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예술가가 갖는 이상과 물질적 현실을 의미하는 제목이란 풀이에 반해 덥썩 집어들었다. 몇 번을 읽어도 여성을 그리는 작가의 무지한 태도에는 익숙해지지 않지만, 실제 모델이었던 폴 고갱이 인륜적으로 옳은 이는 아니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책장에서 빼낼 수가 없는 묘한 책.
우리는 현실에 사는가, 이상에 사는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작가는 특정 선택에 대해 비판의 시각을 보내는 듯 하지만서도 어떤 것이 옳은가에 대한 확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각자의 선택은 이런 삶을 지나쳐갔소, 하고 내보여주며 자신도 내던지지 못한 이상의 세계에 기꺼이 가라앉은 예술가를 동경한다. 달을 선택할지, 6펜스를 선택할지는 그 개인에 달린 문제일뿐. 작가는 6펜스의 사람들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자신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누군가를 비난하고 폄하할 마땅한 근거가 되어주지는 못한단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문체다. 건조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중도에 서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군더더기 없는 글은 명확하게 상황과 개념, 진리를 풀어쓴다.
지금같은 시대에 와서는 너무 흔해져버린 주제의식이긴 하지만 뻔한 것도 클래식하고 맛깔나게 묘사하기 때문에 고전이 아직까지고 고전이라 불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이라던 사랑에 대한 묘사는 발군이라. 군데군데 인상을 찌푸리며 읽게 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매해마다 집어들게 되는 이상한 매력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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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문예세계문학선 27) 출판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