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효원인 감동공유

2019.12.01

내용 우리 대학교 학생이 자신이 직접 읽어 본 책을 추천함으로써 책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구, 선·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
추천 대상 도서 만화, 판타지, 선정적 도서, 무협지 등을 제외한 모든 도서
참여대상 부산대학교 학부생(휴학생 포함)
참여방법 온라인 응모(http://onestop.pusan.ac.kr)
– ‘스마트학생지원시스템’ 로그인 > 비교과 > ‘효원인감동공유’ 응모
선정내용 학생들이 응모한 추천서 중 우수 추천서 98건 선정
2019년도 1·2학기 효원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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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기, 시정 2016

제목: 계층의 되물림은 항상 있었다!
학과: 사학과, 이름: 이*영,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현재 한국 사회에는 학벌주의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 최근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드라마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학벌주의 사회 속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이뤄낸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어서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전교 1등을 두고 치열한 성적 경쟁을 벌이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드라마를 보고 궁금한 점이 생겼다. ‘옛날에도 이런 식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향해 입시 전쟁을 치렀을까?’ 그 답은 중국의 입시지옥의 한 면으로서 과거제를 다루고 있는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천자는 천명을 받아 백성을 통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백성을 혼자서는 통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명한 관리들을 등용해서 그 일을 분담하고자 했다. 그래서 6세기가 되자 중국에는 과거제가 등장했다.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귀족들이 요직의 대부분을 독점했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지방을 원활하게 통치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수문제는 지방관아의 고급 관리는 모두 중앙정부에서 임명하여 파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래서 수문제는 관리들을 등용하기 위해 과거제를 도입했다. 즉 과거제는 천자의 입장에서는 귀족을 견제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백성들에게는 과거가 천자의 인재 등용 공고에 응하여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거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편하게 취직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왜냐하면 관리가 되면 당당하고 팔자 좋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과거를 보려고 했다. 그러나 경쟁이 심해질수록 합격의 당락은 개인의 능력보단 개인의 둘러싼 환경에 의해 결정되었다. 마치 오늘날의 입시처럼 가난한 자보단 부자, 무 학력의 부모보다 지식계급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그리고 시골보다는 대도시에서 자란 자가 유리했던 것이다. 그 결과 문화가 지역적으로 점점 편중되고 부의 분배가 점점 불공평해졌다.
과거 시험은 크게 두 단계의 시험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학교시’고 다른 하나는 ‘과거시’다. 학교시는 원래 과거 안에 들어가지 않는 시험이었지만 명나라 때 과거에 앞서 치르는 예비시험으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왜냐하면 명 대부터는 과거를 응시하기 위해선 국립학교의 학생 즉 ‘생원’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시는 생원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이었다. 학교시는 총 3단계로 나뉘어져 있었다. 1단계는 현시, 2단계는 부시, 3단계는 원시였다. 학교시는 동시로도 불렸으며, 여기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모두 ‘동생’이라고 불렸다. 현시는 총 4차에 걸쳐서 치러졌고, 현시를 통과한 사람에게는 부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부시에 합격하면 원시를 칠 수 있었다. 원시는 학교에 입학하여 생원이 되기 위한 최종 시험이었다. 이 시험의 성적에 따라 응시자의 입학 가능여부가 결정되었다. 원시는 총 4차례를 걸쳐서 치러졌고 ,이 시험에 최종적으로 합격한 사람들은 생원의 자격을 얻었다. 이로써 그들은 관리에 준하는 신분을 취득한 셈이 되었다. 송 대 이후에는 과거 시험이 3단계로 이루어졌다. 우선 지방에서 향시를 실시하여 합격자를 중앙에서 보내서 중앙에서는 회시를 실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시를 실시해서 최종적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
위와 같이 중국에서는 출세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험을 거쳐야 했다. 지금 한국의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한다. 그리고 자녀의 입시를 위해서 부모들은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 이 현실과 과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방법이 다를 지라도 그 양상이 상당히 닮은 것 같다. 중국에서는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가 5세가 되었을 때부터 가정교육을 시작했고, 좀 더 나이가 차면 학교에 입학시켰다. 이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으므로 가난한 집에서는 이럴 엄두를 두지 못했다. 후기로 갈수록 과거 합격은 집안 환경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계층 간의 분화가 더욱더 심해지고 빈부격차도 점점 커졌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과 비슷하다. 지금도 부모의 학벌이 좋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확률이 높다. 그리고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도 지역 간의 격차가 크다. 이러한 대물림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맺음말에서 세상은 원래 불공평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과거만 비난하면 안 되고, 교육은 취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과거에 응시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는 이 주장이 출세는 돈이 있는 자들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이 많으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지만 빈부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달라지는 점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리고 좋은 관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 교육의 기회가 적어서 등용되지 못할 수 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점이 과거와 현재의 입시제도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Ramon y Cajal, Santiago 8

