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작가 작자 미상 출판 지식을만드는지식 김쿠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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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자미상의 매력적인 책. 당시의 상황과 엮어 읽어보면 이 책이 왜 작자 미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단박에 이해된다.

    스페인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로, 당시에는 종교 재판에 올라가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고 한다. 성직자들을 부정적으로 그려내서인 것 같은데 그런 것이야 아무런 상관도 없는 현대인이 읽기엔 재밌다. 명랑함과 재치있음에 낄낄 웃다가 시니컬한 시선에 쓰게 웃다가를 반복하며 앉은 자리에서 훌훌 다 읽을 수 있다. 내포하고 있는 의미나 해당 글 자체가 지니는 의의가 있어 그런지 가볍게 읽기는 힘들다고 하는데, 그거야 각자가 읽기 나름인 것 같아 그다지 동의되진 않있다. 흥미 위주의 구전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 매끄럽게 읽었고 책도 무척이나 얇고 가벼워서 금방 읽는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들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도록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것에서 작가의 고심과 내공이 드러난다. 당시 사람들이 읽을 때는 이놈들 봐라 속 시원하다 껄껄 웃으면서도 찝찌름한 현실이 마음 한 켠에 계속 남아있지 않았을까.

    휴머니즘, 반승려주의, 체념 아닌 순응 등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또한 구조적 해설적 측면에서도 얘기를 나누기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이 중에서도 내게는 삶을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다. 역자는 주인공을 두고 “불행은 그것을 불행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불행이지 불행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불행이 될 수 없다”고 표현했다. 글 속의 라사리요는 늘 인생의 고난을 맞이하지만 제게 벌어진 일들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 안에서의 즐거움을 찾으며 무자비한 삶과 불행을 무력화 시킨다.

    에너지 넘치는 젊은 시절의 투기를 불사지른 후의 누군가, 늘 삶에 대항하지만 어쩐지 매번 꺾여 힘들고 지친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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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텍스트를 뚫고 나오는 유쾌함이 저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주인공의 마음가짐을 더욱 알고싶어지는 책인 것 같네요ㅎㅎ
    • 내포하고 있는 의미나 글의 의의를 굳이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읽기 나름이라는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저도 나중에 가볍게 한 번 읽어볼게요. 추천 감사합니다!!
    •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도전적인 글이었을텐데, 유쾌하게 그려낸다니 과연 어떤 식으로 지었을지 궁금하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