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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머셋 모옴 단편집 작가 서머싯 몸 출판 왓북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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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서도 'Red', 번역된 제목은 '돌아온 레드' 혹은 '돌아온 연인'.

    수업때문에 읽게 된 단편이었는데, 정말, 세상 욕밖에 안 나왔다. 물론 이 글이 적힌 시대가 원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해해볼까 싶긴 했다만, 화자의 자기 연민으로 가득찬, 게다가 흔한 가부장적 모먼트를 뽐내는 이 글을 너무 읽고 싶지가 않았다. 작가의 사상 자체가 그런 쪽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글쎄. 그럼 시대가 바뀐 만큼 그런 비판적인 독서가 되어야 하는데 교수님도 이걸 별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듯했다. 짧디 짧은 이 단편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져 읽으면서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2019년이야. 2019년. 두 달 뒤엔 2020년이고. 세상에,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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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연님의 힘든 마음이 느껴지는 리뷰네요. 확실히, 시대와 사상이 현재 나의것와 너무 다르다면 그런 책을 읽어내려가는 건 힘든 일입니다. 리뷰에 Red라는 단편이 어떤 줄거리인지 써있지 않아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시대와 사상이 무척 다른 때라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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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으로는 세상이 변화하고 개인이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네요. 사회 속의 개인이 바뀌고 글을 쓰는 사람 또한 변화하면 책의 방향과 메시지 또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2019년인데도 아직 사람들의 인식은 백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저도 자주 느낍니다. 특히 서머싯 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일이 있는데, 저도 작가의 가부장적 태도(작가 스스로의, 또는 책 속 주인공의)에 기분이 상했었어요.
  • 쇼코의 미소 작가 최은영 출판 문학동네 연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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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그런 말을 믿었던 것 같다. 상처를 가진 사람이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을 만나 치유될 수 있다는, 뭐 그런 류의 말들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말에 회의감을 느끼곤 했다. 상처를 가진 사람과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이 만나 서로를 할퀴고 겨우 아문 고통을 덧나게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역시 이왕이면 상처를 가지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불행 경연 대회, 그거 하지 않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고.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 그래서 바라보면 너무나 아프지만 또 한 편으론 위로가 되는 사람. 내가 가진 상처를 말로 표현해내는 것 자체가 고통일 때, 그저 '나도 너랑 같아'라는 눈빛 하나만으로 위안을 얻는 것이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책에 쓰인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울컥울컥 감정이 소용돌이쳤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다시 위안을 얻은 것처럼.

    상처는 계속 받겠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아주 자잘한 상처들이라도 생겨나겠지. 그래도 괜찮아.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언젠간 이해될 때가 올 거야. 이해되지 않더라도 괜찮아지는 순간이 올 거야. 그런 말을 아주 조용하게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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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라는 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럴때마다 혼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당황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처에 대한 위로를 조용히 건네받고 싶은 순간일테니 말예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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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만 읽고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 같은 스토리네요. 🙂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치유가 일어나는 일... 때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분명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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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미소에는 슬픔도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삶속에서 불행이나 고통 그리고 공허함 또한 미소에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인데 작가의 따뜻한 문체에 읽다가 계속 눈물이 나서 책을 계속 읽었다 덮었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추운 겨울에 방 안에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 저는 이 책을 읽지도 않았는데 연님의 서평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기분이네요. 요즘 세상이 불행으로 가득한 것 같다는 느낌은 어쩌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로할 줄 모르게 되어서가 아닐까요? 자기 스스로도 위로하기가 힘든데, 다른 이를 위로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으니까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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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작가 Arendt, Hannah 출판 한길사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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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가 한 이 말은 이제는 사람들도 익히 아는 말이 되었다. 누군가 악한 짓을 저지르면 '사람이 어떻게 저런 짓을!'이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사실 그건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는 딱히 특별하지도 않다. 그저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독일 나치 시대의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유대인을 학살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만들어냈다. 독일이 패전국이 된 후 아이히만은 종적을 감추었다가 끝내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시켜서 했을 뿐이라 말한다. 나는 공무원이었고, 시키는 것을 했어야 한다고. 그 순응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사유의 무능력에 대해 지적한다. 스스로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이히만과 같은 괴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괴물은 또 한 편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다. 한나 아렌트가 이러한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은 분노했고 불편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히만이 진짜 괴물이길 바랐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악마 같은 존재이길 바랐다. 그래야 그를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느껴지고, 자신은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발견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주어진 것에 자신을 내던진다면 그것이 곧 평범한 악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저 근면하고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생각없이' 해왔던 아이히만은 악마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열심히 일한 노동자였다.