제목: 미래 발전을 이끌어갈 과학도들을 위한 길잡이
학과: 기계공학부, 이름: 정*훈,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과학도를 위한 책은 생각보다 찾기 쉽지 않다. 특히 여러 과학 지식을 담은 책은 제법 있어도 과학자가 되고 싶은 과학도들을 위한 길잡이 같은 책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이 책이 채워줄 수 있을 듯하다. 1906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책의 저자가 미래의 과학도들을 위해 써놓은 이 글은 1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그래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겠다. 분명히 단순히 취업이 아닌 본인의 전공을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걱정 중 하나는 재능에 대한 의심이다. 세상엔 뛰어난 사람이 너무나도 많기에 본인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뒤처진다는 생각을 갖고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다는 것은 이 출판된 시기를 생각하면 분명히 약100년 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실전적인 조언을 주면서 평범한 사람들 또한 그동안 수많은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고 한다. 저자는 초보 과학자를 위한 조언부터 상상력, 외국어, 애국심 등 과학자에게 필요한 부분과 과학자들의 가족 등 현실적인 조건들, 그리고 과학연구의 단계, 과학 논문 등 실용적인 부분까지 아낌없이 본인의 인생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어쩌면 학사 졸업을 마치고 석/박사 과정을 밟거나 연구자로서 일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이 될 수 있겠다. 저자는 서문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이들에게 실험 과학에 대한 열정을 북돋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록 제조업이 발달된 우리나라에선 자연과학보단 공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연과학이 중요하단 사실은 변치 않으며 100년 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본인이 자연과학을 전공하든 응용과학을 전공하든 과학도로서 살아감에 대한 것에 의구심이 생길 경우에는 이 책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당당하게 본인의 길을 걸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목: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국화와 칼
학과: 전기컴퓨터공학부, 이름: 김*환,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한국간의 정치적, 외교적인 문제가 많다. 위안부, 독도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왔지만 전범기업 관련 판결과 화이트리스트 관련으로 반일감정이 커지고 있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입장 차이가 크고 그 것의 근원이 어디인가를 찾을 수 있을까.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서양인의 일본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아보자.
책을 크게 관통하는 소재는 은혜를 뜻하는 "온" 그리고 정해진 위치에서 느끼는 자유를 볼 수 있다.
먼저 은혜, 온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은혜는 고맙습니다하고 넘어가는 서로 도와주는 느낌이라면 일본에서의 온은 좀 더 깊게 들어간다. 서로 돕자보다는 도움받으면 무조건적으로 그만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미마센이 단순히 죄송하다, 미안하다의 의미가 아니다. 그를 넘어서 "가타지케나이"라는 말을 뜻하게 되고 이는 모욕을 당했다, 그리고 감사하다를 의미하게 된다. 즉, 갚을 수 없는 온을 입어서 부끄럽다는 말을 내재하는 것이다. 이는 명성의 오점, 수치를 뜻하는 "기리"와도 통하게 된다.
다음으로 몇 세기 전부터 일본은 그들만의 계급인 카스트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제한된 권리와 행동을 오히려 자유라 느끼며 지내왔고 일본 전체를 통하는 개념이 되었다. 물론 상인의 대두와 여러 사건들로 계급의 변화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삶에 맞게 살아왔다. 그 이전에는 카미가제를 보고 왜 저렇게 할까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왜 저렇게 국가에 희생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에 대한 이해점이 바로 자신의 위치에서의 행동에 있었다. 그들은 천황을 위해서 하는 행동으로 당연하게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할복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다른 군주, 사무라이들에게 패배한 이상 다른 대상에게 존경을 삼는 것이 당시 그들로서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은 왜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이 의문에서 이 책의 기초가 된 보고서가 시작되었다. 일본에 대한 편견없이 연구를 시작했기에 객관적일 수 있었고 넓은 숲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실제 인간의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서는 맞지 않는 구석도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전세계의 신세대들은 그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그 시절을 살아왔던 분들이 있고 그 분들 중 일부가 정치인이라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겉에서 보는 시각에서는 크게 달라졌다고 안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40대, 50대 분들과 20대들과의 생각 차이는 그대로 정치인과 시민들의 생각 차이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시대적 배경을 중요시 여겨서 봤다. 60년밖에 차이가 안난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사이에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생활을 많이 바꿔왔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이래서 지금 일본도 이럴 것이다라고 확답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에 사용하는 말과 하는 행동들의 내재된 의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는 과정으로 여기도록 했다.
