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목 작가 박완서 출판 세계사 中 님의 별점
    5
    보고 싶어요
    (0명)
    보고 있어요
    (0명)
    다 봤어요
    (0명)
    처음 읽었을 때는 '나'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처자식이 있는 옥희도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내에겐 화가 부인의 자격이 없다며
    고목 같은 그림을 할 바엔 자신이 옷을 벗은 모습을 그리게 하겠다며 자극한 것

    마음에도 없는 태수를 억지로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사랑하려 노력했던 것

    다이아나 김에 대해 심한 욕설을 퍼부은 것

    몇 번 만나지 않은 조와 육체적 관계를 맺은 것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들... 등

    그런데 작품을 읽고 또 읽고 하다 보니 그냥 '나'가 많이 아프고 힘들었겠다 싶었다.

    과거회상 장면에서

    아버지는 진작에 여의고

    6.25 전쟁이 났는데
    피난길에서 돌아온 오빠들을 더 안전한 곳에 숨기기 위해
    행랑채의 벽장을 거처로 삼자고 '나'가 제안한다.

    어느 한 날 새벽, 집이 박살나는 큰 폭음이 들려왔고
    폭탄이 떨어진 장소는 오빠들이 있는 행랑채였다.

    '나'는 늘 죄책감을 지니며 살아간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일밤 뜀박질 치며 집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그저 전쟁이 와 모든 것을 휩쓸어 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품는다.

    아들 둘을 잃은 어머니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
    "어쩌면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들들은 몽땅 잡아가시고 계집애만 남겨 놓으셨노."
    라는 어머니의 말이 '나'의 마음에 얼마나 못을 박았을까

    떡국이 먹고 싶은 설날에도 그저 김칫국뿐인 밥상
    따뜻한 빈대떡을 엄마와 먹기 위해 코트 안에 품고 왔지만 반기는 것은 싸늘함뿐
    어머니와 둘이 함께 살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외로웠을 '나'는 얼마나 쓸쓸했을까.

    아버지와 오빠들이 살아있던 과거 회상에서
    벽장에 갇힌 '나'를 보고 깜짝 놀라 꼭 껴안으며 달래주었던 어머니였는데
    단풍나무 아래에서 '나'가 눈물 쏟는 장면은 언제 다시 봐도 마음 아프다.

    전쟁이 초래한 황폐한 현실을 이렇게 잘 풀어낼 수 있는 '박완서'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고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니 더 먹먹해졌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