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서 기억할 만한 최고의 산문들만을 가려뽑아 만든 책이다. 그 후 새로 쓴 원고 400매 가량을 합쳐 묶었다.
책에는 일상적인 소재 ‘라면’부터 바다를 보며 쓴 글 까지 다양한 글이 들어있다. 나는 ‘라면’이라는 소재에서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력에 감명을 받았다. 김훈 작가님의 문장은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바다는 시간을 통과해 나가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지 않다. 바다는 늘 처음 보는 바다였다.’다음은 바다를 보며 쓴 문장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바다를 참 많이 보았다. 나는 일렁이는 푸른 바다를 보며 바다의 끝을 가늠하지 못했다.
바다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일으켰다. 바다란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지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나는 이 문장에 매우 공감이 갔다.
나도 살아가면서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사람들은 삶을 살며 절망적인 일, 놀라운 일, 가슴 아픈 일들을 겪는다. 그러한 흔적들이 묻지 않는 ‘나’가 되고자 한다.
작가는 조사 하나를 쓸 때에도 많은 고민을 한다고 들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문장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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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양장본 HardCover) 출판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