제목: 문화재 반환에 얽힌 복잡한 속사정
학과: 독어독문학과, 이름: 백*현,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빼앗긴 물건을 돌려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개인 간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이 만약 국가 대 국가의 문제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군다나 그것이 '문화재 반환'에 관한 것이라면 이 경우엔 양상이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2006년부터 약 1년 동안 MBC에서 방영된 <위대한 유산 74434>라는 프로그램을 혹 아시는지? 제목의 74434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불법적으로 약탈되거나 반출된 유물의 숫자라고 한다. 20세기 초는 서구의 제국주의라는 욕망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시기였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크나큰 고통을 겪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1945년에 광복을 맞이하기 전까지 일제의 치하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불법적으로 약탈되거나 밀반출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무려 7만 여점이라는 유물이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나라를 떠나게 됐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지만 소재가 불분명한 유물들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더욱 클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로 돌아와야할 약탈 문화재의 대부분이 지금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비단 일본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보다 훨씬 많은 식민지를, 더욱 오랫동안 지배했던 영국과 프랑스 같은 유럽의 열강들은 영국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박물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거대한 시설들의 대부분은 자국의 문화재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약탈한 그 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란 점이다. 자국의 문화재를 반환해달라는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일관되게 요청을 무시 또는 거절하거나, 심지어는 적반하장으로 문화재 관리와 보전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데 이것을 우리가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니 오히려 문화재를 빼앗긴 원산국은 시장국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문화재 약탈 사례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는 1부에서 전세계의 여러 사례를 통해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살피고, 2부에서는 영국이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이론적/법률적 근거를 꼼꼼하게 살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UN이 설립된 이후 많은 나라들은 타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지만 협력이 있으면 분쟁도 있기 마련이라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중재하고자 관련된 국제법 조항도 많다. 책에서 소개했던 문화재 반환 문제 사례들이 그저 국제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사안이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법이 지닌 실질적인 한계를 고려한다면 문화재 반환 문제는 단순히 법률적인 토대만으론 풀리지 않는다. 약탈된 문화재가 원래 소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윤리적으로 당연한 주장, 우리의 문화재는 반드시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는 맹목적인 민족주의 감정, 다른 국가들의 동정적인 시선만으론 문화재 반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슬픈 현실이다.
프랑스의 TGV를 모델로 해 개통된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KTX는 병인양요 때 약탈되었던 외규장각 도서가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구반환'이 아닌 5년마다 '임대 갱신'이라는 형태였다. 한국인을 포함한 피약탈국민 누구나 침략에 대한 사과를 포함한 영구적인 문화재 반환을 원한다. 그러나 약탈국의 현행 국내법을 무시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국내의 반대파와 피약탈국의 요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감수해야 하는 약탈국 정부의 사정, 약탈국의 국민이지만 약탈된 문화재가 한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추진 중인 지한파 인사들의 정치적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다.
빼앗긴 문화재를 바로 반환받는 것은 대내외적인 여러 문제를 고려해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문화재 반환은 원산국과 시장국 사이의 문제이니만큼, 단순히 원산국의 민족주의적이고 도덕적 정당성에 기댄 주장에서 벗어나 시장국에서 펼치는 반환 거부 논리를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노력 역시 꼭 필요하다. 슬프지만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나라의 문화재는 당연히 원래 있던 나라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으니 말이다.