    아렌트의 문장들은 계속해서 아렌트를 괴롭혔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녀의 발언은 나치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추어졌고, 그녀가 심지어 동족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유대인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자 그 생각은 기정 사실화가 되었다. 하지만 아렌트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제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자신도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이라고 해서 그녀가 발견한 것들이 틀린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어진 것들만 갖고 생각하길 포기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는 구렁텅이로 끌려들게 된다. 아렌트는 그걸 알았고, 그래서 그녀가 알던 것을 이 책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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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생각을 멈추고 부품으로 전락해 버린 인간은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저자인 아렌트가 언급한 \'악의 평범성\'은 이 시대의 누구에게서나 발견됩니다. 도덕적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사회가 경도되어 있고 조직이 편향적인 방향으로 움직일때 개인이 저항하기란 참 어려우니까요.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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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형벌이겠지요. 물론 질문을 하는 마음 또한 자유롭지는 않으나, 무지한 인생의 그것보다는 가치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음이 참 중요한가봅니다.
    • 악의 평범성. 온라인을 달구는 흉악범죄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생각해요. 이해할 수 없어서 혐오스럽고 이해할 수 있을까봐 소름돋더라구요. 흥미로운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책 제목만 봤다면 별 관심 없이 지나쳤을 것 같네요.
  •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작가 박막례 출판 위즈덤하우스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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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그야말로 단숨에 다 읽어낸 책이었다. 이 책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단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주문했고,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책을 펴고 마지막 장까지 웃으면서 울면서 읽었다. 읽으면서도 수많은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친구들에게 '이 책 진짜 좋아, 꼭 읽어봐' 이렇게 말하는게 전부였다.

    1947년생 할머니, 그리고 유튜버. 진짜 말도 안 되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 유튜브라는 거대한 시장을 뒤흔들고, 100만 유튜버가 되고, 구글과 유튜브의 CEO를 만나기까지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있다. 박막례라는 한 사람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파란만장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 인생을 몇 문장으로 줄이는 건 내 능력밖의 일이라 그냥 다 읽어봤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문장들로 적혀있어 더 마음을 쿵쿵 때리며 들어온다.

    이 책은 다른 어떤 누구의 전기보다도 나를 불타오르게 한 책이다. 고작 20대 중반의 나이에서 징징거리며 지레 겁먹는 나에게 할머니는 말한다.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 백 마디 말보다 이 책을 한 번 꼭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아주 멋진 롤모델이 필요한 여자아이들에게는 더욱 더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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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부터 유튜브로 보면서 많이 웃고 위로를 받았는데, 책도 그런가보네요.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할머니는 말을 툭툭 던지는데 그 안에 깊은 뜻이 있어서 참 좋아요.
    • 직접 이분의 영상을 보기보다는 캡쳐된 화면으로 단편적으로만 접해봐서 책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 평균적인 유튜버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한 인물이 각광받고 인정받고 애정받는 모습은 감동적이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는 건 좋기만 한 일은 아닐테니까요. 그 말들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의 삶을 일일이 읽어보기 보단 보기 좋고 읽기 편한 밝은 부분만 보고 싶어했던 편협함이란걸 알면서도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속 시원하게 추천해주시니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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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작가 엄기호 출판 창비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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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괜찮을 거야, 더 나은 날이 올 거야, 우리 사회는 발전할 거야, 하고 믿는 사람들을 본지 꽤 오래 됐다. 사실 그렇다. 2016년의 촛불집회가 2017년 3월의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그래도 꽤나 큰 희망이 생겼지만 2년이 지나고 난 지금 사회는 다시 관성을 보이고 있다. 그 땐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때와 같은 기적은 찾기 나타나기 힘들거야. 나는 낙관주의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지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될 떄가 많다.

    세상은 끊임없이 노력을 강조한다. 노력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그러면 할 수 있을 거야. 해낼 수 있어. 아픈 시간을 견뎌내면 더 좋은 시간이 온다니까? 그 노력에 대한 강요는 특히나 젊은 세대에게 주어지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었다. 한 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 따위가 사회를 지배한 적이 있었을 만큼 젊음이 갖는 고난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은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들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곧 우스운 것이 되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프면 환자야.

