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개정증보판) 작가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출판 교보문고 blackey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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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광화문 근처에 있었습니다. 항상 야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1호선 지하철을 타러 시청 광장으로 갔지요. 시청 광장은 집회나 농성, 혹은 응원이나 추모로 사람들이 붐볐기에 서울의 가장 밝고도 어두운 면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가끔 공부가 하기 싫은 날에는 야간 자율 학습을 째고 학생 할인으로 덕수궁 야간 개장을 구경하거나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친구들과 걸어가기도 했는데요, 교보문고 본사에 크게 쓰여진 2줄 혹은 3줄의 문구들은 짧고 간략하지만 지나가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식을 남기고 감동을 선사합니다. 사실 그때는 교보문고의 간판은 잘 보이지 않고 그곳까지 가는 길목에 있던 맛있는 와플 집 간판만 크게 보였던 것 같아요. 수능이 끝나고는 광화문 교보문고를 지나가다가 그때의 시구를 읽고는 갑자기 눈물이 팽 돌더라구요.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잘 안나왔다면서 친구랑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광화문 교보문고는 제게 추억이 정말 가득한 곳입니다.

    책은 광화문 교보문고 3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시절 동안 광화문 교보문고에 걸려있던 글귀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고 연도별이 아닌 주제별로 글귀들이 시인들의 인터뷰와 함께 기록되어있습니다. 글귀는 꼭 시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0년에는 방탄소년단의 ‘RUN’도 걸렸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올 한해는 본가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연례적으로 본가에 가면 방문하던 광화문 교보문고도 사람들이 붐비기에 올해는 방문하지 못했어요. 올 한해 교보문고에서 어떤 문구가 걸려있었는지도 잘 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도서관도 닫고 서점도 피하게 되면서 종이책을 잘 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E-book을 읽어볼까 싶어 어플을 깔아봤는데 역시 저에게는 종이책이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바로 지우기도 했어요.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교보문고 서점의 새 책 냄새에 파뭍혀,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는 허리를 숙이고 혹시나 책이 구겨질까 살살 조심스럽게 펴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간 소설들을 읽던 그런 날들이 다시 돌아왔으면 합니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풍경소리
    2014년 여름 교보문고

    몸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불어오는 바람 안에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바램을 가득 담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모두에게 부디 제 마음이 전해져 풍경 소리처럼 울려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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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와 참 닮은 점이 많으신 분 같아요. 저는 독서보다도 책 그자체가 좋아요. 새 책 냄새도 좋고 책장 넘기는 소리도 좋고. 그래서 도서관이나 서점을 정말 좋아하는데 2020년엔 거의 가질 못했네요. 올해는 부디 더 건강하고 좋은 일들이 가득 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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