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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트로피 작가 Rifkin, Jeremy 출판 세종연구원 망고딸기파르페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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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트로피>를 대출하기 위해 부산대학교 중앙도서관에 갔을 때, 당연히 과학기술자료관에 있을 줄 알았다. 엔트로피가 열역학 제2법칙에 근거한 개념임을 어렴풋이 들은 적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과학자료관에서 <엔트로피>를 찾은 것은 의외였다. 그리고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더욱 궁금해졌다.



    엔트로피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엔트로피>에서는 간단한 예시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석탄 한 조각을 태우면 열과 기체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석탄이 본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석탄을 태운 후 발생한 열과 기체를 합한 에너지는 같다. 그러나 석탄을 다시 태울 수는 없다. 여기서 석탄은 엔트로피이다. 에너지 변화는 엔트로피 증가이다. 이러한 손실이 차곡차곡 적립되어 더 이상 유용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을 때,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활동은 정지한다.

    현재 우리의 삶은 기계론적 세계관 위에 설계되어 있다. 아이작 뉴턴과 프랜시스 베이컨으로부터 출발한 기계론적 세계관은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말한다. 지구와 우주가 소멸로 향하고 있다는 엔트로피 세계관은 이에 완전히 반한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기계론적 세계관을 부정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1차 산업이 도시를 개척하고 원자재를 가공하는 산업은 후순위가 되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지구 외부에 있는 태양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배워왔다. 야생 동물이 위험에 처해있고,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사실이 그 이유였다. 열역학 법칙에 근거해, 일정하게 주어진 에너지를 유용하게 쓸 수 없게 되므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분야에 세세한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세계를 구축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현상이나 활동을 바라볼 때 어떤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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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몸이 세계라면(양장본 HardCover) 작가 김승섭 출판 동아시아 망고딸기파르페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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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라는 부제목에 있다. 책은 권력, 시선, 기록, 끝, 시작, 상식 여섯 개 장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의 신체, 즉 사회 구성원의 건강 지표를 여섯 개 흐름과 주제에서 살펴보며 사회사를 뒤쫓는다.



    그 중 세 번째 장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장, 2장에서 여성과 식민지인이 앓은 질환을 토대로 불공정을 이야기했다면, '기록' 장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른 영유아 발달을 짚으며 본격적으로 건강불평등을 분석한다. 사회를 측정할 수 있는 교육, 소득 수준과 건강함 사이 인과관계를 찾고, 과학적으로 인종은 존재하지 않으나 '강력히 실재하는' 인종차별, 인종차별이 스트레스 반응으로 나타나며 일어나는 사회적 단절을 설명한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의학 연구가 환자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지침을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의료 지표로 사회를 분석하는 사회과학과 고대 그리스 의학을 소개하면서 인문학 분야를 다루기도 한다. 이렇게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사회의 오랜 불평등을 설명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또한 사회 지표와 의료 지표를 어떻게 인과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그 연구 방법이 궁금해졌다. 이번 겨울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책과 저자의 또 다른 도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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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더링 하이츠 작가 Brontë, Emily 출판 을유문화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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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문화사에서 2020년 펴낸 <워더링 하이츠>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워더링 하이츠’ 저택이 등장하는 <폭풍의 언덕>과 같은 소설이다. <폭풍의 언덕>이 <워더링 하이츠>로 바뀐 데에는 여러가지가 고려되었다고 한다. 원어 제목인 ‘Wuthering Heights’가 작중 언쇼 가문의 저택인 점, ‘Wuthering’이 요크셔 지방 사투리인 점, 역사적으로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의 사랑에 특히 주목받았던 점, 저택을 뜻하는 제목이 언덕으로 그 범위가 확장된 점이다(이는 역주의 해설 장에서 요약한 내용이다).

