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보내지마(모던 클래식 3)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출판 민음사 님의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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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인이다. 이미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서 이주했으므로 그의 정체성이 온전히 일본인이나 영국인일리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어떤 경계인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감수성이 그에게 소설을 쓰는 힘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노작의 결과는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은 읽은 ‘나를 보내지 마 (Never Let Me Go)’이다. 만약, 책의 뒷면의 힌트를 미리 읽지 않는다면 이 책의 내용을 처음에는 유추하기 힘들다. 이제 간병사로 인한 지 11년이 되는 케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책은 성장소설의 형태를 띄며 헤일셤이라는 특별한 학교생활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러한 이야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든지 복선이 깔리지만, 조금은 평범해 보이고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가즈오 이시구로가 말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사실적인 과학소설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상상력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난 언제나 SF소설을 권한다. 그래 당신의 오감을 어느새 정복한 자극적인 시각적 정보에서 사유의 힘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문득, 이 책이 인간 클론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그들의 조금도 특별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 즉 당신의 인생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목적을 위해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존엄성을 우리가 침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하며, 미워하는 감정들. 여기 내가 전부 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출생, 삶의 목적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그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이들은 그 작은 희망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루스와 토미는 자신들의 삶의 목적이었던 기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상은 그렇게 불합리하게 계속 돌아가고 모든 사람은 순응한 듯 보인다.

    인간복제라는 이슈를 통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다루는 이야기가 그것으로만 한정할 수 있는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근대에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맞춰진 교육을 받았고 그 체제에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은 사실상 소설의 인간 클론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원래 가지고 있어야 될 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삶은 결국 체제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서 흘러간다. 순응은 자본주의 체제의 인간에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혁명의 힘을 읽었고, 사육되듯이 살아간다. 물론 스스로는 잘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상상력의 힘을 잃어가고 비판의 힘을 읽어가며 사유의 힘을 부정한다. 즉각적인 시각적 정보와 짧은 찰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삶을 그렇게 사육당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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