구, 1인가구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을 나타내는게 아닐까요. 저도 정치권에서 마냥 출산율 증가와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를 외치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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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제시하는 정상 가족이 과연 정상 가족인지, 그러한 것이 과연 절대 불변적인 개념인지 항상 의문이 들고는 했어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한 순간에 인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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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자가족이라는 개념이 새로웠어요~ 저도 방금 우리나라에서 명시하는 보통의 가족체계의 반항과 그에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1) 작가 랜섬 릭스 출판 폴라북스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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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쯤, ‘내게도 특별한 날이 오리라’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은 얼굴도 모르는 친척이 억만장자여서 거금이 떨어진다든가, 자기도 몰랐던 마법의 힘이 부엉이를 끌어들인다든가, 자주 가던 놀이터에 보름달이 뜬 밤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린다든가… 그런 꿈같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들도 수없이 존재하며,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또한 그런 주인공과 함께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페러그린 이야기의 가장 특이하고,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을 1순위로 꼽겠다. 커다란 바위를 드는 소년, 머리 뒤에 입이 달린 소녀, 허공을 떠다니는 소녀 등… 기이하고 몽환적인 사진.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사진은 모두 실제 사진이라고 한다. 페러그린의 주인공인 제이콥 또한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빛바랜 사진과 함께 재미있는 모험담을 들으며 보내왔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할아버지의 기묘한 모험담이 모두 사실일 거라고 말이다.
    주인공, 제이콥은 열 여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 등장한 괴물까지 목격하게 된다. 결국 그는 이야기의 비밀을 풀기 위해 할아버지가 살았던 섬으로 향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폭격을 맞은 폐허만이 그를 반긴다. 하지만 낙심한 그의 앞에 사진 속의 아이들이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고, 제이콥은 그 순간부터 환상 속의 세계로 초대를 받는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동화를 시작하는 클리셰 같은 모습일 수 있지만 랜섬 릭스의 흑백 사진이 이 이야기를 보다 유니크하게 만든다.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직접 책으로 겪어보기를 권한다. 나의 미숙한 글로 소개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페러그린 이야기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접하기도 쉽고,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시리즈로 나온 후권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어 모두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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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적인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흥미를 끄는 도서네요. 책으로 읽어보진 않고, 영화로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을 처음 접하였습니다. 영화로 충분히 환상적이면서도 기이한 느낌을 잔뜩 받았었는데, 백도님의 리뷰를 통해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네요. 특히나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이 매우 궁금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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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제목으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그런데 서평을 통해서 기이하고 특이한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가네요 ㅎㅎ 조금은 특이하고도 기묘한 책과 영화를 시간날 때 읽어봐야겠어요~
  • 레베카(출간 80주년 기념판 리커버)(개정판)(양장본 HardCover)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 출판 현대문학 백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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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이 원작으로, 1940년 영화계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뮤지컬 무대가 꾸며졌고, 2020년 다시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뮤지컬 레베카를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취미삼아 알라딘 쇼핑몰을 구경하던 중 레베카의 출간 80주년 기념판 리커버 개정판을 보게 되었다. 익숙한 이름, 예쁜 표지에 끌려 손에 잡은 이 책은 노랫말로 전해지지 않더라도 금세 사람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레베카의 주인공은 ‘나’ 이다. 뮤지컬에서도, 책 속에서도. 뮤지컬 레베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일어로 ‘나’를 뜻하는 ‘ich이히’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인공이 ‘나’인 이유는 이야기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21살의 ‘나’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무척이나 신경쓰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나’의 기억상자를 통해 흐르고, 덕분에 ‘나’의 심정과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나는 이미 뮤지컬을 봤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를 다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가 막심을 만나고, 레베카의 진실에 다가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한 부분은 결말부분의 묘사였다. 나는 작품 레베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바다를 아주 좋아한다. 레베카의 시작, 그리고 결말을 함께하는 곳. ‘나’의 성장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곳.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그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보다 깊은 감상을 남기게 한다. 아래에 좋아했던 부분을 복기하고, 이만 감상을 마친다.