Bulfinch, Thomas 1997

제목: 현대 사회에서의 신화의 위치
학과: 언어정보학과, 이름: 이*혜,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삶을 살아감에 있어 추억과 같은 옛이야기는 그저 기억의 한 조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전설 같은 신화는 상상력의 원천이자 동시에 나의 유년 시절이다. 어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보았던 그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는 늘 자극적이며 새로웠고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황금 손을 가지게 된 미다스, 절절한 사랑의 프시케 등 신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표출하며 생을 이어가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용맹함과 지혜로움 그리고 역경을 대처하는 자세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신앙의 한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흥미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이 책을 효원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신화가 우리의 삶에 있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경험하지 못한 고전을 읽는 것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 삶의 질을 더 빈곤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생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각자의 사람됨을 지향점으로 삼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뉴스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와 각종 반인륜적인 사건들을 보며 사람들은 말세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미 고대부터 세상은 이와 같은, 오히려 이보다 더 심한 일들이 천지에 퍼져있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후로 인간은 여러 시대를 지나치며 점차 타락해졌다. 사위와 장인, 형제, 자매,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불신이 자라기 시작했으며 절대적인 가족애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은 말세였다. 하지만 세상은 망하지 않았고 사람됨을 포기한 사람들은 모두 신의 노여움을 받았다. 현대 사회의 인류는 신의 노여움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공동체적 질서를 통해 죄와 벌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신화는 믿음의 여부가 아닌 오늘날의 현실에 어떠한 의미로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천 년이 지난 옛 이야기는 계속 회자되며 지금의 우리를 감동시키고 무한한 영감을 준다. 과학의 시대, 합리의 시대에도 신화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생각 외로 단순할 지도 모른다.
제목: 단 한사람, 평생의 힘
학과: 문헌정보학과, 이름: 선*혜,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저자 김영애 씨는 초등 교사다. 매일매일 어린이들의 다양한 군상을 본다. 우리는 흔히 어린이라고 하면 티 없이 맑고 순수하고 언제나 웃고 어른들의 걱정같은 건 전혀 모를 것 같은, 말그대로 이상(理想)적인 이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서로 다른 개별적 존재다. 밝고 천사같은 아이는 오히려 소수일 수도 있다. 저자는 교실이라는 현장에 몸 담으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생생한 표정을 보아왔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가 그야말로 어린이 사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녀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던 아이가 있다. 가정에 관심없는 아버지로부터 상처받은 아이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어버지의 관심의 부재로 마음에 구멍이 난 아이는 필사적으로 그 구멍을 메우려할 것이고, 아이의 온 에너지가 마음의 구멍을 채우는데 쓰이느라 그 아이 자신의 삶을 가꾸기에는 모자라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바른 길로 성장하고 있을 때, 이 아이는 자신을 방어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니 자꾸만 자신의 존재를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서 돌발행동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문제아로 낙인 찍혀 더 철저하게 상처받는 악순환의 굴레.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다 아팠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느끼는 감정, 누구나 갖고 있는 상처라고 생각했다. 좋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 관계, 교사와의 관계 속에서 언젠가는 받는 상처의 유형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우리를 밤에 잠 못 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아니던가. 내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을 때 그 불능감.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증. 관심에 대한 갈증. 내 모습으로는 사랑받지 못할 때의 그 슬픔을 이토록 어린아이가 느끼고 있다는 게 너무나 가슴 아팠다. 왜냐하면 성인인 나에게도, 그 상처가 그리 크지 않은 나에게도 그것은 너무나 힘든 문제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나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니었으니까 누구나 마음 속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아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아이와 내면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이 책이 마련해준다고 생각하기 말이다. 다시 말해, 초등 교사의 에세이는 초등학생을 다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들의 얘기라는 것이다. 대학을 다니는 우리는 성인이다. 하지만 정말 ‘어른’인가? 우리는 여전히 미성숙함 그 자체이다. 이런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의 상처를 매만져 주지않으면, 우리가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에게 같은 상처를 줄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남의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제목: 결국 다 사람이고, 사랑이다.
학과: 간호학과, 이름: 고*영,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고등학교 때는 시에 빠져서 시를 적기도 하고, 마냥 시가 좋아 그저 읽기도 했다. 국어 시간에서 시 배우는 게 참 좋았다. 물론 문제에서 몇 개의 정답으로 해석을 한정시켜 놓았지만 말이다.
대학교를 와서 교재 아닌 책을 사기는커녕 시집은 더욱 보지 않았다. 그러다 선물로 받은 시집이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였다. 나의 고마운 친구가 외국으로 긴 여정을 떠나는 나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짐만 된다고 빼라는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이 책을 챙겼다. 한동안 시집을 손에 잡고 있지 않다가 기차에서 읽었다.
