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사다리를 타서 선진국을 따라잡은 국가가 뒤따라오는 후진국이 사다리를 타지 못하게끔 걷어 차버리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주목한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고 높은 관세를 매기며 보호무역을 하고, 자본금을 투자하는 국가 개입을 통해서 발전을 이루었으면서, 후진국들에게는 이를 금지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번역체와 어려운 경제 용어, 익숙하지 않은 경제 역사가 가득한 책을 읽느라 어려움이 있었으나 읽어내려 가다보니 가히 10개의 언어로 번역될 만한 책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선 기존 사고의 틀을 깬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후진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고 정보 보조금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하는 선진국들이, 정작 그들의 발전은 그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 역시 자신의 이윤 극대화를 쫓는 경제적인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후진국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은 철저하게 그들이 자신들을 쫓아올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자유 무역’을 통한 자유 경쟁이? '자유주의는 최강자의 보호주의'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와 닭이 출발선이 같다고 해서 그것이 자유로운 경쟁이 되는 것일까. 이미 많은 발전을 이룬 선진국의 제조품과 비교적 낮은 기술력과 환경을 지닌 후진국의 제조품은 경쟁하기 힘들다. 현재 선진국들은 발전 당시 타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고, 산업 스파이를 양성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자국의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식 소유권을 보호하는 정책과 제도를 활성화하며 이를 개발도상국에 강요하고 있다. 또한 환경 파괴를 초래한 원인 제공을 많이 했다고 봐도 무방할 그들이,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는 후진국의 석탄 사용을 규제하려 하는 것을 볼 때 참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또한 과거 선진국들은 여성, 빈민, 저학력자, 유색 인종 등에 투표권조차 할당하지 않았으면서 현재 후진국들에게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경제가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내로남불’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줄임말인데, 선진국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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