    < 달이 없었다. 머리 위쪽 하늘은 완전히 깜깜했다. 하지만 지평선은 깜깜하지 않았다. 불꽃처럼 선명한 붉은빛이었다.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과 함께 불탄 재가 날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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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해경 괴물첩 작가 쳔스위 출판 디지털북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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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는 어떤 것인가? 대부분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로마신화나 북유럽신화를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신화는 어릴 적부터 여러 곳에서 만화로 접하거나, 혹은 어떤 창작물에서 차용되어 사용되는 등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존재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신화는 어떤가? 서양의 것이 아니라, 동양의 신화는? 아마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상 상상 속의 생물인 인어를 생각하면 인어 공주, 아리엘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산해경 괴물첩>은 중국의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을 소개한다. 비록 한국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태어난 것들을 그리고, 이야기한다.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는 여성의 모습만을 하고 있지도 않으며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바다 깊은 곳 저인국에서 살면서 인간과 교류를 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인어와는 다르다.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것. 나는 이런 것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범주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군가는 ‘상상력도 제도나 문화나 교육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라고 이야기했다. 인간의 상상력은 0에서부터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쌓아온 빅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두 발로 걷는 소, 뿔이 달린 새,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개… 이들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특징을 가진다. 상상이란 그런 것이고, 생각이란 그런 것이다. 보고 느꼈던 것을 변형한 것이 곧 그 결과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것을 눈에 담도록 노력하려 한다. 첫 걸음은 <산해경 괴물첩>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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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신화집이라니 재미있겠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평소에도 그리스로마신화, 한국신화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흥미로워 보이네요. 중국 신화역시 한국 신화에 많은 영향을 준것으로 알고있는데 동양권 신화들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작가 최정태 출판 한길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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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이라는 책과 함께 세트로 구매했던 책. 돈을 벌게 되면 꼭 이 책에 담긴 도서관들을 여행해야지, 하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의 명예 교수이신 최정태 교수님의 저서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도서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세 시대 지식인들이 여행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도서관이었다. 당시 귀족, 성직자, 학자들의 도서관 순례는 지식과 교양을 재충전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며, 영혼의 요양을 겸한 여행으로서, 그들에게는 보편적인 지적 행사였다.” (31쪽)

    비단 지식과 교양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건축학적으로도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도서관들을 보며 여행의 1순위가 될만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도서관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도 널리 알려진 ‘성 아드몬트 베네딕트 수도원 도서관’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새하얀 타일과 서가, 예술적으로 세공된 조각들까지. 인간이 쌓아올린 건축 양식 중에서 고귀한 것들로만 채워넣은 것 같은 도서관이었다. 물론 건축물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이용하는 데에 불편하다면 하등 쓸모가 없겠지만.

    위대한 사서 없이 위대한 도서관은 없다고들 말한다. 나는 그것이 서비스 뿐만 아니라 건축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일에 사서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제로 사서가 건축에 참여한 도서관은 좀 더 이용자 친화적이게 되기 마련이다. 최근에 의정부에서 그런 도서관을 보고 꽤나 두근거렸다. 문헌정보학 박사인 관장님께서 건축학도 전공하신 후 도서관의 설계에 참여하셨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위대한 도서관을 만드는 데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내가 위대한 도서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더욱이.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선례가 생겼으면 했고, 그 첫번째 예가 될 미술 도서관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때문에 의정부 미술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라는 책을 생각했고, 그것이 이 서평을 쓰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또 다짐한다. 언젠가 내 손으로 아름다운 도서관을 세우고 말리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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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 안에 글씨와 함께 첨부된 사진들이 참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베네딕트 수도원 도서관은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언젠가 백도님이 위대한 도서관을 만들게 되길 응원합니다 ㅎㅎ!
  •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작가 Campbell, Jen 출판 현암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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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장난삼아 ‘이런건 사서한테 읽으라고 주면 화내지 않을까?’ 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던 책이다. 사서직에 있는 선생님들을 골리고 싶어서는 아니고, 내 꿈이 사서이기 때문이다. 어떤 특이한 종류의 요구사항이 들어오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에 대응하는 사서나 서점 직원의 말이 궁금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많이 사라져가는 소규모 서점의 모습이 보고싶기도 했다. 헌책방이란 점점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굉장히 짧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윌리를 찾아서’라는 책을 윌리를 찾았다며 반납한다던 손님이었다. 물론 이곳은 도서관이 아니고 서점이었지만. 도서 ‘책 먹는 여우’처럼 마음에 드는 책은 먹는다는 손님도 있었고, 서점을 다이소로 아는 손님도 있었다. 피자를 시켜도 되냐고 묻는 손님, 이 안에서 경기를 해도 되냐는 손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독특하고 엉뚱한 질문들이 꽤나 볼만했다. 물론 내가 그 직원이었다면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록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는 서점에 한정되어 있지만, 사실 서비스직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여기서 할 질문은 아닌데 물어오는 사람들이 하나씩은 있는 법이니까. 마음이 편안할 때,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에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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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목이 너무나도 흥미로운 책인것 같습니다. 짧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소개된 책은 좀더 가벼운 독서를 할 때 제격인데 이 책 곡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 서점 사서로서 경험한바를 풀어낸책인가보네요. 제목이 구미가당깁니다.
    •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책인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 제목도 귀엽고, 내용도 재밌을 거 같아요. 서점을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어요!
    • 사실 서평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어떤 유형의 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목과 내용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읽어보고 싶습니다.
  • 나이트 작가 Wiesel, Elie 출판 예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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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 위젤의 Night. 익숙한 홀로코스트 문학의 하나이다. 안네의 일기처럼, 어린 나이에 수용소로 끌려간 이가 써내려간 글이다. 안네는 수용소에서 죽었지만, 엘리 위젤은 살아남았다. 표지에는 ‘살아남은 자의 기록’ 이라고 적혀있다. 딱 그것이다. 자신이 겪은 일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목소리. 그것이 이 책의 모든 것이다.