    사회가 말하는 노력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설명하듯 내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아니었다. 내 한계를 극복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내라는 강요였다. 다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채찍질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망하고 싶지 않으면 채찍질을 피하지 말고 달리라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닿을 수도 없는 곳을 향해 달리라는 그 무책임한 말을 대체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나를 착취해서 만들어낸 미래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흔한 자기계발서의 말들로 쥐고 흔들 수 없는 존재들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비판한다. 하지만 작가는 '역사를 빋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역사를 믿는다는 것이 곧 '진보를 믿는다'는 뜻이라고도 설명한다. 나아질 거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열을 뻗치게 하고, 앞뒤가 꽉 막혀 숨쉴 틈도 없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좀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낙관주의자가 되려고 한다. 책에선 끊임없이 사람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적어내려갔지만, 스스로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한 개인으로 살면서 세상이 마냥 아름답기만 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세상의 부조리를 많이 목격했고 겪기도 했으며 그것이 어느날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순수함도 없다. 대신, 그런 생각을 한다. 끊임없이 개인의 탓으로 몰아붙이던 사회의 이간질을 눈치채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란 생각. 자신의 손으로 거대한 무언가를 바꾸어본 사람들은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생각.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손을 내밀 때 그냥 고개를 돌려 가던 길을 가지 않을 거란 생각. 사소하지만 거대한 일들이 모여, 리셋까진 안 되더라도, 어제보단 나은 내일이 이어질거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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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우리 사회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과 물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과도한 노력을 찬미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도 남아있지요. 또한 이런 분위기애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우리 청년들도 일조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자가 바라는 진보가 어떤 것인지 저도 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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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 작가 조남주 출판 민음사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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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말하자면 다큐멘터리다. 작가가 원래 다큐멘터리 방송 작가였기 때문인지 대단히 감정적이지 않다. 담담하게 한 여자의 삶을 그려낼 뿐이다. 그런데도 참 눈물이 난다. 진짜 흔한 대한민국 한 여자의 삶인데, 그 삶을 읽어내는 것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지만, 다들 안다.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그런데 사람들은 이 책을 읽는 여자들에게 새로운 낙인을 찍었다. 이 책을 읽는 여자 아이돌들에겐 배신감을 드러냈다. 신기한 일이었다. 독재시대마냥 책 한 권으로 그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고 그것을 토대로 비난을 퍼붓다니. 그렇게 '예뻐하던' 여자 아이돌들을 배신자라고 말하며 순식간에 돌아서다니.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얼마전 개봉했다. 책보다 훨씬 비현실적 요소를 더한 영화였다. 그렇게 아내를 아끼며 미안해하는 남편이라니. 그런 남편도 있긴 하겠지만 극중 김지영이 아주 흔한 여성인 것에 비하면 남편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훨씬 더 가벼운 이야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책처럼 낙인을 찍는 도구가 되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하자 나와 친한 한 동생이 물었다.

    "그 영화에서 뭘 배울 게 있다고 보러 가?"

    마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동생이었다(물론 나도 마블 영화에 환장한다). 그래서 헛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너는 마블 영화가 배울 게 있어서 보니? 어떤 의도가 다분한 그 질문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깨닫길 바랐다. 배울 것이 있다고 구구절절 설명해줄 친절함 같은 건 없었다. 그런식의 사상검증이 너무나 불쾌했다.

    영화든 소설이든,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 내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을 타인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개봉전부터 평점 테러를 받았던 그 영화를 보면서, 읽는 것만으로 배신자가 되었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 의아했다. 이 영화와 책이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낙인을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우습고 가치없고 피해의식으로 가득한 것이라 폄하하는 것일까.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모든 게 틀린 것이라는 바보 같은 결론이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일까. 내가 한 경험과 타인이 한 경험이 다를 수도 있다는 당연한 일이 왜 이런 책들에만 잊혀지는 것일까.

    이 책은 폭력을 조장하는 책이 아니다. 싸우자고 덤벼드는 책도 아니다. 그저 흔한 김지영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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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공감되는 서평이네요. 객관적인 수치를 토대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책인데 왜 많은 말들이 나오는 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그만큼 사회에 많은 파장을 불러온 책이구나라고 많이 느껴요.
    • 서평으로도 썼지만, 지금 일어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자료와 통계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을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끝내 소설을 검증하려 들게 되었다고 봅니다. 소설을 마치 보고서처럼 읽게된 사람들은 결국 주인공의 사례를 재보기 시작한 것이죠. 누군가는 글에서 감정을 읽어내겠지만, 누군가는 사실의 농도 측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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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작가 이명수 출판 해냄출판사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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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지에 적힌 글귀가 마음을 흔들었던 책. "자기 속도로 가는 모든 것들은 옳다." 유명한 정신과의사 정혜신씨의 남편인 이명수 씨의 책인데, 잔잔한 위로가 있다. 처음엔 심리기획자?의 책이라길래 흔히 아는 그런 심리학책인가 싶었는데 시와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 시와 대화하듯, 시를 읽는 나와 대화하듯 한 페이지를 가득채우고 때로는 그걸로 부족한 이야기들을 덧붙여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중간중간 위로가 되는 시와 문장들이 많이 보여서 울컥울컥했다.

    근데 사실 제일 울컥했던 건 차례를 펼쳐봤을 때였다. 징징거려도 좋다, 무조건적인 내 편, 꼭 한사람, 나는 원래 스스로 걸었던 사람이다, 자기 속도로 가는 모든 것은 옳다, 자꾸 무릎 꿇게 될 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세상에서 나만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의 제목까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상황들이 차례에 담겨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살다보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튼튼한 마음을 갖고 있어도,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다. 아픔은 모르고 웃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상처투성이가 되어보면 나는 원래 이렇게 상처투성이인 사람인가, 다 내 잘못인가 하고 자책하게 된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었었다. 가장 소중하게 담아놓은 한 구절을 나눠본다.

