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는 나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미로 남아있는 이야기다. 한컴타자연습에서 기껏해야 열페이지를 넘겨본, 헝클어진 금발 소년과 여우, 보아뱀과 모자, 양과 코끼리, 장미와 바오밥나무. 어릴 때 이후론 완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사실 어렴풋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는 어린왕자와 그를 수많은 사람들의 친구로 만들어준 생텍쥐페리 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텍쥐페리를 이제야 겨우 만났고 어린왕자를 온전히 이해했다. 그래서 따뜻했지만 꽤 울어야 했다. 직관적인 이해를 넘어서 '아 그땐 그랬구나, 너는 그랬구나' 하고 마음 깊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생텍쥐페리가 이 책을 레옹 베르트에게 선물한 이유, 어린왕자가 그렇게 양을 원했던 이유, 비행사가 주저앉았던 이유, '길들인다'는 말이 그렇게나 마음에 남았던 이유.
어릴 때는 몰랐던, 볼 수 없었던 면면이 아주 깊게, 길게 남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비로소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 기분이었다. 그가 그의 장미꽃에게 돌아갔기를. 어린왕자의 작은 별이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