    주인공은 시게트에 사는 열다섯의 어린 소년이다. 엘리 위젤이 수용소로 이송되었을 때와 같은 나이. 이 책은 그 소년의 시선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할 수 있는 악행의 끝을 보여준다. 스프 한 접시에 하나씩 교수대에 매달리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 너무 가벼워 일찍 죽지도 못하고,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던 아이들의 모습. 불타는 용광로에 쏟아져 들어가던 작은 아기들과, 숨이 붙은 채 화장장에 처넣어지던 아버지. 산 채로 소각로에 던져지는 어머니와 누이. 한 때 탈무드를 공부하고 성전을 껴안고 울던 소년은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저주한다.

    “왜 '그'의 이름을 숭앙해야 하는가? 전능한 존재, 지엄하고 영원한 우주의 지배자는 침묵을 택했다. '그'에게 고마워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78쪽)

    누구보다 구원이 필요한 것은 그들이었을텐데. 지옥과 같은 밤을 수도 없이 보낸 후 엘리 위젤은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그것은 절규와도 같았다. 사실을 담았음에도 도저히 사실같지 않은 현실을 글로 담았다.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 끔찍한 일을 사람들이 알게 되도록.

    “우리는 가담해야 합니다. 중립은 가해자만 도울 뿐 희생자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침묵은 결과적으로 괴롭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입니다. 고통을 받는 사람 편이 아닙니다. 때로는 간섭해야 합니다. 인간의 목숨이,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을 때는 국경을 초월해 나서야 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195쪽)

    우리는 얼마나 침묵을 지키고 살았던가. 얼마나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고 살았던가. 지금껏 내지 못한 목소리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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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행이 충격적이면서, 악몽과도 같았을 기억을 글로 옮길 결심을 했던 위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은 결국 가해자의 편이라는 말이 인상깊네요. 피해자를 위해 나서는 일은 어렵지만 그만큼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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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적으로 안네의 일기를 정말 인상깊게 봤었는데 서평을 보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작가 백세희 출판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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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은 감기처럼 찾아온다. 환절기가 되면 꼭 찾아오는 감기처럼. ‘나 요즘 가을 타나 봐.’ 하는 말들이 다 그런 것이다.

    우울이 힘든 이유는 뭘까? 나는 이유를 몰라서, 라고 생각한다. 어떤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끔은 맛있는 것도 먹고싶고. 친구와 만나 놀면 분명 행복할 때도 있는데. 나는 한없이 밑으로만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한 발짝씩 걸어나가는데 나만, 나만 멈춰 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괜찮아야 한다고 배워서 우울한 감정은 숨기려 든다. 힘들면 한 번 쯤은 기대도 되는데, 기대는 것은 부끄럽게 여긴다. 우울증은 오직 우울하기만 한 사람이 걸린 병이라고 생각해서, 작은 우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는 가끔 행복하니까. 괜히 혼자 있으면 찾아오는 우울들이 유난인 것 같고, 주책인 것 같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눈을 돌린채 살아온 것이 얼마나 되었던가.

