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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염된 독서 작가 최영화 출판 글항아리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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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 그리고 독서,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까 싶어 궁금증에 집어 든 책이었다. 감염내과 실습을 돌며 배운 감염과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내가 생각하는 독서가 어떻게 맞물려 있을지. 그리고 의과대학생으로서 같은 의학이라는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감염내과 교수님이 ‘책’에 관한 ‘책’을 썼다는 것은,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은 책에 관한 책이고, 대부분의 글 꼭지에 책을 인용하고 있지만, 책을 중심으로 한 책은 아니었다. 의사로서 만나는 환자와 학생들, 동료들에 관한 얘기이며, 책을 가까이 하기에 책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갈 따름이었다. 결국은 의사로서의 책에 관한 얘기이며, 또한 생활인으로서 책에 관한 얘기였다.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낸 책 중 읽은 책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다. 흥미로운 꼭지를 읽으며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구나. 부지런히 읽어봐야 겠다.’였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같은 책을 읽어도 정말 다른 것을 보는구나.’였다.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가 이질로 사망했는데, 세균성 이질인지 아메바성 이질인지 궁금해하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며 당시 유럽의 매독에 의한 사망률과 항생제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는 저자를 보며 역시 감염내과 의사는 다르구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상사병과 콜레라의 증상이 비슷하다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불명열의 감별진단에 상사병도 들어가야 하나?’ 라는 어이없는 생각까지도 해보았다. 감염내과는 실습을 돌고 나서도 조금 특수성이 있는 과라고 생각했는데, 시선만 달리 보면 일상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과 많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습을 도는 중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일반인보다 병 이름, 병원균 이름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결핵, 이질, 콜레라, 말라리아, 독감, 성홍열, 장티푸스 등등. 내가 공부한 것을 떠올리며 읽으니 기분이 새롭기도 했다. 이 많은 질병과 균들에도 불구하고, 의아했던 점은 메르스를 언급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 그와 연관지어 언급할 책이 없었을 수도 있겠으나, 감염내과 의사로서 아프고 고달픈 기억이라 지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삼관 매혈기>를 읽으며 저자는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의 치료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는 치료들도 시간이 지나면 틀린 것이었다고 증명될 수도 있다며 고찰한다. 그래서 의사는 매번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학문을 공부하는, 그래서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구나. 실습을 돌며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는데, 이런 고민은 의사가 되고 나서도 계속 할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책이었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생각들이 담겨 있었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공감하고 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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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부터의 도피 작가 에리히 프롬 출판 휴머니스트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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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환상적인 실험’ 이라는 EBS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신 적이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한 교사의 실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절대 권력에 복종하게 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을 통해 힘을 모으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파도' 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학생들은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집단에 소속되어 큰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자부심에 얽혀 절대 권력을 맹신하게 되고, 결국 비윤리적인 행동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도 처음에는 이 실험의 파급력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집단이 커지면서 소속 학생들은 결속력이 커지는 반면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집단 내에서의 안정, 그리고 집단 밖에서의 고독과 불안이 학생들의 복종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복종’ 이라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것만도, 우매한 사람들이 멋도 모르고 권위에 굴복하는 것만도 아니다.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따르게 되는 것 또한 복종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라는 부담과 복종의 안정 중에 어느 것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될지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유로부터의 도피’ 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유는 개인을 고립시키고 개인을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자유는 근대적 개인이 이 불안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지켜질 수 있지만, 근대적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유라는 부담을 피해 의존과 복종으로 되돌아가려는 퇴행의 몸짓을 보여주기도 함을 나치즘 시대의 노동자 계급이 보여주는 것이다. 원초적 유대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한 사람들을 고독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시 독일인들처럼 자신들이 집단학살의 공범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특히 타인과 다른 방향의 행동을 하게 되면 좋지 않은 시선과 질타를 받게 되고, 곧 어쩔 수 없이 다시 시류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소수의 의견을 주장하기란 힘든 일이다. 가만히 집단 속에서 안주하고 있으면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데, 괜히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안정을 포기하고 용기를 낸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대 사회가 발전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즉,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투쟁에 의해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는 끊임없이 개혁이 일어났다. 임금에게 간언하는 신하도, 반정을 일으켜 새 왕조를 세운 사람도, 일제강점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 모두 현재에 안주하여 살기 보다는 고독하게 다수와 맞서 싸우다 간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핍박과 질타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우리는 계속 우매한 민중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자유로부터의 도피’ 는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는 작게는 친구관계에서부터, 사회, 그리고 국가 차원까지 확장된다. 그리고 이는 현재 국내 시국 상황과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나태 속에 살고 있고, 이런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들이 아주 많다. 직접 나서서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고, 가만히 있는 다고해서 딱히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만 질타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진실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만이 근대적 불안과 맞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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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를 부르짖는 외침 속에서 자유란 무엇이며, 자유의 이면인 불안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와 같은 문제 제기는 한 구석으로 밀려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나,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비슷한 데시벨로 사람들이 외치곤 하는 연대 같은 것들은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실존적 불안을 견디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끔씩은 이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자유니 연대니 하는 것들을 부르짖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런 불안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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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서평에 긴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안을 이겨내는게 정말 중요하지만 가장 힘든 일 같아요 🙂
  • 280일 작가 전혜진 출판 구픽 그댜댜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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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겪게 되는 280일간의 상황들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임신한 여성 당사자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나라.