시는 매력있는 친구이다. 간결한 문장 속에 세상이 들어있다. 술술 읽게 되고, 읽어던 것이라도 다시 읽어보면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태주의 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사회의 문제를 비추는 날카로운 시들도 좋지만, 나태주의 시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제목에 써놓은 것처럼 결국 다 사람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말한다. 나태주 시인에게 고맙다고, 당신도 따듯한 하루를 보내라고 전해주고 싶다. 시만으로 마음이 이렇게 풍성해지니 마음의 양식인 셈이다.
시인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마치 오늘을 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순수함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간다. 시인과 같이 살고 싶다. 시인을 닮고 싶다. 엉뚱하게도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 사물의 입장에 서보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시를 읽으며 여러 사람, 사물, 자연이 되어 보면, 결코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을 느끼고는 한다.
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어려워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봤으면 한다. 우리 아빠에게 이 시집을 추천해 드렸는데, 틈틈이 읽으시다 다 읽고 돌려주셨다.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도 없이 천천히 맛을 느끼기를 추천한다.
제목: 나 자신을 믿어보자.
학과: 아동가족학과, 이름: 이*람,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아기는 젖 먹을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위로를 받은 문장이다. 전공 수업 중 영유아 발달 과목이 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무심코 지나쳐 온 그 수업 시간에 무수히 배운 이론들로부터 조금만 더 생각해도 발견할 수 있는 문장이었을 텐데.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조금 아쉽다.뻔하다면 굉장히 뻔한 이야기이다. ‘걷는다’라는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발을 앞으로 먼저 뻗는 상황에서 오른발이 앞 쪽 땅에 닿기 전에 오로지 왼쪽 다리로 본인의 몸을 지탱해야 한다. 다음 다리를 뻗으려면, 왼쪽 발이 앞 쪽 땅에 닿기 전에 오로지 오른쪽 다리만으로 본인의 몸을 지탱해야 한다. 이것은 목을 가누는 법, 일어서서 중심을 잡는 법, 앞으로 걷는 과정을 이해하기, 양 다리로 서 있을 때와 한 쪽 다리로 서 있을 때의 무게중심 변화 등의 복잡한 물리적 습득이 필요한 활동이다. 이것은 아기에게 있어서 성인에게 ‘여기서 날아 보세요.’ 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이 거의 불가능한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기들은 이것을 해 내고야 만다. 겨우 1세에 말이다. 그 과정은 지금 나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만 해 낸 것인가? 나보다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였나?

아이마다 신체 발달의 속도는 매우 크게 다르다. 만약 남들보다 조금 늦게 걷는 아이가 있다고 해 보자. 이 아이의 부모님은 본인의 자녀가 늦게 걷는다는 이유로 걱정과 조바심에 아이를 데리고 부랴부랴 발달 센터도 가 볼 것이고, 병원도 가 볼 것이다. 본인의 아이가 남들보다 늦다는 생각에 부끄러울 수도 있다. 의사나 상담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울고 웃을 것이다. 반면 그 아이는 어떨까? 아기 본인이 남들에 비해 빠르게 걷는지, 늦게 걷는지는 그 아이의 자신감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린지는 아이에게 중요하지 않다. 아이에게는 흑백논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고, 판단하고, 기뻐하고, 좌절하면서 자신감이 높아지고 낮아진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먼저 걷는 것에,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걷는 것에 맞고 틀림이 있을 수 있을까? ‘빠르게 걷는 것이 더 좋다더라’ 라는 말에는 대체 어떤 논리가 있는가? 왜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나?
우리는 종종 아이같은 모습에 ‘낙천적’, ‘유아틱하다’ 라고 칭한다. 어떤 성인에게는 ‘낙천적’이고 ‘유아스러운’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논리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진정으로 제대로 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아기에게 경쟁자는 타인이 아니다. 타인보다 빠르게 걷고, 타인보다 IQ테스트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것이 아이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행복을 찾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의 행복 중 거의 모든 행복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온 행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적이 잘 나와 기분이 좋았다면, 이는 당연히 타인에 비해 성적이 잘 나왔다고 안심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얻은 행복을 유지하려면, 굉장히 많은 걱정이 수반된다. ‘혹시 다른 사람이 다시 앞서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온통 마음을 지배한다. 실제로 1등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학생의 불안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바로 아기에게 있다. 아기와 같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도전에 성공했을 때 행복하게 웃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하는, 본인으로부터 발생한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믿어보자. 우리는 겨우 1세에 하늘을 나는 일을 해 낸 사람들이니까.