    이 책은 필자가 상담을 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 했던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쏟아낸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2권을 내면서 작가는 이 책이 이렇게 많이 읽힐 줄 몰랐다며 이야기 한다. 단순히 자신의 기록이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지 않았나. 우울해도 괜찮아. 나도, 너도 겪고 있는 감정이라고.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좀더 나자신을 용서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괜찮다, 고 말해주는 것 같다. 누군가의 경험담으로부터 위로받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어서, 기묘하지만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은 감기와 같다. 어느 순간 찾아와선 어느 순간 떠나간다. 누구에게나 왔다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진다. 그럴 땐 가만 있지 말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주자. 우울한 생각도 하지 못하게 바쁘게 살란 소리가 아니다. 그냥, 기분 전환 한 번씩 하자는 소리. 죽고 싶지만 맛있는 건 먹고싶으니까, 맛있는 것 하나 먹고 그 뒤에 생각해보자. 그럼 좀 나아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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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은 감기와 같다는 말이 참 좋네요. 원치않게 감기에 걸렸다가 낫는 것처럼, 우울도 그렇게 우울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식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아 이 책 2편도 나왔군요. 개인적으로 1편을 정말 좋게 읽어서 2편도 관심이 가네요. 우리 사회가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니까 힐링 도서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 책도 그렇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던데(별 내용도 없는 책이라는 식으로) 저는 솔직하게 과장없이 자신의 우울함을 기록한 게 마음이 들었어요. 2편도 읽어봐여겠어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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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로 인생이 그렇더라구요. 한없이 우울하다가도 사소한 것에 신나서 다음 걸음을 옮길 수 있고, 끝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미약한 힌트라도 생기면 괜히 힘이 나고. 일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가지고 있어요. 그런 인생의 모습들을 통틀어 희망이라고 하는 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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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자기 혐오와 자기비하가 간헐적으로 심하게 찾아오는 사람입니다. 그럴수록 나를 자책하기 바빴는데 더더욱 우울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만 했죠.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작가 강신주 출판 동녘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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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여러 시가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철학적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나는 그 중, ‘사유의 의무’에 대해 리뷰해보고자 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김남주 시인은 정권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감옥에 투옥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시 한 편을 짓는다. 존경받을 덕목을 두루갖추고 있지만 그 주인이 누구인지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한 관료에 대해. 그리고 이 ‘어떤 관료’라는 시에서 김남주는 그 관료를 ‘개’라고 부른다. 그는 어째서 관료를 ‘개’라고 불렀을까?

    ‘사유의 의무’에서 김남주와 한나 아렌트는 제목처럼 사유는 능력이 아닌 의무라고 이야기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유대인 대학살에 큰 기여를 한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은, 한나 아렌트의 말에 따르면 ‘아주 평범한 옆집아저씨’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저 철저한 무사유로 인해 홀로코스트 이후인 현재 유대인들 사이에서 악마라고까지 불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평범한 사람을 대학살로 이끈 이 ‘사유’와 ‘무사유’는 무엇인가? 아렌트는 사유를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한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유하지 않는 것은 죄일까? 그가 ‘개’라고 불릴만큼? 우선 나는, 김남주와 한나 아렌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사유는 능력이 아니라 의무라고. 또 책임이라고. 자신의 무사유로 인해 벌어진 것은 어찌되었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사유’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상대방의 처지에서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 덕목이다. 그게 불가능한 사람을 사이코, 소시오패스라고 부르고, 아이히만은 사유할 수 있는 인간임에도 사유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그가 만들어낸 열차 안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죽어갔다. 가스실이 설치된 그 열차에서 말이다.