    <워더링 하이츠>는 액자 구조로 전개된다. 린든 부인은 록우드에게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와 워더링 하이츠, 언쇼 가문과 린턴 가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복수극이자 사랑극이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 언쇼가 에드거 린턴과 결혼한 것이 사랑하는 자신을 배반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는 캐서린의 형제 힌들리 언쇼, 에드거의 자매 이사벨라 린턴을 우롱해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를 차지함으로써 복수한다. 이러한 복수는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을 사랑했기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워더링 하이츠>가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라고 평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을 완독하고 제목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워더링 하이츠>는 이 소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제목이 될 수 있을까? 촘촘하고 치밀한 히스클리프의 복수, 히스클리프를 자신보다도 아끼지만 에드거와 결혼한 캐서린의 심리는 단순히 ‘두 사람을 한 번에 차지하려 한다’고 평가절하하기에는 섬세하고 복잡하며, 휘몰아친다. 마치 폭풍처럼 말이다. 원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제목은 제목을 토대로 내용을 추측하는 재미를 반감하고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배제한다는 감상이 들었다. 그렇기에 <워더링 하이츠>는 내게 <폭풍의 언덕>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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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턴 작가 Ishiguro, Kazuo 출판 민음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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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는 <클라라와 태양>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녹턴’은 야상곡, 밤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장르를 뜻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황혼과 음악을 주제로 한 단편집이다. 다섯 개 이야기가 수록돼있고, 등장인물을 공유하는 두 단편도 있다.

    <녹턴>에서 등장하는 음악 장르는 다양하다. 재즈, 발라드, 클래식, 가수도 있고 악기 연주자도 있다. 유명한 연예인과 호텔이나 선술집에서 노래하는 무명 가수도 있다. 이들이 삶에서 노년을 준비하는 시기를 이야기한다. 연인 또는 배우자와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이 모습들이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불빛이 필요한 밤이 곧 다가올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서로 다른 등장인물과 선택이 음악을 풍요롭게 한다. 다시, 음악이 등장인물의 선택을 촉구하기도 한다.

    다섯 개 이야기는 각각 다른 황혼을 맞이했다. 그걸 지켜보는 나 역시 해가 지기 전 가장 붉게 빛나는 시기를 선물 받았다. 본래 음악을 들으며 글자 읽기를 힘들어하는 편인데, 녹턴을 다시 읽을 때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둘 모두를 감상하고 싶다. 분명 음악이 이야기와 감상을 더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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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백한 말(페이지터너스 1) 작가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 출판 빛소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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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 혁명, 우정, 사랑, 복잡한 인간 관계를 모두 읽을 수 있다. 저자 보리스 샤빈코프는 사회주의자였다. <창백한 말> 이전에 쓰인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그가 성공한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의 전말을 담은 책이다. 이후 출간된 <창백한 말>의 주인공 조지 오브라이언 역시 사회주의자이고, 테러리스트이다.

    <창백한 말>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니라 실제 사건 같다는 감상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했듯 보리스 샤빈코프가 사회주의자이자 테러리스트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가 사회적으로 지향하는 부분과 개인적으로 바라는 부분이 결코 맞물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고뇌하는지 상세히 서술한 이유도 있겠다.

    소설이 처음 출간된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나 윤동주 시인을 경험한 한국인에게 번뇌하는 정서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아닐 것이다. <창백한 말>의 매력은 비슷한 정서가 다른 문화에서 구현되었고,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보리스 샤빈코프의 필력, 이들을 한글로 구현한 정보라 번역가의 능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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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화와 칼 작가 Benedict, Ruth 출판 을유문화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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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와 '칼'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을 접했을 때 바로 일본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 문화가 보이는 두 가지 양상을 국화와 칼에 비유했다. 위치 찾기로 질서정연한 체계를 구성한 문화와 명예를 잃었을 때 서슴치 않고 복수하며 이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문화이다.

    <국화와 칼>은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처음 쓰인 논문이다. 11장까지 저자가 사용한 연구 방법과 위치, '온', '기리', 인정을 핵심 단어로 삼아 수치의 문화를 설명한다. 12장과 13장은 종전 후에 쓰였다. 세계 질서에서 일본이 평화주의로 발돋움할 가능성과 미국이 일본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를 제시한다.

    <국화와 칼>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1940년대 연구 목적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의 문화라고 여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두 번째는 저자가 미국인이었다는 점이다. 한국 독자로서 일본 문화에 어떤 관점을 가질 수 있을지 고려하며 읽어야 한다. 세 번째,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무장 군인을 육성하지 않고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평화 헌법'을 제정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국군과 유사한 자위대가 존재하며, 지난 16일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루스 베네딕트가 주장한 사항이 당시에는 어째서 최선이었으며, 현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독서와 함께 고찰한다면 <국화와 칼>을 더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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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작가 김정선 출판 유유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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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저자는 20년 넘게 교정 교열 일에 종사해온 사람이다. 유유 출판사의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상하좌우 여백이 다른 단행본보다 좁은 본문이 특징적이다.

