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꾼 12가지 질병 작가 어윈 W셔먼 출판 부산대학교출판부 에너지원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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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꾼 12가지 질병을 읽으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한 사람들 간의 혐오에 눈길이 갔다. 책의 첫 혐오의 질병은 포르피린증, 혈우병이었다. 공주는 이웃 나라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은 동화일 뿐이다. 실상은 왕족들이 서로 혼인을 하며 유전병 유전자를 퍼뜨렸다. 상염색체 돌연변이인 혈우병 보인자였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 의해 유럽 각국의 여러 자손들은 혈우병 유전자를 가진 상태로 태어났다. 고명딸 유제니는 스페인 왕가와 혼인을 맺었고 이후 왕가의 자손들에게 혈우병 보인자를 물려줬다. 혈우병을 가진 자손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제대로 정치를 하는 왕족으로 성장할 수 없었다. 그러자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서 반영감정이 높아졌고 유제니의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했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 경제위기와 함께 왕가는 민중의 지지를 잃고 왕정이 폐지된다. 이제 공화국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왕정 복고의 움직임이 있었어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혈우병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손들은 정상적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로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 유전병으로 인한 비정상적 삶은 혐오를 넘어서서 한 나라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사를 바꾸었다.

    이전까지 혐오는 유전병을 퍼뜨린 왕가에 집중되었지만 새로운 질병은 일반 민중들로 혐오의 범위를 확대했다. 그들을 삶의 터전을 벗어나 대이동하게 만들고 지독한 차별의 역사 속으로 넣었다. 사실상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 감자를 좀먹는 감자마름병이 퍼졌다. 이로 인한 굶주림뿐 아니라 아일랜드인에 대한 영국의 혐오는 악질적 인종차별로 작용했다. 이들은 영국, 캐나다, 미국으로 떠나면서 최빈층이 되면서 수난을 겪었다. 현재까지도 아일랜드인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가 존재한다. 그들의 빨간 머리와 주근깨는 미국에서 nerd(멍청이)라고 불리는 모습의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없애기 위해 해리포터 작가는 주인공 친구 론위즐리를 빨간 머리로 정하고 아일랜드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만들고자 했다. 이 사실이 아일랜드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그들의 존재가 혐오의 대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 도착한 아일랜드인들은 한 표씩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여러 정책들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미국의 세계대전 참전, 노예제 폐지 등의 역사를 바꾸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질병으로 인해 바뀐 역사를 보여준다. 질병의 역사에는 심리적 혐오와 사회적 발전이 공존한다.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식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의 인식까지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질병의 근원이 되는 바이러스는 보이지는 않고 계속해서 변종을 일으킨다. 특히 불특정한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전염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우리의 생존 욕구를 바탕으로 한 공포는 더 큰 혐오를 불러일으키지만 여기에 그쳐서 생각하면 안된다. 혐오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우리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를 더 적극적으로 변화시킨다. 사람에 대한 혐오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바로 보인다. 일상생활도 감염병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이러한 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를 지금 알 수는 없다. 책에서의 질병으로 인한 발전도 질병의 역사가 마무리된 후 발전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혐오를 벗어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 대응이 미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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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과 같은 질병에 관한 역사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질병으로 인한 공포심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것이 혐오로 바뀔 때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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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호기심이 갔던 책이에요. 전염병이 엄청난 파급력이 있는 이유는 병력도 병력이지만 사람들의 혐오와 합쳐질 때 그 위력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