    누군가는 그가 상부의 명령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름 효율적이지 않았나?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죽이라고 직접 명한 적이 없으며, 그저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나는 당신에게도 한 번쯤 사유하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한 적 없고, 내 손으로 직접 죽인 적도 없다. 그저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이것은 재판에서 아이히만이 남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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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작가 안정희 출판 이야기나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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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삶을 기록한다. 미래의 계획을,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나는 그냥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내게 물었다.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 따로 있냐고. 어느 정도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아주 단순하게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을 기록하라고. 지나온 날들을 곱씹고, 성찰하라고. 그 흐름을 읽어야 비로소 나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이 책의 저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미래에 닥칠 일들을 예방하고자 지나온 날들을 되새김질했다. 그 안에서 흐름을 읽어낸 후 ‘시간’을 창조했다. 인간에게 ‘시간’은 앞으로 닥칠 일을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성찰해야 가늠할 수 있다. 시간이 기록인 까닭이다. 흘러간 시간에 앞서 산 이들의 삶이 들어있다. (139쪽)

    시간은 기록이다. 기록은 곧 역사다. 다이어리는 나의 이야기니까, 앞서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활용되지 않는 기록은 가치가 없다’(157쪽), 저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고개를 주억댔다. 다시 보지 않을 기록이라면 기록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될 사건에 기록관이 세워지는 이유는 뭘까? 잊지 않겠다는 하나의 약속? 이렇게 우리가 공들여 기억하고 있다는 자부심? 다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저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생존본능 외에 문화전승의 본성이 있다.’(24쪽) ‘인간의 의지가 ‘지워져서는 안 될 기억’을 선택한다.’(41쪽)

    기록을 다룰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선택과 분류, 또 폐기이다. 그 종류를 구분하고 선택하여 미래에 전승하지 않아도 될만한 것들은 폐기한다. 폐기 작업 또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폐기되지 않은 것들은 더더욱 보존하여 전승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지워져서는 안 될 기억’ 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는 곧 기억이고, 기록이며, 과거의 인류가 미래를 위해 발버둥친 흔적이다.

    그 흔적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 그러니까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기록하는 인류는 미래를 꿈꾼다.’(17쪽) 뒤집어 말하면 기록하지 않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누군가가 기록해 온 역사 위에 발을 딛고 서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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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온 날들을 되새김질 해서 시간을 창조한다는 표현이 인상깊네요. 인용하신 문장에서 말하는 \'역사\'의 관점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기록라는 행위가 갖는 중요성이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도 일상 속에서 있었던 일이나 감정,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요. 종류에 관계없이 무언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삶을 기록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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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다이어리를 쓰지만 한 번에 몰아서 쓰거나, 며칠을 비우고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몇 년간 꾸준히 쓰는 이유는 일정을 관리하기에 편해서 입니다. 그럼에도 감정을 기록하는 일은 많이 해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매력적이고,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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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홉 개의 붓 작가 구한나리 출판 문학수첩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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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서 살만한 책을 고르다 홀린 듯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알라딘같은 웹사이트를 이용해서 북쇼핑을 하지 않아서 서점에서 앞부분을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했는데,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선 채로 반절을 읽어내렸다. 판타지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동양 판타지는 오랜만이어서 더 그랬고, 책 자체가 가독성이 좋고 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동양의 것이라고는 했지만, 무협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고대 한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우리나라의 신화나 전설을 이용한 환상적인 이야기. 그만큼 우리의 말과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위기 자체가 독특한 고유성을 가지는 것 같았다.

    천인, 상인, 비인이라는 세 종족으로 분화한 인간과 세 종족에게 각각 세 개씩 주어진 붓. 주인공 ‘갈’은 아홉 감(신)이 만든 아홉 개의 붓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꼭 게임의 퀘스트를 해나가듯이, 붓을 가진 이들이 하나씩 모여드는 모습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판타지이지만 주인공이 전능한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니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며 화합의 장을 만드는 스토리. 그림을 그리는, 혹은 소리를 내는. 나무를 깎거나 실을 뜨는 것들이 모두 붓이라는 설정. 어떤 요소도 흔하거나 지루한 것이 없었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 질린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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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신화나 전설을 이용한 동양 판타지는 언제 읽어도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붓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물건이라니 어떤 내용의 책일지 궁금하네요.
    • 우리나라의 근대이전 시절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 책도 이영도 작가의 뫼신사냥꾼과 같이 동양판타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 고대의 한국을 배경으로한 판타지 소설이라니 키워드만으로도 이미 매력적이네요. 꼭 찾아봐야겠어요.
  •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자기만의 방 Room No. 102) 작가 최고요 출판 휴머니스트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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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학과를 꿈꿔보기도 했고, 친구와 함께 미래에 살 집을 그려보기도 했다. 나는 집에 서재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며 내가 ‘원하는 공간’을 상상 속에서나마 그리며 살아왔다. 미래에 집을 가지게 된다면 꼭 내 손으로 공간을 짜야지. 그렇게 다짐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작가가 꾸민 집이 전세도 아니고 월세라는 것이었다. 몇 년 살고나면 떠날 집인데. 내가 막연히 생각해왔던 ‘원하는 공간’ 은 기본 베이스가 전세였다. 오래 살거니까 꾸미는 거지. 그냥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작가는 말한다.