제목: 이제는 조금씩 알아야한다.
학과: 심리학과, 이름: 이*정,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알바를 하면서 조금씩 돈에 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돈에 대한 소중함 역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버는 돈과 저축할 돈, 앞으로 생활에 필요한 돈 등 돈에 관해 신경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돈 이야기를 하거나, 돈을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었으면 자신의 경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앞으로의 인생에 관하여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필수적이다. 사회로 나가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된 소비를 고치고, 부족한 경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경제에 관하여 호기심이 생겼지만 워낙 내용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소위 요약을 해놓았다. 요새 학생들이 즐겨 말하는 문장이 있다. 3줄 요약이라는 말이다. 어렵고 딱딱하고 긴 글을 보면 누군가가 3줄 요약을 해달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저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인지 어려운 경제를 정말 쉽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간결하게 정리해서 설명해준다. 아주 기초적인 예금, 적금에 관한 지식에서부터 학자금 대출과 같은 실용적이고 대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도 나와 있는 재태크라는 단어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아주 거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선택지들을 제시하여 각 선택지마다의 장점과 단점들을 정확하게 알려주어 나에게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현실 상황에 비해 경제 교육은 정말 부족하다. 돈에 관심 있는 부모나 주변사람이 있지 않는 한 경제에 대해 배우는 것은 진입장벽이 높다. 내용도 어렵고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제 관련 책을 읽는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은 아예 경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보다 잘 계획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목: 남겨진 흔적, 그리고 남아있는 삶
학과: 기계공학과, 이름: 김*시, 선정연도: 2019
추천내용: 바쁘게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을 때가 있다. 그저 사회의 일부분으로서,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수행하다 나 스스로가 그 역할 자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다. 그런 우리에게 ‘남아있는 나날’은 지나가는 삶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해 준다.
소설은 영국 귀족의 저택에서 집사장으로서 일하던 스티븐스의 시점에서 당시 영국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스티븐스의 삶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이름부터 천생 집사이지 않은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평생을 집사로 살아온 스티븐스는 그야말로 완벽한 집사 그 자체이다. 2차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 간의 긴장감을 완화하고자 자신의 저택에서 비공식 외교회담을 열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권세를 지닌 저택에서, 일련의 행사들을 모두 스스로의 능력으로 관리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프로페셔널 그 자체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5성급 호텔 총 지배인 정도의 직위가 되리라.
하지만, 이런 직업적으로 완벽한 그에게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다. 하녀장 켄튼과의 미묘한 기류를 애써 무시한다. 끝내 부친의 임종을 뒤로한 채 저택의 연례행사를 진행한다. 나치즘에 물들어 가는 주인을 묵묵히 모셨다. 취미도 없고, 가족도 없으며 하루하루를 그저 저택을 위해 살아간다.
화려한 과거는 지나고,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된 그에게 저택의 새로운 미국인 주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휴가를 준다. 이 뜻밖의 경험에 그는, ‘혹여라도 켄튼양을 다시 저택으로 고용할 수 있을까’라 스스로 변명하며 켄튼양을 만나러 간다.
집사로서의 본분에 너무나도 충실한 나머지, 인간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스티븐스의 삶. 실제로 독백 위주의 소설 속에서 스티븐스는 항상 변명을 하고 있다. 나치에 협력한 주인을 모셨고, 만찬의 시중을 드느라 부친의 임종을 놓쳤으며 사랑하는 여인을 외면했다. 이 모든 사실들을 사실 그 또한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남아있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스티븐스는 새로운 주인을 위한 농담과 재치를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314쪽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이며 자극적인 표현은 일절 없는 담백한 소설이지만, 이토록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이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거장의 내공이 아닐까. 작가는 이 책으로 89년도 맨부커상을 수상하였고,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다 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화려한 수상을 제외하고서라도, 비오는 오후에 따뜻한 커피와 함께 노집사의 삶을 맛깔나는 문체로 음미할 수 있는 경험은 참으로 즐겁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주변을 한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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