    "모든 인간의 어른 시절' 나'는 온전한 나, 치유적으로 건강한 나의 원형이다. 나는 본래 그렇게 사랑스런, 사랑받아 마땅한 혹은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절대적으로 괜찮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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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저의 속도가 느리고 많이 방황있다고 생각했는데 서평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기분이네요. 줄글이 아닌 시와 이야기가 같이 있는 형식이라 더 읽기도 좋을 것같아요. 좋은 서평 감사드려요.
    • 항상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올리라는 말들을 들으며 너무 어려워 하는 저에게 정말 필요한 책인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을 거 같아요
  • 아주, 조금 울었다(미드나잇 에디션) 작가 권미선 출판 허밍버드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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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고 싶은 기억들과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잊고 싶은 기억들은 왜 이렇게 오래 가며,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왜 이렇게 빨리 흩어져버리는지.
    얼마전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다신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 사람이 자꾸만 흐릿해져서 눈물이 멈추지 않던 차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잊는다는 것이 주는 상처에 대해 읽다, 그래도 잊어서 슬픈 것보단 잊지못해 슬픈 게 나을 것 같다 생각했다. 아주 오래 슬퍼도 괜찮으니까 잊지 않게 해달라고 어딘가를 향해 기도했다. 잊지 않게 해주세요. 오래오래 기억하게 해주세요. 언젠가는 이 슬픔에 무뎌지는 날이 올테니, 슬픔에 무뎌지는 날까지 기억하게 해주세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의 기억까진 앗아가지 말아주세요.

    아주, 조금, 많이, 울게 될 우리 가족을 위해 보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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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금 뉴스를 보고 이 서평을 보니 더욱 더 슬퍼지네요. 요즘 오보라고 믿고 싶은 소식들을 많이 듣게 되고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나날이 많아요.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을 더 오래 기억하고 사랑해야겠습니다.
    • 잊히는 기억과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여러 기억들에 대해 생각하면 가끔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슬픈 일들이 왜 자꾸 일어나는지. 어떤 기억은 왜 금세 멀게 느껴지는지. 떠난 사람을 오랫도록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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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후, 잊으려 노력하다가도 잊고나면 기억나지 않는 조각에 서글퍼지는 날이 늘어만 갑니다. 조금 더 기억하고, 좀 더 오래 사랑하고 싶은데도요. 찰나의 아픔을 피하려 하기보다 가슴 속에 담아두고 때가 되면 보내주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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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몽글몽글 에디션) 작가 조유미 출판 허밍버드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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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다 힘들게 산다는 걸 안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게 산다고 해서 나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누가 더 힘들게 사는지 견주고 싶지 않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중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위로랍시고 이런 말을 건넨다. 그래, 다들 살기 힘들지. 하지만 힘들다는 사람에게 건네야 할 말은 그런게 아니다. 힘든 사람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이 있다는 걸 다들 알지만, 내가 아플 땐 남의 아픔을 살필 여력 같은 건 없다. 그건 당연하다. 내가 살아남아야 모든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사실을 간과한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건 내가 아프지 않을 때. 정말 온전히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때 하는 걸로 하자.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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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새는 이렇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책이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좀 덜 각박해지길 바래봅니다. 서평 감사합니다.
  • 여중생A 세트(전5권) 작가 허5파6 출판 비아북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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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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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무섭기짝이 없는 웹툰이었다. 사건사고 기사에나 나올 법한 A. 전작도 귀여운 그림체에 방심했다가 엉엉 운 적이 있어서 늘 긴장한 상태였다. 실제로 '미래'는 주눅들어 있었고 상처받아 있었고 그 누구도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아픈채로 방치된 채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걸어나가는 아이같았다. 한없이 위태로웠고 안타까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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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던 미래가 조금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내 잘못이 아니다'란 아주 간단하지만 어려운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미래는 그렇게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미래가 친구를 사귀고 여느 또래와 다를 바 없는 날들을 보내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래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남들보다 조금 늦어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남들과는 다른 경험도 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미래는 곧게, 예쁘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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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두 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미래가 꽉 닫힌 결말 속에서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 미래들이 이 해피엔딩을 보며 그들 삶의 해피엔딩도 꿈꾸길 바랐기 때문에. 작가님도 아마 그런 마음이 아니셨을까. 이 세상에 미래들이 참 많다는 걸 작가님도 아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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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마지막 문장에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내일이 두려워 내일을 포기하려 했던 아이가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게, 그게 가능해졌다는 게 얼마나 큰 기적인지. 품안에 넣어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그렇게 끝도 없이 안아주고 싶다.