    ‘이곳이 아닌 곳’에서 ‘언젠가’ 행복하게 살겠지, 라는 생각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 행복할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꿈에 그리던 그 집, 지금 사는 집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이뤄보는 거예요.

    덕분에 아직 집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살게 될, 혹은 살고 있는 집을 대하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기분이 든다. 인테리어는, 살아가는 방식 같은 것. 공간에 애착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는 것.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당신은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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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나중에 독립해서 살게되면 저만의 분위기를 갖는 방을 꾸미고 싶었는데 월세로 사는데 인테리어를 하면 뭔가 실례가 될거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는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살 지 못하는 거더라구요. 좋은 서평 감사드립니다 🙂
    • 지금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데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못 꾸며서 아쉬웠었는데, 도전이 되네요..! ☺️ 감사합니다 🙂
  •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남주 출판 민음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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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도 읽기 시작했다. 유행에 편승해 책을 읽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이 왜 읽으라고 하는 지는 알고 있으면서도 늦게 읽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 뿐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읽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언니는 김지영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책은 어느 정도 읽었지만, 영화는 보고싶지 않다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괜히 우울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가 이미 겪고 있는 일을 굳이 되짚어 주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알고 있지만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 그게 이 속에 담겨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꽤나 보편적이다. 현실적이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만큼 많은 이들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 겪지 않았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지금도 흔히 겪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이 나라의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김지영의 삶은 생각보다 순한 맛이라는 점. 그는 운이 좋은 편이고, 그보다 나쁜 사례는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알 수 있다. 가깝다면 당장 우리 집에서도, 혹은 옆집. 아는 언니, 아는 친구.. 김지영의 생일이 4월 1일인 이유도 그렇다. 작가님이 말하시길 남성들은 ‘이게 사실일까?’ 생각하겠지만, 여성들은 ‘이렇게 운이 좋다고?’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만우절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김지영처럼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그야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다른 환경,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나도, 내 어머니도, 내 언니도, 내 친구도, 내가 아는 여성들이 한 번씩 대입되고, 투영된다. 결국 82년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소리이다.

    누군가는 이 책이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여성이 그렇지는 않잖아? 너는 82년생이 아니잖아? 82년생 정도면 60년대생보단 꿀빨며 살았지. 뭐, 그런 식으로. 또는 이 책이 남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말한다. ‘김지영 씨’는 그저 자신의 일상을 담아냈을 뿐인데도. 내가, 우리가, 주변의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 겪어내는 일들을 픽션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묻고 싶다. 6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오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포지션은 얼마나 바뀌었느냐고. 여권은 신장되었으나 ‘여성’이라는 굴레는 변하지 않았다. 대학에 가는 여성은 늘었지만, 아무리 똑똑한 여성이 많아도 아이 때문에, 가정 때문에 자신의 꿈을 꺾는 여성이 더 늘었을 뿐이다. 제도적으로 성차별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우리를 옥죈다. 82년생 김지영은 그저 이 현실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눈을 돌리고 있던 현실을 마주하게 한 것 만으로도 이 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씨가 승승장구하는 결말이나, 좀 더 운이 나쁜. 그러니까 자극적인 일을 겪고 있는 김지영 씨의 모습이었다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달라졌겠지. 그럼에도 이 책이 공감받는 이유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이, 혹은 나를 투영하는 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김지영 씨가 저 모든 것을 딛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여성들은 이 책이 비현실적이라 말했을 것이다. 자극적인 일을 겪는 김지영 씨가 주인공이었다면 남성들인 이 책이 비현실적이라 말했을 것이다. 이정도가 딱 좋다. 이정도가 보편적인 우리의 삶이다. 그 이후는 앞으로, 조금 뒤에 보여줘도 괜찮다. 지금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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