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작가의 단편소설들은 따뜻하다.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작가가 쓰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으레 따뜻하기보다는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부터 갖게 된다. 그러나 곽재식 작가의 소설은 말랑말랑하며 읽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초공간 도약 항법도 나오고, 인공지능도 나오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책에는 대략 열 편 남짓의 소설이 실려있다. 그 중 제목인 '지상 최대의 내기'는 달달한 로맨스이며,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이나 '체육대회 묵시록', '2백세 시대 대응을 위한 8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컷 앤 세이브 시스템 개발 제안서'는 한국 이공계 공무원의 리얼한 근무환경을 다룬 블랙코미디이다(특히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은 트위터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설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말 실제로 있을 법하게 글을 쓰는 '개연성'이다. 곽재식 작가는 이 '개연성'을 특히 잘 다루는 것 같다. 현실에서 정말로 있을 법 하게, 더 과장하지도 너무 담백하게도 쓰지 않고 정말 어디선가의 어떤 인물들은 이 말을 할 것 같고, 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이 쓰는 것이 곽재식 작가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팬이어서 작가의 모든 단편집을 읽어봤는데, 그 중에서 '지상 최대의 내기'가 제일 취향인 단편들이 많다. '로봇 살 돈 모으기'는 작가가 웹진에 작품을 발표했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시간이 있다면 다는 못 보고 앞서 언급한 몇 작품만 읽는다 해도 당신도 금세 곽재식 작가의 팬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