    이렇듯 특별하게 느껴지는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이야기와 어색한 표현을 교정하는 방법이다. 둘은 다소 상이한 성격이고, 서로 관련되어 있지는 않다. 이야기만 읽어도 좋고, 교정 방법만 읽어도 좋고, 저자를 어느 정도 파악하기 위해 둘 다 읽어도 좋다. 전문가 수준의 문법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교정으로 조금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드는 몇 가지 유형만 익혀도 글을 작성하거나 퇴고할 때 유용하다. 종종 이 책을 펼쳐두고 작성한 글을 교정하기도 한다.

    내용을 취사선택해 읽을 수 있고, 실제 글을 작성해야 하지만 전문적인 교정을 요청하기는 어려울 때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추천한다. 내 문장은 실제로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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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을 쓰는 일은 늘 어려운 것 같아요. 가끔 힘겹게 글을 쓰다가도 다시 읽어보면 이게 맞는 문장인가..싶은 게 몇 개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더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책 추천 감사합니다
    • 글을 쓸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저한테도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20년넘게 교정 교열 일에 종사해오신 분이 쓰신 책이라고 하니 뭔가 믿음도 가구요 ㅎㅎ
    • 가끔 하고 싶은 말,쓰고 싶은 말이 정리가 안되서 힘들었는데 글 을 쓴다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 20년 넘게 교정 교열 하셨던 분이 쓴 글은 넘 궁금하네요 ㅎㅎ 읽어봐야겠어요 !!
  • 구의 증명(은행나무 노벨라 7) 작가 최진영 출판 은행나무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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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결말까지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이야기와 사람마다 감상이 나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인데, <구의 증명>은 결말이 바로 그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랑은 궁극적으로 합일이 되기도 한다. 고독을 위로하고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구의 증명>에 나타난 사랑은 단순히 가족, 연인, 친구에 대한 애정을 넘어선 차원에 있다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결말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할 수도, 비윤리적일 수도, 자신의 이야기처럼 여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장례 문화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구의 증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장례는 죽은 사람이 안온하길 바라는 동시에 그 사람을 그저 유골함이나 땅속이 아니라 결국 자아 깊은 곳에 묻혀 있음을 인정하는 절차이다.

    여러모로 사랑과 죽음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분량이 짧은 편이라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여운과 감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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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례식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위한 절차라는 말이 있죠. 어떤 식이든, 사람이 많이 있든 없든 저는 구의 증명 나름의 장례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망고딸기파르페 님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 저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데, 꼭 결말까지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시니 결말이 무척 궁금해지네요. 어서 마저 읽고 다시 이 서평을 보러 올게요!
    • 구의 증명을 친구가 엄청 재밌었다 했는데 여기서 서평을 또 보니 저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대로 결말이 포인트네요 ㅎㅎ 꼭 끝까지 읽을게요
  • 당신 인생의 이야기 작가 Chiang, Ted 출판 엘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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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 SF의 장르 특성 중 하나는 새로운 세계가 주는 충격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이러한 특성을 매력으로 승화한 단편집이다. 총 8개 이야기 중 '네 인생의 이야기'는 2017년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기도 하다.

    미국은 개신교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로, 대만계 미국인인 테드 창의 소설이 제시하는 공포에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SF 장르의 공포와 종교적 공포가 모두 드러난 (그렇다고 느낀) 이야기는 '이해'였고, 이와 관계없이 자유 의지에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네 인생의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였다. 주인공 루이즈를 통해 사건의 필연성 그리고 현재에 과거와 미래가 포함되어 있음을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테드 창의 소설은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함수와 증명을 도입해 이야기에 사용된 원리를 설명하는 반면, 기독교 세계관과 성경 내용은 설명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점이 표면적임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차근차근 고민하다보면 과학으로 설계한 세계에 숨은 인문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SF 장르의 재미는 그곳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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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컨택트를 재밌게 보았는데 원작 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쉬운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원작에선 종교적인 세계관까지 도입되어 더욱 복잡해 보이네요. 원작의 내용은 어떨지 궁금해요!
    • 영화 컨택트 봤었는데 ㅎㅎ 이게 원작이에여? 여기에 인문학과 종교적 세계관이 어떻게 색다르게 녹았을까 궁금해요 ㅎㅎ 꼭 읽어볼게요 영화 재밌게 봤어서 더 읽고싶어지네요
  • 천 개의 파랑 작가 천선란 출판 허블 망고딸기파르페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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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 SF의 정석같은 소설이다. 과학 문명이 발달된 세상을 지었고, 그런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이 있다. <천 개의 파랑>은 그 존재가 당연하도록 한 겹 한 겹 글자를 쌓는다. 소수자와 약자는 특별히 배려하거나 차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그저 일인분의 사람으로서 살아갈 체계를 달성해야 한다고 전한다.

