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시선 446) 작가 안희연 출판 창비 김쿠키 님의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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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시집. 책을 샀을 당시의 계절이 여름이었다. 왠지 계절에 흠뻑 젖어보고 싶어 순전히 제목만 보고 집어든 책인데 의외로 마음에 들어 아직까지 베개 옆에 눕혀놓고 읽는다. 시집은 한 권당 마음에 드는 시가 하나만 있어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시집은 대부분의 시가 마음에 들어서 특히 뿌듯했다.

    시인이 공들여 선택한 단어의 조합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시인마다 다르게 사용되는 어휘들을 짚어가며 서로 다른 느낌을 느껴보는 것 역시 시의 매력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페이지를 펼쳐놓고 오래도록 음미하는 것이 시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희연의 시집은 대부분의 페이지마다 길게 멈추어 있었어야해서 완독에 시간이 걸렸다. 시 한 편 한 편마다 중장편 소설같은 서사가 짙게 배어 있다. 그가 들려주는 알 수 없는 이야기속에 풍덩 빠져있자면 잠 잘 시간도 잊은 채 상상의 나래를 끝도 없이 펼치게 된다.

    연약하고 처연하다. 마디마디가 슬픔에 절여있는데 어쩐지 바스라질듯한 얄팍함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역경을 이겨내며 정면으로 삶에 투쟁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그렇게, 쏟아지는 슬픔을 맞으며 묵묵히 걸어가는 듯한 시.
    책의 표지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추적 추적 비내리는 밤에 한 페이지씩 넘겨보면 좋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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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은 한번도 구매해본적도, 읽어본적도 없는데 김쿠키님 서평에서 시를 나타내는 표현을 보면서 너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시는 굉장히 짦고 함축적이어서 어렵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는데, 시인이 공들여 선택한 단어의 조합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시의 매력을 알고 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서평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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