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또는 친구와의 자유여행을 즐기던 딸이 환갑 부모님을 모시고 스페인으로 자유여행을 떠난다. 작가는 부모님과의 효도 자유여행을 맛깔나는 문장으로 써낸다. 상황 자체가 무척 흥미롭다. 내가 늘 꿈꾸던 일이라서. 나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지켜봐온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제목인 '걸어서 환장 속으로'를 보면 알다시피 그 여행은 절대로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아주 '환장'의 연속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지루함,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의 당혹감, 부족한 예산을 점검하는 부산함... 혼자였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많은 일들이 부모님과 함께가 되니 더 속이 탄다. 이 여행은 완벽해야만 할 것 같고, 부모님은 즐겁기만 하셨으면 좋겠다.
계획대로 굴러가는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작가는 그 불완전하고 산만한 여행 여행 덕에 자신과 부모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머니는 어떤 때에 사진을 찍는지, 스스로의 감정한계선은 어느정도인지. 그것은 흔한 여행 이야기처럼, 예상치못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의 동반자가 부모님이라는 이유로 특별해졌다.
나도 엄마, 할머니와 올 겨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 경험이 많은 다 큰 자식이 어른들을 모시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내 여행은 완전히 포기하고, 가이드 모드로 준비해야함을 뜻한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내가 상상도 못한 즐거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엄마와 할머니의 새로운 모습, 또 혼자 다닐 때에는 몰랐던 내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겠지. 그런 기대감을 심어준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