    임신을 하게 되면 약자가 되어버린다. 몸이 아프고, 뱃속에는 지켜야 할 태아가 존재하게 되니까. 지하철을 탈 때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중년을 훨씬 넘긴 여성부터 심지어는 젊은 남성까지. 혹자는 임산부가 나타나면 비켜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분명 티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를 위한 자리이다.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내일의 주인공을 품고 있는 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여년간 임신과 출생은 아름답고 숭고한 일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당혹스럽고 고생스러우며 괴로운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고 현실을 알아갈수록 나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또 기를 자신이 없어진다.

    최근 산부인과 실습을 돌며 자연분만을 참관하기도 하였고 각종 임신의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산모들의 모습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아이를 낳기가 무섭다고 같이 실습을 돌던 남자동기에게 말을 했더니 제왕절개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미혼에 미출산이지만, 이를 아직 겪어 보지 못한 여성들에게 그리고 결코 겪어보지 못할 남성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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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작가 김하나 출판 위즈덤하우스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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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보면 가벼운 일상에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책을 덮었을 때 여운이 길게 남았던 이유는 ‘여자’ 둘이 살고 있는 이야기라기보다 ‘사람 둘이’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기 전의 상태를 우리는 미혼이라고 가정한다. ‘비혼’이라는 개념이 최근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혼자 산다는 것은 완벽한 삶의 형태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취생’, ‘자취방’, ‘자취가구’ 등의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이는 것이 아닐까. 결혼하기 전에 ‘잠깐’ 살 집, ‘잠깐’ 쓸 가구.
    한 집에서 자취를 한지 벌써 3년이 넘어가지만 나 역시 자취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생의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삶 역시 나중에 돌이켜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중의 하나가 바로 ‘자취는 언제 독신이 되는가’ 이었다. 두 비혼(혹은 미혼) 여성이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아무리 현대사회라고 해도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만큼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기에 그녀들의 삶이 더욱 당차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동거인’의 관계로 살아가는 두 저자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큰 존재로 의지하고 있지만, 그것에 매달리지 않는다. 무엇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정말로 성숙한 삶의 형태가 아닌가.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삶에 더 적합한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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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못 견뎌하는 터라, 한 몸이 된 저 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네요(단순히 하나라고 표현할 만큼 잘 지낸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또 어떻게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을 두 사람이 해결하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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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거인’의 관계로 살아가는 두 저자의 삶이라니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자취는 언제 독신이 되는가’ 는 꼭지는 꼭지의 제목만으로도 지금의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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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남주 출판 민음사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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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딱 2년 전, 다음 약속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서점에 들려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그 책이 바로 82년생 김지영이었다.
    95년에 태어난 나는, 회사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이신 어머니 사이에서 2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25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하셨고,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셨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집에 계시면서 육아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명절 때 친가에 가면 항상 주방에서 여자들이 일을 하고 남자들은 거실에서 TV를 보는 상황이 너무나 익숙했다.
    나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내내 반장을 맡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12명의 반장 중에서 유일한 여자였다. 하지만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기가 세다, 독하다 등의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왜 나한테는 기가 세다고 하고 다른 남자애들한테는 리더십이 강하다고 할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때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페미니즘을 접하기 전까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가부장제는 분명 여성 남성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양쪽이 서로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를 타파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회문제이다. 여권신장을 한다고 남성들의 인권이 낮아지거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박탈당하는 것 역시 아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공감하고 분노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한 비난을 할까.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를 필연적으로 반영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론만 보고 작품을 판단하기에는, 20여 년간 쌓아온 당신의 지성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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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노사이드 작가 고야, 화명 출판 황금가지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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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사이드' 란, 인종/종교/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이다.
    소설에 5점을 준 적은 정말 드문데 이 책은 정말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인류보다 진화한 신인류의 등장은 많은 책들과 영화에서 흔히 다루는 소재이다. 하지만 실제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인간은 과연 신인류에게 경외를 느낄까 아니면 없애버리려고 할까. 소설은 정체 모를 생명체를 제거하라는 비밀 임무를 받고 콩고로 떠나는 4인과 인류학자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저마다의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제노사이드가 일어나고 있다.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운가. 우리는 결국 인간을 멸종시킬 수 있는 건 인간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설이 주는 흡입력은 엄청나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만큼 굉장히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꼭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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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노사이드라는 무서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어떤 식으로 이 소설이 소화해냈는 지 궁금해지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댓글 테스트 중입니다.
  • 대도시의 사랑법 작가 박상영 출판 창비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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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 수상작품집에서 작가의 단편을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주위에 퀴어가 없고(혹은 나에게 드러내지 않았고) 또 개인적으로도 관련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 보았지 않기 떄문에. 그런데 신간의 제목, 그리고 책 디자인을 보고 너무 내 취향이라서 집어들었다.