    미래야, 오늘에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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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이라는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그림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추세가 있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는데 감동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웹툰인가 보군요. 저도 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서평 감사합니다.
    • 잠깐 봤을 때는 흥미를 끌기 위한 뻔한 소재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런 서평을 보고 나니 한번 끝까지 보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 나를 잃지마, 어떤 순간에도 작가 조유미 출판 허밍버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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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공감가는 문장들이 그득했던 에세이. 사랑에 모든 걸 쏟아내라고 말하는 글들을 보다가 이런 글을 보니 참 반가웠다. 김서령 작가의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라는 책도 떠올랐다. 사랑은 좋지만, 그것이 내 전부가 되면 결국 나는 나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 위태로운 상태는 중요한 순간 나를 무너뜨리게 될 수도 있다. 그걸 간과하고 사랑하다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난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나라는 지지대가 온전해야,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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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하고 있지만 자꾸만 울게되는 사람에게. 사랑하고 있지만 자꾸만 텅 빈 것 같은 사람에게. 내가 사랑하는 게 너인지, 너를 사랑하는 것만 같은 나인지, 헷갈리는 사람에게. 행복한 것 같은데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꾸만 무너져내릴 것 같은 사람에게. 연애가 끝난 후에도 나만 원망하게 되는 사람에게. 나를 자꾸만 미워하게 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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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에요!! 추천 감사합니다. 나 자신이 굳건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타인과 사랑을 주고받거나 다툼을 하는 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나라는 지지대가 온전해야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지금 제가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책이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김사월의 로맨스가 떠오릅니다. 과연 어느 것이 먼저일까요. 자신과 사랑 중에서. 나를 자꾸만 잃는 느낌이 들어서,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 테러블 작가 이르사 데일리워드 출판 문학동네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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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에세이, '테러블'은 이르사 데일리워드의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진 책이다. 흑인, 여성, 모델, 배우, 퀴어 활동가, 페미니스트, 시인인 이르사의 이야기들은 시리도록 아프다. 아주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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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사의 책에는 엄마와 자신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잘난 유부남이었던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엄마, 마샤 데일리우드. 커가는 이르사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마샤, 그리고 이르사를 강간하려는 마샤의 연인. 그런 이르사를 향해 '나는 할아버지에게 강간당할 뻔 했으니 너는 운이 좋다'고 말하는 마샤, 그런 마샤를, 엄마를 원망하는 이르사.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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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사의 아프리카 이름은 단퀴에스. 단퀴에스의 뜻은 "마침내! 끔찍한 일들이 끝이 난다."
    이 이름을 지어주며 마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그들은 늦어버렸을까. 엄마의 잘못이었을까? 이르사의 잘못이었나? 아니, 그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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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뻐지고 싶은 이르사. 사랑받고 싶은 이르사. 그 사랑의 끝에 천국이 있다고 믿는 이르사. 그래서 백인을 닮으려 하고 날씬해지려 하고 남자를 꼬시는 방법을 배우려는 이르사.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안다. 그곳에는 천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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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이야기.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하지만 들었다는 것조차 믿고싶지 않은 이야기. 나와 인종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경험은 왜 그녀만의 것이 아닌가.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여성을 한 데 묶어선 안 돼. 여성을 한데 묶는 순간 오류가 생겨. 여자들도 다 다른 세상을 살아. 맞다. 여자들은 다 다르다. 사람은 원래 다 다르다. 그런데 이상하잖아. 이렇게나 다른 우리는 왜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건지. 설리의 죽음으로 느꼈던 공허함과 슬픔이, 성폭행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와 분노가, 혐오로 물든 이야기들에 지쳐가는 몸과 마음이. 왜 이다지도 닮아있는건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 고통안에서 위로를 받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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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은 모두 다르지만 같은 경험과 고통을 나누며 그 고통속에서 위로를 받는 다는 감상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단퀴에스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유가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설리와 저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설리의 죽음은 많이 슬펐고, 크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이르사와도 가까워지고 싶어지네요.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작가 조연주 출판 북스고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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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가 아니라서 이해할 수가 없어. 세상 어디에도 너의 전부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 단지 이해해주려고 노력해 줄 뿐이지."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한 문장이다.

    '알쓸신잡'에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조차도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로 다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

    '알쓸신잡'에서도 그랬다. 만약 누군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나는 굉장히 우울해진다. 그러나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데 어느 누군가가 나를 깊게 이해해준다면, 그건 감사한 일이 될 것이라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때론 나에게 의문이 생기고 가끔 '쟤는 왜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무슨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고개 끄덕이며 곁에 있어준다면. 그런 이들이 곁에 몇 명이라도 있다면. 그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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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어렵지만 논의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물음을 던지고 있는 책이네요. 저도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서평 고맙습니다.
    • 인간관계에서, 특히 연애를 하면서 서로 많이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이 저로서는 이해가 안돼서, 그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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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과 관계,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필연적 몰이해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는데, 한 번쯤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나만큼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근원적으로 외롭다.\"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읽어내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아도, 글과 시와 그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욕망의 본질이 아닐까요. 저 문장이 참 냉소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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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주의자 선언 작가 문유석 출판 문학동네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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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초여름, 6월. 나는 친구와 함께 서울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맛있는 걸 먹고 예쁜 곳들을 구경하고 사고싶은 것들을 사는, 오랜만에 온전히 즐거웠던 여행. 여행 마지막날이었나, 그 전날이었나. 잘 기억은 나지 않는 그 날, 우리는 버스에 있었고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1999년 실종된 송혜희씨를 2016년까지 찾고 있다는 현수막을 보며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내가 말했다.

