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 작가 손창섭 출판 문학과지성사 라임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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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창섭의 『비 오는 날』은 한국전쟁과 피난지 부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동욱’과 ‘동옥’ 남매는 고향을 떠나 월남해서 부산으로 피난 온 뒤 다 무너져가는 요양원 건물에서 산다. 소설은 남매의 거처를 찾아가는 고향 친구 ‘원구’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남매가 사는 곳은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방은 ‘무덤 속 같’이 어둡다. 『비 오는 날』이라는 제목처럼 장마가 40일 동안이나 계속된다. 끝없이 내리는 비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곰팡이처럼 우울하고 축축하다. 이 이름 비슷한 남매의 사이는 영 껄끄럽다. 오빠 동욱은 불구인 동생을 건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늘 동생에게 짜증을 부리고 신경질적이다. 서로에 대한 원망이 쌓인다. 이들의 상황은 ‘삶’이 아니라 ‘연명’할 뿐이다.
    동욱은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영문과 전공자로, 고급 인력이다. 충분히 능력이 있으나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무기력하다. 동욱의 상황은 능력을 써먹을 수 없는 무능한 지식인의 상황을 보여준다. 원구는 동옥의 다리가 주는 ‘슬픔’을 느끼며 ‘중독’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이자 장애인인 동옥은 사회에서 소외되는 비주류다. 원구는 동옥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대상화하고 타자화한다. 동옥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과 동옥을 분리하려 한다. 장애가 없는 성인 남성인 자신과, 신체적 불구에 어린 여성인 동옥은 다르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동욱 남매가 다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원구가 다리를 ‘허전거리는’ 장면에서 동옥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비슷하게 걷는 동옥과 원구를 통해 원구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끝을 알 수 없는 허무한 마무리, 남매가 모두 사라져버린 결말은 전쟁 당시의 혼란하고 막막한 상황과 닮았다.
    고향을 떠난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으면서 당연히 누렸던 모든 것들을 상실한다. 없어지는 것들은 교회와 대학, 집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작가는 전쟁이 파괴한 일상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고향을 떠나니 당연했던 게 전부 사라진다. 소설 『비 오는 날』을 촉각으로 설명한다면 우울하고 피폐한 끈적임일 것이다. 과도하게 높은 습도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특히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축축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통해 소설 속 날씨가 끼치는 효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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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공부하며 감상했던 소설인데,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암울한 결말까지 읽고나니 가슴이 더 먹먹해져왔던 기억이 나네요... 어째서인지 전후 젊은이들의 상실감, 무력감을 아주 조금은 공감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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