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깊이 작가 정태종 출판 한겨레출판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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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건축을 전공한 적도, 건축학의 기초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잘 만들어진 건물들이나 새롭게 지어진 건물의 페인트 냄새를 맡곤 할때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즐거울 일이 없는 도시에서 그나마 느낄 수 있는 인류의 발전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건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쓴 건축가 정태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의대를 졸업해서 치과 개원의까지 했었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늦은 35세의 나이로 건축을 공부했다. 아마도 처음에는 건축계에서도 쉽게 인정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적인 건축가가 되었고 지금은 단국대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성공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오늘날 학문적 통섭을 생각해보면 건축가가 그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각자의 상아탑을 견고하게 쌓고, 자신만이 알아듣는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같은 주제를 다르게 이야기한다. 오늘날 르네상스형 지식인을 찾기 힘든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렇지만 건축가는 어떤가? 그들은 철학, 사회학, 공학 등을 섭렵한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되며, 그러한 고민은 다양한 관점을 필요로 한다. 공간의 힘이 주는 힘을 생각해보면, 과장이 아니다.

    건축가로 그는 전 세계 곳곳을 다녔다.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은 건축물이 많았던 까닭이다. 아마도 말로 백번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한번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거기서 글이나 사진, 이야기와 같은 간접적 체험으로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요소가 있다. 생각해보니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전화라든지 이메일로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교감하기는 어렵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단순한 정보의 교환 이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기행은 다섯가지 카테고리를 따라서 정리되었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헤테로토피아 (Heterotopia), 현상학 (Phenomenology), 구조주의 (Structuralism), 바이오미미크리 (Biomimicry)와 복잡계 이론, 스케일 (Scale)까지. 다양한 철학의 관점을 적용하며 건축은 어느덧 현대물리학과 생물학을 채용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다녔을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건축물이 사진과 함께 설명되고, 문득 나 역시 그런 건축물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싱가포르와 일본은 출장으로도 자주 갔었는데, 아마도 미리 이런 것을 느꼈다면 시간을 내서 직접 가보지 않았을까도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함께 길을 걷고 건축물을 보고 서로 별다른 말없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듯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해외를 간다든지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에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용산의 보이드 공간이 특히나 내 관심을 끌었다. 아마도 코로나 대책이 다소 풀린다면, 행복한 저녁식사 후, 천천히 밤 10시쯤에 그 공간을 지나가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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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예술가가 가져야할 자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미술적 재능도 필요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하고 예술가는 결국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정서 또한 잘 알아야하며 자기만의 언어로 작품을 만들어낼줄 알아야 한다는걸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건축도 예술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분이 제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예술가에 가까운 분 같아서 흥미가 가네요.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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