    "1999년에 실종 됐으면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엄청 힘들건데, 역시 가족은 잊을 수 없는걸까. 이렇게 오랫동안 찾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더 힘들어서 계속 저 현수막을 거는 거겠지."

    이 짧지만 강렬한 기억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다. 실종된 송혜희 씨의 아버지가 16년째 현수막을 새것으로 바꿔 걸고 있다는 것을 읽고 나는 한참동안 책을 부여잡고 울었다. 한남대교도 몇 번 지나다녀본 적 없지만 친구와 그 현수막을 보며 나눈 짧은 대화가 아주 깊게 남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송혜희씨와 그 가족만의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에. 현수막 하나가 담고 있는 그 세월의 고통이 너무 깊어 한참을 울었다.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 책이 왠지 정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인 문유석 판사는 드라마의 내용처럼 타인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며 많은 부조리한 부분들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처럼 집단주의 문화가 주요한 곳에서 개인은 집단의 부분집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은 존중받지 못하고 집단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지만 정작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은 개인의 탓이 된다. 문유석 판사는 개인주의자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 이야기함과 동시에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책 자체도 어려운 문장 하나 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서 굉장히 읽기 수월했다. 문유석 판사는 책을 굉장히 많이, 닥치는 대로 읽어 <쾌락독서>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 덕분에 글이 더 유연하게 쓰인 것 같다. 평소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에 지쳐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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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이 책을 읽었었는데요. 언급하신 사회적인 문제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개인주의의 관점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흥미로웠습니다. 정 없는 단어같지만 알고보면 서로의 공간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단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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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우리나라에서 점점 더 개인주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책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예전엔 이기주의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에 대한 필요성과 이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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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제목만으로 편견을 갖고 아직 읽지 않았었는데 집단 문화속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개인을 이해해주기 위한 책이라니까 정말로 꼭 읽어보고 싶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 독서 소모임에서 읽게 된 책이네요. 읽은 지 오래돼서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동양의 나라에서 이러한 제목의 책이 나왔다는 것이 참 반가웠습니다. 개인주의자라고 해서 이기적인 사람인 것이 아닌데 오해받는 경우가 많지요.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에 지친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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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작가 이도우 출판 시공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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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로맨스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까, 연인의 사랑이야기가 주가 되는 소설. 사실대로 말하자면, 소설 자체를 읽은지가 오래 됐다. 시간 떼우기엔 영상이 더 흥미진진하고 소비하기도 쉽다보니 어릴 적 책을 끼고 살던 나는 이제 어디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책을 다시 찾아 읽고 있는데, 어쨌거나 소설을 고를 땐 사랑이야기 보다는 추리소설이나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꽂힌 이야기는 읽고 또 읽는다.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 보고 또 보는 걸 즐긴다. 그래서 시작 자체를 잘 하지 않는 로맨스 소설은 읽은 것도 별로 없어 몇 번이고 재탕한 책은 더욱 드물다.

    하지만 이 책은 잊을 때쯤, 특히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시기쯤엔 꼭 한 번 다시 들춰보게 된다. 볼때마다 마음이 저릿해지는 부분들에서 한참이나 눈길이 머문다. 어제 버스 안에서 읽다가 괜히 눈이 시큰해졌다.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을 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또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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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잘 안 보는 편인데 크게 감동을 받거나 마음이 드는 문구가 있으면 소장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는 버릇이 있어요.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연 님이 올려주신 한 문장이 너무 애틋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연 님과는 다른 문장이 더 기억에 남을까 싶어 더욱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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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는 사람마다 두 주인공 중 어떤 인물에게 더 공감하며 읽었을까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물론 둘 다 입장이 이해는 갔었어요
    • 저도 로맨스 소설은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이렇게 호평을 하시니 궁금하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작가 오찬호 출판 블랙피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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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띠지에는 김보통 작가의 소개글로 이렇게 적혀있다.

    "이 책은 솔직히 마음 편치는 않다."

    맞다. 편한 책은 아니다. 괜찮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낱낱이 파헤치고 이것도 저것도 다 잘못되었다,를 따지고 드는 책이니까. 하나의 고통을 넘기면 또 하나가 들어오는 불편한 마음에 책을 넘겨내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여성혐오, 장애인 혐오, 성 소수자 혐오, 가난에 대한 혐오 등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가진 수많은 혐오들을 목격한 그대로 경험한 그대로 증언하고 이게 얼마나 이상한지를 얘기한다. 그것을 모르고 살아온 것도 아닌데, 마음을 뒤덮는 불편함은 얼굴에 열이 오르게 만든다. 그만큼 불편하지만 덮을 수 없다. 책을 덮는다고 불편한 사회가 갑자기 편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김보통 작가는 소개글에서 이 책이 불편하다는 말만으로 끝을 맺지 않았다. 김보통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인류 역사는 늘 불편함을 느낀 자들에 의해 진보했다"라고.

