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옆에 있는 사람(문고판)(리커버 에디션) 작가 이병률 출판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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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2학년 때였나, <눈사람 여관>이라는 시집으로 이병률 시인을 처음 접했다.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단어를 깔끔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시인들과는 다르게, 일상의 단어만으로 평소 스쳐지나가는 감정과 느낌을 표현을 잘한다, 읽히기 좋은 시이다 싶었다. 그러고 대학생이 되어 시인의 이름이 가물가물해 졌을 때, 동네 책방에서 책 구경을 하다 익숙한 이름을 보고 책을 열었다. 여행 산문집이었고, 글만큼 많은 사진이 있었다. 에세이라는게, 재미없으려면 한도 끝도 없이 재미없을 만한 글인데 그 책만큼은 손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불필요한 글자는 단 하나도 없는데 표현은 정말 풍부한 글이었다. 그렇게 선 자리에서 몇 장을 넘기다가 바로 산 책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 <바림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다. 이 책들을 안고 방에 와서 책장을 정리하다가 <눈사람 여관>을 보고서야, 아 이 분이셨구나, 어쩐지 정말 남다르더라 하고 생각했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연습하는 것이 불필요한 말을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단어들이 정교하고 섬세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낯익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어보았을 감정을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 같은데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고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글이 결코 쉽게 쓰이지는 않기 때문에(오히려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글에 애정이 가는 것을 넘어서 이병률 작가님을 존경한다.



    문체도 문체지만, 이 책들의 내용도 마음을 녹인다. 여행산문집인 만큼 여행지에서의 일화,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모든 이야기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함이 묻어난다. 사람이 싫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아직 사람들은 따뜻하구나, 정말로 사람은 자신에게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애정을 가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이런 시선은 책 속의, 작가님이 직접 찍은 필름사진에서도 보인다. 아무렇지 않은 일도 아무런 일이 될 수 있는 여행 속의 사진과 글을 보다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놓치고 잃어버리며 사는지-그런 일들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고 지도가 되는 글이었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양파 볶는 냄새를 좋아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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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글을 보니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사람에게 상처도 받지만 또 사람을 통해 위로 받는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
      • 사실 힐링글, 위로를 위한 글이 서점에만 가도 널려 있지만 이책만큼 마음이 따뜻해 지는 책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이에요.
    • 개인적으로 이병률 작가의 책을 여러번 읽었는데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시인이니만큼 말을 잘 덜고 간결한 글을 쓰는 작가라고 느꼈어요. 저도 양파볶는 냄새로 여행을 기억하게 되길 바라곤합니다 ㅎㅎ..
      • 취향이 비슷한 분이신 것 같아 반갑네요! 원래도 양파볶는 냄새를 좋아했지만, 이 책을 읽고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