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코그니토 작가 데이비드 이글먼 출판 쌤앤파커스 hayul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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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두 번 읽은 이후 이 책을 따로 샀을 정도로 나에게 영향을 준 책이다. 일반인이 재밌게 읽을 정도로 쉽게 쓰여져 있는 책이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신경외과 쪽의 꿈을 갖게 되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뇌과학, 인지과학에 좀더 가깝겠지만.

    우리가 과연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내 이성과 사고만이 나를 움직이는 것일까. 데카르트의 사상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이것에 뇌과학이 반기를 드는 내용이다. 우리의 뇌는 의식 아래에서 많은 일들을 수행하고, 그것이 이성과 사고에 걸리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 정확하게는 지각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이고 객관적일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환청이나 착시 같은 현상들은 이를 부정한다. 눈만으로는 앞을 볼 수 없다. 눈과 귀 같은 곳으로 받아들여진 감각기관은 뇌를 거쳐 해석되어야 한다. 또 이와 달리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앞은 볼 수 있다. 뇌가 특정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우리가 아는 것과 뇌가 아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습관이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일, 아주 단순하게 숨쉬는 일부터 차선변경하는 일까지, 우리가 의식적으로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행동이 매우 부자연스럽고 느려지게 된다. 이런 습관이 속해있는 무의식적인 것이 암묵기억이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떠한 사건을 기억한다고 의식하는 기억은 외현 기억이 된다.

    우리는 ‘매력’이나 ‘맛있다’는 느낌에 익숙하지만, 이런 것들이 진화적인 목표와 깊게 관련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좋게’ 인식한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생물학적인 뇌에 의해 제한된다. 사람들 중에는 공감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요일을 색으로 인식하고 맛을 촉각으로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이렇게 느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도 그들이 인식하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전부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개인마다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세계를 ‘움벨트’라고 이름붙인다. 이 움벨트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니고, 진화하며 뇌가 생존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뇌에 프로그램이 생기게 되었고 이 때문에 움벨트가 형성된다. 이러한 선행 프로그램은 뇌가 백지 상태였다면 일어났을 문제나 사건들을 피할 수 있게 돕는다. 선행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가 본능이다. 우리는 본능이 사유, 학습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19세기의 윌리엄 제임스라는 심리학자는 오히려 인간이 동물보다 더 본능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동물보다 유연하다고 보았다. 본능을 많이 가질수록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정보를 자동으로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뇌 깊숙한 곳에 여러 본능들이 모여 인간의 ‘본성’을 형성한다. 하지만 본성과 본능은 우리의 코어에 거의 근접해 있기 때문에, 기계가 자신의 코어에 접근하지 못하듯이, 우리도 본능을 거의 인지할 수 없다. 이것을 ‘본능맹’이라고 부른다. 여태 우리는 인간 고유이 활동(고차원적 인지)나 잘못된 상황(정신장애)만 집중했기 때문에 내재된 본능이 조명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자동적이고 손쉬운 활동(본능이나 자동화된 행동)일수록 특수화되고 복잡한 신경회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의식’은 뇌에서 가장 작은 부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안에는 수많은 군중이 있다. 우리의 뇌는 구성원들의 ‘갈등’으로 운영된다. 뇌는 라이벌들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고, 갈등을 일으킬지라도 동일한 목표(개체의 생존과 번식)를 추구하게 된다. 우선 가장 생각하기 쉬운 구성원은 이성과 감정이다. 이런 구별이 아니더라도 학자마다 분류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는 내부를 모니터하는 시스템과 외부를 모니터하는 시스템으로 분할하여 논의를 진행한다. 이성이 외부 세상을 분석하는 데 신경을 쓰고 외부사건들을 포함한다면, 감정은 내보상태를 모니터하고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를 걱정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우리는 중요한 일을 그르칠 수도 있고, 멀리 있는 수백명의 삶을 몰살시킬 수도 있다(감정적인 요인이 배제되어서.). 이 두 시스템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이런 균형은 자연선택에 의해 이미 최적화되어 있다. 즉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양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민주주의 상태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팀은 더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한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뇌의 각 부분에서 기억되고, 여러 전략들이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행된다. 우리의 뇌는 한가지 해결책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뇌가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을 설계하는 데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우리의 뇌가 비록 다양한 의견을 내놓지만 보통 자연스럽게 의견일치에 성공한다. 그래서 시스템의 일부 혹은 전체가 사라지게 되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게 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외계인 손 증후군’이다. 뇌분할 수술로 인해 한 손은 어떤 일을 하려고 하고 다른 손은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병은, 우리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통제되어 한 번에 한 가지 행동만을 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래서 뇌의 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구조적인 손상이 필요하다. 우리 뇌의 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뇌의 ‘스토리텔링, 꾸며내기’능력이다. 뇌는 갈등이 너무 심각한 상태,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능력을 발동시킨다. 또 비연속적이고 무관해보이는 데이터를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렇게 꾸려나가던 팀이 미쳐서 날뛰게 된다면, 그리고 더 이상 이성이 그것을 통제할 수 없을 때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텐가. 뇌의 종양들만 하더라도 폭력적 충동을 많이 느끼게 할 수도 있고, 소아성애자로 사람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두려움을 느낄 수 없게 될 수도, 감정이 폭발하고 과잉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사회의 한 범죄자가 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이런 특성을 갖게 되었다면, 그리고 본래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사람이었다면 사회는 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 사람이 저지른 죄는 나쁘고, 잊힐 수 없는 일이겠지만 무조건 그사람을 비방하는 것 역시 옳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뇌 자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라나는 환경에 따라 뇌가 많은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잘못을 비난하기 전에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발달 경로를 선택할 수는 없으므로 무조건적 비난은 가하지 않아야 한다. 핵심은 모든 사람들의 출발점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법은 인간이 최소한의 실천이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에 의거해서 범죄행위뿐 아니라 범행동기까지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 여태껏 다루었듯이 우리의 결정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든 환경이든 이런 요소들은 의식상의 ‘나’가 결정을 내리는 데 어느 정도 관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범죄자는 언제나 다른 식으로는 행동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범죄 자체를 뇌가 이상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범죄자를 처벌하는 방식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법적 시스템은 어떻게 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수감기간은 처벌이라는 욕망 대신 재범을 저지를 위험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정신과 의사가 판단하는 것보다 통계적인 자료로 보는 것이 훨씬 확실하다고 이미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가 있다. 만약 범죄자가 다시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면 생물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사회복귀를 제안하자는게 작가의 주장이다. 그리고 해결책으로서 전전두엽 단련운동을 제시한다. 전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은 충동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고, 처벌의 무서움도 알지만 충동을 잘 억제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러니까 충동만 잘 조절하게 된다면 범죄자들은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전두엽 단련운동에서는 전두엽이 단기적인 욕구를 억제하도록 연습시킨다. 이 운동은 점검과 균형이라는 시스템을 발전하게 해 뇌가 구성원들 간 토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게 돕는다. 이것이 바로 ‘성숙’이다.

    이 책은 뇌에 대한 논의와 무의식의 세계를 일반인 수준에서 풀어내었다. 무의식이 구성되는 방식과, 뇌가 결정을 내리는 단계들을 설명하고,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뇌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뇌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과 가설들로 이를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적용시키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이것이 앞으로 의사들이 가져야 할 태도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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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덕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서는 본능적 감정이 이성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그 책이 결과적인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다면 이 책은 뇌과학의 입장에서 원인에 집중하는 것 같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두 책을 비교하며 읽어보고 싶네요😀

      • 다른 책과의 좋은 비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저도 책을 구해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