    내 경험도 그랬다. 누구나 입을 다물고 그건 이제껏 그래왔으니 그냥 그런거야, 바뀔리 없고 입 댈 필요도 없어ㅡ하는 사람만 있는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불편하다' 외친 사람은 핍박 속에서도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 책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책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길 바란다. 틀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쿨하게 '내가 잘못 생각했었네 이제라도 바른 생각을 갖고 틀린 것들을 고쳐나가야지'라고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 우리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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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우리 사회의 혐오가 팽배하고 있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항상 고민입니다.
  •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작가 윤혜진 출판 넥서스BOOKS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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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 는 나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미로 남아있는 이야기다. 한컴타자연습에서 기껏해야 열페이지를 넘겨본, 헝클어진 금발 소년과 여우, 보아뱀과 모자, 양과 코끼리, 장미와 바오밥나무. 어릴 때 이후론 완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사실 어렴풋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는 어린왕자와 그를 수많은 사람들의 친구로 만들어준 생텍쥐페리 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텍쥐페리를 이제야 겨우 만났고 어린왕자를 온전히 이해했다. 그래서 따뜻했지만 꽤 울어야 했다. 직관적인 이해를 넘어서 '아 그땐 그랬구나, 너는 그랬구나' 하고 마음 깊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생텍쥐페리가 이 책을 레옹 베르트에게 선물한 이유, 어린왕자가 그렇게 양을 원했던 이유, 비행사가 주저앉았던 이유, '길들인다'는 말이 그렇게나 마음에 남았던 이유.

    어릴 때는 몰랐던, 볼 수 없었던 면면이 아주 깊게, 길게 남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비로소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 기분이었다. 그가 그의 장미꽃에게 돌아갔기를. 어린왕자의 작은 별이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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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다시 자기를 보게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납니다. 그런 어린왕자를 그린 생택쥐페리의 이야기라니.. 꼭 한 번 읽어볼게요. 저도 다시 어린왕자를 만나고 이해하고 마음에 와 닿는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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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텍쥐페리를 이제야 겨우 만났다는 말, 꽤 울어야 했다는 말이 뭉클하네요. 저도 어렴풋한 어린왕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 나는 꿈꾸는 간호사입니다 작가 김리연 출판 허밍버드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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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친구가 해준 이야기나 TV를 통해 접한 이야기들 뿐이다. 친구가 간호학과를 다닐 때, 졸업하고 추천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1학년때도 절대 학점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태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 있다. 교대근무 역시 간호사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최근엔 외국의 간호사 10여 명이 한 번에 임신을 해서 축하를 받았다는 기사와, 임신조차 순번을 정해서 해야한다는 우리나라의 간호사들의 현실이 담긴 기사를 나란히 읽은 적도 있었다. .

    <나는 꿈꾸는 간호사입니다>는 김리연이라는 한 간호사가 그린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걸어간 현실을 그린다. 전문적인 이야기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다면 더욱 공감될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읽을 거리가 많다. 어쨌거나 이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꿈을 꾼다는 것은 대체로 허황되게 들린다. 그것이 아주 작은 꿈이더라도 꿈을 꾸는 사람에겐 버겁고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어렵고 힘든 일들을 하나하나 타파하며 부딪혀야 비로소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 때론 내가 가진 것을 버리고 때론 내게 없는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간호사 김리연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렸고, 없는 것들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꿈을 이루고 나서도 그 꿈이 온전할 수 있게, 버티고 버텼다. 그것은 간호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 혹은 노력할 사람들에겐 마음에 닿을 이야기일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것은 한국과 한국의 사람들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아주 다르기도 했다. 꿈이 그곳에 있다고 해서 완벽한 이상향은 아니었다. 그 지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이상향일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현실을 모두 잊은 채 꿈만 꾸다보면 오히려 나를 무너지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는 당신을 위해 여기 있어요."
    라는 말이 참 크게 다가왔다. 병원에는 의사선생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 '언니' 혹은 '누나'가 아니라 간호사 선생님. 그들 역시 환자를 치료하고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간호사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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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막연하게 간호사를 꿈꾸다가, \'태움\'이라는 문화를 알고 나서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 가졌었다면, 이제는 간호사분들의 처우를 위해 더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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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 업무에 재직 중이라서 그런지, 간호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간호사들이 부딫히는 현실적인 장벽에 대한 내용에 더욱 관심이 가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완벽한 아내 만들기(걸작 논픽션 13) 작가 웬디 무어 출판 글항아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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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연예인인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한참동안 멍했고, 또 한참동안 아팠고, 한참을 울었다. 그녀를 딱히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를 응원했다. 그녀가 가는 순탄치 않은 길을 응원했다. 아이돌로써 예쁘게 웃으며 고분고분하게 살길 바라는 세상에서, 그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겠다 선언하는 그녀가 멋있었고 부디 괜찮길 바랐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저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고 위로를 받길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떠났다. 다들 믿지 못했다. 그 멘탈 튼튼한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그건 선택이었나. 그것은 스스로 택한 죽음이었나. 수많은 성희롱과 비웃음과 모욕들을 던져대며 그녀를 낭떠러지로 내밀었던 것은 누구였나. 그렇게 내밀었으면서 그걸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나.

