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이유 작가 김영하 출판 문학동네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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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라는 주제로 꽤 깊이 있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현대사회에서 여행은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친구들은 방학이 되거나 시간이 날 때 흔히들 여행을 떠난다. tv나 예능에서도 여행컨텐츠가 차고 넘치며 타인의 여행수기가 책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여행이 우리 삶 가까이 있고 나도 여행을 가면서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특히 나는 '노바디의 여행' 챕터를 인상깊게 읽었다.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왜 그토록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되었는지를 여행의 특성과 엮어 설명해놓은 부분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내 전쟁을 종전시켰다는 사실에 들뜬다.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식인하는 거신인 키클롭스의 술과 양을 훔치고도 자신이 누군지(somebody) 알아주길 바라며 농락하고 결국은 잡아 먹힐 처지에 놓이게 된다. 부하들을 한명씩 잡아먹는 키클롭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이름을 묻는 거신에게 '아무도 안이'(nobody)라고 꾀를 부리면서 겨우 살아나게 된다.
    여행을 떠나면 우리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건 여권뿐이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고 어떤 직업과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저 아무도 아닌(nobody) 동등한 '여행자'의 신분이 되어 현지인들 틈에서 잠시 지내다 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스스로 누군지(somebody) 설명하려고 시작할 때부터 여행의 본질은 바뀌고 만다. 아무도 아닌 여행자가 아니라 누군가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면서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여행자가 되면 현지인이나 여행자가 서로 스쳐지나가는 사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편하게 도움을 청하고 받을 수 있지만, 이방인이 되면 정보를 탐색해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해야할 피곤한 상황이 놓이게 된다.
    즉, 현실 속에서 내가 지니고 있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아닌 여행자가 되면서 현실에서 신경써야할 각종 문제와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고 낯선 환경에서 친절과 배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단순한 여행 수기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여행의 이유'를 곱씹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살인자의 기억법], [오직 두 사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등 제목은 많이 들어도 읽지는 않았다. 이번에 [여행의 이유]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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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이유\' 책이 인기가 많길래 읽을까 말까 고민 되었던 책인데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여행의 이유를 풀어낸다니 읽고 싶네요! \'노바디의 여행\'처럼 이 책을 읽으면 여행의 성질을 좀 더 고찰하며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영하 작가님이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그 분의 책에도 많은 관심이 갑니다. 여행이라는 주제인 탓에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깊은 이야기를 다뤘다기에 기대가 되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