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를 읽는 내내, 울음을 참는 마음이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드문 데도,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인물과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쇼코의 미소>에 수록된 7편의 단편 소설은 모두 다른 줄거리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발가벗기고, 또 그것을 위로한다. 나는 첫번째 소설 '쇼코의 미소'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는데,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문제가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에게 나는 종교고, 하나뿐인 세계야.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어."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쇼코가 내게 편지를 하지 않을 무렵부터 느꼈던 이상한 공허감. 쇼코에게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이처럼 '쇼코의 미소'는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과 친구에게 느끼는 친밀하지 않은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죄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밀스러운 내면을 밝혀서 서로를 공감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쇼코의 미소'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소설들 또한 나 자신과 타인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나아가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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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출판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