    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또 만나는 사람들도 정해져 있다. 집-병원을 반복하고 항상 공부하는 삶.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고 나와 다른 삶을 마주하는 것이 흥미롭고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의 그런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책이다.

    편견 없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늘 생각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이렇게 편견이 많은 사람인가 싶어서 스스로가 많이 부끄러웠고 또 놀랐다. 커플이라면 남-여의 만남이 디폴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작품을 읽을 때도 화자가 여자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시 돌이켜보면 아, 주인공이 남자였지 라고 깨닫고 했다.

    이 소설은 정말 가볍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소설이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역설적으로 동성애를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전하고 있지 않나 싶다. 결국 다양한 사랑의 한 모습인 것을. 어두컴컴한 새벽에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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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학교에서 강연을 듣고 읽게 되었는데 정말 술술 읽힌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해요!
  • 지독한 하루 작가 남궁인 출판 문학동네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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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의사들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할 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간 책이길래 읽어본 책이다. 첫 번째로 느낀 것은 우선 작가는 글을 참 잘 쓴다는 것. 그 상황이 정말 생생하게 느껴져서 괴로울 만큼 전달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두 번째는 그래서 환자의 아픔을 팔아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의학적인 지식이 전혀 없었던 예과생이었다. 그래서 단지 극적인 상황들에 쇼크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실습을 돌고 나서 책을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조금 달랐다. 환자를 마주하는 자세, 그리고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이 보여주는 정말 '인간적인' 모습들. 글을 쓰며 작가는 자신의 방법으로 환자를 기억하는 게 아닐까. 환자를 사람이라기보다는 질병정도로 보는 의사들도 많다. 하지만 작가는 분명 환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책이 생각보다 굉장히 사실적이고 묘사의 수위가 높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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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쓰는 의사로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작가님인 것 같네요! 저도 이 분 글을 몇 번 읽어봤어요. 그댜댜님이랑 비슷하게, 저도 이렇게 환자의 개인적인 아픔을 노골적으로 써도 되는 걸까 생각한 적이 있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아픔에 작가가 깊이 가슴 아파한다는 걸 알았고,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미화된 의사라는 직업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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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작가 미니마루라이후 연구회 출판 샘터사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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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같은 집에 4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학교생활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인터넷 쇼핑으로 풀기 시작한지는 정말 한참 되었다. 클릭 한번에 바로 집 앞으로 가져다 주는 현대사회가 너무 편하면서도, 가끔은 두렵다. 너무 쉽게 물건을 사고 또 버리는 내 모습이 정말 싫은데 이런 상황은 항상 반복된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짐으로 가득 찬 방을 바라보면 너무 답답해서 가끔씩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만 밀려도 쌓이는 설거지, 빨래, 방바닥에 널부러진 머리카락들... 그럴 땐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집은 분명 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쉬기도 전에 집에 잔뜩 쌓인 물건들을 보며 청소에 대한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 면에서도 미니멀리즘은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미니멀리즘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말하는 것이 물건이 별로 없으니 청소할 것도 없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쯤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더러워진 집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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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어지러진 집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이 책은 그 점을 잘 말해주는 것으로 보이네요.
    • 한 집에서 10여년 넘게 살아서 공감되는 점이 많네요. 정말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지만 종종 질린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래서 최근부터 호캉스가 유행한 게 아닌가 싶어요. 집안일을 할 부담이 전혀 없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정말 좋은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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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 하는 성격이라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교과서도 집에 있어요.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의 고질적인 패턴, (산다-버릴만한 것도 언젠가 쓸 것 같다-못 버린다-또 산다)를 꾸준히 따라가고 있답니다. 한 번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살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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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핑에 대한 욕망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욕망이 사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두 욕망이 상충되는 게 아니라 사실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었죠. 미니멀리즘도 소비되는 시대니까요. 문제의 해결책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문제의 기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섬뜩한 면이 있죠. 결국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지, 그 앎 역시 기만은 아닐지 의심하게 되네요. 이러나 저러나 어렵지만 모쪼록 스트레스 더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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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기 인도에 쉼표를 찍었습니다 작가 이헌희 출판 북노마드 그댜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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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활을 하며 여러 운동을 조금씩 해보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어렸을 때 엄마가 종종 하시던 '요가'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스트레칭 혹은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 정도라고 생각했고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려야지 정도로 처음 시작했던 것 같다.
    주민센터에서 주 2회로 시작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꽤 근력이 필요한 운동이었다. 수련 후 맨 마지막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사바 사나'를 하다가 긴장이 풀려 깜빡 잠들 때도 종종 있었다. 6개월 정도를 수련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실습 일정이 있어 다른 지역의 전문 요가원에서 주 5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민센터와는 확실히 달랐다. 처음에는 일정 후 매일매일 가는 것이 귀찮고 피곤하기도 했는데 습관이 되고 나니 오히려 숨쉬듯 자연스러웠다. 바쁜 일정 후 온전히 매트와 나 만이 함께하는 시간.
    근육이 하나도 없던 몸이 조금씩 탄탄해지기 시작했고 안되던 자세들이 하나씩 될 때의 그 희열감. 한 운동을 이렇게 오래 한 적이 없었는데 매일 똑같은 하루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르다는 느낌을 요가를 통해 얻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요가를 하고 있나보다.

