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짜라두짜라는 등장인물의 서사를 시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짜라두짜가 격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말들을 이야기 책 읽듯 따라가다 보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다.
짜라두짜는 신을 의지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답을 받기 보다는 땅에서 문제를 찾길 원하고, 보편적인 기준보다는 자신 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 전통, 전쟁, 정치 등 기존의 굳건한 가치에는 비판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그이지만 인간 그 자체에 대해에서는 희망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가 말하는 인간이란 목적지가 아닌 다리이며, 혼돈을 품고 있는 미래의 조각이다. 생각하기를 멈추고 가치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의지는 언제나 빛이 날 것이라 말한다.
그는 등장하는 내내 떠돌아다니며 대중과 다른 가치관 때문에 논쟁한다. 그럼에도 여행을 멈추거나 자신만의 가치를 꺾는 일은 없다. 고심해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기를 즐기고, 본인의 입맛을 당당히 주장하는 모습은 자유롭기까지 하다. 그의 논쟁을 따라가며 동의하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내세우기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화시켜 본 적이 없어 존재조차 몰랐던 가치와 취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