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보내지마(모던 클래식 3)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출판 민음사 hayul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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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보내지 마>
    * Keane의 Stupid Things, I’m not Leaving (모두 sea fog session) 이라는 두 곡을 들으며 서평을 썼다. 서평과 곡이 일맥상통하니, 꼭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가즈오 이시구로였다. 그 즈음에 서점에서는 이 작가의 책을 많이 전시해 두었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 <나를 보내지 마>라는 책이었기에 사서 읽게 되었다.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읽었는데,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복제인간들이 모인 헤일셤이라는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일련의 성장과, 클론인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이들이 기증자와 간병인이 되어 다시 만나서 나누는 대화와 생각들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사실 복제인간이라는 요소를 진부하다고 생각해서 서사적인 면에서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클론들의 모습, 클론이라는 제한 때문에 결국 엇나가는 인물들의 인연들을 보다 보면, 인간적인 면들과 고뇌를 복제인간이라는 제한사항 속에서 더 극적으로 섬세하게 그려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복제된 인간 속에 담아내었기 때문에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구조와 도덕규범을 공유하며, 그림자 속에 머무르는 존재들처럼 대중 속의 한 명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이상향으로 삼고 추구한다. 누군가는 이상향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이상향의 모든 것을 따라하려 한다. 반대로 책의 복제인간들은, 자신의 주형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과연 자신도 주형과 같은 삶의 방식을 갖게 될 것인지, 그렇다면 자신들의 주체성이란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뇌한다. 간병사로 살아가는 주인공 캐시의 모습은 이미지 속에서 살아가는-그리고 이미 이미지를 잊고 달리기만 하는-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충분한 기회가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늘 시간에 쫓기든가 그렇지 않을 때는 극도로 지쳐서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긴 근무시간과 여행, 수면 부족은 존재의 내면으로 슬며시 들어와 당신의 일부가 되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태도와 시선과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에서 그 사실을 알아채게 된다. …다만 이런 것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달리다 문득 이 모든 것이 늦었다는 느낌이 들 때에야, ‘이상향의 이미지들은, 마치 단 한 번밖에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왔다가 가버리는 유행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캐시 역시 기증자를 돌보는 간병인의 역할을 언젠가 끝내고 기증자로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림자 속의 서로를 돌보는 우리도 실상 비슷한 아픔을 가졌으나 절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독립적인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결여가 아파서 ‘마치 서로 안고 있는 것이 우리가 어둠 속으로 휩쓸려 가는 것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기라도 한 듯’ 부둥켜안지만 결국 시간과 사회의 거친 물살 속에 손을 놓친다. 또 손을 놓쳐 잃고야 마는 것은 비단 타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것들, 정체성들도 잃어버린다.
    책에서는 문화(글과 예술)를 개인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되찾고 드러내는,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연결하는 요소이자, 복제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입증하기 위해 사용하는-가장 인간적인 것으로 표현한다. 예술은 소비되는 이미지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개인이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단 한 번뿐인 삶이 유행에 소비되지 않도록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고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예술이란, ‘혹시 귀중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해도-애써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해도 노퍼크에 가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망각의 존재들은 파도에 밀려 노퍼크에 쌓여서, 우리를 끊임없이 부른다. “나는 떠나지 않아… 나를 보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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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학년 때 고전읽기와 토론 교양 수업에서 이 책을 가지고 수업했어서 그때 읽어 봤던 책이에요. 복제인간으로 태어나 정해진 운명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의 흐름 동안 인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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