    다만 내 입맛에 맞지 않았던 점은,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한다는 점이다. 완결성과 메시지도 좋았다. 작중 인물을 맹렬히 비난함으로써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알려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권선징악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 충격을 주는 이야기가 내 생각을 바꾸거나 더욱 공고히 한다는 뜻이다.

    별개로 '파랑'이란 개념을 셀 수 있는 낱말로 치환하는 문학의 힘이 대단하다는 감상이 든다. 개인적으로 파랑이 색깔 중 초록과 혼동되기 쉬워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는 색깔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색채학적 이론에 근거한 생각은 아니다), 그러한 파랑을 단어와 연결해 공감각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따스함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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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수자, 약자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나 보네요. 몹시 유명한 작품인데도 관심 가지지 않았었는데 또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한다고 하시니 더 궁금해집니다.
  • 끝없는 이야기 작가 Ende, Michael 출판 비룡소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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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가장 인상적인 점은 '끝없다'는 수식을 증명하듯 두꺼운 분량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이미 완결되어 세상에 출간된 책인데 어째서 '끝없는' 이야기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 속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독자 역시 이 기이한 이야기의 구조에 어느새 편입돼있다. 바로 바스티안 북스가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갈망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바스티안은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에서 독자이자, 주인공이고, 이야기를 생성하는 장본인이다. <끝없는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 '끝이 없다'는 단서를 제시한다. <끝없는 이야기>는 외부에 무수한 세계와 독자를 두고 있고, 그 교집합에서 생성과 순환을 이룬다. 뱀 두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문 형태처럼 말이다.

    <끝없는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는 동화이지만, 방대한 분량과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해 읽기 쉬운 동화는 아니다. 하지만 세헤라자데가 샤흐리아르 왕에게 들려준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환상 세계는 또 다른 바스티안을 원할지도 모른다. 유독 추운 겨울의 긴 밤, 이불 속에서 읽을 책으로 <끝없는 이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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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음을 증명하는 두꺼운 분량의 책! ㅋㅋ 이불 속에서 읽을 책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필립 K. 딕 걸작선 12)(양장본 HardCover) 작가 필립 K. 딕 출판 폴라북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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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SF의 과제이자 장르적 특징 중 하나는 인간을 규정하는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발명이 인간의 기술 재능을 뛰어넘더라도, 인간이 특별하고 중요한 이유를 창작물로써 표현하고 구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앞에서 제시한 면모를 풍부하게, 심지어 재미있게 다룬 소설이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세계관을 녹여내고, 필름 누아르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이끈다(2022년에는 흔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소설은 1968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지금은 흔한 이야기들의 원형이란 뜻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는 기준을 객관화하고, 수치로 나타낸다는 점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감정이 반응하는 속도를 측정하고, 생물의 고통에 공감하는지를 확인한다. 감정 반응 속도가 인간보다 느리거나, 생물의 고통을 주시하지 않으면 검사 객체를 안드로이드로 판단한다.

    이는 동시에 무결한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을 제시한다. 감정 반응과 고통에 대한 공감이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안드로이드는 자신 또는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의 생존을 꿈꾼다. 전기양이라든가 하찮은 소동물일지라도 고려할 대상은 아니다. 인간은 다르다. 잠들기 위해 담장을 뛰어넘는 양을 상상하며 하나둘 세다 보면 어느덧 꿈속에서 양과 함께 초원을 달리고는 한다. 반세기 전 인간이 인간에게 요구한 능력은, 현재에도 유효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SF장르의 고전이며,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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