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덕선생전 작가 박지원 출판 퍼플 中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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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예덕선생전』을 읽은 후 자리 잡은 질문이다. 『예덕선생전』은 연암 박지원의 한문단편소설로, 선귤자와 그의 제자 자목 사이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문답 형식으로 서술된다. 선귤자는 마을의 인분을 치우며 살아가는 엄행수를 ‘예덕선생’이라고 호명하며 높이 평가하고 가까이 지내는데, 자목은 이를 못마땅히 여긴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대부가 얼마나 많은데 왜 그런 천한 사람과 사귀느냐며 비판한다. 그러자 선귤자는 올바른 친구란 아첨과 이해관계가 아닌, 진실 된 마음으로 사귀고 덕으로 벗을 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자목의 계속되는 물음에 선귤자는 엄행수의 안분지족하고 근검절약하는 아름다운 덕의 면모를 제시하며 교훈을 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것이다.

    남들이 그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면, '목구멍에 내려가면 나물이나 고기나 마찬가지로 배부른데, 왜 맛있는 것만 가리겠소‘ 하면서 사양했다네. 또 남들이 새 옷을 입으라고 권하면, '넓은 소매 옷을 입으면 몸에 익숙지 않고, 새 옷을 입으면 길가에 똥을 지고 다니지 못할 게 아니오’ 하면서 사양했다네. - 연암 박지원,『예덕선생전』中

    『예덕선생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먼저 올바른 친구에 대해서 제시했던 점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선귤자의 말을 내가 받아들인 대로 표현하자면 ‘가식적이고 아부하지 않으며, 벗을 바른 길로 인도하도록 필요하다면 쓴 소리도 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게 진실 된 사귐’이다. 당장에 듣기 좋게 꿀 발린 말만 하는 것이 꼭 좋은 친구는 아니라는 거다.
    『예덕선생전』은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시하며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신분과 직업이 미천한 엄행수는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분수에 맞게 살면서도 만족하였고, 화려함이나 쾌락적인 삶을 추구하지 않았는데, 나는 과연 내 삶에 만족하며 살아갔는지 돌아보았다. 아니었다. 간절히 바라던 것을 얻었을 때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원했다. 만족하지 않았다. SNS나 일상 가운데 보이는 타인의 멋진 삶을 부러워했고 왜 나는 그들의 환경을 가질 수 없는 거냐며 비교하기도 했다.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엄행수를 본받아야 한다. 고기반찬을 사양하고 더러운 옷을 자처하는 예덕선생처럼 내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선귤자 또한 본 받을 만하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겸손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는 하층민인 엄행수를 감히 이름 부를 수도 없다며 ‘예덕선생’이라고 호명한다. 지금 우리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을 익히 들어봤을 만큼 평등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부당 해고, 갑질 논란, 직업 비하 발언 등 여전히 어딘가에선 차별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서, 우리는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보는가,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 하면서 은연중에 편협한 모습이 있었다. 내 주변에 엄행수와 같은 사람이 있었을 때 내가 과연 그와 벗하고 지내며 그를 선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예덕선생전』은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한다. 대답을 망설이게 될 때에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는 예덕선생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 그를 예덕선생이라고 인정할 수는 있는 사람인가? 진실 된 사귐과 참다운 인간상이란 어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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