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아내 만들기(걸작 논픽션 13) 작가 웬디 무어 출판 글항아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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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연예인인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한참동안 멍했고, 또 한참동안 아팠고, 한참을 울었다. 그녀를 딱히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를 응원했다. 그녀가 가는 순탄치 않은 길을 응원했다. 아이돌로써 예쁘게 웃으며 고분고분하게 살길 바라는 세상에서, 그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겠다 선언하는 그녀가 멋있었고 부디 괜찮길 바랐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저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고 위로를 받길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떠났다. 다들 믿지 못했다. 그 멘탈 튼튼한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그건 선택이었나. 그것은 스스로 택한 죽음이었나. 수많은 성희롱과 비웃음과 모욕들을 던져대며 그녀를 낭떠러지로 내밀었던 것은 누구였나. 그렇게 내밀었으면서 그걸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나.

    이 책은 논픽션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책이다. 17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토머스 데이'와 그 주변으로 일어난 일들을 굉장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토머스 데이는 한 마디로 힘을 가진 자였다. 그는 시인이며 반노예제 운동가이고 사랑받는 아동 도서 작가였으며 급진주의적 사상가였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그에게 부족한 것은 그의 이상에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여성뿐이었다. 그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데이는 현실에선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여성’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책에선 그것을 ‘실험’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데이가 만들어낸 그 실험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데이의 친구들이 그를 돕는데, 그들은 데이와 마찬가지로 모두 내로라하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사생활이 어떠했든 간에, 그들은 겉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상위층에 속하는 존재였다. 그들은 노예에게도, 가난한 노동가들에게도 동정어린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고아이자 여자인 아이에게만큼은 아니었다. 그들은 데이가 자신의 꿈이랍시고 한 사람을 데려다 자신의 입맛대로 키워내려는 실험에 동참하고 도우며 응원한다.

    토머스 데이는 여성을 자신의 손 안에 넣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조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신화 속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처럼 말이다. 그의 믿음은 동조의 손길을 내민 또 다른 남성들로 인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완벽한 아내든, 완벽한 아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까다로운 고아 입양도 쉽게 해낼 수 있고, 명령을 내려 한 여성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일종의 신처럼 군림하는 것이다. 그들의 암묵적인 계약이 유지되는 한,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신적인 존재로 살 수 있다.

    현대에도 여전히 데이 같은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도 차고 넘친다. 물론 그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말이다. 여성을 자신의 소유로 알고 쉽게 품평해도 될 존재로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죽어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아이돌들의 바로 아래에서 직캠을 촬영해 포르노처럼 사용하고, 그들을 성희롱하며 마치 자신의 전리품이라도 되는 것마냥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그만큼 생존자들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바람을 불게 만든다. 이 책속의 사브리나처럼, 오래오래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분노하고 슬퍼하며 잘못된 것들을 짚어낸다. 왜냐면 그들은 조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 한번도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이었던 적이 없다. 그들은 늘, 살아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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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 설리씨의 죽음에 같이 슬퍼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 저부터 다른 사람을 상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무심결에 비난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서평의 시작을 고인에 대한 애도로 시작하길래, 무슨 내용의 책일까 궁금해 서평을 읽어 보았습니다. 상황도 상황이고, 현 시대상도 “아이돌”이라면 그래도 괜찮아라는 정말 허무하고 말도 안되는 프레임 속에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고 상품화 하는 세태에 대한 통한에 저 또한 공감하는 바입니다. 좋은 서평과 함께 좋은 추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