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남주 출판 민음사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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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말하자면 다큐멘터리다. 작가가 원래 다큐멘터리 방송 작가였기 때문인지 대단히 감정적이지 않다. 담담하게 한 여자의 삶을 그려낼 뿐이다. 그런데도 참 눈물이 난다. 진짜 흔한 대한민국 한 여자의 삶인데, 그 삶을 읽어내는 것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지만, 다들 안다.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그런데 사람들은 이 책을 읽는 여자들에게 새로운 낙인을 찍었다. 이 책을 읽는 여자 아이돌들에겐 배신감을 드러냈다. 신기한 일이었다. 독재시대마냥 책 한 권으로 그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고 그것을 토대로 비난을 퍼붓다니. 그렇게 '예뻐하던' 여자 아이돌들을 배신자라고 말하며 순식간에 돌아서다니.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얼마전 개봉했다. 책보다 훨씬 비현실적 요소를 더한 영화였다. 그렇게 아내를 아끼며 미안해하는 남편이라니. 그런 남편도 있긴 하겠지만 극중 김지영이 아주 흔한 여성인 것에 비하면 남편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훨씬 더 가벼운 이야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책처럼 낙인을 찍는 도구가 되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하자 나와 친한 한 동생이 물었다.

    "그 영화에서 뭘 배울 게 있다고 보러 가?"

    마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동생이었다(물론 나도 마블 영화에 환장한다). 그래서 헛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너는 마블 영화가 배울 게 있어서 보니? 어떤 의도가 다분한 그 질문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깨닫길 바랐다. 배울 것이 있다고 구구절절 설명해줄 친절함 같은 건 없었다. 그런식의 사상검증이 너무나 불쾌했다.

    영화든 소설이든,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 내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을 타인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개봉전부터 평점 테러를 받았던 그 영화를 보면서, 읽는 것만으로 배신자가 되었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 의아했다. 이 영화와 책이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낙인을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우습고 가치없고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것이라 폄하하는 것일까.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모든 게 틀린 것이라는 바보 같은 결론이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일까. 내가 한 경험과 타인이 한 경험이 다를 수도 있다는 당연한 일이 왜 이런 책들에만 잊혀지는 것일까.

    이 책은 폭력을 조장하는 책이 아니다. 싸우자고 덤벼드는 책도 아니다. 그저 흔한 김지영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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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공감되는 서평이네요. 객관적인 수치를 토대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책인데 왜 많은 말들이 나오는 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그만큼 사회에 많은 파장을 불러온 책이구나라고 많이 느껴요.
    • 서평으로도 썼지만, 지금 일어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자료와 통계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을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끝내 소설을 검증하려 들게 되었다고 봅니다. 소설을 마치 보고서처럼 읽게된 사람들은 결국 주인공의 사례를 재보기 시작한 것이죠. 누군가는 글에서 감정을 읽어내겠지만, 누군가는 사실의 농도 측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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