    요가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레 인도에도 관심이 생겼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일년씩 '아쉬람'이라 불리는 수련원에서 먹고 자고 요가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인도에서의 아쉬람 생활이 어떤지, 그리고 어떤 것들을 보고 느꼈는지가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 아래 고스란히 녹아있다.

    '새벽에 나는 가장 농밀한 인간이 된다. 동이 트기 전, 몸과 마음은 아직 희석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코 탁하지는 않다. 몸은 차라리 액체에 가깝게 느껴진다. 내 안에 찰랑거리는 몇 방울의 순수한 정수를 마음껏 음미하는 시간. 이전까지 지내온 새벽들도 분명 같은 이름이었는데, 어떻게 이곳에서의 새벽은 이렇게 완전히 다른 질감의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것은 분명 다른 새벽.'

    언젠가 꼭 한번 요가를 하러 인도에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꼭 요가를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복잡할 때 한 번쯤 읽어보면 괜시리 마음이 평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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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가가 생각보다 힘이들더라구요! 한시간 열심히 하면 땀이 비오듯 났었어요! 이 글을 보니 다시 요가가 하고 싶어 지네요 ㅎㅎ
    • 저도 운동을 하나 하고 싶어서 찾던 중이었는데 경험을 공유해주시니 저도 요가에 관심이 생기네요. 이 책을 읽으면 요가에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인도에 대한 다른 책을 저도 읽어본 적이 있던 터라 더 관심이 가네요 인도에서의 요가와 함께하는 생활이 궁금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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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작가 양귀자 출판 쓰다 그댜댜 님의 별점
    4.5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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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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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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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된 서평입니다

    서평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런 소설이 쓰여졌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반면, 거의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 소설을 파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이 많다는 점은 조금 슬픈 부분이다. 오히려 정말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코미디로 웃고 넘길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강민주라는 이상화된 대상이, 똑똑하고 이성적인 여성이 감정적인 면모를 드러낼 때가 종종 보인다. '남성 중심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이 '남성'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지만 백승하라는 객체를 마주하면서 변하는 모습. 결국 그녀도 이상화된 대상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그 면모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남자에게 빠진 여자의 최후를 보고 경계하라는 작가의 충고일까? 아니면 결국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이성적일 수 만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야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일까.

    곳곳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결말 부분이었다. 주인공 강민주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지어졌지만, 그 원인이 남자의 질투였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많은 역사책이나 소설을 보면 항상 '악녀'가 등장하고 '사소한' 악녀의 질투 때문에 대사를 그르치거나 파국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이를 꼬집고자 했던 것일까. 곳곳에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되면서 페미니즘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화를 내는 사람들, 책 한 줄도 읽어보지 않고 영화를 폄하하는 사람들을 내 주변에서도 많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칼의 노래> 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100만부가 팔린 소설이다. 그만큼 사회에서 많은 논의가 되고 있다는 뜻인데, 왜 20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지도 않고 시대를 역행하고 있을까.

    현 상태와 다른 것은 언제나 불편감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이 소설이 모두에게 편하게 읽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 책에 대한 평론의 한 구절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강민주의 꿈은, 그 영화에서의 동기호테의 꿈처럼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그 꿈은 아스라히 먼 곳을 그리는 소녀 취향적인 꿈이 아니라, 꿈꾸기 자체가 현실 속에서 힘을 갖기를 바라고 그 힘이 어떤 것일 수 있는가를 묻는 그런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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