    이 책은 논픽션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이다. 17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토머스 데이'와 그 주변으로 일어난 일들을 굉장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토머스 데이는 한 마디로 힘을 가진 자였다. 그는 시인이며 반노예제 운동가이고 사랑받는 아동 도서 작가였으며 급진주의적 사상가였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그에게 부족한 것은 그의 이상에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여성뿐이었다. 그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데이는 현실에선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여성’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책에선 그것을 ‘실험’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데이가 만들어낸 그 실험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데이의 친구들이 그를 돕는데, 그들은 데이와 마찬가지로 모두 내로라하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사생활이 어떠했든 간에, 그들은 겉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상위층에 속하는 존재였다. 그들은 노예에게도, 가난한 노동가들에게도 동정어린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고아이자 여자인 아이에게만큼은 아니었다. 그들은 데이가 자신의 꿈이랍시고 한 사람을 데려다 자신의 입맛대로 키워내려는 실험에 동참하고 도우며 응원한다.

    토머스 데이는 여성을 자신의 손 안에 넣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조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신화 속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처럼 말이다. 그의 믿음은 동조의 손길을 내민 또 다른 남성들로 인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완벽한 아내든, 완벽한 아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까다로운 고아 입양도 쉽게 해낼 수 있고, 명령을 내려 한 여성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일종의 신처럼 군림하는 것이다. 그들의 암묵적인 계약이 유지되는 한,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신적인 존재로 살 수 있다.

    현대에도 여전히 데이 같은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도 차고 넘친다. 물론 그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말이다. 여성을 자신의 소유로 알고 쉽게 품평해도 될 존재로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죽어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아이돌들의 바로 아래에서 직캠을 촬영해 포르노처럼 사용하고, 그들을 성희롱하며 마치 자신의 전리품이라도 되는 것마냥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그만큼 생존자들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바람을 불게 만든다. 이 책속의 사브리나처럼, 오래오래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분노하고 슬퍼하며 잘못된 것들을 짚어낸다. 왜냐면 그들은 조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 한번도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이었던 적이 없다. 그들은 늘, 살아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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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 설리씨의 죽음에 같이 슬퍼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 저부터 다른 사람을 상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무심결에 비난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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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의 시작을 고인에 대한 애도로 시작하길래, 무슨 내용의 책일까 궁금해 서평을 읽어 보았습니다. 상황도 상황이고, 현 시대상도 \"아이돌\"이라면 그래도 괜찮아라는 정말 허무하고 말도 안되는 프레임 속에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고 상품화 하는 세태에 대한 통한에 저 또한 공감하는 바입니다. 좋은 서평과 함께 좋은 추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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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작가 권미선 출판 허밍버드 연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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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 선 사람이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에세이는 별로 안 좋아해. 자기계발서 같은 게, 별 뜻도 없는 좋은 말 늘어놓은 것 같잖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모든 에세이가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거 진짜 나도 쓰겠다, 싶은 별 의미 없는 글만 수두룩한 책도 많다. 그래도 내가 에세이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공서적처럼 내게 전문 지식을 주진 못하지만, 인문학 서적처럼 인문학적 양식을 쌓고있다며 당당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그 책에서 단 한 문단, 단 한 문장이라도 나의 마음 속 어딘가를 건드리게 되면 그건 나에게 소중한 글이 된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책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냉담하게 들리는 얘기겠지만 나는 결국 인간은 혼자라서, 혼자일 때 괜찮지 않은 것들이 둘이 되거나 셋이 된다고 괜찮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 괜찮아질 때도 있지만, 정말 깊은 고통은 그 잠깐의 만남으로 희석시킬 수 없다고. 그래서 이 에세이가 좋았다. 내가 나에게 준 힘으로 걸어가 보겠노라 선언하는 프롤로그가 좋았다. 그것이 설령 잘되지 않더라도, 그런 용기를 가져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좋았다. 책을 넘길 때마다 적어두고 싶은 문장이 생겼고, 가끔은 눈물이 날 것 같아 숨을 고르게 되는 글이 있었다. 사람 사는 게 별 차이가 없어서, 그래서 작가와 내가 생각하는 게 같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인생이 그렇게 시시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대도, 조금쯤은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에 혼자 책을 읽으며 앉아있는 순간에 또 어떻게든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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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혼자 읽고있지만 작가와 같은 책을 읽는 독자들끼리는 서로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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