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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출판 난다더보기
제목에 끌려 홀린 듯 읽게 된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총 4부로 구성된 짧은 글들이 엮여 있으며 쉽게 읽히지만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책장을 넘기기는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인상 깊었던 글은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로 기억해두는 말에 대한 내용이다. 필자는 죽은 이들의 말 뿐만이 아닌 헤어진 애인과 나눈 마지막 말, 자연스레 멀어진 직장동료의 마지막 말 역시 그들의 유언으로 받아들인다. 역으로 내가 타인에게 별 생각없이 건넨 말도 나의 유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독특한 발상이 마음이 들었고 내가 그 동안 남긴 유언은 무엇일 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유언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보다 고운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주변인들에게 따뜻한 마음 이쁜 포장에 담아 건네고 싶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늘 반성하곤 한다. 특히 가족들에게 더 가깝다는 이유로 더 한 배려를 기대하고 기대가 엇나갔을 때 상처받은 마음은 날카로운 말로 변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상황이 급해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등 갖가지 핑계로 둘러대지만 이미 떠난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멍들게 할 뿐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나서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마음 속에 생명을 싹 틔우고 자라난다.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내가 남긴 말이 타인의 마음에 슬픈 말, 두려운 말, 아픈 말로 남지 않고 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말로 남기를 바란다.
이 글 외에도 마음에 닿는 말이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