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서가명강 시리즈 1) 작가 유성호 출판 21세기북스 백구마리백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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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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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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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봤어요
    (3명)
    요새 TV를 잘 보지 않습니다. 아마 저 말고도 다들 그러시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도 잘 모르는데 한가지 프로그램에 꽂혔습니다. "유퀴즈온더블럭"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유재석씨와 조세호씨가 MC로 나와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퀴즈도 푸는 프로그램입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제작진들은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화제가 됐던 인물, 혹은 화제를 집중시키고 싶은 인물들을 섭외하는 것이죠. 떡볶이 체인 대표나 마흔살이 넘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가장이나 손 모델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퀴즈가 없이도 재밌습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유성호 법의학자셨습니다. 법의학의 힘으로 억울한 죽음이나 흉악한 살인범을 잡아 넣는 모습을 보면서 천상 문돌이인 저는 일종의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방송이 지나고 몇달간 법의학에 대한 인상을 잊고 살다가 교보문고 서가에서 예쁘게 디자인한 작은 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그 유성호 법의학자께서 쓰신 책입니다. 유성호씨는 법의학자의 업무 외에도 서울대학교에서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하십니다. 이 수업이 매우 인기가 높아서 서울대학교 내 인기 강의 중 세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강단에서 설명해주신 내용을 책에 갈무리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처음에 저는 마치 수강신청에 성공한 서울대생이 된 느낌을 만끽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으나 책을 덮고 난 마음은 그리 들뜨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례로 책에서 소개한 사건을 하나 소개하자면 응급실에 실려 온 한살배기 아이가 앓다가 사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앳돼보이는 엄마의 말로는 낮에 걷다가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 넘어진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안타까운 사고사로 이를 넘기려 했을 때, 담당 의사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느꼈습니다. 어지간한 충격이 아니면 골절될 일 없는 부위가 골절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사망 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로 기록합니다. 자연사, 혹은 병사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식이 치뤄지고 나면 그대로 끝입니다. 그러나 외인사, 즉 무엇인가 외적인 요인이 사망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면 법적으로 공권력이 개입됩니다. 병원 행정실은 절차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고, 일을 마치고 달려온 젊은 아빠는 의사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어린 아기를 잃은 슬픔도 모자란데 경찰을 부르기까지 하냐면서요. 그런데 법의학자의 소견은 달랐습니다. 이것은 절대 넘어지는 정도의 외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처라는 것이였습니다. 특히 1m도 되지 않는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이렇게 치명적인 외상이 남는다면, 인류는 거의 멸절했을 것입니다. 조사 끝에 결론이 나왔습니다. 엄마의 자백이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생긴 아이는 엄마에게는 짐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어느 한날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는 아이를 벽으로 집어던지고 맙니다. 아이는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나 죽음에 대한 법의학자의 상세하고도 사유 깊은 생각을 읽다 보니, 인간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고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태어나고 있을 것이겠죠. 그리고 유성호 법의학자님은 오늘도 시체를 보러 갔을 것입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잠시나마 이 죽음의 순환 속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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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도 유퀴즈온더블락에 나온 이분 영상클립을 유튜브로 보면서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외에도 죽음과 관련된 업무를 하시는 소방관, 법치의학자, 법의조사관 편등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근에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소식들로 죽음에 대한 고민도 많아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이유와 사연으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당하기도 하더라구요.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신 책 읽기가 무거운 마음으로 끝이 났다는 말이 책을 읽지 않아도 알것 같네요. 유성호 법의학자님이 어떤 내용을 말씀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꼭 한번 이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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